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완화의료 휴먼극 55화

열세 번째 야간 왕진

지운 돈의 자리

충원안의 붉은 줄은 두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금액을 지웠다. 채영은 사본을 가족 쪽으로 돌려 놓았다. 인력 두 자리를 추가하는 비용이 다음 분기로 미뤄졌고, 그 사이의 대체 배치 칸은 비어 있었다. 병원 담당자는 비용 여건을 설명할 자료도 가져왔다. 가족은 먼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듣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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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원안의 붉은 줄은 두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금액을 지웠다. 채영은 사본을 가족 쪽으로 돌려 놓았다. 인력 두 자리를 추가하는 비용이 다음 분기로 미뤄졌고, 그 사이의 대체 배치 칸은 비어 있었다. 병원 담당자는 비용 여건을 설명할 자료도 가져왔다. 가족은 먼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듣고 싶다고 했다.

서정오는 위험보고를 요약한 자신의 줄을 다시 짚었다. 충원 비용을 실제로 연기한 결재는 별도였다. 당시 결재 담당자가 참석했고 그는 회의에서 비용을 뒤로 넘긴 사실을 인정했다. 채영은 결정 이유만 들은 뒤 끝내지 않았다. 두 자리 없이 근무할 때 어떤 조치를 하기로 했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기존 인력의 근무조정으로 버틸 수 있다고 예상했다고 답했다. 이미란은 자기 근무표를 꺼냈다. 그 조정이 실제 누구의 어느 시간에 붙었는지 보여 달라고 했다. 이름 없는 ‘기존 인력’은 병원 안에서 익숙한 말이었다. 오늘은 그 말 앞에 한 사람의 부은 발과 야간근무가 앉아 있었다.

새로 제출된 배치표에는 한 직원에게 겹친 담당 구역이 있었다. 다른 구역은 기존 호출체계를 유지한다고만 적혀 있었다. 그날 임시 지원자를 요청한 기록은 없었다. 결재 담당자는 인력이 충분했다고 말하지 못했다. 조정관은 비용을 연기한 결정과 대체 조치가 실제 적용되지 않은 부분을 따로 적었다.

피해 가족은 빨간 선을 손으로 짚었다. “그 돈을 쓰면 우리 사람이 꼭 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미란은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람 둘이 있으면 자신이 어느 호출을 덜 뛰었을 가능성은 있었지만, 결과를 돌려 말할 수는 없었다. 세현도 자기 판단 지연이 사라진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가족은 그 답을 듣고 한참 침묵했다. 잃은 시간을 돌려준다는 거짓말보다 모른다는 말이 더 아팠다.

조정관은 그날의 결과를 보장하는 가정 대신, 당시 예견한 위험에 어떤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결재 담당자는 충원을 미뤘고 대체 배치를 실제 확인하지 않은 부분을 인정했다. 병원은 그 사실을 개인 직원의 실수로 돌리지 않고 조직 설명에 넣기로 했다. 가족이 요구한 한 줄이 종이에 생겼다.

회의에서는 현재 병원의 인력 운영도 질문으로 나왔다. 병원 담당자가 새 충원 계획이라고 적힌 자료를 꺼내자 이미란은 이미 들어온 사람의 근무표가 있는지 물었다. 계획만으로 자신의 다음 야간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담당자는 이번 달 채용이 완료된 인력과 아직 모집 중인 인력을 나눠 보여 주었다.

현재 병동 한 자리에는 신규 인력이 실제 배치돼 있었고 다른 한 자리는 교육 중이었다. 이미란은 새 직원이 독립해서 맡을 수 없는 구역을 지적했다. 교육 중인 사람을 완전한 대체인력으로 두면 교육하는 사람의 시간은 또 사라졌다. 담당자는 그 시간에는 추가 지원조를 붙인 현재 표를 냈다.

이미란은 표를 보고 날짜를 확인했다. 내일부터 자기 조에 들어오는 지원자의 이름이 있었다. 이미 정식 근무로 발령받았고 수당이 배정된 인력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다음 밤을 떠올리면서 어깨를 낮췄다. 과거의 결원은 이 표로 지워지지 않았지만 오늘의 몸은 조금 덜 달려도 됐다.

피해 가족은 현재 개선안이 자기 사람에게 갚는 돈 대신 들어가는지 물었다. 병원은 아니라고 답하고 배상 논의 자료는 별도 안건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채영은 그 답을 기록했다. 누군가의 피해가 다시 예방 교육을 위한 좋은 사례로만 남는 것을 가족은 원하지 않았다. 개선과 지급은 각각의 사람에게 닿아야 했다.

회의를 마친 이미란은 병동으로 돌아가 새 지원자를 만났다. 지원자는 비품 위치를 묻고 오늘 교육에 필요한 시간이 언제인지 확인했다. 이미란은 자기 퇴근 이후가 아니라 근무 중 배정된 교육 시간을 가리켰다. 그 시간에는 다른 담당자가 호출을 받기로 돼 있었다. 처음으로 교육이라는 일이 자투리 시간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복도를 함께 걸었다. 지원자는 어디에서 호출 소리가 잘 안 들리는지 물었다. 이미란은 벽을 한 번 돌아간 지점을 보여 주었다. 그때 다른 곳에서 호출이 왔다. 이미란이 습관처럼 몸을 돌리자 지원자가 현재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이미란은 자기 담당 구역을 다시 확인했다. 동시에 모든 방향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한편 하진의 팀 사무실에서는 강태오가 다음 분기 예산표를 펼쳤다. 왕진팀 야간 당직을 지금보다 더 늘려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현재 인력으로는 이미 예정 방문과 휴식을 빠듯하게 맞추고 있었다. 태오는 가능한 숫자를 만들어 넣기보다 실제 수행 시간과 이동 시간을 보여 주었다.

세현은 어젯밤 자신이 일곱 번째 왕진 뒤 다음 오전 업무를 조정한 기록을 보탰다. 그 일은 누군가 한 번 더 일해 줘서 메워진 것이었다. 하진은 추가 야간 당직 요청을 그대로 받지 않았다. 대신 수행 가능한 범위의 유료 당직 확대와 병원 연계 인계창구를 제안하기로 했다. 아직 확보하지 않은 사람 이름은 쓰지 않았다.

지수는 지원하는 돌봄기관의 시간을 확인해 주었다. 선미의 두 시간과 팀의 의료 당직은 같은 칸으로 합칠 수 없었다. 영숙의 이번 경보 때 선미가 퇴근 뒤 다시 와야 했다면 기관의 근무가 무너졌을 것이다. 그 밤의 실제 연락과 이동 경로를 지도에 놓자 누구의 빈 시간이 필요한지 보였다.

회의가 길어져 류가람이 점심 시간을 불렀다. 하진은 조금만 더 하자고 했다가 시계를 보고 멈췄다. 밥을 건너뛰며 인력의 휴식을 논의하는 방이 되고 있었다. 태오는 표를 접었다. 오후에 다시 보기로 했고, 추가 야간 당직을 당장 맡겠다는 답은 보내지 않았다.

영숙의 집에서는 정례가 저녁을 준비했다. 영숙은 병원에서 돌아온 뒤 체력이 예전만큼 빨리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례는 무리해서 전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자기가 할 수 있는 도움을 물었다. 오늘의 밥은 식탁 대신 소파 옆 낮은 탁자에서 먹기로 했다.

채영은 어머니의 몸이 달라지면 지난 근무표를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오늘 회사 일을 전부 취소하거나 무급휴직원을 다시 꺼내지는 않았다. 하진에게 관찰 연락을 하고, 영숙이 원하는 낮 시간을 먼저 물었다. 영숙은 다음 목요일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조금 줄여 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엔 내가 네 시간을 줄이자는 거야.”

영숙은 달력의 목요일 선을 직접 짧게 그었다. 실패해서 지우는 표시가 아니었다. 자기 몸에 맞는 길이를 새로 골랐고, 딸에게 그 길이를 보여 주었다.

채영은 그 말에 마음이 아팠지만 실망한 얼굴을 만들지 않으려 했다. 혼자 시간을 골랐던 사람은 이제 도움받을 시간을 더 고를 수 있었다. 지수에게 낮 서비스의 실제 가능 인력과 비용을 문의했다. 야간지원이 그대로 낮으로 옮겨 올 거라고 약속하지 않았다.

지역 기관에는 목요일 낮 두 시간을 유료로 맡을 사람이 있었다. 가족은 비용 안내를 받은 뒤 영숙과 결정하기로 했다. 기기 환급을 받았다고 한 번의 돌봄 비용을 공공지원인 것처럼 부를 필요는 없었다. 채영은 그 비용을 이번 달 생활비 표에 넣었다. 휴직으로 잃을 소득과 실제 추가 비용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영숙은 선미가 오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다른 낮 근무자라고 했다. 다시 낯선 사람에게 자기 집을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숙의 얼굴이 굳었다. 채영은 일단 신청하고 보자고 하지 않았다. 첫 면담을 받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정을 조정할 수 있는지 물었다. 기관은 가능한 날짜와 조건을 안내했다.

저녁에 선미가 왔을 때 영숙은 오늘의 낮 상담을 말했다. 선미는 자신이 와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자기 낮 근무는 다른 곳에 있었고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이 있었다. 영숙은 그 말을 듣고 새로운 사람과 만날 준비를 했다. 두 시간을 사는 것은 사람 하나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일이 아니었다.

선미는 새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집의 말을 영숙에게 물었다. 영숙은 서랍보다 먼저, 자기를 환자 이름으로만 부르지 말라고 했다. 영숙 씨라고 불러 달라고. 선미는 그것을 적었다. 채영은 어머니 이름을 지원 신청 첫 줄에 다시 썼다. 계약번호보다 앞에 놓인 이름이었다.

병원에서는 이미란이 지원자와 첫 인계를 마쳤다. 퇴근 시각에 다음 근무자가 실제로 도착했다. 이미란은 오늘의 추가 업무가 남았는지 확인하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 복도에서 호출이 울렸지만 자기 이름이 불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출입문까지 걸었다.

버스에서 이미란은 피해 가족에게 보내기로 한 보완 진술을 읽었다. 현재 배치가 나아졌다고 과거의 말을 순하게 바꾸지 않았다. 당시 두 결원과 실제 대체 조치의 부족은 그대로 남았다. 오늘 자기 퇴근이 제시간에 끝났다는 것은 별도 자료에 적었다. 같은 발이 지나간 서로 다른 날이었다.

서정오가 제출한 자료 가운데에는 이중 경보 경로를 제안한 메모도 있었다. 당시 비용 검토와 함께 묶인 문서의 뒤쪽이었다. 채영은 다음 회의 질문지에 그것을 넣었다. 사람이 부족했을 때라도 전달되는 목소리를 늘릴 방법이 논의됐는지. 가족은 그 메모의 날짜를 직접 확인했다.

영숙은 선미가 나간 뒤 새 낮 면담 날짜를 달력에 적었다. 이번 목요일은 전처럼 혼자 네 시간을 버티는 날이 아니라, 새 사람에게 자기 집을 보여 주는 날이 됐다. 채영은 필요한 비용을 송금할 날도 따로 표시했다. 붉게 지워진 돈의 이야기를 들은 날, 집에서는 지우지 않을 시간의 값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