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주대로의 붉은 매듭
장보의 빈손
장보는 식솔들 사이를 밀치고 객주 안으로 들어왔다.
장보는 식솔들 사이를 밀치고 객주 안으로 들어왔다.
허만복이 앞문을 막았다. 문턱이 낡아 사람 두 명의 무게를 받으면 삐걱거렸다. 장보는 만복의 어깨를 밀며 자기가 맡긴 돈을 돌려받으러 왔다고 했다. 가짜 유족 셋에게 준 선금이었다. 그들이 일을 끝내지 않았으니 돌려받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들이 여기 있습니까?”
만복이 물었다. 장보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돈을 지킨 사람에게 받겠다고 했다. 객주가 그들을 숨겨 놓았다는 주장도 붙였다. 두칠이 마당에서 돌아보자 장보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은고변에서 밀린 아이 앞에서 또 밀릴 수는 없었던 얼굴이었다.
연화는 뒤의 방에서 나왔다. 장보가 가짜 유족의 선금을 자기 돈이라 말하는 순간을 들었다. 그 사실은 이미 거짓 유족의 진술로 좁혀졌으나 돈을 준 당사자가 직접 입에 올리는 일은 달랐다. 그녀는 만복을 비키게 하지 않았다. 객주에 들어온 사람이 자기 재물을 가진 것처럼 문을 열게 둘 수 없었다.
“선금을 무슨 일에 주셨습니까?”
장보가 입을 닫았다. 자기가 한 말이 부조계의 허위 청구로 이어진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가 사업의 소개값이라 답했을 때 두칠이 웃었다. 아이는 웃다가 바로 입을 가렸다. 웃음으로 어른을 궁지에 넣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은을 훔쳤다고 우기던 얼굴이 자기 돈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신기했다.
장보는 다시 두칠에게 화를 냈다. 국수집에 숨긴 종이가 자기 것일 수 있다고 했고 아이를 데려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만복이 문턱을 한 번 더 막았다. 장보의 손이 그의 멱살을 잡았다. 식솔 둘이 달려왔으나 연화는 뒤에서 관아에 사람을 보냈다.
주먹이 먼저 나갔다. 만복의 입술이 터졌다. 장보는 그가 더 세게 덤빌 줄 알고 몸을 낮췄지만 만복은 손을 펴고 문틀을 잡았다. 늙은 객주 주인은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자기 마당의 아이를 내놓지 않는 일은 할 수 있었다.
매화가 약탕기의 물을 들고 나왔다. 뜨거운 물로 장보를 위협하지 않았다. 만복의 입술에 댈 베를 적셨다. 자신이 돌봐야 할 몸을 먼저 골랐다. 장보는 그 냉담한 손길을 보자 다시 사람들을 밀어 나가려 했다.
두칠은 문틀의 갈라진 틈을 보았다. 장보가 칼을 뽑은 것도 아닌데 손이 저절로 떨렸다. 아이는 마당 끝으로 가고 싶었지만 만복이 혼자 문을 받치고 있었다. 그는 문 아래에 납작한 돌을 끼웠다. 자기 힘으로 사내를 막지는 못해도 문턱이 꺼지는 것을 늦출 수 있었다. 장보가 발로 돌을 밀자 두칠은 손을 뺐다. 만복의 발이 그 자리를 대신 밟았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볼 틈이 없었다. 그런데도 같이 문을 받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관아 사람이 골목 끝에서 왔다. 장보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지만 만복의 입가에 피가 있었다. 때린 이유를 묻자 자기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는 답이 나왔다. 그가 말하지 않은 가짜 유족 선금의 용도는 연화가 대신 확정해 주지 않았다. 관아 사람이 당사자들에게 물을 문제였다.
장보는 관아로 가면서 두칠을 가리켰다. 아이는 따라가지 않았다. 자기 소환이 없었고 지금 본 폭행에 관해 필요한 말은 그 자리에서 했다. 그가 객주 문턱에 남자 장보의 얼굴이 더 굳었다. 자기 고변 한마디로 끌고 가던 힘이 작아진 날이었다.
만복은 입술에 베를 대고 웃으려 했다. 아파서 얼굴이 찌그러졌다. 매화가 욕을 했다. 객주를 지킨다고 몸을 다친 일은 칭찬만 받아 끝날 일이 아니었다. 만복은 피가 묻은 자기 장부를 닦으려다 매화에게 또 손을 맞았다.
“장부는 조금 있다 닦아요.”
만복은 그제야 의자에 앉았다. 손님들이 자기를 위해 움직이는 동안 객주 주인이 아무것도 안 해도 마당은 돌아갔다. 두칠이 문빗장을 고치고 식솔들이 물통을 나눠 들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그의 손을 빼앗는 대신 쉴 자리를 마련했다.
그날 오후 관아에서는 서필주의 문초가 이어졌다. 현감은 여전히 접수방에 오지 않았다. 조생원은 감영에 올릴 물품 기록을 묶으며 서필주에게 원장의 수결을 하나씩 확인하게 했다. 서필주는 자기 글이 맞다고 했다. 잘못 작성한 장을 폐지로 내보낸 것도 인정했다. 하지만 모든 돈의 주인까지 자기에게 묻지 말라고 했다.
“나는 글을 썼을 뿐이오.”
연화는 젖어 씻긴 종이를 책상 한쪽으로 옮겼다. 서필주가 손을 내밀자 종이가 아닌 빈 받침을 밀어 주었다. 그의 손가락이 받침의 끝에서 멎었다. 연화는 서필주가 먼저 쓴 반려장을 보여 달라고 했다. 글을 쓴 손이 어느 날 어떤 청원을 돌려보냈는지 바로 그 앞에 놓고 싶었다. 조생원이 철의 묶음을 풀 때 서필주의 눈이 그 매듭을 따라갔다.
조생원이 펼쳤다. 서필주가 농장 창고의 사적인 거래라며 돌려보낸 장이었다. 그때 이미 월별 은 원장을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 서필주는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안의 사람이 빚에 묶여 있다는 사실도 관리인에게 들었다고 했다. 연화는 직접 본 강제노동인지, 전언으로 아는 빚인지 나누게 했다.
“빚이 있어 묶여 있는 것이나 못 나가는 것이나.”
서필주가 말끝을 흐렸다. 조생원이 그에게 묶여 있다는 말을 무엇으로 들었는지 물었다. 서필주는 관리인이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품삯을 건진다고 했다는 답을 했다. 그 말은 공적 확인을 하지 않고 반려한 책임을 좁히는 데 필요했다. 현감과 심대업의 최종 지시까지 그것만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연화가 물었다.
“약은 왜 넣지 못하게 했습니까?”
서필주는 이번에는 대답을 오래 늦췄다. 농장 물품이 아닌 것은 관아가 상관할 일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북쪽에서 나온 선돌의 상처를 직접 보지 못한 사람에게 그 답은 편할 수 있었다. 연화는 입술을 깨물다가 풀었다. 분노를 다 말하면 질문이 사라질 것이었다.
“사람이 아프다는 말을 받은 날은 기억하십니까?”
서필주는 기억한다고 했다. 약길을 청원한 날짜는 반려장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모른다는 말을 붙일 자리가 없었다. 조생원은 자기 손으로 반려한 시점과 은 지급 원장의 시점을 함께 적었다. 서필주는 눈을 내리깔았다.
장보가 문초방에 들어왔을 때 서필주가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은 반가운 척하지 않았다. 장보는 가짜 유족의 선금이 심대업의 돈이라고 밝혔다. 자기 돈이라고 객주에서 한 말은 회수할 책임이 자기에게 있어 그렇게 말한 것이라 했다. 아전이 없는 자리에서도 조생원은 진술을 그대로 나눠 적었다.
“그들이 무엇을 하면 돈을 받기로 했습니까?”
장보는 부조계 계금을 받으면 일부를 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패하면 선금을 되찾는다는 약속도 있었다. 거짓 유족 셋의 진술과 맞아지는 부분이었다. 장보는 무고죄를 모두 자기에게 지우려 한다며 성을 냈지만 두칠의 은고변과 가짜 유족 선금은 서로 다른 항목이었다.
접수방 밖에서 식솔들이 웅성거렸다. 박만수의 아내는 남편 이름을 돈으로 써먹으려 한 자들의 얼굴을 보려고 왔다. 그가 문턱에 서자 장보가 눈을 돌렸다. 여자는 들어오지 않은 채 남편의 매듭을 손에 쥐었다.
“그 돈에 내 남편 몫도 들어 있소?”
장보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지급할 명단만 받았다고 했다. 여자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손의 매듭을 다시 자기 품으로 넣었다. 다른 사람의 거짓말 때문에 남편이 기억까지 돈의 이름이 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었다.
장보가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서필주도 눈물로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지금 인정한 말은 공적 기록에 남았고 돈과 사람의 길을 대조할 다른 증거가 붙었다. 그 사실만으로 식솔들이 덜 배고파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연화는 저녁이 되면 관아를 떠나 객주로 돌아갔다.
객주에서는 두칠이 잘못 박은 못을 뽑고 있었다. 빗장을 튼튼히 하려다 판을 비뚤게 달았다. 그는 자기 일을 망쳤다며 씩씩거렸다. 만복이 못을 더 깊이 박지 말고 빼자고 했다. 아이는 입술을 내밀었다가 조심스레 망치를 돌렸다.
문이 한 번에 닫혔다. 모두가 소리를 들었다. 안에서 약을 달이는 사람은 문이 닫혀도 오라비를 기다릴 수 있었다. 아이는 누가 자기 이름을 부른다고 바로 끌려나가지 않아도 됐다. 그날 마당에서 받은 보상은 새 빗장 소리였다. 두칠은 망치를 제자리에 걸고 손가락을 폈다. 떨림은 남았으나 문을 고칠 만큼의 힘도 자기 손 안에 남아 있었다.
한밤중 조생원이 보낸 사람이 왔다. 심대업이 한양의 집을 비웠다는 전갈이었다. 집을 비웠다고 모든 책임이 새 사람에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가 투자금을 거두고 경비와 관리인을 쓴 증언은 남아 있었다. 은을 보낸 원장도 남았다. 지금 도주 여부와 어디로 갔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했다.
연화는 만복에게 현금 궤를 함부로 열지 말라고 했다. 심대업이 돈을 빼내려 했던 부조계는 여전히 식솔들의 끼니와 귀환 비용을 품고 있었다. 남의 도주를 쫓는 값으로 그 궤를 다 쓰면 돌아온 사람들이 또 빚을 져야 했다.
매화가 문밖을 보았다.
“심대업이 안 잡히면 오라비도 못 나옵니까?”
연화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밖으로 내보낼 명은 그가 머무는 집과 상관없이 북쪽으로 갔다. 증거를 남기는 일은 도주한 한 사람의 얼굴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매화는 비워 둔 방으로 가 불을 더 넣었다. 오늘의 문초가 끝나면 자기 집의 기다림도 끝날 줄 알았던 마음은 아직 아팠다. 그래도 창고 문과 객주 문이 같은 사람 손에 잠기지 않게 된 것을 알았다. 그녀는 문밖 표지를 고쳐 쓰지 않았다. 여전히 비운 방이었다. 누군가 돌아오는 동안 그 말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