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야간 왕진
네 줄과 한 사람
조정실의 종이는 이번에 한 장으로 줄었다. 네 줄이 있었고 각 줄 옆에는 확인자료와 답할 사람이 적혀 있었다. 피해 가족은 앉자마자 종이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한 장이면 이제 다 설명됐다는 뜻인지 물었다. 채영은 질문할 길을 짧게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가족은 종이를 접지 않았다.
조정실의 종이는 이번에 한 장으로 줄었다. 네 줄이 있었고 각 줄 옆에는 확인자료와 답할 사람이 적혀 있었다. 피해 가족은 앉자마자 종이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한 장이면 이제 다 설명됐다는 뜻인지 물었다. 채영은 질문할 길을 짧게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가족은 종이를 접지 않았다.
세현이 먼저 자신의 줄을 읽었다. 환자 변화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직접 확인과 이송 판단이 늦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다른 항목을 같이 읽어 달라고 하지 않고 그 줄 아래 서명했다. 오른손의 떨림 때문에 글씨가 번졌지만 이름은 알아볼 수 있었다. 펜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전에 가족을 보았다.
병원의 책임 있는 참석자가 두 번째 줄을 읽었다. 두 인력 결원에 대한 위험이 보고됐고 충원은 연기됐으며 실제 대체 조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세 번째에는 중앙 전달 실패와 예방 제안이 실제 적용되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네 번째는 원문 위험보고의 요약과 보존 누락이었다.
서정오는 자신이 맡은 요약과 보존 누락 부분에 답했다. 결재 담당자는 충원 연기를 읽었다. 병원 참석자는 여러 사람의 확인을 조직의 공식 설명으로 인정했다. 한 사람을 찾아 세 줄을 몰아 주지 않았다. 이미란의 이름은 그날 근무 동선을 설명한 사람으로 남았고, 결원을 만든 사람으로 옮겨 적히지 않았다.
피해 가족은 네 줄 아래에 새 문장을 요구했다. ‘환자와 가족은 일치하지 않는 설명 때문에 반복해서 기록을 찾고 병원을 방문했다.’ 채영은 그 문장을 그대로 넣었다. 병원 참석자는 문구를 검토할 시간을 잠깐 요청했고, 가족은 지금 읽을 수 있는 사람을 데려왔는데 왜 또 기다려야 하냐고 물었다.
참석자는 조정에 관한 결정 권한이 있었다. 그는 법무 담당과 짧게 확인한 뒤 그 사실을 인정했다. 세현도 자신이 반복한 잘못된 기억으로 가족이 다시 찾아야 했던 일을 인정했다. 수정된 종이가 출력됐고 참석자들은 다시 자기 줄을 확인했다. 가족은 첫 출력본을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바뀐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조정관은 확인한 사실과 아직 평가가 필요한 인과관계를 나눠 설명했다. 가족은 그 말을 알아들었지만 화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병원이 인정한 항목이 있는데 그동안 자기들은 왜 기억이 잘못됐다는 말을 먼저 들었는지. 서정오는 고개를 들고 그 설명이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세현도 자신의 앞선 진술을 정정했다.
“이제 우리가 가족에게 뭘 다시 말해야 하죠?”
세현은 가족 대신 정리해 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신과 병원이 각각 설명할 자리를 만들고 가족이 듣고 싶은 범위를 고르도록 요청했다. 가족은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사과문만 읽는 행사는 싫다고 했다. 먼저 세현에게 직접 질문하고, 다음에는 병원의 별도 사과와 배상안을 받겠다고 했다.
병원 참석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조정관은 면담과 배상안 제시 날짜를 같은 회의에서 정했다. 가족은 돈을 이야기하면 자기가 질문을 멈춘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채영은 설명과 생활의 비용을 어느 하나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가족이 이미 제출한 비용자료는 별도 봉투 안에 있었다.
가족은 비용자료를 꺼냈다. 반복 방문의 교통비, 일을 비운 시간에 관한 자료, 이미 부담한 항목들이었다. 세현은 그 숫자를 보고도 자신의 고통이 더 컸다는 말을 떠올리지 않았다. 자기 진료를 그만둔 시간은 스스로 선택한 일도 있었지만, 가족은 선택하지 않은 길을 오랫동안 걸었다.
병원 측은 분명하게 다툼이 없는 비용을 우선 지원하고 나머지 배상 논의를 이어 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가족은 지원금을 받으면 합의를 전부 끝내야 하는지 물었다. 조정관이 문서를 확인했다. 오늘 제안에는 그런 조건을 붙이지 않기로 병원 참석자가 명시했다. 채영은 문장으로 남긴 뒤 가족에게 읽어 주었다.
가족은 다음날 검토 답변을 하겠다고 했다. 즉석에서 계좌를 내지 않았다. 병원은 오늘 사실표의 수령을 지원 수령 동의로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세현은 이 과정에서 말을 더하지 않았다. 자신이 서명했다고 가족의 결정을 빨리 받아도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은 확인된 사본을 가방에 넣었다.
회의 뒤 이미란이 문 앞에서 잠깐 기다렸다. 가족에게 자기 보완 진술이 전달됐는지 묻고 싶었다. 가족은 받았다고 했다. 그날 동선을 몇 번 다시 봤다고. 이미란은 알겠다고 답했다. 가족은 그녀가 자기 설명을 지우지 않은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용서나 이해의 문장 대신 자료의 한 부분에 대한 답이었다.
세현은 병원 밖 벤치에 앉아 자기 서명을 봤다. 그 이름이 있는 종이를 가족이 갖고 간 것이 두려웠다. 동시에 자신의 잘못이 떠도는 전설이 아니라 질문에 답한 사실로 남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진은 그에게 어떤 기분인지 물었다. 세현은 둘 다라고 답했다. 하진은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지 않았다.
그날 영숙의 집에서는 소라가 첫 낮 근무를 했다. 앞의 두 시간이었다. 채영은 출근 전에 준비한 음식과 연락 계획을 확인하고 나갔다. 소라는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추가 근무처럼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영숙에게 인사한 뒤 정해 둔 시각에 근무를 시작했다. 계약 확인은 기관이 맡았고, 집에서는 사람이 서로 얼굴을 봤다.
영숙은 소라에게 오늘 첫 한 시간은 이야기보다 조용한 시간이 좋다고 말했다. 소라는 옆 의자에 앉아 자기 기록을 정리하다가 영숙의 손짓을 봤다. 물컵을 가까이 옮겨 달라는 뜻이었다. 질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침묵 속에 필요한 부탁은 들어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소리를 많이 내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채영은 사무실에서 첫 연락을 기다렸다. 영숙은 오전에 한 번만 문자로 안부를 알리고 낮잠 중에는 정한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소라가 보내 온 첫 기록에는 음식과 휴식, 영숙이 직접 한 말이 있었다. 채영은 그 문장을 보고 회사 파일을 열었다. 어머니를 잊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일을 하는 사람이 됐다.
낮 열두 시, 소라는 계약 두 시간을 마쳤다. 영숙은 낮잠 전에 전화기 위치와 물을 확인했다. 소라가 나가기 전에 더 있어야 할지 묻지 않았다. 영숙은 자신의 다음 시간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현관에서 인사한 뒤 집은 조용해졌다. 오늘 혼자 남는 시간은 앞의 도움을 받아 조금 더 짧아져 있었다.
영숙은 딸에게 문자를 쓰다 잠이 왔다. 길게 쓰지 않고 ‘밥 먹었고 잘 거야’를 보냈다. 강변 돌은 종이배 옆에 있었다. 노란 담요는 소파 끝에서 쉽게 당길 수 있었다. 전화기는 고정대에 있었다. 그는 물건의 순서를 다시 확인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조정실에서 돌아온 채영은 예정한 업무를 마치고 집에 왔다. 영숙은 첫 낮 근무를 한 번 더 받아 보고 싶다고 했다. 소라에게 서랍을 열어 달라고 하지 않았고 자기 이름으로 불린 게 좋았다고. 채영은 어머니가 원하는 다음 배정에 맞춰 기관에 연장 신청을 했다. 지수에게는 공공지원과 다른 낮 계약이 시작됐다고만 알렸다.
세현은 저녁에 직접 사과문 초안을 다시 썼다. 첫 문장에 자기 고통을 넣지 않았다. 가족이 물었던 늦은 판단, 정정한 기억, 반복 방문을 분명하게 썼다. 사과한 뒤 무엇을 하겠다는 문장은 가족의 의사에 따라 조정 절차와 부담을 함께 확인하겠다는 짧은 말이었다. 자기 회복을 가족이 보증해 달라는 문장이 사라졌다.
그는 초안을 하진에게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진은 세현의 얼굴 대신 문장을 봤다. ‘저도 그날 이후’로 시작한 문장 하나에 줄을 그었다. 세현은 그것이 자신의 사과를 진심으로 만드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읽자 가족이 자기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문장이었다.
줄을 지우고 나자 종이가 짧아졌다. 세현은 이 정도면 너무 적지 않냐고 물었다. 하진은 길이를 세는 대신 가족의 질문에 빈칸이 있는지 보자고 했다. 두 사람은 질문지와 사과문을 나란히 놓았다. 답을 못 하는 질문에는 모르는 범위와 확인할 사람을 적었다. 가족 앞에서 새 이야기를 꾸며낼 필요가 없었다.
병원에서도 별도 사과문을 만들었다. 서정오가 처음 보낸 초안에는 요약과 보존 누락이 빠져 있었다. 채영은 그 문장을 다시 넣으라고 요청했다. 병원 참석자는 오늘 서명한 네 줄 가운데 조직이 답해야 할 세 줄과 반복 설명의 부담을 구체적으로 반영해 다음날 보내겠다고 했다.
가족은 밤에 사실표를 다른 가족과 함께 읽었다. 어떤 사람은 지원금부터 받자고 했고 어떤 사람은 아직 화가 났다고 했다. 둘은 싸우지 않았다. 화가 난 채로 실제 쓴 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서에서 확인했다. 지원 수령과 전체 합의가 묶이지 않는 문장을 찾아 표시했다.
영숙은 채영에게 오늘 점심 뒤 꿈을 꿨다고 말했다. 손녀의 강아지가 종이배를 타고 갔고 신발은 여섯 개가 아니라 하나였다고 했다. 채영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다. 네 책임 줄이 있는 낮과 강아지 신발 하나가 있는 밤은 같은 딸의 하루 안에 있었다. 종이를 닫으면 오늘 집의 목소리가 들렸다.
채영은 다음 낮 계약의 비용을 확인하고 불을 낮췄다. 회사의 한 달 근무표와 집의 돌봄표는 실제로 두 번째 주를 지나고 있었다. 계획대로 안 된 밤도 있었지만 그 밤에는 병원의 도움과 정해 둔 업무 교대가 작동했다. 영숙은 집으로 돌아왔고 오늘 낮에는 사람 하나를 직접 선택했다. 네 줄의 끝에는 한 사람의 생활이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