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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5화]

대가는 항상 살 위에 새겨진다

작성: 2026.04.20 11:48 조회수: 26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무술, 비급, 문파 체계 등은 모두 허구이며, 폭력 묘사는 장르적 관습 안에서 다루어집니다.

아침 국밥 그릇을 닦다가 손가락 마디가 저릿해졌다. 소령은 잠깐 손을 멈추고 엄지와 검지 사이를 주물렀다. 사흘 전부터였다. 처음에는 새벽 찬물에 손을 너무 오래 담가서라고 생각했는데, 어젯밤 혼자 검을 휘두르다 보니 저림이 팔꿈치까지 올라왔다. 7초식에서 멈추는 것은 늘 하던 일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6초식 끝에서 기맥이 먼저 울었다. 소령은 그 감각을 팽노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밥 먹어라' 돌아올 게 뻔했다.

그릇 세 개를 더 닦는 동안 저림은 가라앉지 않았다. 소령은 손을 행주에 닦고 잠깐 주먹을 쥐어봤다. 쥐어지기는 했다. 검을 잡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그러나 기맥이 울리는 감각은 달랐다. 검결의 어느 지점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그것은 훈련 부족이 아니었다. 소령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그릇을 선반에 올려놓았다.

막리연이 취선객잔 문을 밀고 들어온 것은 아침 첫 손님들이 국밥 한 그릇씩 비워 갈 무렵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빈 구석 자리에 앉지 않고 부엌 쪽 문 앞에 서서 소령에게 눈짓을 했다. 소령은 그릇 행주를 걸어두고 따라갔다.

"뭔데."

"인사부터 해라, 인사."

"뭔데요."

막리연은 소매 안쪽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반으로 접혀 있었고, 가장자리가 손때로 거무스름했다. 소령이 받으려 하자 그가 먼저 펼쳐 놓고 손바닥으로 눌렀다.

"천잔보감 앞쪽 세 단락. 내가 읽은 부분이다."

소령은 종이를 내려다봤다. 막리연의 필체는 의외로 단정했다. 한자와 구결이 섞인 문장들이 두 줄씩 짝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옆에 막리연 자신이 직접 붉은 먹으로 주석을 달아놓았다. 소령은 그 주석을 먼저 읽었다.

*잔명지기(殘命之基). 수명을 기저 내공으로 환산하는 구조.*

소령이 고개를 들었다.

"수명을요?"

"응."

막리연이 팔짱을 꼈다.

"천잔보감, 이름에서 이미 답이 있었는데 나도 늦게 봤어. 천잔(天殘). 하늘이 남긴 결함. 또는 하늘에 바치는 대가. 이 비급은 무공을 쌓는 게 아니야. 남은 수명을 내공으로 변환하는 술법이다. 사용자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커지는 구조."

소령은 한동안 종이를 바라봤다. 아궁이에서 국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 팽노가 뚜껑을 열고 간을 보는 소리도. 부엌 공기에는 된장과 파 냄새가 섞여 있었는데, 그 평범한 냄새가 지금 이 순간 이상하게 낯설었다.

"그러면 완성하면."

"완성하면 사용자의 남은 생이 곧 무기가 돼. 이론상 내공에 상한이 없어지지. 죽기 직전의 사람이 쓰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일격을 낼 수 있다는 뜻이야. 단, 그 일격 이후엔 진짜로 죽어."

막리연이 말을 잠깐 멈췄다.

"설리항이 이걸 원하는 이유를 처음엔 권력이라고 봤는데."

"아닌 것 같아요?"

"권력을 원하는 사람이 자기 수명을 갈아 넣는 비급을 굳이 완성하려 하진 않지. 그 사람이 원하는 건 따로 있어. 내가 아직 모르는 무언가가."

막리연이 종이 위의 붉은 주석을 손끝으로 짚었다가 뗐다.

"그래서 더 위험해."

소령은 종이를 내려다봤다가 손가락 마디를 다시 한번 주물렀다. 막리연이 그 손을 봤다.

"손 왜 그래?"

"차가워서요."

막리연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선을 거두지도 않았다. 소령은 그 눈빛이 불편했다. 뭔가를 묻고 싶은데 참는 눈빛이었다. 소령은 먼저 시선을 내렸다.

점심이 지나고 나서야 팽노가 부엌에서 나왔다. 막리연이 아직 자리에 있었고, 두 사람은 잠시 눈이 마주쳤다가 팽노가 먼저 고개를 들어 소령을 봤다.

"저놈이 무슨 말 했냐."

소령이 천잔보감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했다. 팽노는 행주로 손을 닦으면서 듣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짧게 말했다.

"도현진이 그걸 알고 있었다."

소령의 숨이 한 박자 멈췄다.

"사부가요?"

"알고 있었으니까 나눈 거지."

팽노가 행주를 선반에 걸었다.

"비급을 한 사람한테 다 맡기면 그 사람이 죽으면 끝이야. 조각을 나눠야 완성이 안 돼. 도현진은 천잔보감이 완성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거다."

막리연이 낮게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전반부는 소령이 등에 지니고, 나머지는 따로 봉인한 거겠지. 둘이 합쳐지지 않으면 아무도 완성할 수 없도록."

소령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등을 의자 등받이에서 떼었다. 등에 새겨진 검결. 사부가 내공으로 새긴 그 36초식이 청명잔영검의 검결인 동시에 천잔보감의 전반부였다는 뜻인가. 그러면 사부는 자신에게 검법을 전한 것이 아니라 비급의 절반을 몸에 숨긴 것인가. 소령은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말로 꺼내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소령아."

막리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네 등의 검결, 7초식 이상에서 기맥이 역류한다고 했지."

소령은 답하지 않았다.

"그게 검결이 미완이라서가 아닐 수 있어. 천잔보감의 구조가 원래 그렇게 설계된 거야. 일정 이상 열면 몸이 대가를 내기 시작하도록. 사부가 네 등에 그걸 새기면서 7초식 앞에서 멈추는 봉인도 같이 새긴 거야. 너를 보호하려고."

소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서 저잣거리의 소음이 희미하게 들어왔다. 장사치의 목소리, 아이 우는 소리, 어디선가 수레바퀴 삐걱대는 소리. 아주 평범한 오후였다. 소령은 그 소리들을 들으면서 손바닥을 무릎 위에 뒤집어 놓았다. 손금이 보였다. 사부의 손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등을 짚었을 때 어떤 표정이었는지, 소령은 기억하지 못했다. 뒤를 보지 않았으니까.

팽노가 먼저 일어섰다. 부엌으로 돌아가려다 문틀에 손을 짚고 서서 소령 쪽을 보지 않고 말했다.

"도현진이 그릇을 나한테 맡긴 것도 같은 이유다. 비급의 후반부. 봉인 안에 있는 것. 그게 뭔지는 아직 말 못 한다."

한 박자.

"아직은."

그것으로 팽노의 말이 끝났다. 부엌 안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소령은 말없이 바라봤다. 추궁하고 싶은 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팽노의 등이 문틀을 넘어가는 순간, 소령은 그 말을 삼켰다. 지금 물어봤자 팽노가 답할 것 같지 않았고, 답하지 않는 팽노를 보는 것이 더 불편할 것 같았다. 막리연이 탁자 위의 종이를 조용히 접어 소매에 다시 넣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 가지만."

막리연이 일어서며 말했다.

"손 저림이 계속되면 나한테 말해. 검결 건드리기 전에."

소령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막리연은 더 다그치지 않고 나갔다.

소령은 그날 저녁, 손님이 다 빠진 뒤 혼자 마당에 나가 검을 쥐었다. 손잡이의 가죽 감촉이 손바닥에 익숙하게 닿았다. 마당 흙은 낮 동안 햇볕을 받아 아직 약간 따뜻했고, 발바닥으로 그 온기가 올라왔다. 손가락 마디의 저림이 여전했다. 6초식을 천천히 밟았다. 5초식, 6초식. 7초식 첫 번째 동작. 기맥이 울리기 시작했다. 소령은 멈추지 않고 한 박자 더 밀었다. 기가 역류하는 감각이 팔 안쪽을 타고 흘렀고, 소령은 그 감각이 어디서 오는지 이번에는 조금 알 것 같았다. 검결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봉인이 살아 있는 것이었다. 사부가 자신의 내공으로 새긴 봉인이 지금도 소령의 몸 안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소령은 검을 내렸다. 마당 한가운데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드문 밤이었다. 사부는 자신에게 검을 준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비밀의 절반을 살 위에 새겨 넣고, 그것을 아무도 쓸 수 없도록 봉인까지 걸어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죽었다. 소령은 그 사실을 분노로 받아야 할지 다른 무언가로 받아야 할지 아직 몰랐다. 분노가 더 쉬웠다. 그러나 봉인이 살아 있다는 감각은 분노와 다른 방향에서 왔다.

설리항이 원하는 것이 권력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수명을 갈아 쓰는 비급을 완성하려는 사람의 이유. 소령은 그 질문을 아직 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설리항은 천잔보감을 이용해 무언가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감당*하려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다.

바람이 마당 흙을 쓸고 지나갔다. 소령은 검을 다시 쥐었다. 6초식. 다시 6초식. 봉인은 건드리지 않았다.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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