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완화의료 휴먼극 59화

열세 번째 야간 왕진

사과의 주어

병원 책임자는 자기 앞에 놓인 사과문을 읽었다. 피해가족은 종이가 아니라 그를 보고 있었다. 인력이 비어 있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위험보고를 받고도 충분한 대체 조치를 확보하지 않은 주어가 병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서정오는 옆에서 말을 보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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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책임자는 자기 앞에 놓인 사과문을 읽었다. 피해가족은 종이가 아니라 그를 보고 있었다. 인력이 비어 있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위험보고를 받고도 충분한 대체 조치를 확보하지 않은 주어가 병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서정오는 옆에서 말을 보태지 않았다.

중앙 전달 실패와 예방 제안 미실행, 원문 보고의 요약과 보존 누락이 이어졌다. 가족이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책임자는 읽기를 중단했다. 원문을 보존하지 않은 일을 처음에는 왜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는 당시 남은 기록을 충분히 대조하지 않은 채 설명했다고 인정했다. 가족은 사과문에 표시를 했다. 받아 놓고 조용히 갈 종이가 아니라 자기 질문을 적을 종이였다. 윤채영은 앞선 사실표와 오늘의 문장이 어긋나는 곳을 확인했다.

“당신이 다음 달에 다른 자리에 가도 이 말은 남습니까?”

책임자는 조직 명의로 서명하고 공식 조정기록에 남기겠다고 했다. 가족은 명의와 서명을 다시 봤다. 채영도 개인의 말로 끝나지 않는 자리를 확인했다. 다음 담당자가 온다고 가족이 처음부터 자기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다시 설명하지 않아야 했다.

이미란은 현재 근무조 지원과 새 알림이 적용된 기록을 냈다. 책임자가 그 자료를 보이자 가족은 장비가 바뀌어도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개선을 배상 대신 내는 것은 아니라고 확인하고 자료를 내려놓았다. 설명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사과의 뒤를 긴 장비 이야기로 채우지 않았다.

오세현은 옆에서 병원의 사과문을 함께 읽지 않았다. 자신의 설명과 사과는 전날 가족에게 직접 전했다. 오늘 질문은 병원으로 갔다. 그는 필요한 사실을 물을 때만 답했다. 병원의 서명 뒤로 자기 이름을 숨기지도, 오늘 자리를 자신의 후회로 가져오지도 않았다.

가족이 사과문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받아들일지 지금 답하지는 않았다. 조정관이 지급안을 다음 의제로 열었다. 책임자는 제안 금액과 지급 주체, 내부 분담을 준비해 왔다. 가족은 맨 먼저 총액과 실제 지급일을 봤다.

채영은 다툼이 없다고 확인한 비용과 배상 제안 항목을 읽었다. 교통비가 두 번 들어가지는 않았고 생활 손실 자료가 빠지지도 않았다. 세현의 분담금을 가족이 별도로 독촉하며 기다리는 방식은 아니었다. 병원이 약정한 전체 금액을 먼저 지급하고 내부 분담은 각 책임자가 이행하는 안이었다.

“늦으면요?”

가족이 물었다. 조정관은 지급일과 확인 담당, 미이행 때 연락할 절차를 읽었다. 책임자는 오늘 약속할 권한과 관련 결재가 있다고 했다. 결재가 남았으니 기다리라는 조건은 붙지 않았다. 가족은 지급일 옆에 선을 그었다. 그 선은 총액 아래 그은 선보다 진했다.

다음 페이지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당사자 간 문제를 종결한다는 문장이었다.

“어느 문제요?”

채영이 문장을 가까이 가져왔다. 넓게 쓰인 말이었다. 대상 사건과 항목을 특정해 개인 판단 지연과 병원의 해당 사고 책임에 관한 배상 합의로 좁혀야 했다. 개선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나 다른 사람의 질문,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것까지 닫는 문장으로 남기지 않았다.

병원 책임자가 수정을 받아들였다. 가족의 대리인이 문안을 다시 봤다. 가족은 오늘 서명할 수 있다고 했다가 잠깐 쉬겠다고 했다. 채영은 왜 대답을 바꾸느냐고 묻지 않았다. 조정관이 별도 방을 열었다. 가족은 사과문과 합의서를 같이 들고 나갔다.

세현도 복도에 나왔다. 창문에서 들어온 빛이 벽에 반듯하게 닿았다. 자기 분담금을 준비하느라 생활을 줄인 시간이 떠올랐다. 그는 그 이야기를 가족에게 꺼내지 않았다. 가족이 받는 돈 앞에서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이해받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약속할 수 있는 범위는 자기 대리인과 이미 확인했다.

하진에게 팀 예산 관련 메시지가 왔다. 추가 당직 요청의 답변이 도착했다고 했다. 세현은 회의 뒤 읽겠다고 답하고 화면을 껐다. 지금 가족이 읽는 지급일과 팀이 받는 운영 예산은 다른 약속이었다. 한쪽을 해결했다고 다른 쪽에 더 밤을 내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복도 끝 문이 열렸다. 가족은 수정된 문안을 들고 돌아왔다. 대리인과 범위와 항목을 확인했고 지급일에 동의한다고 했다. 사과를 용서했다고 표현할 조건도, 밖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말라는 조건도 없었다. 책임자는 공식 설명 자료를 전달할 연락처를 확인했다.

조정관이 합의내용을 소리 내 읽었다. 개인 판단 지연과 확인된 병원의 책임, 해당 비용을 포함한 금액, 지급일과 서명본 전달. 가족은 자신이 읽은 줄을 한 항목씩 따라갔다. 세현은 가족이 펜을 만졌다가 다시 놓는 것을 봤다.

“돈을 받으면 지금 화가 난 말을 안 해도 되는 사람인가요?”

아무도 그렇다고 하지 않았다. 가족은 한참 뒤 펜을 들었다. 사인이 느리고 정확하게 적혔다. 세현도 자기 이름을 썼다. 책임자가 서명한 종이가 돌아왔다. 채영은 원본 장수와 사본의 페이지를 맞췄다. 오늘 가족이 가져가는 것은 더 기다리라는 초안이 아니라 서명된 약속이었다.

피해가족이 문 앞에서 세현을 불렀다.

“그때 당신이 더 빨랐으면 어땠을지 저는 계속 생각할 겁니다.”

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이 돈으로 그 생각을 없애 달라는 뜻은 아니죠?”

“아닙니다.”

가족은 그 답을 듣고 돌아섰다. 세현은 뒤에 더 붙일 말을 삼켰다. 앞으로 자신을 덜 미워해 달라는 말이 따라 나갈 것 같았다. 그는 그 문이 닫힌 뒤에도 한동안 서 있었다. 지급이 약속됐지만 돈은 아직 그 가족의 통장에 없었다.

채영이 집에 돌아왔을 때 영숙은 선미와 차를 마셨다. 처음 정한 두 시간의 공식 야간지원은 실제로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선미는 다음 주 아이의 학교 행사 때문에 한 근무를 기관과 조정해야 한다고 알렸다. 자기 낮이나 밤 전체를 대신 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영숙이 다른 사람이 오는지 물었다. 기관에서 대체 근무자를 확인 중이며 이름과 첫 인계시간은 따로 알릴 예정이었다. 영숙은 그 사람을 먼저 만나고 싶다고 했다. 채영은 자기 달력에 밤샘 표시를 넣기 전에 그 요청을 기관에 보냈다. 선미는 행사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

“애가 이번에는 꼭 오랬어요.”

선미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영숙은 어떤 행사인지 물었다. 두 사람은 지원 일정의 구멍이 아니라 한 아이의 하루를 잠깐 이야기했다. 채영은 그 대화가 끝난 뒤에야 상담 메시지를 보냈다. 교대할 사람이 확인되면 첫 만남 시간을 함께 맞추겠다는 내용이었다.

채영은 부엌에서 합의금 확인을 준비했다. 사건자료를 어머니 식탁에 펼치지는 않았다. 가족에게 지급 예정 연락이 간 번호와 서명본 전달을 확인한 뒤 메일을 닫았다. 물컵을 채우러 나오자 영숙이 오늘은 어떤 얼굴로 들어왔느냐고 물었다.

“오늘은 약속을 종이에 남겼어.”

“그럼 내일은?”

“그 약속이 사람한테 가는지 봐야 해.”

영숙은 업체가 사과한 뒤 실제 돈이 들어오던 날을 떠올리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미에게 자기 약정서도 처음에는 글씨가 많아 무서웠다고 말했다. 선미가 물어볼 사람이 있었는지 묻자 영숙이 채영을 잠깐 봤다.

“있었어요. 그런데 내 딸이라서 내가 겁난 건 덜 말했지.”

채영은 그 말에 한 발 멈췄다. 자신에게 어머니가 덜 말한 겁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가슴을 건드렸다. 하지만 그 겁을 오늘 들을 사람이 어머니 옆에 있었다. 선미는 곧바로 채영에게 내용을 옮기지 않았다. 영숙이 자기 찻잔을 놓고 말을 이었다.

열 시에 선미가 나간 뒤 모녀는 새 사람에게 전할 내용을 골랐다. 서랍을 먼저 열지 않는 일, 느린 말을 기다리는 일, 조용히 있고 싶은 시간. 소라의 낮 근무는 별도로 예정돼 있었다. 영숙은 자신의 인계 메모를 가져와 먼저 말할 줄에 표시했다. 이름만 바꾸어 이전 사람의 기록을 모두 넘기지는 않았다.

같은 밤 세현은 팀 예산회의 결과를 읽었다. 요청한 무제한 야간 확대는 승인되지 않았다. 대신 다음 분기의 기존 당직 범위 예산이 확정됐다. 이동과 인계 시간도 유급으로 포함된 계약이 왔다. 병원 연계 창구에는 정해진 시간의 담당자가 배정됐다.

하진은 그 범위로 다음 달 근무표를 만들었다. 사람을 뽑기 전에 당직부터 늘리지는 않았다. 세현은 야간 뒤 쉬는 시간을 확인하고 서명했다. 태오는 지급일이 있는 계약서를 보관했다. 아직 확보하지 못한 확대 인력 요청은 다른 안건에 남았다. 오늘 확보한 시간을 모두의 선의로 더 길게 늘려 쓰는 표는 아니었다.

조정관에게 병원의 다음 영업일 송금 일정이 왔다. 세현의 분담금은 병원에 납부됐다. 채영은 내부 납부와 가족의 실제 수령을 같은 완료 표시로 묶지 않았다. 수령 확인이 와야 배상 이행을 닫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일 확인할 번호를 남겨 놓고 업무 화면을 닫았다.

영숙은 잠들기 전 종이배를 만졌다. 바닥이 찌그러져 혼자 서지 못하자 강변 돌에 기댔다. 채영이 테이프로 고쳐 줄까 물었다. 영숙은 오늘은 그대로 두겠다고 했다. 오늘 서류의 넓은 문장을 고친 손은 그 종이배까지 원래 모양으로 만들지 않았다.

세현은 합의서 사본을 가방의 정해진 칸에 넣었다. 가족에게 닿을 지급과 내일 볼 환자의 시간을 서로 다른 줄에 적었다. 한 줄을 끝내고 다른 줄로 넘어가는 데 조금 오래 걸렸다. 그는 가족이 마지막에 남긴 질문을 답장할 문장으로 고치지 않고 마음속에 남겼다. 내일 돈이 닿았다는 확인이 오더라도 그 질문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