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홈 목록 ☰
[S1-7화]

빈 창고의 무게

작성: 2026.04.08 14:31 조회수: 35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새벽이 오기 전, 창고지기 노인이 찾아왔다.

발소리가 없었다. 문을 두드린 것도 아니었다. 복도 끝에서 등잔 하나가 흔들리는 것을 먼저 봤고, 그다음에 노인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이름은 베네트. 로벨 성에서 사십 년을 넘긴 창고지기였다. 엘리안이 어릴 때는 손수 빵 끄트머리를 잘라 주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손이 떨렸다. 등잔도, 손도.

"도련님."

노인이 그 말만 했다. 도련님. 세 음절. 그 세 음절 안에 나머지가 전부 들어 있었다.

엘리안은 외투를 챙기지 않은 채 따라나섰다. 복도는 차가웠다. 성벽 틈으로 겨울 공기가 비집고 들어오는 특유의 냄새, 쇠와 흙이 섞인 냄새가 발목 높이에 깔려 있었다. 군량 창고는 성의 북쪽 날개 끝에 붙어 있었다. 이전 화재 때 지붕 일부가 내려앉은 적 있는 구역이었는데, 수리한 들보가 아직 새 목재 색으로 남아 있었다. 그 아래에 자물쇠가 두 개 달린 창고 문이 있었다.

베네트가 두 번째 자물쇠를 여는 데 시간이 걸렸다. 손이 계속 떨렸다. 엘리안은 서두르지 않았다. 서두르면 노인이 더 굳을 것 같았다. 자물쇠가 열리자 문 안쪽에서 냄새가 쏟아졌다. 쉰 냄새, 눅눅한 나무 냄새, 그리고 한 가지 더. 엘리안이 코를 한 번 찡그렸다. 곰팡이보다 더 깊은 곳에서 오는 냄새였다. 부패한 곡물 특유의 달콤하고 역한 냄새.

등잔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선반 첫 줄은 멀쩡했다. 자루들이 쌓여 있었다. 두 번째 줄도 그랬다. 그런데 세 번째 줄부터 달랐다. 자루가 없었다. 자루가 있어야 할 자리에 빈 선반이 있었고, 선반 끝에는 분필로 수량을 적은 나무 표식이 걸려 있었다. 숫자가 적혀 있었다. 사십 포대. 엘리안은 빈 선반 앞에서 그 숫자를 두 번 읽었다. 표식에는 분명히 사십 포대라고 적혀 있었다.

"베네트."

엘리안이 낮게 불렀다.

"보름 전에는 있었습니다."

노인이 먼저 말했다. 변명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냥 사실이었다.

"보름 전 점검 때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제가 직접 셌습니다."

"누가 들어왔나."

"자물쇠를 건드린 흔적은 없었습니다."

베네트가 등잔을 들어 올려 선반 위를 비췄다.

"그래서 더 늦게 알았습니다. 자물쇠가 멀쩡하니 저도 미처……"

엘리안은 뒤쪽 선반으로 걸음을 옮겼다. 표식이 붙은 자리마다 수량을 확인했다. 네 번째 줄. 여섯 번째 줄. 아홉 번째 줄. 패턴이 있었다. 없어진 것은 전부 겨울 비축분으로 분류된 것들이었다. 봄 파종용 종자는 손대지 않았고, 용병단 당장 이번 주 배급분도 건드리지 않았다. 누군가 기록을 알고 있었다. 어떤 자루가 어느 선반에 있는지를.

발소리가 들렸다. 하르트가 들어왔다. 베네트가 소리를 낸 모양이었다. 하르트는 창고 안을 훑어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집사장으로 사십 년을 버텨온 사람이 말이 없다는 것은, 말이 없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수량이 얼마나 빠졌습니까."

엘리안이 하르트에게 물었다.

"……전부 파악하려면 아침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짐작하는 것만 말하세요."

하르트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한 번 더 선반을 봤다.

"절반에 가깝습니다."

그 말이 창고 안에 그냥 놓였다. 절반. 겨울 비축분의 절반. 내일 아침 세라 헬몬에게 병력 협상에서 줄 수 있는 보급 숫자의 절반이 사라진 것이었다.

엘리안은 선반 끝의 나무 표식을 손으로 잡아당겼다. 못에 걸린 것이 빠지면서 표식이 손에 들어왔다. 뒷면을 뒤집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표식 자체는 오래된 것이었다. 분필 글씨만 새로 썼을 뿐이었다. 분필 획이 굵었다. 빠르게 쓴 글씨였다. 밤에 등잔 하나 들고 쓴 글씨.

루키안이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발소리가 가볍고 빨랐다. 잠을 자지 않은 사람의 발걸음이었다. 창고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와." 하고 짧게 말했다. 탄식도 욕도 아니었다. 그냥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리였다. "이거 언제 없어진 겁니까?"

"보름 안쪽."

엘리안이 표식을 루키안에게 건넸다.

루키안이 표식 앞뒤를 살펴봤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라이든 상단 경로를 추적하면서 베껴온 날짜들이 적힌 수첩이었다. 손가락으로 줄을 하나씩 짚어 내려갔다. 창고 안이 조용했다. 베네트의 등잔만 가끔 소리를 냈다.

"열흘 전."

루키안이 수첩에서 고개를 들었다.

"라이든 북쪽 거점에서 마지막으로 짐이 움직인 날이 열흘 전입니다. 밀렌 마을 방향으로 나간 기록이 있습니다."

잠깐 멈췄다. "밀렌에서 이쪽으로 오는 데 보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하르트가 손을 꽉 쥐는 것이 보였다. 루키안은 그것을 못 봤거나, 봤어도 말하지 않았다. 엘리안은 두 사람 사이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 있는 선 밖에서 전체를 보는 위치를 잡은 것이었다.

"열쇠는 몇 개입니까."

엘리안이 베네트에게 물었다.

"두 개입니다. 하나는 저, 하나는……"

베네트가 멈췄다.

"하나는 전 영지 관리인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름이."

"토르빈 씨입니다."

베네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밀렌에서 오던 상인이었습니다. 임시 관리직으로 쓰셨습니다, 이전 영주님께서."

창고 안이 한 번 더 조용해졌다. 토르빈. 사흘 전 밤에 성을 떠난 사람. 엘리안이 세라와 처음 이야기를 나누던 그날 밤 이미 사라진 사람. 그 사람이 군량 창고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버지 시절부터.

루키안이 수첩을 접었다.

"이름이 하나 더 맞춰지는군요."

조용하지만 뾰족한 말투였다. 그 말이 하르트를 향하는지, 엘리안을 향하는지, 아니면 그냥 허공을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르트는 반응하지 않았다. 루키안은 더 말하지 않았다.

엘리안은 창고 가운데에서 빈 선반들을 다시 한번 천천히 봤다. 내일 아침이었다. 세라 헬몬이 병력 수와 보급 기준을 가지고 올 시간. 그 자리에 엘리안이 내놓을 수 있는 숫자가 지금 이 선반들처럼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것을 채워서 가져갈 수는 없었다. 그러면 한 가지 방법이 남았다. 빈 것을 빈 채로 가져가는 것. 그 대신 다른 무언가를 테이블에 올려야 했다.

"베네트."

엘리안이 입을 열었다.

"아침까지 정확한 수량을 파악해 주십시오. 빠진 것뿐 아니라 남은 것도 전부. 종자까지 포함해서."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르트, 당신은 나와 같이 나가시죠."

하르트가 따라 나왔다. 창고 문이 닫혔다. 복도에 두 사람만 남았다. 등잔이 없어서 어두웠다. 성벽 틈 사이로 바람이 왔다가 갔다.

"알고 있었습니까."

엘리안이 물었다. 아버지 시절부터 토르빈이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군량 창고가 이 상태라는 것을. 그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어느 쪽인지는 묻지 않았다.

하르트는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토르빈이 관리직에 들어온 것은 알았습니다."

그리고 더 말하지 않았다.

엘리안도 더 묻지 않았다. 지금 당장 캐낼 수 있는 것과 캐내면 안 되는 것의 순서가 있었다. 이 밤에 하르트를 몰아붙이는 것은 순서가 아니었다. 하르트가 더 닫혀 버리면 나중에 열어야 할 것들이 더 깊이 잠긴다.

엘리안은 복도 끝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일 아침 세라에게 할 말을 정리해야 했다. 빈 창고를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방법을. 그것이 오늘 밤이 자신에게 남긴 숙제였다. 창고에서 나오는데, 루키안이 혼자 뒤에 서 있었다. 창고 문 앞에서 수첩을 다시 펼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엘리안이 지나치려는데 루키안이 고개를 들었다.

"그 이름 말입니다."

루키안이 낮게 말했다.

"단둘이 있을 때 하겠다고 했는데."

수첩을 덮었다. "오늘 밤은 단둘이 있을 것 같지 않군요."

엘리안이 멈췄다. 루키안의 눈이 창고 문 쪽을 한 번 봤다가 돌아왔다. 그 시선이 무엇을 말하는지 엘리안은 알 것 같기도 했고, 모를 것 같기도 했다.

"내일 아침 협상이 끝나고."

엘리안이 말했다.

루키안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게 전부였다.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복도에 발소리가 엇갈렸다가 멀어졌다. 창고 앞에는 겨울 바람만 남았다.

☰ 전체 회차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