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 5의 유언
어둠을 빌리는 법
전력 부하시험을 시작하자 식당의 불이 한 줄 꺼졌다. 예정한 차단이었지만 숟가락 들던 사람들이 동시에 천장을 보았다. 안내자는 미리 나눠 준 작은 조명을 켰다. 평소라면 환한 얼굴들이 노란 빛 속에서 낯설어졌다. 배의 전력을 확인하는 동안 거주지의 불을 빌리고 있었다.
전력 부하시험을 시작하자 식당의 불이 한 줄 꺼졌다. 예정한 차단이었지만 숟가락 들던 사람들이 동시에 천장을 보았다. 안내자는 미리 나눠 준 작은 조명을 켰다. 평소라면 환한 얼굴들이 노란 빛 속에서 낯설어졌다. 배의 전력을 확인하는 동안 거주지의 불을 빌리고 있었다.
아리는 배 안의 주전원과 예비전원을 나란히 봤다. 새 흡착통 장착 뒤 삼백칠십이 된 공기 처리값과 실제 운항 상한 삼백육십팔을 구분한 채 부하를 걸었다. 좌석마다 시험 장치가 사람 몸의 열과 호흡을 흉내 냈다. 빈 의자들은 조용했지만 관은 살아 있는 배처럼 소리를 냈다.
“삼백육십팔 명 조건 시작합니다.” 운항기사가 말했다.
그는 문을 닫기 전에 리오에게 자기 호흡을 고르게 하라고 했다. 리오는 시험 장치 소리와 자신의 숨을 구분하려고 잠시 귀를 기울였다. 관의 소리는 일정했고 자신의 들숨은 짧았다. 그는 허리를 펴고 발을 바닥에 고정했다. 아리는 회전 제어가 바뀔 때 붙잡을 난간을 미리 가리켰다. 두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길도 시험 장치 전선으로 막혀 있었다. 기사는 전선을 바닥 고정대 아래로 넣었다. 정상 부하를 만드는 장치를 가득 놓고, 정작 안에서 검사하는 사람의 발목을 걸어서는 안 됐다. 리오는 통로를 한 번 걸어 본 뒤 돌아와 같은 자리에 섰다. 문이 닫혔고 그는 경보를 누가 먼저 읽을지 확인했다. 이번에는 자기 심장소리만 크게 들리지는 않았다.
리오는 숫자를 따라 읽지 않고 연결부를 보았다. 의무실의 산소장비를 어떤 위치에서 쓸지 결정한 뒤 전기 배치가 달라졌다. 재배실에서 배로 가져올 물도 늘어났고, 카트를 남기는 질량까지 반영했다. 오래전 시험표를 가져와 오늘도 같은 값이라고 선언할 수 없는 이유들이 배 바닥에 놓여 있었다.
첫 십 분 동안 예비전원 온도가 조금씩 올랐다. 아리는 정상 범위라고 생각했지만 상승하는 속도가 계속 일정하지 않았다. 운항기사는 팬 소리를 들어 보았다. 바람이 들어오는 좁은 틈에 포장지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장비 보호를 위해 감아 둔 종이를 풀면서 놓친 부분이었다.
기사가 종이를 떼어 내자 온도 상승이 늦어졌다. 종이가 사람을 태우지 않는 시험에서 발견된 것이 다행이었다. 리오는 쓰레기통을 가져와 같은 구역의 포장지를 모았다. 그렇다고 모든 고장을 종이 한 장 때문에 생긴 일로 정리하지 않았다. 냉각팬의 실제 여유도 다시 확인했다.
예비전원은 주전원 일부를 끊는 순간 전체 부하를 받았다. 배 안의 조명이 한 단계 낮아졌다. 리오는 심장이 올라붙는 것을 느꼈다. 전날 공기가 새던 복도에서 빨간 불을 보았을 때와 다른 어둠이었다. 지금은 계획한 전환이고 사람은 시험 장치만큼 실려 있지 않았다. 그래도 몸은 먼저 예전의 정전을 꺼냈다.
아리는 숫자를 말하는 동안 손을 바닥에 붙였다. 작은 떨림이 손바닥에 올라왔다. 운항기사가 실제 버스 전압을 불렀다. 의료장비 줄의 전압이 잠깐 낮아졌다. 끊기지는 않았으나 장비가 예비 모드로 넘어갈 범위였다. 의료팀은 그 변화가 항해 중 언제 발생할 수 있는지 물었다.
정비기사는 전원선을 굵은 것으로 바꾸자고 했다. 그 선을 넣을 통로에 다른 장비가 있었다. 아리는 장비의 최대 소비와 실제 동시 사용을 확인했다. 환자가 쓰는 장비를 번갈아 끄는 방법은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출항 전에만 쓰는 접이식 조명과 시험장치 전원을 분리할 수 있었다.
시험장치를 끄면 시험 조건 자체가 약해진다. 그러므로 부하를 같은 값으로 다른 선에 옮긴 뒤 다시 시작해야 했다. 기사는 시간을 아끼려고 기존 십칠 분에 나머지를 이어 붙이자고 했다. 아리는 전체 전환을 다시 하자고 말했다. 오늘 실패의 기록은 남기되, 달라진 전원 배치가 통과한 시간과 합치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리오는 식당으로 갔다. 차단시간이 길어져 사람들에게 설명이 필요했다. 조명 아래 아이가 숙제 종이를 보고 있었다. 성인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할머니가 바로 옆 어두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이는 “아직도 시험해요?”라고 물었다.
리오는 문제가 나온 위치와 다시 시작한 시간을 말했다. 할머니는 어둡게 앉아 있는 것보다 그쪽에 안 좋은 일이 났는지 모르는 것이 더 싫다고 했다. 그는 다음 연락시각을 남겼다. 불을 빌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어둠도 계산해야 했다.
배에서 두 번째 전원 전환이 시작됐다. 의무실 장비 선의 전압은 허용 범위에 머물렀다. 시험 부하가 충분한지 독립 계측기로 확인했다. 삼백육십팔 조건의 열과 호흡이 실제로 걸려 있었다. 아리는 통과선 하나를 보고 안심하지 않고 예비전원 온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니마는 배 밖에서 관 연결부를 보고 있었다. 전원과 별개인 미세누설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먼저 밸브 아래의 물방울을 발견했다. 새 물통에서 내려온 응축수였다. 연결부 누설이라고 급히 풀면 정상 관을 건드리게 된다. 그녀는 물방울이 생기는 위치를 확인하고 냉각관 단열의 접힌 부분을 폈다.
마테오는 그 옆에서 공용 장비를 고정했다. 자신이 가져갈 얇은 공구 묶음과 거주지에 남길 공구함 사이에서 헷갈리던 물건 하나를 찾아냈다. 고정띠를 풀 수 있는 작은 절단기였다. 배에도 하나가 필요하고 안쪽 대기구역에도 있어야 했다. 재고 담당에게 같은 규격 여분을 요청했다.
그는 자기 것을 둘로 나눌 수 있다고 우기지 않았다. 남는 사람에게 빈 고리를 주고 배에 전부 가져가는 방법도 택하지 않았다. 창고에서 하나가 와서 각각의 고정 위치에 들어갔다. 니마는 그 둘을 번갈아 보면서, 좋은 선택이 늘 소중한 물건을 하나 포기하는 모양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시험이 안정구간에 들어가자 아리는 의료팀의 실제 동작을 요청했다. 장비가 동시에 켜지고 자세 조정용 모터가 움직였다. 이송카트의 충전기를 꽂는 순간 보조선의 경보가 울렸다. 운항기사가 소리를 끄려다가 아리 얼굴을 보고 멈췄다. 경보가 정상 동작인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충전기 하나가 출항 전 전용선에 남아 있었다. 항해용 선으로 옮기면 같은 과부하가 반복될 수 있었다. 의료팀은 출항 직전까지 카트가 쓰일 때 충전할 위치를 따로 잡았다. 출항 후에는 확보한 배터리와 사용시간으로 운영하되 충전 가능한 간격을 계획했다. 장비를 쓰지 않으면 검사 통과하는 배는 필요 없었다.
다시 전환했고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카트 배터리는 실제 사용 조건에서 확인됐으며 의료팀은 항해 중 바뀔 가능성도 별도 적었다. 아리는 모든 상황을 다 해 봤다고 쓰지 않았다. 오늘 확인한 삼백육십팔의 부하, 전원 전환, 의료장비 동작을 정확히 분리했다.
식당에서는 작은 불빛 아래 국그릇이 돌아갔다. 불이 완전히 켜지지 않아도 배식은 계속됐다. 한 남자가 자기 조명을 테이블 중앙에 놓자 네 사람이 함께 쓸 수 있었다. 아이는 숙제 종이를 그 아래에 가져왔고 할머니는 의자를 옮겨 아이 얼굴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리오는 마지막 연락을 받으면서 그 조명을 보았다. 전력시험은 통과했고 기존 운항 상한 삼백육십팔이 새 장비 배치에서도 유지됐다. 삼백칠십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식당 담당에게 차단 해제를 알렸다. 불이 켜지는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손에 든 작은 조명을 끄지 않았다.
주전원이 복구되고 천장의 불이 차례로 돌아왔다. 아이는 눈을 찡그렸다. 어둠을 견딘 시간보다 밝아진 순간이 더 갑작스러웠다. 할머니는 식당이 또 처음 문을 연 날 같다고 말했다. 리오는 조명 아래 각 사람 얼굴이 돌아오는 것을 보며 시험 결과를 설명했다.
“삼백육십팔 명 조건에서 새 배치도 통과했습니다. 오늘 불을 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군가 박수를 쳤다가 손을 내렸다. 아직 밥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는 숙제 종이를 접고 배가 실제로 나가는 날을 물었다. 리오는 다음 출항 준비 결정회의에서 현재 창과 등록 완료를 함께 맞춘다고 말했다. 곧이란 말로 아이를 달래지 않았다.
배에서는 시험 장치를 걷어 냈다. 의자 위에 가짜 사람의 열을 만들던 덮개가 접혀 들어갔다. 아리는 그 자리를 손바닥으로 만졌다. 따뜻했다. 실제 사람이 앉기 전에 이 온기가 사라질 것이고, 다시 사람 몸으로 따뜻해질 것이다. 그 사이에는 서명과 심사와 짐 확인이 남아 있었다.
도한은 완료 보고를 받고 항해 노선을 펼쳤다. 본체 폭풍이 닿기 전에 안전한 구간을 통과해야 했다. 도착지에서 받는 임시 의료·생활 지원은 한 번의 탑승과 별개 문제였다. 그는 받은 수용 회신의 기간을 확인했다. 배를 보내는 것이 사람들을 다른 문 앞에 던지는 일이 되지 않도록 협의를 이어 갔다.
아리는 그 회신을 보고 배의 화장실과 물통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전력검증이 끝났다고 생활은 저절로 작동하지 않았다. 리오는 식당에서 가져온 남은 빵을 의료팀과 나눴다. 어둠 속에서도 각자 하던 일이 이어졌다. 배는 오늘 빌린 불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사람들이 꺼진 식당에서 기다렸던 시간을 그들만은 기억할 것이다.
마테오는 마지막 시험장치를 내리며 창밖을 보았다. 고장 난 고정구는 교체됐고 푸른 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리오에게 말했다. “이제 움직이는 걸 한 번 더 보고 싶어.” 리오는 빈 배의 분리시험이 아니라 사람이 탄 배가 떠나는 날을 떠올렸다. 그날 마테오가 창 안에 있을지 밖에 있을지는 곧 정해질 것이다. 어느 쪽에 있든 오늘 시험의 불은 실제로 두 사람의 손을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