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상업 미스터리 56화

의주대로의 붉은 매듭

돌아온 손의 모양

한덕수는 객주 앞에서 한 번 멈췄다. 바닥의 문턱을 넘으면 정말 돌아온 사람이 될 것 같아, 발을 들어야 하는 그 작은 순간이 먼 길보다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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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는 객주 앞에서 한 번 멈췄다. 바닥의 문턱을 넘으면 정말 돌아온 사람이 될 것 같아, 발을 들어야 하는 그 작은 순간이 먼 길보다 어려웠다.

매화가 문밖으로 달려 나왔고 오라비는 그 발소리를 듣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품에는 아무 짐도 없었다. 떠날 때 메었던 약상자와 돈보자기는 없고 허리에는 남의 손으로 꿰맨 천이 감겼다. 매화는 그 천을 보지 않았다. 얼굴까지 두 걸음 남았을 때 갑자기 걸음이 느려졌다.

그 얼굴이 자기 기억과 달랐다. 수염이 자랐고 한쪽 뺨이 꺼졌다. 발뒤꿈치가 짚신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매화는 손을 내밀었다가 멈췄다. 아플까 봐서였다. 한덕수가 먼저 누이의 손목을 잡았다. 손의 힘이 약해도 잡는 순서는 어릴 때와 같았다.

“밥은.”

두 사람 입에서 같은 말이 나왔다. 매화가 웃고 오라비가 기침했다. 그녀는 웃음을 멈추고 등을 두드리려다가 복단을 보았다. 복단이 천천히 팔을 받치라 했다. 매화는 오라비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객주 안으로 데려갔다.

오늘 도착한 사람들은 하나씩 이름을 말했다. 기다리던 식솔이 달려오면 기록을 멈추고 사람이 만날 시간을 주었다. 누구의 수가 먼저 맞느냐고 소리치는 사람은 없었다. 만복은 상인 열여덟의 이름 앞에서 직접 얼굴을 확인했다. 돌아온 열일곱과 오지 않은 박만수의 자리는 나누었다. 막동이 과거 세었던 열일곱과 오늘 마당의 열일곱은 숫자만 같다고 합칠 일이 아니었다.

짐꾼 쪽 명단은 아전이 가지고 왔다. 같은 이름으로 불린 사람이 있어 본명과 별명을 직접 물었다. 칠복의 이름은 별도의 피해 확인표에 남았다. 그의 고향과 누이를 찾아야 했고 객주 출발명단의 누구와 같은 사람인지도 독립으로 대조해야 했다. 글에 이미 적힌 서른과 몸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억지로 맞춰 놓을 수는 없었다.

길만수는 길상과 함께 문을 넘었다. 형은 동생을 앞세웠으나 동생이 다시 형을 앞으로 밀었다. 두 사람이 문턱에서 서로 밀다가 동시에 들어왔다. 길상의 눈은 울어서 부어 있었고 형은 왼쪽 어깨를 잘 펴지 못했다.

“이걸 돌려줄게요.”

길상은 손수건을 내밀었다. 길만수는 만지다가 웃었다. 동생의 바느질이 남아 있는 모서리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길상은 그 웃음이 나오는 것이 화났다. 몇 날을 기다리며 들고 다닌 물건이었다. 그런데도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그 화를 어디에 써야 할지 몰랐다.

“집에 가기 전에 말할 게 있어.”

길만수가 말했다. 길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노동자의 줄을 세우고 관리인에게 배급표를 넘긴 날들이 있었다. 어느 날부터 자기 몫을 덜어 병자에게 준 사실이 앞의 일을 없애지는 않았다. 아전은 길만수의 진술을 따로 받아 왔다. 그는 신병 확인을 마친 사람이지 모든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선언된 사람이 아니었다.

길상도 자기가 상단을 북쪽으로 유인한 말을 다시 했다. 형이 처음 들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객주 마당에서 직접 듣는 일은 달랐다. 길만수는 손수건을 돌려받은 손으로 동생 어깨를 잡았다.

“내가 너에게 줄 돈부터 생각했지. 무슨 일로 버는 돈인지 말하지 않았고.”

그는 동생을 대신해 모든 죄를 지겠다고 하지 않았다. 동생도 형 대신 줄을 세웠다고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손은 서로 닿았지만 책임은 따로 놓였다. 연화는 그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 돌아온 관계를 장부 한 줄로 묶을 수 없었다.

한덕수는 마른 방에 앉았다. 매화가 물을 주고 쌀죽을 놓았다. 그는 물보다 죽그릇을 오래 보았다. 누이가 목숨 걸어 준비한 음식인 듯 덜 먹으려 했다. 매화가 숟가락을 손에 쥐여 줬다.

“그렇게 보면 죽이 더 불어요.”

덕수는 한 입 먹고 눈을 감았다. 웃을 때보다 그 얼굴이 오래 남았다. 매화는 자기 숟가락도 들었다. 오라비가 보는 동안 누이도 먹어야 했다. 둘이 함께 죽을 먹는 소리가 방 안에 작게 났다.

바깥에서 금속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두칠이 솥뚜껑을 놓친 것이었다. 덕수는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문을 봤다. 매화가 팔을 잡자 그가 몸을 비틀었다. 누가 잡으면 먼저 뿌리치던 시간이 방 안까지 따라왔다. 누이는 곧 손을 놓았다. 덕수는 손목을 자기 가슴에 대고 한참 숨을 몰아쉬었다. 밖에서 아이가 잘못했다고 소리쳤다.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덕수의 등이 낮아졌다. 매화는 떨어진 숟가락을 씻어 다른 자리에 놓았다. 오라비가 집에 왔다고 모든 소리가 집의 소리로 들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다음 그릇을 받칠 때 손목을 잡지 않고 손바닥을 펴 기다렸다. 덕수는 자기 쪽에서 그 손에 그릇을 올렸다.

연화가 오래된 매매쪽지와 푸른 소매, 약짐 명단을 가져왔다. 덕수는 소매를 보고 즉시 자기 것이라 말했다. 매화가 수놓은 꽃잎이 있었다. 그가 돌다리 뒤에서 감시꾼의 눈을 피해 왼손으로 소매를 뜯어 나루 아래로 던졌다고 했다. 안단의 열일곱 획과 점은 당시 앞으로 가자던 사람의 수와 돌아가고 싶어 따로 표시한 자기 몫이었다고 설명했다.

연화는 그 해석이 본인의 오늘 진술임을 남겼다. 나루에서 던져진 천에 광산의 이후 사망자를 넣지 않게 되었다. 덕수는 어째서 그 수를 신호처럼 적었는지 물으면, 안으로 들어가기 전이라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고 답했다. 뒤늦은 설명 하나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안심시키지는 못했다. 그래도 오래 기다린 질문 하나는 끝났다.

약짐 명단의 수결은 덕수가 그렸다고 했다. 갱 안에서 갈라진 손가락으로 붓을 잡기 어려워 짧게 찍다가 마지막 획이 둘로 갈라졌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이름을 써 달라고 한 줄도 있었다. 그때 숨 쉬고 함께 있던 사람의 이름을 적었으며 쪽지가 나간 뒤의 생사를 보증할 문서는 아니었다.

매화는 그의 손을 보았다. 굳은살과 갈라진 자국이 새 수결보다 먼저 있었다. 밭을 팔던 날 오른손을 다쳤다는 노인의 기억까지 물어야 했지만 오늘 모두 묻고 싶은 마음을 거뒀다. 오라비가 숟가락을 오래 쥐지 못했다. 그녀는 문서를 치우고 빈 그릇을 받았다.

덕수가 그릇을 놓자 옆방에서 박만수의 아내가 일어섰다. 그는 문턱에 앉아 덕수에게 남편을 마지막으로 본 날을 물었다. 덕수는 갱목이 꺾인 날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막동이 보았던 장면의 앞부분을 직접 보았다. 박만수가 사람 둘을 밀어 바깥으로 보낸 뒤 돌이 떨어졌다.

여자는 눈을 감지 않았다. 덕수는 자기 눈으로 숨이 멎는 순간까지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먼지와 돌 때문에 가려졌고 다시 들어갔을 때 경비가 몸을 옮겼다. 아전이 그 뒤의 회수와 매장 진술을 가지고 왔다. 두 증언은 같은 사람이 본 것처럼 합쳐지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소.”

여자가 말했다. 덕수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남편의 저고리를 가져가려고 문안으로 들어갔다. 비워 둔 방을 누가 쓰는지 따지지 않았다. 오늘 돌아온 사람의 몸이 거기 누워야 했다. 하지만 남편이 마지막으로 누운 곳을 찾아갈 자기 자리는 남아야 했다.

마당에서 노삼이 사람들 그릇을 닦았다. 복단은 쉬라고 했지만 노삼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창고로 다시 끌려갈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했다. 복단은 아픈 팔로 큰 솥을 들지 말고 작은 그릇만 닦으라고 했다. 할 수 있는 일의 크기를 자기 몸에 맞추는 것도 돌아오는 일이었다.

두칠은 덕수에게 약짐 끈에서 종이를 떼어 온 일을 말했다. 덕수는 자기가 바깥으로 내보내려 끼운 것이라 답했다. 약짐 주인의 허락까지 대신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종이의 작성자에게는 돌려줄 수 있었다. 아전이 내용을 확인하고 두칠의 취득진술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아이는 먼저 사과했다.

덕수는 그에게 화내지 않았다. 덕수에게 닿으려고 아이가 종이를 떼어 온 것은 아니었고 그 덕분에 누이가 기다릴 길을 얻었다. 선의로 바꿔 부를 필요 없이 실제 한 일의 결과를 함께 볼 수 있었다. 두칠은 빈 손으로 방을 나왔는데도 무언가 돌려받은 얼굴이었다.

밤에는 객주 손님들이 잠자리를 양보했다. 만복은 오늘 들어온 사람의 품삯을 내일부터 알아보겠다고 했다. 우석이 바로 일하겠다고 하자 복단이 발을 보였다. 갱에서 나온 날과 몸이 일을 할 수 있는 날은 달랐다. 무리해 얻을 몇 푼 때문에 상처를 다시 벌리면 이번에는 자기 집까지 늦게 가야 했다.

연화는 그들 앞에서 부조계 궤를 열지 않았다. 귀환한 사람이 살아 있다고 해서 유족에게 줄 계금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규약은 없었다. 구조비와 식솔 구호, 밀린 품삯과 손해를 각각 다른 재원에서 물어야 했다. 지금 장부를 펴면 좋은 소식보다 빚의 숫자가 먼저 얼굴을 덮을 것 같았다.

대신 그녀는 돌아온 사람들에게 내일 직접 고를 일을 말했다. 치료, 집으로 보낼 전갈, 자기 진술, 일한 품삯의 확인. 그중 오늘 밤 급한 하나씩만 정하게 했다. 덕수는 누이와 자겠다고 말했다. 매화는 웃으며 이미 온돌을 데웠다고 답했다.

길만수는 동생에게 손수건을 다시 건넸다. 자기 것이라고 찾아간 물건이었지만 오늘은 동생이 간직했으면 했다. 길상은 받지 않았다.

“이번에는 형이 가지고 있어요. 내가 보고 싶으면 빌릴게.”

길만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수건이 다시 두 사람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물건이 됐다. 잃은 사람의 얼굴을 대신하는 유품도, 죄를 지우는 증표도 아니었다. 밤바람이 문틈으로 들었지만 새 빗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집 안에 사람이 돌아온 소리만 조용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