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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9화]

회맹의 자리

작성: 2026.04.23 17:40 조회수: 2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허구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묘사되는 폭력, 복수, 무공 등은 장르적 장치이며 현실의 행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운주성 대청 앞에는 아침부터 사람이 붐볐다.

무림맹 회맹이 열리는 날이었다. 닷새에 한 번씩 각 문파의 연락책과 지역 문주들이 모여 강호의 이런저런 사안을 논한다고 했다. 소소한 분쟁 중재, 의협 포상, 사파 동향 보고 따위가 의제에 오른다는 것은 서진해도 알고 있었다. 삭풍객잔 시절, 술상에 기대앉은 강호인들이 그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회맹에서 뭔가가 결정되면 강호 전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정해진 것들을 발표하는 자리라고. 그 말을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서진해는 아침 일찍 일어나 속옷 안쪽에 장부를 고쳐 넣었다. 천 조각이 얇아서 피부에 닿을 때마다 서걱거렸다. 어젯밤 담소령이 직접 싸 주면서 말했다. 몸에 붙여 두면 수색해도 모른다, 단 뛰거나 구를 일이 생기면 그때는 네가 알아서 해. 그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서진해는 묻지 않았다. 담소령의 말은 대부분 둘 다였다. 골목 입구에서 세 사람이 합류했을 때 하늘은 아직 흐렸고, 대청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향 냄새와 사람 냄새가 섞여 있었다.

"저기 저 현판 보여?"

담소령이 팔꿈치로 옆구리를 쳤다. 서진해는 찔린 자리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대청 문미 위에 붉은 천이 걷혀 있었고, 그 아래 검은 바탕에 금박으로 새긴 네 글자가 드러나 있었다.

'화합정의(和合正義)'. 보기 좋은 글씨였다. 서진해는 그것을 한 박자 바라보다가 눈을 내렸다.

"좋은 글자네요."

"좋은 글자가 제일 무서운 거거든?"

담소령은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고 앞으로 걸어갔다. 서진해는 그 뒷모습을 좇으며 품 안에서 장부의 두께를 손끝으로 확인했다. 천 조각 너머로 모서리가 느껴졌다. 얇지만 단단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 손에 쥔 것 중에는 가장 무거운 것이었다.

윤세하가 먼저 대청 입구 쪽에 서 있었다. 검은 포의를 단정하게 여미고, 허리에 아무것도 차지 않은 채였다. 서진해가 다가가자 윤세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말했다.

"오늘 회맹 참관은 의외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각 문파 연락책 외에도 청원이 있는 민간인은 접수만 하면 입장이 됩니다. 청원 자리에 앉아 있으면 됩니다."

"청원 자리라면."

서진해가 물었다.

"대청 오른쪽 칸막이 안쪽입니다. 직접 발언은 안 됩니다. 하지만 볼 수 있습니다."

담소령이 끼어들었다.

"볼 수 있다는 게 오늘은 충분하겠지."

윤세하가 담소령을 돌아보았다. 잠깐이었지만 서진해는 그 눈빛의 끝이 어딘가로 계산되는 것을 보았다. 담소령은 이미 딴 곳을 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볼 때 어딘가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서진해는 그 느낌을 삼키고 걸음을 뗐다.

입구에서 이름과 청원 사유를 적는 접수가 있었다. 서진해는 붓을 받아 들고 잠깐 멈칫했다. 무엇을 쓰면 되는지 몰랐다. 담소령이 옆에서 낮게 불렀다.

"억울한 사정 있는 민간인이라고 쓰면 돼. 어디서나 통하는 말이야."

서진해는 그대로 썼다. 접수를 받는 문지기는 훑어보지도 않고 쪽지를 옆으로 밀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볼 여유가 없는 것 같았다. 서진해는 그 무심함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청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정면에 상좌가 있었고, 그 앞으로 긴 탁자가 두 줄로 뻗어 있었다. 이미 열 명 남짓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으며, 포의의 빛깔과 허리에 찬 패의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서진해는 칸막이 안쪽 자리에 담소령과 나란히 앉았다. 윤세하는 입구 쪽 기둥 근처에 서 있었다. 앉지 않았다. 서진해는 그것을 눈 끝으로 확인하고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회맹이 시작된 건 한 식경쯤 뒤였다.

백무결이 상좌에서 걸어 나왔다. 서진해는 그를 처음 보았다. 포의는 회색이었고 장식이 없었다. 키가 크지도 않았고 체격이 특별히 좋지도 않았다. 눈매가 온화했고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회맹에 참석한 사람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백무결은 그 인사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서진해는 그 움직임을 따라가며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이 사람이다. 사부를 죽인 명령이 여기서 나왔다.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분노가 아니었다. 분노는 불꽃처럼 치솟는 것인데, 지금 이것은 그렇지 않았다. 차가운 것이었다. 식어 굳은 것. 서진해는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그 감각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았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그냥 거기 있었다.

회맹 초반은 예상대로였다. 남부 도로의 마적 소탕 보고, 운주성 인근 약재 유통 단속 현황, 소규모 문파 간의 경계 분쟁 조정. 백무결은 모든 발언을 들으며 짧고 분명하게 결론을 내렸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끌어가고 있었다. 서진해는 그것을 보면서 삭풍객잔 시절 술상 위 대화들이 떠올랐다. 강호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제일 많은 것을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

변곡점은 중반을 넘어서면서 왔다.

한 연락책이 손을 들었다. 청문파 옛 거처 인근 의원골에서 약방 주인이 실종됐다는 보고였다. 민간 신고가 접수됐고, 학영회 관련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대청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백무결은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청문파 관련 지역은 이미 정리된 사안입니다. 학영회가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사파 잔당 정리 차원이고, 민간 피해라면 별도로 접수를 받겠습니다. 하지만 청문파와 연결 짓는 것은 강호의 안정에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연락책은 더 말하지 않았다.

"청문파 사안은 오 년 전에 결론이 났습니다. 강호는 그 결론을 신뢰해야 합니다."

서진해는 칸막이 너머로 그 얼굴을 보았다. 온화했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저 목소리로 결론이 났다고 말하면, 대청 안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전부다. 서진해의 손이 무릎 위에서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담소령이 그것을 보고 조용히 손을 올려 그 위에 얹었다. 말은 없었다. 서진해는 눈을 앞으로 고정한 채 그 무게를 느꼈다. 손바닥이 따뜻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회맹이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윤세하가 칸막이 쪽으로 걸어왔다. 얼굴이 평온했다. 너무 평온했다.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오늘은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서진해가 물었다.

"사형은 저 사람을 전에 본 적 있습니까."

윤세하가 잠깐 멈췄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무림맹 부맹주입니다. 이 지역 회맹에는 자주 나옵니다. 소문으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서진해는 그 대답을 들었다. 소문으로. 서진해는 더 묻지 않았다. 담소령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세 사람이 함께 대청을 나서는 동안 아무도 백무결의 이름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서진해는 알고 있었다. 사형은 그 자리에서 단 한 번도 백무결을 직접 바라보지 않았다. 시선을 피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보지 않기로 한 것처럼, 정확하게 각도를 비켜 서 있었다.

운주성 골목으로 돌아오는 길에 담소령이 서진해의 귀 옆으로 낮게 말했다.

"아는 사람을 못 본 척하는 거랑, 아예 처음부터 안 보는 거랑은 다르거든. 사형은 후자였어."

서진해는 대답하지 않았다. 발밑에 돌멩이 하나가 굴렀다. 그는 그것을 밟지 않고 돌아서 걸었다. 속옷 안쪽에서 장부의 모서리가 걸음마다 피부를 눌렀다. 문서 감별사를 만나는 것은 내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인장이 진짜라는 것이 확인되면, 다음은 증언의 판이었다. 그런데 그 판으로 나서기 전에, 서진해에게는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남아 있었다. 사형이 백무결의 얼굴을 왜 처음부터 보지 않으려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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