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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5화]

노출된 이름, 좁혀진 거리

작성: 2026.04.07 00:10 조회수: 3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전 여덟 시 반, 서린이 아르덴 2층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지민은 이미 와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두 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는데, 서린이 들어오는 소리에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얼마나 퍼졌어?"

지민이 노트북을 천천히 돌렸다. 화면에는 어젯밤 열한 시 이후 쏟아진 댓글이 스크롤을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 아르덴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를 커뮤니티에 올렸고, 그 안에 도윤의 옆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캡션은 단순했다.

'이 사람 강도윤 아님?'

열두 시간 만에 리트윗 사백 건. 서린은 화면을 한 번 더 내려다보고 의자를 당겨 앉았다.

"삭제는?"

"오전 두 시에 했는데 이미 캡처가 돌아다녔어요. 원본 스토리는 지웠지만 캡처는 막을 수가……"

지민이 말끝을 흐렸다.

"제가 스토리 범위를 '전체'로 올린 게 맞아요. 제 실수예요."

서린은 뭐라고 하지 않았다. 뭐라고 해봤자 지금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신 전화기를 들어 도윤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세 번 울리고 연결됐다.

"알아요."

도윤이 먼저 말했다. 목소리에 잠이 남아 있었지만 당황한 기색은 없었다.

"방금 기사 초안도 하나 받았어요. 기자가 확인 요청 보낸 거."

"어느 매체요?"

"테이블 서울은 아니에요. 푸드 전문지 쪽."

서린은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짚었다. 푸드 전문지라면 배성재 쪽 선을 탔을 가능성이 있었다. 혹은 단순한 제보일 수도. 아직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오늘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제가 창구 정리할게요."

짧은 침묵.

"서린 씨."

"네."

"저 숨어 있을 생각 없어요. 어차피 나올 거 빨리 내는 게 낫지 않아요?"

서린은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빨리 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도윤이 그 말의 무게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하는 건 체념인지 의지인지, 지금은 구분이 안 됐다.

"오늘 오전 중으로 올라올게요. 이야기해요."

전화를 끊고 나서 지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 많이 났어요?"

"나중에."

서린이 일어서며 말했다.

"민재원 쪽에 오늘 안으로 연락해. 공식 발표 타이밍 조율하자고."

지민이 메모를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린은 복도로 나갔다. 조명은 오늘도 한쪽 끝이 약간 어두웠다. 관리팀에 세 번 말한 사안이었는데, 아직이었다. 작은 것들이 쌓이는 속도가 늘 해결보다 빨랐다.

도윤이 내려온 건 열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서린은 1층 로비 한쪽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열어 두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들었다. 도윤은 후드 집업 차림이었고 손에 커피 두 잔을 들고 있었다. 하나를 서린 쪽으로 내밀었다.

"주방에서 내린 거예요. 원두가 좀 오래됐는데."

서린이 받아 들었다. 한 모금 마셨다. 쓰고 약간 탄 맛이 났다. 오래된 원두가 맞았다.

"고마워요."

그래도 내려놓지 않았다.

도윤이 맞은편에 앉았다. 서린이 노트북 화면을 돌려서 댓글 캡처 페이지를 보여줬다. 도윤은 읽는 척하다가 이내 시선을 창 쪽으로 옮겼다.

"저 예전에도 이런 거 많이 봤어요."

"그때는 다른 맥락이었잖아요."

"다른 맥락."

도윤이 조용히 반복했다.

"그게 더 힘들었어요, 사실."

서린은 그 말을 받지 않았다. 스캔들 얘기가 나올 것 같은 각도였고, 지금 꺼낼 타이밍이 아니라는 걸 둘 다 알고 있었다. 대신 노트북을 당겨 왔다.

"공개 일정 얘기 했는데요. 도윤 씨 의견대로 빨리 내는 방향으로 가려면 민재원 쪽이랑 이번 주 안에 맞춰야 해요. 그러면 배성재 쪽에서 먼저 흘리기 전에 우리가 판을 잡을 수 있고."

"그러면 배성재는 어떻게 돼요?"

"우리가 먼저 발표하면 그쪽이 끼어들 틈이 줄어요. 완전히 막는 건 아니지만."

도윤이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생각하는 자세였다. 서린은 기다렸다.

"배성재가 어제 다시 문자 넣었어요."

서린이 고개를 들었다.

"답 안 했어요. 근데 이번엔 문자 내용이 좀 달랐어요. 지원 제안이 아니라……"

도윤이 잠깐 멈췄다.

"아르덴 소프트 오픈 이후 일정을 아르덴 바깥에서 잡자고 했어요. 자기가 연결해 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서린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바깥에서요."

"네."

아르덴 소프트 오픈 이후를 이야기한다는 건 소프트 오픈 자체는 아르덴에서 진행하더라도, 그다음 단계부터 도윤을 아르덴 밖으로 떼어내겠다는 의미였다. 복귀 프로젝트의 열매를 아르덴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따겠다는 구도. 서린은 그 의도를 이해하는 데 삼 초가 걸렸고, 표정이 굳는 데는 그보다 빨랐다.

"그 문자 저한테 보내줄 수 있어요?"

"보낼게요."

도윤이 핸드폰을 꺼냈다.

"근데 서린 씨, 저 진짜로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요."

"배성재가 아르덴 매각을 원하는데, 왜 제 복귀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척하는 거예요? 파는 물건 가격 올리려는 건지, 아니면 저를 따로 챙겨두려는 건지."

서린은 잠깐 도윤을 바라봤다. 그 질문은 서린도 머릿속에서 며칠째 굴리고 있던 것이었다. 배성재가 도윤 복귀를 지원하는 이유가 아르덴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매각 단가를 올리기 위한 건지, 아니면 도윤 자체를 별도 자산처럼 챙겨두려는 건지. 둘 다일 수도 있었다.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서린이 솔직하게 말했다.

"근데 둘 다일 가능성이 제일 높아요."

도윤이 피식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한숨 같은 소리였다.

"그러면 저는 어느 쪽에서도 쓸모 있는 카드가 되는 거네요."

서린은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하면 거짓말이 됐다. 대신 노트북을 닫고 도윤을 똑바로 봤다.

"그래서 제가 먼저 판을 잡으려는 거예요. 도윤 씨가 쓸모 있는 카드가 되는 건 막을 수 없어요. 근데 누구 손에서 쓰이는 카드가 되는지는 지금 우리가 정할 수 있어요."

도윤이 서린을 봤다. 잠시였지만 시선이 흔들리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서린은 노트북을 들고 일어섰고, 도윤도 따라 일어섰다. 커피잔은 둘 다 반쯤 남아 있었다. 식은 채로.

소파 옆 화분 받침대를 지나칠 때 서린이 멈췄다. 꽃대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소희가 어제 손봤던 자리였는데, 누군가 건드렸거나 자리를 옮긴 것 같았다. 작은 것이었지만 눈에 걸렸다.

"이거 원래 이쪽 방향이었나요?"

도윤이 화분을 내려다봤다.

"모르겠는데요. 저는 원래 자리를 몰라서."

서린이 손으로 살짝 바로잡았다. 어느 방향이 맞는지 사실 서린도 몰랐다. 그냥 손이 먼저 움직였다.

복도를 걸어 올라가는 내내 도윤이 한마디를 더 했다.

"서린 씨, 배성재 문자 내용 중에 하나 더 있었어요."

서린이 걸음을 늦췄다.

"아르덴 오픈 전에 한 번 보자고 했어요. 저 혼자."

혼자. 서린을 빼고. 서린은 계단 중간에서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 계단 끝에서 도윤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기 전, 서린이 말했다.

"그 자리에 가지 마세요."

도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며 돌아봤다. 문이 닫히기 직전이었다.

"알겠어요."

짧게 답했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서린은 계단참에 잠깐 서 있었다. 도윤이 배성재의 두 번째 접촉 시도를 자신에게 또 먼저 말했다는 사실, 그 순서가 아직도 서린의 어딘가에 걸렸다. 신뢰인지 계산인지, 혹은 그냥 습관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수록 마음이 먼저 기울어지는 느낌이 불편했다.

오후에 지민이 민재원 측 답변을 받아왔다. 이번 주 목요일, 공식 협업 발표. 단 조건이 하나 붙었다. 아르덴 측에서 도윤 단독 인터뷰 세션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 서린은 그 조건을 읽고 다시 읽었다. 단독 인터뷰. 도윤을 아르덴이라는 맥락 없이 혼자 세우는 자리. 배성재가 원하는 그림과 방향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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