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야간 왕진
용서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피해 가족은 이번 면담에서 녹음을 하겠다고 말했다. 세현은 동의했다. 조정관이 필요한 범위와 보관을 확인한 뒤 녹음 표시가 켜졌다. 작은 붉은 점이 테이블 위 전화기에 나타났다. 세현은 그 점을 한 번 보고 가족을 보았다. 오늘 자신의 말이 다시 다른 사람의 요약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랐다.
피해 가족은 이번 면담에서 녹음을 하겠다고 말했다. 세현은 동의했다. 조정관이 필요한 범위와 보관을 확인한 뒤 녹음 표시가 켜졌다. 작은 붉은 점이 테이블 위 전화기에 나타났다. 세현은 그 점을 한 번 보고 가족을 보았다. 오늘 자신의 말이 다시 다른 사람의 요약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랐다.
사과문은 짧았다. 늦은 판단, 처음 반복한 잘못된 기억, 가족이 다시 찾아야 했던 기록과 시간. 세현은 문장 끝마다 얼굴을 들었다. 종이를 읽으면 다 했다는 듯 마지막에 고개만 숙이지 않았다. 가족이 중간에 질문할 때 읽기를 멈췄다. 녹음에는 종이가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어갔다.
“왜 우리에게 경보를 껐다고 먼저 말했습니까?”
세현은 자신이 그렇게 기억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제대로 대조하지 않은 기억을 확신처럼 말했고, 그 말 때문에 가족이 잘못된 출발점에서 기록을 찾았다고 했다. 그 기억이 왜 생겼는지 현재 자료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었다. 가족은 자기 마음이 괴로웠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세현은 알겠다고 답했다.
가족은 늦은 판단을 인정한 부분을 다시 읽어 달라고 했다. 세현은 읽었다. 환자의 변화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직접 확인과 이송 판단이 늦었다. 가족은 무엇을 먼저 했냐고 또 물었다. 지난번 들은 답을 녹음에 남기고 싶어서였다. 세현은 앞선 설명을 바꾸지 않고 반복했다.
병원의 결원과 경보 전달은 이 면담에서 다시 책임을 묻는 의제가 아니었다. 가족이 물으면 자료를 찾을 사람과 설명할 별도 자리를 알려 주었다. 세현은 자기 답변이 끝난 뒤 병원의 문제를 읽으며 사과를 분산시키지 않았다. 오늘 가족은 한 사람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가족의 한 사람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붙였다. “이 말을 들으면 화가 덜 날 줄 알았어요.” 세현은 침묵했다. “더 나네요. 당신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는데 오래 안 했으니까.” 세현은 그 말을 받아 적지 않았다. 가족이 평가하는 감정에 자기가 확인 문구를 붙일 필요는 없었다.
조정관은 잠깐 쉴지 물었다. 가족은 물을 마시고 계속하겠다고 했다. 세현도 컵을 들었다. 손이 떨려 물이 조금 흘렀다. 그는 휴지를 가져와 자기 앞을 닦았다. 가족에게 떨리는 손을 봐 달라고 할 일이 아니었다. 휴지는 젖었고 전화기의 녹음 점은 계속 켜져 있었다.
“당신이 지금 환자를 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세현은 바로 된다고 답하지 못했다. 현재 자신의 역할과 제한, 하진과 확인하는 중요 판단, 맡지 않는 처치를 설명했다. 과거 사고를 인정했다고 지금 어떤 일이든 해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은 그 제한을 다른 환자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세현은 필요한 진료 범위 설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족은 그가 더 괴로워 보이길 기대했을 수도, 더 분명하게 답하길 기대했을 수도 있었다. 세현은 어느 쪽이 맞는지 추측하며 얼굴을 만들지 않았다. 자신이 오늘 실제로 맡는 일만 말했다. 잘 살아가는 것으로 피해를 보상했다거나, 계속 괴로운 것으로 충분히 벌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면담의 끝에서 세현은 사과를 다시 했다. 가족에게 용서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앞으로 질문을 받거나 조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때 확인된 말로 답하겠다고 했다. 가족은 사과문을 받겠다고 했다. 받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수 있다고 조정관이 덧붙이기 전에 가족이 직접 말했다.
“종이는 가져갈게요. 용서한다는 답은 안 합니다.”
세현은 알겠다고 답했다. 가족은 서명된 사과문과 앞선 사실표를 가방에 넣었다. 녹음을 끄고 파일이 저장된 것을 확인했다. 조정실 밖에서 딸인지 다른 가족인지 모를 사람에게 전화해 오늘은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세현은 그 목소리를 듣고 문 안에서 기다렸다.
채영은 면담 뒤 제출자료와 다음 병원 설명 일정을 확인했다. 자기 의뢰인인 세현에게 오늘 잘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질문이 남으면 공식 경로로 받을 수 있게 연락 담당을 정리했다. 세현은 자신이 밤에 가족에게 개인적으로 긴 메시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오늘의 답을 자기 불안 때문에 더 길게 덮을 필요는 없었다.
하진은 세현을 사무실로 데려가지 않고 잠깐 걸었다. 두 사람은 병원 뒤 산책로를 지나갔다. 세현은 용서를 받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숨을 조금 쉬겠다고 말했다. 하진은 오늘 사과를 가족의 답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세현은 그 말을 결론으로 외우지 않고 한동안 걸었다.
그날 영숙의 집에는 소라의 두 번째 낮 근무가 있었다. 영숙은 첫날보다 말을 덜 했다. 소라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안심이 있었다. 식탁에 놓인 음식은 미리 합의한 자리였고, 낮잠에 들 때 전화기와 담요가 손에 닿았다. 도움받는 일을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두 번째 날이었다.
영숙은 창가 사진의 먼지를 닦아 달라고 했다. 소라가 액자를 들기 전에 위치를 물었다. 영숙은 남편이 늘 앉던 쪽이라 그대로 두라고 했다. 소라는 액자를 닦고 원래 방향으로 돌렸다. 사진이 반짝이자 영숙은 젊은 남편의 셔츠 색을 말했다. 기억은 기기 기록처럼 정정할 필요 없이 한동안 파란색이었다.
소라는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영숙은 집안 일을 못하던 사람이라고 했다가 웃었다. 설거지 노래는 잘했는데 그릇을 늘 하나씩 남겼다고. 소라는 남겨진 그릇을 꼭 게으름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자기 집에도 마지막 컵을 어느 사람이 가져갈지 늘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영숙은 딸의 그릇을 떠올렸다. 선미 첫날 식탁에 남겼던 그릇이었다. 사람을 보내고 물건을 남겨 두는 일을 자기가 여전히 하고 있었다. 그는 소라에게 오늘은 식탁 그릇을 모두 치워도 좋다고 했다. 딸은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는 날이었다. 누군가의 식사를 집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낮이었다.
열두 시에 소라가 근무를 끝냈다. 영숙은 그에게 첫달 비용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물었다. 기관 지급일에 맞춰 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영숙은 자기가 벌써 돈을 냈으니 근무자도 이미 받았다고 생각한 것을 알아챘다. 소라는 기관의 날짜가 있다고 설명하고, 자기 지급은 자기가 확인하겠다고 했다.
영숙은 대답을 듣고 더 묻지 않았다. 자신이 돌봄노동자의 급여 담당자가 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자기 집의 근무가 누군가의 무급 선의로 불리지 않기를 바랐다. 소라가 밖으로 나가자 영숙은 낮잠을 잤다. 조용한 집에서 몸을 누이는 것이 전주보다 덜 무서웠다.
채영은 면담을 끝낸 뒤 사무실로 돌아와 남은 업무를 했다. 수진이 오늘 점심을 먹었는지 물었다. 채영은 같이 먹자고 했다. 둘은 회사 앞 백반집에서 앉았다. 채영은 세현 면담 이야기를 자세히 하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가 집에서 귀가 뒤 처음 혼자 낮잠을 제대로 잤다고 말했다.
수진은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다고 했다. 채영은 자기가 더 기뻐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어머니가 혼자 자는 몇 분 동안 자기도 일을 할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자기 삶이 돌아오는 것이 어머니에게서 시간을 빼앗는 기분으로만 남지 않았다. 밥그릇 바닥이 보일 때까지 둘은 다른 사건을 이야기했다.
오후에 병원의 수정 사과문이 도착했다. ‘유감’ 하나로 끝나는 문장이 아니었다. 인력 결원에 대한 대체 조치 부족, 중앙 전달 실패와 제안 미실행, 위험보고 요약과 보존 누락, 가족이 반복해서 기록을 찾은 부담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었다. 채영은 사실표와 대조하고 가족에게 보냈다.
가족은 다음날 병원의 책임자가 직접 읽고 질문을 받길 요청했다. 병원은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이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채영은 배상안의 지급 조건과 일정도 같은 날 확인하도록 했다. 설명과 사과를 듣기 위해 방문한 가족이 또 돈 이야기를 위해 다른 날 오게 하지 않으려 했다.
세현은 저녁에 집에서 사과문 사본을 다시 읽었다. 자신의 고통을 지운 자리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 자리에 환자를 보던 기억이 들어왔다. 그는 그 기억을 지금 가족에게 메시지로 보내지 않았다. 기억이 사실을 더 좋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대신 다음 진료의 일정을 확인하고 잠을 준비했다.
영숙은 딸에게 오늘 소라와 남편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채영은 자기 아버지가 그릇을 남기던 장면을 기억했다. 그릇은 늘 그녀가 간식 먹을 때 쓰는 그릇이었다. 영숙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게으름이라고 부르던 남편의 습관이 딸에게는 배려였을 수도 있었다. 사진 속 사람은 바뀌지 않았지만 저녁의 이야기는 조금 바뀌었다.
채영은 아버지 이야기가 과거 사고의 진술 정정과 닮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모든 집의 기억을 교훈으로 묶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남편을 좋아했고 화도 냈고 자기 딸의 그릇을 지금까지 남겼다. 둘은 그 기억 안에서 같이 웃었다. 돌봄 계획의 어떤 항목에도 없는 웃음이었다.
밤에 가족에게서 짧은 답이 왔다. 병원 설명을 듣고, 다툼 없는 비용 우선지원도 문서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채영은 내일 준비할 목록을 가방에 넣었다. 영숙은 자기 달력의 다음 목요일을 가리켰다. 소라에게 다시 오라고 해 달라고 했다. 낮 두 시간이 이제 실제로 살아 본 시간으로 골라졌다.
채영은 신청을 마치고 소파 옆에 앉았다. 어머니의 손이 무릎에 와 닿았다. 낮에 누구도 용서를 강요받지 않았고, 밤에 누구도 혼자 견뎠다고 자랑할 필요가 없었다. 직접 들은 말이 있었고 다시 오길 원하는 사람이 있었다. 채영은 그날 일을 충분하다고 평가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