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미식 로맨틱 코미디 56화

서리 지난 복숭아밭

할인표 뒤의 조각

도경이 놓은 행사표에는 붉은 숫자가 컸다. 매장 판매가를 낮추고 판촉을 하면 처음 손님을 더 모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보리는 그 숫자보다 아래의 작은 줄을 먼저 읽었다. 판촉 비용 일부를 조합 납품대금에서 빼는 안이었다. 옥순은 표를 들었다가 다시 탁자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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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이 놓은 행사표에는 붉은 숫자가 컸다. 매장 판매가를 낮추고 판촉을 하면 처음 손님을 더 모을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보리는 그 숫자보다 아래의 작은 줄을 먼저 읽었다. 판촉 비용 일부를 조합 납품대금에서 빼는 안이었다. 옥순은 표를 들었다가 다시 탁자에 놓았다.

그날 도경은 매장에 놓을 모습을 보여 주려고 작은 시범 매대를 준비했다. 실제 판매행사가 아니라 조합과 함께 가격과 포장을 보는 자리였다. 미정은 시식분을 따로 내고 판매용 병은 개봉하지 않았다. 박 여사는 자기 큰 조각이 든 컵을 매대 앞에 올렸다. 이씨는 향이 보이게 컵을 어디에 놓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장씨는 할인표를 병 위에 붙였다가 원물표시를 가렸다. 보리가 옆으로 옮기자 가격이 덜 눈에 띄었다. 도경은 앞에서 보이는 면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정은 가격이 커졌다고 제품 정보가 뒤로 사라지면 곤란하다고 했다. 장씨는 둘이 함께 보이는 위치를 찾느라 병을 세 번 돌렸다.

도경은 매장 할인으로 손님이 늘면 다음 주문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옥순은 큰 주문이라는 말에 잠깐 마음이 움직였다. 그러나 지난번 월 팔백 병을 오백으로 낮춘 표가 바로 옆에 있었다. 손님이 많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받는 대금이 어느 줄에서 줄어드는지 알고 싶었다.

보리는 납품단가의 원물대와 노동비, 기본 포장비를 보여 줬다. 여기서 판촉 몫을 무제한 빼면 농가들이 받기로 한 기본 원물값이 흔들릴 수 있었다. 박 여사는 병이 싸지는 날 자기 밭 일당도 같이 싸지느냐고 물었다. 도경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씨는 생각하지 않았어도 표는 그렇게 읽힌다고 답했다.

보리는 행사 판매가와 조합이 받는 납품가를 나눠 놓자고 했다.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바꿀 수 있는 범위는 보되, 납품가가 정한 최저선 아래로 내려갈 때는 자동으로 따라가지 않는 안이었다. 조합이 판촉에 참여할 때도 기간과 최대 부담을 미리 정하자고 했다. 오늘 손님이 늘 것이라는 기대를 내일 원물대에서 바로 빼지 않았다.

도경은 매장도 광고와 직원 시간을 들인다고 말했다. 미정은 그 비용을 모르는 척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신 원물 손질 시간도 매장에서 병을 내려놓는 시간만큼 실제였다. 장씨는 자신이 물병 채우기만 보고 팔백 병을 떠올렸다가 병 세척에서 멈춘 이야기를 했다. 도경이 웃었다. 그 시험은 자신도 함께 했던 일이었다.

박 여사는 시식컵을 먹어 보라고 도경에게 내밀었다. 그는 큰 조각을 씹었다. 이씨는 마지막 향을 보라고 말했다. 도경은 둘 다 알겠다고 웃었지만, 입안의 맛과 붉은 할인표를 같이 보았다. 할인 문구만 커지면 왜 이 병을 사야 하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보리는 할인표 옆에 작은 용도 설명을 놓았다. 차가운 콩포트를 크럼블과 따로 먹는 방법, 요거트와 함께 먹는 예시였다. 우유가 들어간 크럼블 정보는 가리지 않았다. 미정은 주방에서 정한 표시와 보관 조건을 그대로 읽을 수 있게 했다. 장씨는 가격표를 좀 줄이니 두 줄이 다 보인다고 말했다.

시험 매대를 보러 들른 가까운 단골 손님은 병을 집어 들었다. 실제로 구매할 상품은 따로 있었고, 도경의 매대는 포장 의견을 들으려는 자리였다. 손님은 싸다는 말보다 오늘은 어느 과육이 큰지 먼저 물었다. 박 여사의 얼굴이 밝아졌다. 미정은 그 배치의 원물 코드를 보여 줬다.

손님은 지난 장터에서 아이가 큰 조각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오늘은 콩포트 단품을 하나 구매했다. 보냉 포장과 돌아갈 시간을 확인하고 정해 둔 판매 절차로 받았다. 도경은 실제 구매 이유가 붉은 할인표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았다. 보리는 그 한 병을 보고 모든 손님이 같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격 말고 맛을 찾는 사람은 눈앞에 있었다.

도경은 판촉 참여를 최대 부담과 사전 합의가 있는 안으로 고치겠다고 했다. 납품 최저선도 원물대와 노동비를 근거로 다시 계산했다. 최종 계약에는 어느 비용이 누구의 몫인지 들어갈 것이었다. 옥순은 마음이 놓이면서도 낮춘 할인폭으로 매장이 실제 받을지 궁금했다. 도경은 자신이 매장과 다시 이야기할 일이라고 했다.

장씨는 붉은 표를 떼고 작은 숫자표를 정리했다. 박 여사는 그것이 할인 반대 시위처럼 보인다고 웃었다. 도경은 할인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씨는 자기 향을 할인표 뒤에 숨기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했다. 미정은 그 말이 오늘 제일 간단한 정리라며 컵을 치웠다.

점심 뒤 도경은 매장 담당자에게 사진을 보냈다. 붉은 가격이 조금 작아진 대신 상품 이름과 원물 설명이 보이는 매대였다. 그는 직원이 설명하기 쉬운 표찰도 필요하다고 했다. 보리는 그 일을 기존 라벨 검수와 같은 것으로 세지 않고 준비시간에 따로 넣었다. 새로 만드는 문구에는 새로운 손이 필요했다.

해진은 오후 늦게 보리를 만나러 왔다. 오늘 저녁 같이 밥을 먹기로 한 약속이었다. 그는 주방 일을 대신 끝내겠다고 말하지 않고 문 밖에 앉았다. 보리는 정한 마무리를 끝내고 앞치마를 벗었다. 미정이 두 사람을 보고 오늘도 제과점이냐고 물었다. 보리는 이번에는 밥이라고 답했다.

해진이 고른 곳은 작은 밥집이었다. 된장찌개와 달걀찜이 나왔다. 보리는 뜨거운 김을 보면서 오랜만에 자신이 젓지 않은 냄비 앞에 앉았다고 말했다. 해진은 자기 집에서는 달걀찜을 잘 만들지 못한다고 했다. 표면이 자꾸 거칠어져서 보기 나쁜데 맛도 그리 좋지 않다고 했다.

보리는 이유를 말해 주려다가 웃고 숟가락을 들었다. 오늘은 해진의 저녁을 시험실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해진도 그 말을 듣고 웃었다. 다음에 정말 만들고 싶을 때 물어보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부드러운 달걀찜을 한 입씩 먹었다. 밥집 주인이 리필이 필요한지 물어 보리가 먼저 괜찮다고 답했다.

해진은 보리에게 여름 시험납품까지 유급으로 기간을 더 맡기로 한 것이 어떤 마음이냐고 물었다. 보리는 계약서에 사인할 때보다 오늘 물을 씻고 문을 닫을 때 더 실감했다고 말했다. 자기에게 맡겨진 시간이 실제로 늘었다. 기쁜데 과거 회사의 문서가 언제 다시 올지 생각하면 갑자기 작은 소리에 놀라기도 했다.

해진은 그 이야기를 듣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 보리가 숟가락을 놓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어떤 때 가장 놀라는지 물었다. 보리는 자기 제품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라고 했다. 해진은 오늘 매대에서 농가 이름이 가려졌을 때도 그랬냐고 물었다. 보리는 조금 그랬다고 답했다.

그는 자기 과실을 도경의 상자에 넣어도 밭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보리에게는 만든 것의 이름이 더 아픈 곳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진이 바로 해결할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자신의 과거를 오늘 저녁에 모두 설명할 의무도 없었다.

보리는 풋고추를 된장에 찍었다. 보기에는 작은데 한 입 먹고 나니 생각보다 매웠다. 해진이 물을 내밀었다. 보리는 괜찮다고 말하려다가 물부터 마셨다. 해진은 자기도 앞서 먹은 것은 안 매웠다고 했다. 보리는 같은 접시에서 나온 고추도 다르다며 웃었다. 오늘 오전 과실을 같은 값으로 읽던 표보다 식탁의 고추가 더 빨리 반박했다.

해진은 남은 고추를 자기가 먹겠다고 했다. 보리는 끝부분은 아직 괜찮을 수 있다고 나눴다. 둘은 굳이 매운 쪽을 양보하는 사람이 되려고 다투지 않았다. 주인이 오이 접시를 가져다주자 보리는 먼저 한 조각을 먹었다. 해진은 달걀찜을 더 받아도 되냐고 물었다. 부드러운 맛이 매운 입을 쉬게 했다. 보리는 자신의 저녁에서 틀린 선택 하나가 나왔다고 오늘 밥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며 웃었다. 해진은 다음 고추는 보기만 하겠다고 했다.

찌개를 먹은 뒤 작은 신선 복숭아를 하나씩 받았다. 밥집 주인이 근처 농가에서 구매한 것이었다. 보리는 어느 집 것인지 물었다가 웃었다. 쉬는 시간에도 원물 출처부터 묻는 버릇이 있었다. 주인은 오늘 시장에서 샀다고 답했다. 보리는 맛있게 먹겠다고 했다. 자기 조합 것인지 알아맞히려 하지 않았다.

해진이 과실을 잘라 나눴다. 이번에는 제과점 빵 때처럼 세 번 자르지 않았다. 보리는 큰 조각을 받아 먹었다. 향이 달랐다. 자신들이 만든 병과는 다른 신선한 맛이었다. 좋은 것은 여기에도 있었다. 자기 제품만 좋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식당 밖으로 나와 보리는 해진의 손을 먼저 잡았다. 그는 손을 맞춰 잡았다. 두 사람은 짧은 골목을 걸었다. 보리는 오늘 할인표를 작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진은 그럼 음식값이 커졌냐고 물었다. 보리는 웃고, 맛의 글씨가 더 보이게 됐다고 답했다. 해진은 자신도 다음에 병을 살 때 그 글씨를 보겠다고 했다.

헤어지는 길에서 해진은 다음에 자기 밭 일을 보러 올 때는 산책이라고 미리 말해 달라고 했다. 보리는 밭은 밭이라고 하더니 왜 이름을 바꾸냐고 웃었다. 그는 일을 도와주는 날과 같이 걷는 날을 자기도 구분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리는 다음 쉬는 날에는 산책으로 가겠다고 답했다.

주방으로 돌아와 보리는 도경의 새 표를 받았다. 납품가 최저선과 판촉 부담 상한이 따로 들어간 안이었다. 아직 다섯 농가가 함께 볼 줄이 남았다. 그녀는 다음 회의 파일에 넣고 문을 닫았다. 손에는 저녁에 잡은 손의 감각이 남아 있었다. 크게 보이는 붉은 숫자를 줄인 날, 작은 이름과 작은 약속이 더 오래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