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 하드SF 재난극 56화

라그랑주 5의 유언

빛이 닿지 않는 쪽

아리는 팔뚝의 솜털이 서는 것을 보고 외벽 전위를 열었다. 갑자기 방사선이 몸에 닿아 털을 세웠다는 뜻은 아니었다. 배와 거주지 사이의 공기 흐름이 달라졌고, 냉각을 위해 들어온 바람이 땀을 식혔다. 그녀는 감각만으로 외부 상황을 정하지 않았다. 단말에는 선행 입자 흐름의 증가가 분명하게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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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는 팔뚝의 솜털이 서는 것을 보고 외벽 전위를 열었다. 갑자기 방사선이 몸에 닿아 털을 세웠다는 뜻은 아니었다. 배와 거주지 사이의 공기 흐름이 달라졌고, 냉각을 위해 들어온 바람이 땀을 식혔다. 그녀는 감각만으로 외부 상황을 정하지 않았다. 단말에는 선행 입자 흐름의 증가가 분명하게 올라와 있었다.

본체 도달 창은 네 날에서 일곱 날로 유지됐다. 앞서 닿은 흐름만으로 그 창을 오늘 밤으로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러나 외벽 작업자에게는 오늘의 제한이 중요했다. 아리는 배 외장 점검에 나가려던 기사들을 불러들였다. 기사는 손에 들고 있던 수리 테이프를 접으며 아직 한 구간이 남았다고 했다.

“안에서 확인할 방법을 먼저 쓰죠.”

기사는 보호복의 목 고리를 이미 잠가 놓았다. 고리를 풀다가 손이 미끄러졌고 다른 기사가 뒤에서 받쳐 줬다. 아리는 두 사람이 장비를 벗을 때까지 기다렸다. 밖에 나가지 않는 결정이 단말의 한 줄로만 끝나면 작업자는 다음 호출에도 다시 같은 옷을 입게 된다. 그녀는 오늘 남은 외장 점검을 내부 접근으로 바꾼 작업표를 직접 넘겼다. 기사는 자기 도구함에서 탐침 끝에 쓸 작은 거울을 찾아냈다. 밖에서 손으로 보던 위치를 안에서 보려면 빛을 한 번 꺾어야 했다. 거울을 고정하다가 그는 처음으로 웃었다. 평소 버리지 못해 갖고 다니던 물건이 오늘 사람 대신 틈으로 들어갔다. 아리는 거울의 위치를 확인하고, 안쪽 접근로에서 사람 몸이 지나갈 길도 함께 비웠다.

외부 카메라 영상에서 흰 점들이 지나갔다. 별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센서에 들어오는 잡음이었다. 운항팀은 마지막 구간의 사진을 다시 찍으려 했지만 같은 점 때문에 정밀한 판독이 어려웠다. 마테오가 과거의 분해 사진을 찾아 주었다. 아리는 그 사진이 오늘의 상태를 증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안쪽 점검구에서 고정 상태를 확인했다. 손을 넣는 것이 아니라 긴 탐침과 카메라를 넣는 방법이었다. 전원을 격리하고 뜨거운 접점을 피했다. 좁은 틈에서 탐침이 멈췄다. 부품이 부러진 것이 아니라 여분 케이블이 걸린 것이다. 안쪽에서 그 케이블을 정리하자 마지막 연결부가 보였다.

예상한 절연 손상은 없었다. 외벽에 한 사람을 더 내보내지 않고도 확인을 끝냈다. 아리는 탐침을 빼다가 끝이 뜨거운 것을 느꼈다. 장갑 바깥면이 얇게 변색됐다. 그녀는 맨손으로 만지지 않고 작업대 위에 놓았다. 오늘의 제한은 몸이 무서움을 느끼기 전에 적용할 수 있어야 했다.

안쪽 대기구역에서는 사나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녀는 전날 이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누군가는 방사선 때문이냐고 물었다. 의료팀은 그렇게 결론 내리지 않았다. 혈압과 탈수, 수면, 최근 작업 상황을 평가했다. 니마는 그녀의 컵이 아침부터 비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물을 권하는 것으로 모든 평가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사나는 그제야 자신이 마신 양을 말했다. 니마는 물통을 가져왔다. 오전에 차폐를 위해 묶어 둔 물이라 마음대로 한 통을 빼면 보호 배치가 달라졌다. 그녀는 배식 담당에게 의료용 물을 요청하고 차폐 담당에게 현재 배열을 유지할 다른 통이 있는지 물었다.

사나가 앉은 뒤에는 손잡이가 잘 보였다. 그 손잡이는 설치 당시 할머니가 떼지 말라고 했던 물건이었다. 사나는 그 말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자기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몸을 기대었다. 어느 가족의 요구가 다른 사람의 머리 아픈 오후를 지탱했다. 니마는 의료팀이 사나를 더 안쪽 휴식실로 옮기는 동안 뒤에서 의자를 들었다.

휴식실은 좁았다. 원래 세 명이 앉을 공간에 네 명이 들어오면 문이 닫히지 않았다. 도한은 창고 한 구역의 비축품을 옮겨 더 큰 대기공간을 열기로 했다. 창고를 비우면 화물이 생활 통로로 나온다. 리오는 옮길 목록에서 지금 배에 실을 물건과 남길 물건을 분리했다.

처음 꺼낸 상자는 아무도 쓰지 않는 기념품이었다. 재단 행사 때 받은 컵과 작은 명패가 들어 있었다. 리오는 버리자고 했으나 소유자가 있었다. 그는 주인에게 연락했다. 주인은 명패 두 개만 남기고 컵은 공용으로 써도 된다고 답했다. 빈 상자가 접혀 나갔고 바닥 한 평이 생겼다.

두 번째 상자에는 의약품이 있었다. 빨리 옮기려고 수레에 올리면 보관 온도가 바뀔 수 있었다. 의료팀이 받아 지정된 공간으로 옮겼다. 니마는 이럴 때마다 왜 이렇게 복잡하냐고 중얼거렸다. 리오는 답을 하기보다 옮긴 물건의 주인을 다시 확인했다. 복잡하다는 이유로 사라진 상자를 만들 수는 없었다.

창고 안쪽의 벽 뒤에는 냉각관이 있었다. 방사선 차폐 효과만 보고 의자를 놓았다가 관 점검을 막으면 다음 고장은 더 큰 생활 공간을 빼앗을 수 있었다. 아리는 의자와 물통 위치를 조정했다. 휴식실의 문은 열고 닫을 수 있었고 의료장비를 가진 사람이 들어갈 폭도 남았다.

사나는 새 자리로 옮기면서 니마에게 자기 옷장을 잠가 달라고 했다. 니마가 옷장까지 돌봐야 하는 환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사나는 검진을 받는 동안 가져온 공구가 개인 물건과 섞일까 걱정했다. 니마는 열쇠를 받아 잠근 뒤 돌려주었다. 자기 손으로 다시 열 수 있게 침대 옆에 놓았다.

오후 외부 통신은 잠깐씩 끊겼다. 아리는 항로와 도착 정거장의 수신을 확인했다. 상대는 암석 차폐 구역을 갖춘 보급정거장의 임시 수용팀이었다. 예정한 항해창에 들어오는 배를 받아 줄 수 있다고 했고, 의료 이송 준비도 확인했다. 그쪽의 수용기간과 이후 거처는 별도 협의 대상이었다.

도한은 지금이라도 출항 준비를 늦춰 관측값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의견을 받았다. 운항팀은 본체 폭풍 도달 전의 현재 창과 선행 흐름이 통신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기다리면 오늘의 잡음은 낮아질 수 있으나 항해의 안전 여유도 줄었다. 아리는 외부 사진을 믿지 못할 때는 안쪽 실측을 더 쓰고, 통신 확인이 가능한 예정창을 유지하자고 했다.

누구도 그 선택이 위험을 모두 제거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실제 중단 조건과 대체 진입 경로를 정했다. 아리는 전날 부하시험에서 통과한 배치를 다시 손대지 않았다. 정비가 끝난 고정구와 예비전원은 현재 확인된 상태였다. 출항을 두려워한다고 매번 그 숫자를 새로 줄이는 대신 오늘의 조건을 대조했다.

리오는 거주지 공용판에서 외벽 접근 금지 표식을 붙였다. 마테오는 옆에서 창밖을 보았다. 오래 일한 외벽이 이제 자기를 부르지 않았다. 그는 그 조용함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손이 허전했다. 니마는 마테오에게 남은 공구를 설명한 음성기록을 다시 들려 달라고 했다.

그는 기록을 듣다가 한 설명의 방향을 잘못 말했음을 알아차렸다. 오른쪽을 왼쪽이라고 했다. 대체 기사가 현장에서 반대쪽을 가리키며 물었을 때는 고쳤지만 원래 음성파일에는 남아 있었다. 마테오는 바로 새 파일을 만들고 원래 파일에 오류표시를 넣었다. 작은 교정이 내일 누군가의 몸을 반대쪽으로 보내지 않게 했다.

니마는 그를 보며 말했다. “떠나면 네 말이 더 오래 남겠다.”

마테오는 웃지 않았다. 그는 그 부담을 한동안 느꼈다가, 대체 기사가 실제로 같은 방향을 이해하는지 묻는 방법을 찾았다. 파일 하나로 일을 전부 넘길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이 도면을 펴고 실제 위치를 확인한 뒤에야 마테오는 자기 옷을 접었다.

의무실에서 사나의 평가 결과가 나왔다. 추가 관찰과 휴식이 필요했고 그날 밤 바깥 작업은 하지 않았다. 니마는 머리가 아프면 먼저 말해 줘서 좋았다고 했다. 사나는 고작 물을 안 마셨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움직였다고 투덜댔다. 의료팀은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지 않았고 다음 상태를 다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의 새 대기실에는 사나뿐 아니라 어린아이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함께 들어왔다. 공용 컵에는 재단 행사의 낡은 로고가 있었다. 리오는 그 컵을 뒤집어 웃었다. 행사를 기념하려고 창고에 남았던 물건이 오늘 물을 담았다. 밖으로 보여 줄 성과보다 안에서 쓰일 용도가 오래 남는 날이었다.

아리는 배 점검구를 닫고 장갑을 벗었다. 변색된 장갑은 폐기 봉투에 들어갔고 피부에는 손상이 없었다. 그녀는 기사가 밖으로 나갔더라면 얼마나 빨리 마쳤을지 계산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오늘 받은 노출과 앞으로 일할 시간을 줄였다는 것이 현재 결과였다.

창밖의 흰 점이 영상에서 줄었다. 센서가 조용해진 순간 별이 다시 또렷하게 나타났다. 마테오는 별을 보며 사나의 농담을 떠올렸다. 고장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빛. 아리는 그것이 잠깐의 고요인지 긴 고요인지 더 관측할 것이라고 말했다. 별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단말에는 도착 정거장의 수신 확인이 남았다.

리오는 배에 실을 마지막 봉투를 건넸다. 안에는 거주지에 남은 사람들의 공개 요청 목록이 있었다. 개인 의료자료는 넣지 않았다. 외부 수용팀에 전할 잔류 보호와 다음 운항 지원 요청이었다. 아리는 봉투를 받으며 이것까지 가져가면 무게가 너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이는 가벼워.” 리오가 말했다. “답을 혼자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무거운 거야.”

아리는 봉투를 공동 보관함에 넣었다. 운항팀과 수용팀이 같이 읽어야 했다. 자기 개인 가방에는 수첩 한 권만 남았다. 오늘 그녀는 빛이 닿는 외벽에서 한 사람을 불러들였고, 빛이 닿지 않는 안쪽에서 여러 사람의 자리를 넓혔다. 내일은 그 자리에 남을 사람들과 배에 오를 사람들이 서로 손을 놓을 수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