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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3화]

절반의 고백, 절반의 침묵

작성: 2026.04.17 12:18 조회수: 27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무술, 비급, 문파 체계 등은 모두 허구이며, 폭력 묘사는 장르적 관습 안에서 다루어집니다.

별원에서 파서진으로 돌아오는 길은 왔을 때보다 길게 느껴졌다. 소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팽노도 마찬가지였다. 막리연만 중간에 한 번 '아, 다리 아프다' 하고 혼잣말을 했다가 두 사람의 침묵에 눌려 그 뒤를 잇지 않았다. 새벽 안개가 발목을 핥고 지나갔다. 소령은 걸으면서도 오른 손바닥의 감각을 잊지 못했다. 홈에 얹었을 때의 금속 냉기, 기를 흘려 넣는 순간 역류해 온 통증, 그리고 그보다 더 먼저 든 생각—누군가의 손이 먼저 닿았다.

취선객잔에 돌아온 것은 해가 뜨고도 한참 뒤였다. 팽노는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밥 냄새가 났다. 기름 두른 무쇠솥 소리, 파 써는 소리, 그리고 아궁이 앞에서 팽노가 내뱉는 짧은 숨소리. 소령은 마루 기둥에 등을 기대고 앉아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특별히 상처가 난 것도, 부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손이 낯설었다. 이 손으로 사부의 흔적이 남은 장치를 건드렸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손을 무겁게 만들었다.

막리연이 마루 끝에 걸터앉아 술병을 기울이다가 소령을 한 번 보고는 병 주둥이를 닦아 건넸다. 소령은 받지 않았다.

"술이라도 한 잔 해야 몸이 풀린다. 기맥 역류는 속부터 데워야 해."

"됐습니다."

"됐다니까. 그러니까 항상 그 모양이지."

막리연이 중얼거렸지만 억지로 밀지는 않았다. 혼자 한 모금 마시고는 병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소령은 그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마을 쪽에서 두부 장수의 딱따기 소리가 들려왔다. 파서진의 아침은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팽노가 국밥 두 그릇을 들고 나왔다. 한 그릇은 소령 앞에, 한 그릇은 막리연 앞에 내려놓고는 자기 몫은 챙기지 않은 채 처마 아래 걸상에 앉았다. 그 자세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사람의 것이었다. 소령은 숟가락을 들면서도 팽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먹어라."

소령은 먹었다. 팽노는 한동안 처마 끝만 봤다. 막리연은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국밥에 술을 조금 들이붓고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 숟가락이 그릇 바닥에 닿는 소리만 간간이 났다.

"그릇을 둘로 나눈 건 도현진이 처음부터 계획한 일이다."

팽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느닷없이, 그러나 오래 묵힌 것처럼.

"하나는 네 등에 새겼고, 하나는 따로 맡겼다. 동시에 갖추지 못하면 열리지 않게 만들어 둔 거야. 봉인도, 그 안의 것도."

소령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왜요."

"왜 둘로 나눴냐고?"

팽노가 소령을 봤다. 눈빛이 평소보다 조금 무거웠다.

"한 사람이 모든 걸 쥐면 안 된다고 생각한 거겠지. 도현진 그 사람은 항상 그런 식이었으니까. 힘을 한곳에 모으는 걸 두려워했어."

"그게 다예요?"

팽노는 대답하지 않았다. 소령은 그 침묵을 읽었다. 다가 아니다. 그러나 팽노는 더 내놓을 생각이 없는 얼굴이었다. 소령은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억지로 한 술 더 떴다.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기맥 역류로 뻣뻣해진 가슴 안쪽이 조금 풀리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나머지 절반은 어디 있습니까."

소령이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조금 낮게.

"짐작은 한다."

팽노가 짧게 잘랐다.

"짐작이야."

짐작. 어제 지하에서도 같은 단어를 썼다. 소령은 그 말이 방패인지 진심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안다고 하지 않는 것이 모르기 때문인지, 알면서 시간을 버는 것인지. 팽노가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부를 말하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는 걸, 강호에서 소령이 배운 가장 불편한 진실이었다.

막리연이 국밥 그릇을 내려놓으며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팽 어르신. 짐작이라는 게, 오십 퍼센트짜리 모름입니까, 아니면 구십 퍼센트짜리 앎입니까? 이 둘은 꽤 다른 문제거든요."

팽노가 막리연을 한 번 봤다. 시선이 조용했다.

"술이나 마셔라."

"예, 예. 마십니다."

막리연이 병을 다시 들었다. 그러나 소령을 향해 눈짓을 한 번 보냈다. 나도 같은 생각이라는 뜻이었다.

팽노는 잠시 처마 그림자를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도현진이 나한테 부탁한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살아남은 아이를 거둬 두는 것. 하나는 그 아이가 스스로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가 소령을 똑바로 봤다.

"둘 다 지켰다."

소령은 팽노의 얼굴을 오래 봤다. 주름진 이마, 내려앉은 눈꺼풀, 항상 무뚝뚝하게 다물려 있는 입. 3년 동안 매일 봤는데 오늘은 달리 보였다. 이 노인이 어떤 짐을 지고 살아왔는지, 그게 처음으로 윤곽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짐의 무게가 말해지지 않은 절반에 더 쏠려 있다는 것도.

"감사합니다."

소령이 말했다. 짧았다. 그러나 그 말 안에 추궁하지 않겠다는 선택이 함께 들어 있었다. 지금은. 아직은.

팽노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일어섰다.

"그릇 닦아라. 점심 손님 온다."

그리고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궁이 앞에 선 뒷모습이 잠깐 보였다가 연기 속으로 흐려졌다.

막리연이 소령 옆으로 다가와 나란히 처마 그늘에 앉았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마을 쪽 길을 바라봤다. 누군가의 닭이 객잔 담벼락 앞을 어슬렁거렸다. 막리연이 그 닭을 잠시 눈으로 쫓다가 낮게 말했다.

"나머지 절반이 어디 있는지, 어르신이 짐작한다면 나도 짐작이 간다. 근데 그게 우리가 원하는 곳에 있을 가능성이 낮아서 문제지."

소령은 묻지 않았다. 막리연이 말하려면 말했을 것이다. 말하지 않는 것은 아직 확신이 없거나, 말하면 소령이 곧장 움직일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령은 그 계산도 읽혔다. 그래서 더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을 한 번 쥐었다 폈다. 금속 냉기의 기억이 아직 손 안에 남아 있었다.

담 너머에서 담여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한소령! 어제 약재 값 정산 안 했잖아, 지금 할 거야 말 거야!"

새된 목소리가 아침 공기를 갈랐다.

막리연이 피식 웃었다.

"강호의 가장 무서운 적은 약재상 딸이라니까."

소령은 일어섰다.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가는 길에 잠깐 멈췄다. 팽노의 뒷모습이 아궁이 앞에 있었다.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 그 사이에 사부가 남긴 무언가가 있다. 소령은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몰랐다. 그러나 팽노가 기다리라고 했을 때 도현진도 같은 말을 쓴 것이 겹쳐 떠올랐다. 두 사람이 같은 문장을 쓴다면, 그 문장 뒤에 같은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소령은 그 이유를 아직 모른다. 그러나 더 가까워진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가까워질수록 다음에 치러야 할 것의 윤곽도 선명해진다는 것을, 소령은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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