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야간 왕진
남기지 않은 보고
서정오는 조정실에 작은 수첩을 들고 왔다. 새로운 문서처럼 깨끗한 표지가 아니었다. 채영은 그 수첩을 증거로 바로 받지 않았다. 무엇을 언제 적었는지부터 물었다. 서정오는 과거 위험보고를 들었던 날짜와 자신이 처리한 일을 기억하려고 뒤늦게 정리한 메모라고 했다. 원래 보고서와는 다른 종이였다.
서정오는 조정실에 작은 수첩을 들고 왔다. 새로운 문서처럼 깨끗한 표지가 아니었다. 채영은 그 수첩을 증거로 바로 받지 않았다. 무엇을 언제 적었는지부터 물었다. 서정오는 과거 위험보고를 들었던 날짜와 자신이 처리한 일을 기억하려고 뒤늦게 정리한 메모라고 했다. 원래 보고서와는 다른 종이였다.
피해 가족은 그가 앉기 전에 질문했다. 왜 보고가 남지 않았는지. 서정오는 자신이 확인하고 다음 회의자료에 반영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생각’이라는 단어 뒤에 방이 조용해졌다. 가족은 그다음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서정오는 회의의 비용 검토 자료로 요약했고 원문 첨부는 빠졌다고 답했다.
조정관은 원문을 보존하지 않은 단계가 어디인지 확인했다. 최초 보고가 존재했던 기록, 접수 흔적, 회의에 남은 요약, 보존 목록의 빈 항목을 차례로 놓았다. 서정오는 최초 위험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하지는 않았다. 처음 제출한 설명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썼지만 기록을 본 뒤 그 말을 바꿨다.
채영은 바뀐 설명을 읽어 달라고 했다. 서정오는 말로 설명하고 싶어 했지만 가족은 기존 문장과 수정 문장을 모두 들었다. 그가 읽는 동안 자기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미란이 두 인력 결원을 위험으로 보고한 사실과, 그 보고가 단순한 비용 안건으로 짧아진 과정이 처음 같은 방에서 들렸다.
“위험이라는 말이 왜 사라졌습니까?”
서정오는 회의에서는 수치가 빨리 읽힌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가족은 잠깐 웃었다. 웃음이 아니라 믿기지 않을 때 나오는 소리였다. 환자의 변화를 기다린 시간과 직원이 복도를 달린 시간이, 사람이 부족하다는 숫자 안으로 줄었다. 수치 자체가 거짓은 아니었지만 그 숫자를 읽은 사람이 무엇을 놓쳤는지 물어야 했다.
병원 담당자는 당시 회의 참석자 명단을 냈다. 서정오 혼자 모든 결정을 한 자료는 아니었다. 채영은 명단에서 이름을 한꺼번에 책임자로 읽지 않았다. 누가 요약했는지, 누가 비용을 검토했는지, 누가 원문 보존을 맡았는지 나눠 물었다. 서정오는 자기 행동의 두 줄을 인정하고 다른 줄에는 추가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족은 그 말에 다시 자료를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조정관은 제출 기한과 담당자를 지금 정했다. 막연히 병원에서 알아보겠다는 약속은 받지 않았다. 다음 회의에는 당시 충원안의 처리내용과 보존 절차를 갖고 오기로 했다. 서정오는 자기 수첩을 옆으로 밀었다. 뒤늦은 기억만으로 기한을 대신할 수 없었다.
채영이 과거 세현에게 써 준 진술 문장을 꺼내자 서정오의 손이 멈췄다. 그는 당시 사고를 일단 정리해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현은 그 문장을 받아 자기 말처럼 반복한 일이 있다고 했다. 서정오가 써 줬다고 해서 세현이 읽지 않은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세현은 자기 진술 정정을 직접 말했다. 서정오는 더 혼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말을 하려다 가족이 묻자 멈췄다. 누구의 혼란을 막으려 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병원의 설명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답했다. 가족에게 필요한 설명보다 조직의 일치한 문장을 먼저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휴식 시간에 서정오는 복도 창 앞에 섰다. 아래에서는 환자 보호자가 편의점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수첩의 첫 장에는 오래전 회의의 자기 할 일 목록이 있었다. 그는 그 목록을 보고 열심히 일했던 자신을 떠올리고 싶었으나, 오늘 물은 것은 얼마나 바빴느냐가 아니었다. 어떤 말을 버렸느냐였다.
세현은 그에게 다가가 위로하지 않았다. 서정오도 세현에게 지난날 서로 힘들었다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 같은 조직에서 오래 일한 두 사람의 침묵은 친밀할 수 있었지만 가족에게는 다시 서로의 말을 맞추는 시간처럼 보일 수 있었다. 둘은 각자 물을 마시고 따로 조정실로 돌아왔다.
다시 시작한 회의에서 조정관은 보존 누락과 고의 은폐 주장을 나눴다. 지금 확인된 누락은 기록에 적고, 의도에 관해 단정할 자료가 없는 부분은 추가 질문으로 남겼다. 가족은 자신이 원한 것이 누구를 악마로 부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날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가 어디에서 끊겼는지 알아야 다른 집 사람이 같은 질문을 안 하죠.”
서정오는 그 문장을 기록해 달라고 했다. 가족은 기록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라고 했다. 병원 담당자는 현재 원문 보존 절차와 실제 적용 건을 다음에 함께 내겠다고 답했다. 가족의 요청이 확인표 속의 예쁜 문장으로만 남으면 안 됐다. 채영은 그 약속을 특정 담당자 옆에 붙였다.
그날 영숙은 병원에서 두 번째 아침을 맞고 있었다. 의료진은 귀가 가능 시점과 집에서 받을 돌봄을 확인했다. 영숙은 오늘 오후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힘든 움직임이 있어 필요한 도움과 추후 연락을 맞춘 뒤 결정했다. 채영은 조정실에 있고 수진은 회사의 정해 둔 업무를 맡고 있었다.
하진은 채영에게 퇴원 시간을 바로 확정해 버리지 않았다. 영숙이 말한 바람과 의료진의 현재 평가, 집의 대체 장비 상태가 맞은 뒤 연락했다. 박건은 설치 확인 결과를 이미 보내 놓았다. 정례는 저녁의 원래 계약대로 올 수 있었고, 선미의 지원 근무는 다음 예정일이었다. 오늘 집의 오후를 채울 사람은 채영이 골라야 했다.
채영은 오후 회의가 끝나면 병원으로 갈 수 있다고 답했다. 영숙은 낮에 딸이 못 오면 병원에서 조금 더 쉬겠다고 했다. 자기 퇴원이 딸의 모든 약속을 깨야만 가능한 행사로 바뀌지 않기를 바랐다. 하진은 그 말을 듣고 실제 귀가 동행 시각을 맞췄다. 아무도 딸 대신 하루 종일 집에 있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조정실의 마지막 질문은 원문 위험보고를 왜 요구한 직원에게 돌려주지 않았는지였다. 서정오는 사본 전달 요청이 있었던 흔적을 보고도 자신이 응답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영은 그 부분을 모호한 말로 덮지 않았다. 요청이 있었고, 응답 여부를 확인할 자료가 없다는 문장이 들어갔다.
회의 뒤 서정오는 다음 제출할 자료 목록을 직접 받아 갔다. 수첩을 가방 안에 넣고 공식 목록은 손에 들었다. 가족은 그 모습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과문 한 장을 더 만드는 일이 아니라 다음에 가져올 종이를 실제로 가져오는 일이었다. 서정오는 그 차이를 오늘 처음 피부로 느꼈다.
채영은 병원으로 갔다. 영숙은 신발을 신고 앉아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침상 옆에 집에서 가져온 가방이 놓여 있었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현재 뜻을 말한 기록과 귀가에 필요한 계획을 받은 뒤, 채영은 집으로 돌아갈 차를 불렀다. 영숙은 창밖을 보며 늦지 않았다고 했다.
영숙은 병실 창으로 내려다본 화단을 얘기했다. 아직 꽃이 없었지만 누군가 줄기를 잘라 새 잎이 날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 사람이 일을 끝내고 벤치에서 빵을 먹는 것도 봤다고 했다. 채영은 어머니가 병원에서 오로지 자기 귀가만 기다렸다고 생각한 것이 부끄러웠다.
딸이 조정실에서 질문을 듣는 동안 어머니도 다른 사람의 하루를 보고 있었다. 채영은 그 장면을 더 말해 달라고 했다. 영숙은 빵 부스러기를 새들이 먹었다며 웃었다. 자기 병실 밖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딸에게 처음 건넸다.
“나는 여기서도 하루 있었어.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야.”
채영은 가방을 들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병원에서의 이틀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시간으로만 세고 있었다. 어머니는 도움을 받았고 잠을 잤고 사람들과 이야기했다. 집에 남겠다는 뜻과 병원에서 쉬겠다는 뜻이 같은 사람 안에 있었다.
귀가한 영숙은 현관에서 예비통을 보고, 새 대체기기를 보고, 소파 위 담요를 보았다. 자리들은 그대로였다. 박건이 바꾼 장비의 필요한 연락정보만 새 한 장에 반영돼 있었다. 채영은 이전 종이를 가족 기록 봉투에 넣었다. 냉장고 앞에는 다시 지금 쓸 계획 하나만 남았다.
정례가 저녁에 오자 영숙은 병원 이야기를 먼저 했다. 어떤 의료 처치를 받았는지 길게 설명하지 않고, 밤에 딸이 의자에서 잠든 모습이 웃겼다고 했다. 정례는 영숙이 집으로 돌아온 얼굴을 보고 식사를 조금 앞당길지 물었다. 영숙은 오늘은 먼저 쉬고 싶다고 했다.
채영은 가방에서 조정자료를 꺼내지 않았다. 서정오의 보고가 어디에서 끊겼는지 집의 식탁에 펼치면 어머니는 딸을 돕느라 자기 피로를 뒤로 밀 것 같았다. 대신 업무 메일에서 다음 제출 기한을 확인하고 닫았다. 영숙은 딸에게 뜨거운 물을 받아 달라고 했다. 오늘 집의 부탁은 그 정도면 됐다.
밤에 서정오는 병원 기록실 담당자에게 공식 자료요청을 보냈다. 개인 연락으로 종이를 찾아 달라는 말이 아니라 접수번호가 남는 요청이었다. 당시에 없어졌던 위험보고를 있는 것처럼 복원하지 않았고, 남은 첨부와 결재 이력의 원형을 보존해 달라고 했다. 내일 답을 확인할 담당자 이름도 적었다.
그가 컴퓨터를 끄려는데 당시 충원안의 사본이 도착했다. 줄 하나가 붉게 지워져 있었다. 인력 두 자리의 비용을 다음 분기로 넘긴 흔적이었다. 서정오는 혼자 결론을 쓰지 않고 다음 회의 자료 목록에 추가했다. 가족이 물은 빈 의자의 한쪽 끝이 종이 위에서 잡혔다.
영숙은 집에서 첫 밤을 보내며 담요를 무릎에 덮었다. 종이배는 한쪽이 다시 펴졌다. 채영은 고쳐 줄지 물었고 영숙은 그대로 두라고 했다. 아이가 만든 배에는 원래 조금씩 비는 모서리가 있었다. 대신 전화기는 손에 닿는 자리에 있었다. 오늘 남길 것은 남겼고 바꿀 것은 실제로 바꾼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