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점이 지나면 운교객잔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부엌 아궁이가 꺼지고, 묘련이 등잔을 끄고, 처마 끝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남는다. 담소하는 그 시간을 기다렸다. 신발을 들고 방에서 나와 맨발로 마당 가운데 섰다. 바닥 흙이 차가웠다. 새벽 이슬이 발등을 적셨다.
검은 없었다. 나무 막대기 하나를 들었다. 굵기가 손에 맞는 것을 며칠 전에 장작더미 옆에서 골라 두었다. 형이 보면 한마디 할 법한 물건이었다.
'소하야, 그걸로 무얼 하려고.'
담소하는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동쪽이었다. 검혼장이 있는 쪽.
제일식부터 시작했다. 잔월십삼식은 사부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었다. 몸이 기억하는 것을 하나씩 꺼내는 작업이었다. 멸문의 밤 이후 3년 동안, 담소하는 이 방식으로 여덟 개의 식을 되찾았다. 몸을 움직이면 근육이 먼저 기억하고, 그다음에 손이 따라오고, 마지막에 숨이 맞춰진다. 사부는 그 순서를 바꾸지 말라고 했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막대기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작았다. 제삼식에서 발이 흙을 밟는 감각이 달라졌다. 이슬이 더 스며든 것인지, 아니면 몸이 조금씩 풀리는 것인지. 제오식에서 어깨가 당겼다. 어제 장작을 패다 삔 자리였다. 담소하는 그쪽 팔을 조금 낮췄다. 통증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과 함께 움직이는 방식을 찾는 것이었다. 사부가 가르쳐 준 것 중 몇 안 되는 실용적인 말이 있었다. 아픈 곳을 쉬게 하면 아픈 곳만 남는다. 담소하는 그 말을 믿었다. 지금도.
여덟 번째 식이 끝나는 자리에서 담소하는 멈췄다. 항상 여기서 멈췄다. 제구식. 다음 동작이 뭔지 몸이 모른다. 손이 허공에서 떠 있는 채로 돌아올 곳을 찾지 못한다. 그것이 아프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오늘은 어쩐지 그 생각이 더 선명하게 올라왔다. 손을 내렸다. 막대기 끝이 흙에 닿았다.
"아직도 거기서 막히냐."
담소하는 돌아보지 않았다. 형의 목소리였다. 노경천은 처마 아래 기둥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발소리를 듣지 못했다. 손에 무언가 얇은 것을 들고 있었다.
"잠을 못 자는 것이냐, 아니면 안 자는 것이냐."
"형은요."
"나는 원래 이 시간에 깬다."
노경천이 처마에서 몸을 떼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신발 소리가 없었다. 그도 맨발이었다.
"소하야, 이거 받아라."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죽간이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넓고, 테두리가 낡아서 섬유가 일어나 있었다. 담소하는 받아 들고 눈을 가늘게 떴다. 글자가 작았다. 새벽빛만으로는 읽기 어려웠다.
"뭡니까."
"정묵산 서고에서 챙겨온 것이다. 빈 서가에 하나만 남아 있었어. 서가 뒤편 나무 홈에 꽂혀 있었는데, 먼지가 다르게 쌓여 있어서 보였다. 누가 두고 갔는지, 아니면 못 가져간 건지는 모르겠다."
담소하의 손가락이 죽간 위를 천천히 짚었다. 글씨가 두 줄이었다. 먹이 번져 있어서 한 글자씩 읽어야 했다. 읽다가 손이 멈췄다. 구결이었다. 잔월십삼식의 구결. 그리고 그 앞에 작게 쓰인 두 글자.
제구식.
담소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도 말하지 않았다. 새벽바람이 죽간 모서리를 건드렸다. 담소하는 그것을 가슴 쪽으로 당겨 쥐었다. 손이 조금 떨렸다. 추위 때문인지 다른 것 때문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읽어봤습니까."
"읽었다."
노경천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소하야, 그 구결에서 두 번째 줄. 제대로 보이냐."
담소하는 다시 눈을 내렸다. 두 번째 줄. 글자가 번진 자리를 피해 읽었다. 읽는 순간,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 차갑고 단단한 것이 들어찼다. 두 번째 줄은 구결이 아니었다. 주석이었다. 누군가의 손으로 나중에 덧붙인 작은 글씨. 먹빛이 달랐다.
금서에서 떼어 내어 네 등에 새기노라. 이것이 너의 검이 되어야 한다, 혹은 너를 짓눌러야 한다.
담소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등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실제로 뜨겁지는 않았다. 그러나 3년 내내 등에 남아 있던 화상 자국이, 지금 이 순간 다르게 느껴졌다. 멸문의 밤, 사부가 마지막으로 등에 손을 얹었을 때. 그것이 그냥 화상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소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소하야."
"……."
"사부는 그 구결을 금서에서 뜯어낸 것이다. 혈야맹 금서에 있던 것을. 제구식만."
노경천이 멈췄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그게 왜 거기에 있었는지는 나도 아직 다 모른다. 하지만 네 등에 남은 것이 화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이 죽간을 보기 전에도 짐작했다."
담소하는 고개를 들었다. 형의 얼굴을 봤다. 온화한 미소가 없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뭔가를 오래 참아온 사람의 얼굴.
"형은 언제부터 알았습니까."
노경천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새벽바람이 다시 불었다. 처마에서 빗물이 두 방울 떨어졌다. 형은 그 소리가 끝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모른다. 짐작이 확신이 된 것은 정묵산에서 이걸 본 다음이고."
담소하는 그 말의 끝을 잡아두었다. 짐작이 확신이 된 것은. 그러면 짐작이 먼저 있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의 짐작인지, 형은 말하지 않았다. 담소하도 묻지 않았다. 지금 물으면 형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갈 것 같았다. 그 감각이 어디서 오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죽간을 손에 쥔 채 그 감각을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검혼장까지 열흘 남았습니다."
"그래."
"그 전에 제구식을 몸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노경천이 잠깐 담소하를 봤다. 그리고 조용히 웃었다. 이번엔 온화한 미소였다. 원래의 형이었다.
"그것은 나한테 물을 게 아니다. 사부가 네 등에 새긴 것이 진짜라면, 몸이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담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죽간을 접어서 옷 안쪽에 넣었다. 형이 돌아서서 처마 아래로 들어갔다. 발소리 없이 사라졌다. 마당에 담소하만 남았다.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발바닥 아래 흙이 이슬에 젖어 차가웠다. 등이 다시 뜨거운 것 같았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화상 자국은 3년 전부터 거기 있었고, 제구식은 3년 전부터 몸에 없었다. 달라진 것은 그 두 가지가 같은 것일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생각이 가볍지 않았다. 사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등에 손을 얹었다고 믿어온 3년이, 지금 이 순간 다른 무게를 달고 있었다.
담소하는 막대기를 다시 들었다. 제일식부터 시작했다. 여덟 번째 식이 끝나는 자리에서,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손이 허공에서 다음 동작을 찾으려 했다. 찾지 못했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았다. 엉뚱한 방향으로 손이 움직였다가, 다시 돌아왔다. 틀린 초식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했다. 몸이 알고 있는 것이 있는데 아직 이름을 모르는 것처럼.
부엌에서 불 켜지는 소리가 났다. 묘련이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는데 일어난 것이었다. 담소하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막대기를 다시 들었다.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틀렸다. 다시 했다. 또 틀렸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등의 화상 자국이 땀에 젖어 따끔거렸다. 그것이 사부의 손이었는지, 사부의 검결이었는지, 아니면 사부가 자신을 붙들어 두기 위한 무언가였는지—답은 아직 몸 안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