← 메인 홈 목록 ☰
[S2-9화]

사부가 부끄러워한 것

작성: 2026.04.27 13:49 조회수: 2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검혼장 전날 밤, 운교객잔에는 손님이 없었다.

묘련이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빗장을 걸었고, 부엌 불도 평소보다 일찍 껐다. 담소하는 그것을 보면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묘련이 그러는 날은 대개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다. 굳이 이유를 캐낼 것 없이 그냥 따라가면 되는 것이었다. 담소하는 빈 탁자를 닦고, 걸상을 뒤집어 올리고, 마당 쪽 창문 빗장을 하나씩 걸었다. 손이 움직이는 동안 머릿속은 이미 내일 검혼장 안에 들어가 있었다. 원수의 마당. 자신의 이름을 그 마당에 내미는 순간. 그 생각이 들어오면 손가락 끝이 조금 차가워졌다.

마당 쪽에서 발소리가 났다. 담소하는 창문 빗장에서 손을 떼고 돌아봤다. 노경천이 뒷마당에서 들어온 것은 술시(戌時)가 지나고 나서였다. 손에 낡은 죽피(竹皮) 봉투를 들고 있었다. 봉투 겉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담소하는 형의 손을 보고, 그 봉투를 보고, 형의 얼굴을 다시 봤다. 노경천은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가 오늘따라 조금 달랐다. 입술 끝은 올라가 있는데 눈 밑이 무거웠다.

"소하야."

형이 봉투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죽피가 낡아서인지 손대기 전부터 귀퉁이가 살짝 말려 있었다. 담소하는 그 봉투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오래된 것이었다. 먼지 냄새와 마른 풀 냄새가 섞인, 오래 접혀 있던 것들에서 나는 냄새.

"사부께서 남기신 거다. 내가 멸문의 밤에 가져나온 것 중 하나야. 검결 죽간이나 문파 기물은 이미 네게 다 보여줬는데, 이건……"

형이 잠깐 말을 멈췄다.

"이건 좀 더 늦게 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담소하는 봉투를 보았다. 손을 뻗지 않았다.

"왜 지금입니까."

"내일 검혼장에 들어가잖니."

형의 대답은 짧았다.

"들어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그 말이 끝난 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침묵이 들어왔다. 부엌 쪽에서 묘련이 무언가 닦는 소리가 났다. 일부러 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담소하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죽피 표면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이상하게 숨이 얕아졌다.

안에는 서찰 두 장이 있었다. 접힌 선이 여러 겹이라 오래 접혀 있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종이 끝이 닳아 있었고, 먹물이 군데군데 번져서 글자 몇 개는 읽기 어려웠다. 담소하는 가장 위에 있던 장을 펼쳤다.

사부의 글씨였다. 틀림없었다. 힘이 있으나 서두르지 않는 필획. 담소하는 그 글씨를 보는 것만으로 숨이 한 번 막혔다가 다시 풀렸다. 3년이었다. 3년 동안 사부의 글씨를 본 적이 없었다. 검결 죽간은 형이 필사한 것이었고, 문파 기물에는 글씨가 없었다. 이것이 처음이었다.

서찰은 이렇게 시작했다.

*경천에게. 이것을 읽고 있다면 나는 이미 없다.*

담소하의 눈이 느려졌다.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가는 속도가 제 의지와 상관없이 늦어졌다. 서찰에는 혈야맹 이야기가 있었다. 젊은 시절 사부가 검을 배운 곳. 의협을 위해 들어갔다고 믿었으나 실은 힘을 위해 들어갔음을 나중에야 알았다는 것. 그 자리에서 배운 것 중 일부가 잔월십삼식의 뼈대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혈야맹을 떠날 때, 가져와서는 안 될 것을 가져왔다는 것.

*나는 그것이 사람을 살리는 검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이 옳았는지, 나는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할 자격도 없었는지 모른다.*

담소하는 거기서 한 번 멈췄다. 눈을 들어 벽을 봤다. 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등잔 불빛이 흔들렸다. 다시 서찰로 시선을 내렸다.

두 번째 장은 더 짧았다. 그리고 더 힘들었다.

*소하에게. 이것은 너에게 직접 쓰는 것이다. 경천에게 부탁하여 때가 되면 전하도록 했다. 너는 내 제자들 중 가장 늦게 왔고, 가장 많이 남아야 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부끄러운 것을 네 등에 새겼다. 검결이 아니다. 내가 혈야맹에서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왜 가져왔는지, 그리고 왜 끝내 지우지 못했는지—그것을 새겼다. 네가 그것을 풀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검결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사부의 부끄러운 흉터로 남을 수도 있다. 나는 선택하지 못했다. 너는 선택해라.*

담소하는 서찰에서 손을 뗐다. 종이가 탁자 위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등이 뜨거웠다. 실제로 뜨거운 것은 아니었다. 그냥 화상 자국이 있는 자리가 의식되는 것이었다. 3년 동안 그냥 화상이라고 생각했다. 사부가 마지막 순간에 불 속에서 자신을 끌어냈을 때 생긴 것이라고. 그런데 검결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무엇인가. 담소하는 손을 등 쪽으로 가져가다 멈췄다. 갑옷도 없고 수련복만 걸친 지금도, 자국이 있는 자리는 언제나 다른 온도였다.

노경천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담소하는 형을 봤다.

"형은 알고 있었습니까."

"……읽지 않았다."

형이 말했다.

"봉투에 이름이 적혀 있었으니까."

담소하는 그 대답을 들으면서 형의 눈을 한 박자 더 바라봤다. 읽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지금 이 자리에서는 알 수 없었다. 형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눈이 언제나 진실인 것도 아니었다. 담소하는 시선을 거뒀다.

"감사합니다."

그게 전부였다. 형은 더 말하지 않았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담소하는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탁자만 봤다.

혼자 남아 서찰을 다시 펼쳤다. 두 번째 장을 다시 읽었다. 세 번째로 읽을 때, 처음으로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분노라면 차라리 쉬웠다. 이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3년 동안 단 하나의 선명한 적으로 세워두었던 것이 조금씩 형태를 잃어가는 감각이었다. 사부를 원망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원망만으로 잘라낼 수 없는 것이 거기 있었다. 부끄러운 것을 새겼다고 했다. 선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너는 선택해라, 고 했다. 그 말이 명령인지 부탁인지, 담소하는 구분할 수 없었다.

부엌 문이 조용히 열렸다. 묘련이 뜨거운 차 한 잔을 들고 나왔다. 아무 말 없이 담소하 옆에 잔을 내려놓고 돌아서려다, 탁자 위의 서찰을 봤다. 읽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봤다. 그리고 다시 돌아섰다.

"묘련."

담소하가 불렀다. 묘련이 멈췄다.

"어머니 약첩에 있던 그 날짜 말이야."

담소하의 목소리가 낮았다.

"멸문의 밤 전후에 혈야맹 독이 쓰였다는 기록."

묘련이 돌아봤다. 담소하는 서찰을 손에 들고 있었다.

"사부가 혈야맹을 떠날 때 무언가를 가져왔다고 했어. 그게 검결인지, 아니면 독공의 해독법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나는 아직 모른다."

묘련이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의자를 당겨 앉았다. 담소하가 서찰을 내려놓는 것을 봤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아무 소리도 없었다. 등잔이 한 번 깜박였다.

"어머니가 왜 그 기록을 약첩 안에 남겼는지는 나도 몰라."

묘련이 말했다.

"그냥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누군가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담소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차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뜨거웠다. 손바닥이 데일 것 같았지만 그냥 쥐고 있었다. 묘련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사부는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형은 읽지 않았다고 했다. 세 사람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것을 다루고 있었다. 담소하는 그 중에서 자신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 아직 몰랐다.

두 사람은 잠시 그렇게 앉아 있었다. 차에서 김이 올라왔다.

검혼장은 내일이었다. 담소하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서찰은 접히지 않은 채 탁자 위에 남아 있었다. 사부의 글씨가 등잔 불빛에 흔들렸다. 부끄러운 것을 등에 새겼다고 했다. 검결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등의 자국이 잔월십삼식의 구결과 겹쳐지기 시작한 것은—담소하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었다. 사부도, 형도, 서찰도 그것을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이 없는 자리에 담소하 자신이 들어가야 했다.

그것이 내일, 원수의 마당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아직 몰랐다.

☰ 전체 회차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