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골로 가는 길은 운주성 동문을 나서서 한 시진 반을 더 걸어야 했다. 좁은 황톳길이 낮은 구릉을 따라 굽어 있었고, 양쪽으로는 잡목림이 빽빽했다. 막금산은 아침 일찍 짐을 챙기면서 길 이야기를 꺼냈다. 밤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특히 구릉 너머 두 번째 굽이에서 시야가 막힌다고. 그 말을 들은 담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약상자 끈을 다시 동여매며 물었다.
"그럼 낮에 가면 괜찮은 거예요?"
막금산이 입을 다물었다. 서진해는 그것이 대답이라는 것을 알았다.
출발은 오시(午時)를 넘기지 않았는데, 골목 시장을 지나다 담소령이 기어이 발을 멈추었다. 노점 아주머니가 내놓은 찹쌀 경단을 보고서였다. 서진해가 먼저 걸음을 뗐지만 소용없었다. 담소령은 이미 동전을 꺼내고 있었다.
"가다가 먹으면 되잖아. 한입 거리라고."
아주머니가 웃으며 기름종이에 싸 주었다. 막금산이 툭 받아 하나를 입에 넣더니 말없이 씹었다. 서진해는 받지 않으려다 담소령이 눈을 치켜뜨는 바람에 결국 하나를 집었다. 단맛이 혀에 닿는 순간, 묘하게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는 그 감각을 애써 무시했다.
의원골 어귀에 닿은 것은 해가 서쪽 구릉에 걸릴 무렵이었다. 마을이라 하기도 민망한 작은 취락이었다. 의원 건물 두 채와 약방 하나, 그리고 그 주변을 에워싼 열 남짓한 집들. 마을 한가운데 우물이 있었고, 그 옆에 짐을 든 사람 셋이 서 있었다. 윤세하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담소령을 보자 가볍게 고개를 숙였고, 막금산에게는 눈만 맞췄다. 서진해에게는 "늦었군요" 하고 미소를 지었다.
서진해는 대답 대신 마을을 한 바퀴 눈으로 훑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우물가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약방 문이 닫혀 있었다. 낮인데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막금산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막금산은 이미 알아챈 눈치였다. 눈을 가늘게 뜬 채 잡목림 방향을 천천히 살피고 있었다.
의원 안으로 들어가자 이유가 밝혀졌다. 어젯밤 마을 외곽에서 무장한 자들이 출몰했다는 것이었다. 의원 원장 노인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무기를 든 자들이 새벽 두 패로 나뉘어 돌아다녔소. 이유는 모르나 마을 사람 하나를 끌고 갔다오."
담소령이 바로 물었다.
"끌려간 분이 누구예요?"
노인이 잠시 말을 아꼈다가 답했다. "약방 주인이오. 오 년 전 청문파 사람들과 거래했다는 사람이지."
그 말이 방 안에 잠깐 가라앉았다. 서진해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러나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도 손잡이를 찾아 내려갔다가, 허벅지 옆에서 멈추었다. 윤세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청문파 거래 기록이 있다면, 무림맹이 보내는 조사단이겠군요."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서진해는 그 부드러움을 곱씹었다. 무림맹. 조사단. 새벽. 무장.
밤이 들어서기 전에 준비를 마쳐야 했다. 막금산이 의원 건물 배치를 노인에게 물었고, 담소령은 부상 가능성에 대비해 약상자를 열었다. 서진해는 뒷문과 창문의 위치를 직접 걸어서 확인했다. 윤세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각자 집 안에 있으라고 설득했다. 그 모습이 능숙했다. 지나치게 능숙했다. 서진해는 그것을 눈에 담아 두었다.
습격은 해시(亥時)가 막 지나서 왔다. 소리가 먼저였다. 잡목림 쪽에서 마른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가 연달아 두 번 났다. 막금산이 "들어와" 하고 낮게 말했고, 서진해는 이미 도를 뽑아 들고 있었다. 문이 부서지는 것과 동시에 검은 복장의 사내 셋이 쏟아져 들어왔다. 뒤창으로도 두 명이 넘어왔다.
막금산의 도가 공기를 갈랐다. 서른 년 만의 칼이었는데 흔들림이 없었다. 첫 번째 사내가 뒤로 튕겨나갔다. 담소령은 약상자를 발로 차 구석으로 밀어 넣으며 몸을 낮췄다. 서진해는 뒷창 쪽으로 몸을 돌렸다. 두 명 중 하나가 바로 달려들었다. 칼날이 어깨 위로 스쳤다. 그는 상체를 기울이며 도 손잡이로 상대의 턱을 밀어 올렸다. 상대가 뒤로 꺾이는 순간, 두 번째 사내가 창을 내질렀다.
피하려 발을 옮기다 서진해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의원 노인이었다. 문 쪽으로 피하려다 넘어진 것이었다. 창날이 노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진해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 계산이 없었다. 도를 비스듬히 세워 창대를 쳐올리면서 동시에 왼발로 노인의 몸 앞을 막아섰다. 창날이 도 위로 튕기며 그의 왼 손등을 얕게 그었다. 따뜻한 것이 흘렀다. 그는 그것을 의식하지 않았다.
노인을 뒷방 문 안쪽으로 밀어 넣고 나서야 서진해는 다시 싸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정리가 되어 있었다. 막금산이 남은 셋을 쓰러뜨렸고, 윤세하가 문 쪽에서 한 명을 제압하고 있었다. 담소령은 구석에서 나와 쓰러진 사람들을 하나씩 살피는 중이었다. 학영회 패가 아니었다. 그냥 돈을 받고 움직이는 무뢰배들이었다. 뒷배가 있다는 뜻이었고, 뒷배는 직접 손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담소령이 서진해에게 다가온 것은 잠시 뒤였다. 그의 손등을 보더니 말없이 약상자를 열었다. 서진해는 거절하려다 말았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상처가 얕은 편이었지만 손등이라 움직일 때마다 당겼다. 담소령의 손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천을 대고 누르면서 그녀가 낮게 말했다.
"아까 창 맞을 수 있었잖아."
서진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막았어."
담소령의 목소리는 나무라는 것도 아니고 칭찬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물어보는 것이었다. 서진해는 잠시 있다가 말했다. "몸이 먼저 갔습니다." 담소령이 손을 묶으면서 고개를 숙인 채로 있었다. 그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어떤 말보다 무거웠다.
막금산이 뒷방에서 나오며 서진해의 손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툭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그 손이 삼십 년 전 강호를 누비던 막천류의 손이었다. 서진해는 그 무게를 어깨에 받으면서 처음으로, 사부 녹담자가 검은 사람을 베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을 때 그 말이 어떤 몸의 언어였는지를 알 것 같았다. 알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느꼈다.
윤세하는 제압한 자를 묶어 놓고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낮고 차분하게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서진해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형의 심문 방식은 부드러웠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상대가 두려워하기 시작했을 때 정확히 원하는 말을 끌어냈다. 그것은 능력이었다. 동시에 서진해를 불편하게 만드는 무언가였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아직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그는 그 질문을 속으로 접어 넣었다.
밤이 더 깊어졌다. 의원 노인이 뒷방에서 나와 모두에게 차를 내왔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담소령이 받아 마시며 노인에게 물었다. 약방 주인이 청문파 사람들과 어떤 거래를 했는지. 노인이 찻잔을 두 손으로 쥐고 잠시 말을 고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약재를 팔았소. 그게 다였소. 그런데 그것이 죄가 되었다 하는구려."
서진해는 그 말을 가슴으로 받았다. 약재를 판 것. 그것이 죄. 청문파와 거래했다는 이름만으로 죄가 되는 세상. 그 세상을 만든 것이 조작된 기록이었고, 그 기록 위에 이름을 지운 인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