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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8화]

사진 속의 이름, 목 안에 걸린 이름

작성: 2026.04.20 11:48 조회수: 25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윤태식이 남기고 간 명함은 선우의 바지 주머니에서 하룻밤을 버텼다. 구청 주차장에서 나온 뒤 선우는 그 명함을 책상 위에 올려두지 않았다. 주머니 안에 그냥 뒀다. 뭔가를 꺼내놓으면 결정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결정 전에 더 봐야 할 게 있었다.

아침 일곱 시 반, 어머니 가게는 문을 열기 전이었다. 선우는 철제 셔터 옆 계단에 걸터앉아 편의점 커피를 홀짝였다. 골목 입구 쪽에서 두부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지난주에도, 그 전주에도 같은 시간에 같은 소리가 났다. 골목이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것들이었다. 철거 일정이 잡히면 이 소리부터 사라질 것이었다. 선우는 커피 뚜껑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손이 할 일을 찾는 것 같았다.

마틴이 먼저 나타났다. 수리점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헬멧을 벗으며 선우 쪽으로 걸어왔다.

"오 선생님, 어제 그 사람 연락 왔어요?"

선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틴이 헬멧을 겨드랑이에 낀 채 나란히 앉았다. 잠깐 골목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선우는 대답하는 대신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마틴이 혀를 찼다. "그 표정이 제일 무서워요. 생각 중이라는 표정." 선우가 피식 웃었다. 웃고 나서 표정이 다시 굳었다.

서미라는 열 시가 넘어서 상인회 사무실에 나타났다. 눈 밑이 어두웠고 머리카락 끝이 젖어 있었다. 어딘가 서두르다 온 것처럼 보였지만 들어오면서 하는 첫마디는 "커피 있어요?"였다. 선우가 종이컵을 건네자 그녀는 받아들고 의자에 앉았다. 잠깐 아무 말도 없었다. 사무실 한쪽 구석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서미라는 두 손으로 종이컵을 감싸 쥔 채 창밖을 바라봤다. 뭔가를 정리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어제 그 이름."

서미라가 먼저 꺼냈다. 선우는 파일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태식 씨요."

"윤태식." 그녀가 다시 한번 발음했다. 이름을 씹어보듯 천천히. "그 사람 어떻게 알아요?" 선우가 물었다. 서미라는 커피를 마시고 종이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몰라요. 이름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서." 선우가 잠시 그녀를 봤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전부도 아닌 것 같았다. 선우는 그 자리에서 더 밀지 않았다. 윤태식 쪽에서 연락이 오기 전에 서미라 쪽을 먼저 건드리면 뭔가 막힐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윤태식이 연락한 건 오후 두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문자가 아니라 전화였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잠깐 볼 수 있어요?"

선우가 "어디서요?"라고 묻자 그가 골목 안 국숫집 이름을 댔다. 선우는 잠깐 생각했다. 골목 안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거기서 보이면 서미라한테도 보인다. "거기 말고." "그럼 선생님이 정하세요." 선우가 구청 뒷길 카페 이름을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선우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처음으로 책상 위에 올려놨다.

카페는 작고 오래됐다. 테이블이 다섯 개였고 손님은 둘뿐이었다. 카운터 뒤 냉장 쇼케이스에서 낮은 진동음이 새어 나왔다. 윤태식은 이미 와 있었다. 아메리카노 두 잔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선우가 자리에 앉자 그가 핸드폰을 화면이 위로 가게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화면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선우는 사진을 들여다봤다. 공사 현장이었다. 임시 가벽이 쳐진 안쪽, 사람 두 명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작업복 차림이었고, 한 명은 정장이었다. 정장 쪽 얼굴은 반쯤 가려져 있었지만 옷깃의 배지가 보였다. 선우가 핸드폰을 집어 들려 하자 윤태식이 손을 올렸다.

"그냥 눈으로만요."

선우는 손을 내렸다. 배지. 타원형이었다. 안에 문자가 있는데 끝이 잘려 있었다. 어디서 본 모양이었다.

"이게 은평 현장이에요?"

"네."

"언제요?" "날짜는 말 못 해요. 지금은." 선우가 사진에서 눈을 들었다. "정장 쪽은 누구예요?" 윤태식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알면 더 골치 아파요." "이미 골치 아파요." 윤태식이 입꼬리를 조금 올렸다. 웃은 건지 찡그린 건지 구분이 안 됐다. 그가 핸드폰을 다시 뒤집었다. 화면이 꺼졌다.

"왜 저한테 이걸 보여줘요?"

선우가 물었다. 윤태식은 잠시 창밖을 봤다가 다시 선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도 오래 이 일 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지금 이 판에서 제가 들고 있는 게 뭔지 한쪽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선우는 그 말을 한 번 더 들어봤다. 한쪽. 그 한쪽이 선우 쪽이라는 건지, 아니면 다른 어딘가를 가리키는 건지. "사진을 넘길 수 있어요?" 선우가 물었다. 윤태식이 커피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조건이 있어요." "뭔데요." "그건 다음에 얘기해요." 두 사람은 잠깐 서로를 바라봤다. 카페 안에서 냉장 쇼케이스 소리만 낮게 흘렀다.

저녁에 장하늘이 상인회 사무실로 왔다. 선우가 사진 이야기를 꺼내자 하늘이 바로 앞으로 당겨 앉았다.

"배지가 어떤 모양이었어요?"

"타원형. 안에 뭔가 문자가 있었는데 끝이 잘렸어요."

하늘이 노트에 뭔가를 적었다. 잠깐 생각하더니 펜을 탁자에 내려치듯 놓았다. "그거 박도경 구의원 지지 모임 배지랑 비슷한 거 아니에요? 작년 지방선거 때 저 취재하면서 봤어요. 타원에 한자 두 글자." 선우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늘이 말을 이었다. "저 내일 기사 쓸 수 있어요. 사진이 없어도 구도는 충분해요."

"아직은 아니에요."

선우가 말했다. 하늘이 펜을 내려놓았다.

"왜요? 금요일 접수 전에 터뜨려야 압박이 되는 거잖아요."

"터뜨리면 윤태식이 사라져요. 그 사람이 사진을 들고 사라지면 우리한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하늘이 팔짱을 꼈다. "사진 원본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협상 중인 거예요." 두 사람은 잠깐 서로를 바라봤다. 형광등이 머리 위에서 소리 없이 깜빡였다. 하늘이 먼저 시선을 내렸다.

"그럼 언제까지요?"

하늘이 물었다. 선우는 탁자 위 파일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사진이 손에 들어오면. 그 전에는 우리가 써야 할 말이 없어요."

하늘은 노트를 덮었다. 나가면서 한마디를 더 했다. "금요일 접수되면 그다음 날 기사 나가요. 그때도 아직이라고 하면 나는 내 판단으로 써요." 문이 닫혔다. 선우는 파일 위에 손을 얹은 채 잠시 그대로 있었다.

서미라가 사무실 뒷방에서 나왔다. 안에서 다 들은 것 같았다. 선우가 "언제부터 있었어요?"라고 묻자 그녀가 "좀 됐어요"라고만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윤태식이 들고 있는 사진, 거기 나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나는 알 것 같아요."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서미라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있는데 지워버린 표정처럼 보였다. "언제 말할 거예요?" 선우가 물었다.

서미라는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골목 끝 편의점 불빛이 보였다. 냉장고 소리가 유리 너머로도 들릴 것 같은 밤이었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그게 전부였다. 선우는 더 묻지 않았다. 창밖에서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갔고, 누군가의 가게 간판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금요일까지 나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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