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문이 밖에서 두 번 두드려졌다.
가볍고 규칙적인 소리였다. 발로 건드린 것인지 손등으로 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진무백은 봉투를 품 안에 밀어 넣으면서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당소연은 이미 손을 소매 쪽으로 가져가고 있었고, 남궁현은 검집 위에 손을 얹은 채 정면을 봤다. 세 사람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고 안의 혈향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이미 식은 피 냄새와 마른 약재 냄새가 뒤섞인 그 공기가, 잠시 숨을 멈춘 것 같았다.
"들어와도 됩니까."
문 너머에서 들린 목소리는 청연도인의 것이었다. 진무백은 긴장이 풀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청연도인이 무당 사람이고, 봉투 뒤에 찍힌 수결이 무당 서법이라는 사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 이 목소리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더 나빴다. 이 문은 그냥 문이 아니었다.
남궁현이 먼저 손을 내렸다. 검집에서 손을 떼는 동작이 조용했다. 진무백은 그 움직임을 눈 끝으로 확인했다. 내려놓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옮긴 것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
"열어라."
진무백이 짧게 말했다. 누구에게 한 말인지 불분명했지만 당소연이 문 쪽으로 걸어갔다. 빗장을 올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안쪽으로 열리면서 저녁 빛이 한 줄기 비스듬히 들어왔다. 청연도인의 윤곽이 먼저 보였다. 무당 도복이 바람에 한 번 흔들리다 잠잠해졌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진무백은 그 손을 먼저 봤다. 강호에서 손을 먼저 보는 버릇은 오래됐다.
"늦었습니다."
청연도인이 창고 안을 훑는 눈길이 빠르고 정확했다. 시신을 확인하고 바닥 핏자국을 봤다. 그다음 진무백의 품 쪽을 잠깐 봤다가 당소연에게 시선을 옮겼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도 아니었고 놀라는 눈빛도 아니었다.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왔다는 표정이었다. 진무백은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고 왔다는 것은, 기다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언제부터 밖에 있었소?"
"창고 뒷담 쪽에서 소리가 멈추고 나서부터입니다."
청연도인이 담담하게 답했다.
"안에서 정리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당소연이 작게 코웃음을 쳤다. 소리가 워낙 작아서 진무백만 들었을 것이다. 진무백은 품에서 봉투를 꺼내 청연도인 앞으로 내밀었다.
"뒤집어 봐."
청연도인이 봉투를 받아 들었다. 뒤집는 동작이 천천히 이루어졌다. 수결을 보는 순간 그의 손이 멈췄다. 멈춘 시간이 아주 짧았지만 창고 안 세 사람이 모두 그 정지를 봤다. 남궁현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당소연은 아무 표정도 만들지 않은 채 청연도인의 얼굴을 봤다. 진무백은 청연도인의 손가락 끝이 봉투 모서리를 한 번 더 누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주 작은 힘이었다. 감추려는 힘이었다.
"이걸 알아보겠소?"
진무백의 목소리가 낮았다. 추궁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청연도인은 봉투를 돌려주지 않았다. 손 안에 든 채로 잠시 아무것도 말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
"내 사형의 것입니다."
정적이 왔다. 남궁현이 입술을 한 번 굳게 다물었다가 풀었다. 진무백은 그 표정을 기억해뒀다. 남궁현이 놀란 것이 아니라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 굳음과 풀림의 순서에서 보였다.
"사형이 누구요."
"무당 선사문 현허진인입니다. 이미 세 해 전에 하산하여 종적이 끊겼습니다."
청연도인의 목소리는 또박또박 잘렸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접어 넣은 목소리였다.
"서백하의 낙인이 찍힌 봉투에 현허 사형의 수결이 있다는 것은,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 만남을 나는 몰랐습니다."
"몰랐다고 하면 믿어야 하오?"
진무백이 물었다.
청연도인이 봉투를 내밀었다. 돌려주는 동작이 느리지 않았다.
"믿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내가 여기 온 것은 숨기려는 것이 아닙니다."
진무백은 봉투를 받아 들었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린지는 지금 당장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청연도인이 밖에서 기다렸다가 스스로 두드렸다는 사실은, 최소한 도망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강호에서 그것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었다.
진무백은 당소연 쪽을 봤다. 당소연은 시선을 느꼈는지 소매 안으로 손을 넣더니 접힌 종이를 꺼냈다. 방 안에 작은 소리가 났다. 종이가 펼쳐지는 소리였다. 청연도인의 눈이 그 종이 위로 내려갔다.
"봉투 안에 있던 것입니다."
당소연이 말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건조했다.
"이름이 두 개 적혀 있습니다. 하나는 현허. 하나는 지워진 흔적만 남아 있고 앞 글자만 읽힙니다. 곽."
그녀가 잠깐 멈췄다가 이었다. "확인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꺼내지 않았습니다."
진무백이 종이를 받아 들었다. 필체는 서백하의 것이 아니었다. 현허진인의 수결과 같은 손이 쓴 글자였다. 이름 두 개. 그리고 반쯤 지워진 곽 자. 진무백은 그 글자를 오래 보지 않았다. 봉투와 종이를 모두 품 안에 넣으면서 청연도인을 다시 봤다.
"현허진인이 서백하를 만난 자리에 곽 씨 성을 가진 자가 있었다는 뜻이오. 이 이름을 아시오?"
청연도인의 눈이 잠깐 가늘어졌다.
"모른다고 하면 믿겠습니까."
"안 믿소."
진무백이 짧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알 필요는 없소. 지금 필요한 건 다른 것이오."
남궁현이 처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필체를 내가 먼저 알아본 건 맞소. 현허진인은 무당에서도 서법으로 이름이 있던 사람이라 남궁가 서찰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소."
그가 진무백을 봤다.
"숨긴 건 아니오. 확신이 없었소."
진무백은 남궁현을 잠시 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서로의 침묵을 하나하나 열어 놓다가는 날이 다 새도록 창고 안에 있어야 했다. 시신 하나가 식어가는 공간에서 그럴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진무백 자신도 모든 패를 꺼내 놓은 것은 아니었다.
"나갑시다."
진무백이 말했다.
"여기서 더 나올 건 없소. 오늘 밤은 각자 갈 데로 가고, 내일 아침 장시 동쪽 국밥집 앞에서 다시 모이시오."
당소연이 먼저 문 쪽으로 걸어갔다. 청연도인이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나가는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남궁현은 나가다가 문 앞에서 한 번 멈추더니 진무백을 봤다. 등을 보이면서 하는 말이었다.
"곽 자가 누군지 알면 혼자 움직이지 마시오."
진무백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궁현이 먼저 나갔다.
창고 안에 혼자 남은 진무백은 잠깐 그 자리에 섰다. 시신 쪽은 보지 않았다. 품 안의 봉투와 종이 무게를 손바닥으로 한 번 느꼈다. 서백하의 낙인. 현허진인의 수결. 그리고 반쯤 지워진 이름. 당소연이 이것을 꺼내지 않은 이유가 정말 확인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곽 자를 먼저 알아봤기 때문인지, 진무백은 아직 묻지 않았다. 물을 자리가 아니었다. 아직은.
곽.
그 글자 하나가 진무백의 가슴 안에서 혈향보다 오래 남았다. 스승이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면, 그리고 그 이름이 스승의 실종과 이어진다면, 이 창고는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그가 창고 문을 닫고 나왔을 때 장시 골목은 이미 어두웠다. 국밥집 화로 연기가 먼 데서 흘러왔다. 내일 아침, 이 연기가 걷히면 다시 시작해야 했다. 동맹은 오늘 밤 선언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각자 숨겼던 것을 한 조각씩 꺼내 놓은, 그 불편한 자리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것이 가장 단단한 결속이 되는지, 아니면 가장 먼저 깨지는 균열이 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