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주대로의 붉은 매듭
아홉 섬의 두 바퀴
운송꾼의 아내는 문을 열자 남편부터 밀쳤다.
운송꾼의 아내는 문을 열자 남편부터 밀쳤다.
“관아에 불려 가면 밤새 붙들린 줄 알지 않겠소?”
사내는 자기 손이 풀려 있음을 보이려고 두 팔을 벌렸다. 그 모습을 보고도 아내의 화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연화는 집 밖에서 기다렸다. 관아가 그를 불러 쓴 밤이 그 집에서는 사라진 남편의 밤이었다. 광산의 식솔들만 시간을 잃는 것은 아니었다.
운송꾼은 이름이 임돌쇠라고 했다. 팔에 힘이 좋은 것과 글을 잘 읽는 것은 다른 일이라며 자기 수결도 모양으로만 그린다고 했다. 아내는 그가 가져온 쪽지를 자기가 읽어 줬다고 했다. 아홉 섬이 이틀에 나눠 들어간 것은 직접 지게와 수레를 세어 알았다.
연화는 두 사람에게 날짜를 다시 물었다. 아내는 떡을 만든 날이라 기억한다고 했다. 남편이 물품을 두 번 나르느라 떡을 팔러 갈 시간이 없었고 자기 혼자 장을 돌았다는 이유였다. 그들의 날짜는 관아 원장과 달리 집안의 일을 품고 있었다.
돌쇠는 첫날 네 섬 반, 다음날 네 섬 반을 실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내려놓을 때 되질을 한 것은 아니었다. 객주에서 자루마다 표시된 양을 합한 수였다. 몇 섬이 실제 창고에 들어갔는지는 창고 문안의 손이 답해야 했다. 연화는 그 범위를 넘어 묻지 않았다.
그날 장에서 곡식을 맡긴 주인은 따로 있었다. 세곡을 모아 보내는 창고의 관리인으로, 광산의 관리인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관아 명으로 곡식을 내줬다고 했다. 연화와 조생원은 그 창고까지 걸었다. 통행명에는 농장 수선에 쓸 재료가 적혔고 곡식 지급표에는 아홉 섬이 있었다. 같은 번호가 두 이름을 오갔다.
창고 주인은 그 차이를 자기 잘못으로 떠안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 내준 곡식량은 자기 장부에 남겼으며 지급명에 무엇이라 썼는지는 서필주에게 물으라고 했다. 조생원은 창고를 닫게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세곡까지 멈추면 장마에 상할 수 있었다. 해당 날짜의 장과 수결을 먼저 맡기는 일이었다.
연화가 자루를 만졌을 때 창고 안에서 쥐가 뛰었다. 묵은 곡식 냄새가 코를 막았다. 아홉 섬이라 쓰는 동안 종이가 건조했어도 나른 사람의 어깨와 보관하는 사람의 손은 늘 젖어 있었다. 그녀는 돌쇠 아내가 떡을 혼자 팔던 날을 다시 떠올렸다.
돌쇠는 다음날 가져온 짐이 어디로 갔는지 그렸다. 광산으로 가는 축대가 아니라 한양 가까운 작은 창고에 잠깐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 뒤 다른 수레로 바꿨다. 서필주 심부름꾼이 가져온 명표가 그 일을 시켰다. 첫날 짐도 거기서 바꾸었는지는 자신이 보지 못했다.
연화는 이틀길을 건너간 곡식이 종이 한 장으로 사라진 것처럼 말하지 않았다. 중간 창고에 멈춘 일이 있으면 그곳의 사람이 마지막으로 무엇을 보았는지 물을 수 있었다. 조생원은 관아의 추가 동행을 붙였다. 북쪽 현장 확인을 보내면서 한양 물품 운송을 따로 확인해야 했다.
작은 창고는 성문 밖 나루 옆에 있었다. 문에 자물쇠가 걸렸고 안에서 곡식을 뒤집는 소리가 났다. 주인은 열쇠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했다. 서필주 집에서 임차했고 자기는 문밖을 쓸어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조생원이 문 안의 사람에게 나오라고 하자 소리가 멎었다.
연화는 담장 너머로 들어가지 않았다. 돌쇠가 세곡 수레를 내린 자리를 가리켰다. 바퀴가 깊이 찍힌 홈 위에 새 흙이 덮여 있었다. 문옆의 밑 틈으로 보리알이 흩어졌다. 안에 곡식이 있다는 것은 보였지만 아홉 섬 전체가 남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자물쇠를 열기 위해 서필주에게 사람이 갔다. 해가 중천을 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안에서 문을 긁는 소리가 다시 났다. 뒤쪽 문으로 작은 자루가 나왔다. 관아 동행자가 그 사람을 불렀다. 자루를 든 사내는 그대로 뛰었다.
돌쇠가 뒤따랐다. 돌쇠는 달리기보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사람이었다. 자루 든 사내가 좁은 물길을 넘자 돌쇠의 발이 미끄러졌다. 연화는 뛰려다가 주변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앞문을 막고 있었다. 뒤문까지 놓치면 안의 사람들은 다음 짐을 빼낼 수 있었다.
그녀는 문옆에 쌓인 장대를 잡아 뒤문 틈에 밀어 넣었다. 안에서 누군가 밀자 장대가 휘었다. 손바닥이 뜨겁게 긁혔다. 조생원이 달려와 장대 끝을 받쳤다. 둘이 같은 쪽에 기대자 문이 더 열리지 않았다. 연화는 도망간 자루 하나보다 아직 안에 있는 물건과 사람을 받치기로 했다.
뒤문 아래로 아이의 손이 나왔다. 창고 안 사람의 아이가 아니라 그늘에서 놀던 아이였다. 열린 틈에 떨어진 보리알을 줍고 있었다. 연화는 장대에 기대던 몸을 틀었다. 문이 다시 밀렸다. 조생원이 힘을 더 주자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연화는 아이의 손목을 붙잡아 밖으로 꺼냈다. 아이는 주먹에 곡식 몇 알을 쥔 채 울었다. 관아 사람이 그를 길 건너 집으로 데려갔다. 문을 놓치지 않았지만 조생원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는 오른쪽 어깨를 내려뜨린 채 왼손으로만 장대를 잡았다. 연화는 물품을 지켰다는 말보다 먼저 그 팔을 풀어줘야 했다. 다른 동행자가 달려와 장대를 받쳤고 두 사람은 천천히 손을 뗐다. 조생원은 고개를 흔들며 괜찮다고 했으나 물그릇을 자기 입까지 올리지 못했다. 연화가 그릇을 받쳐 주었다.
돌쇠는 한참 뒤 돌아왔다. 사내는 놓쳤지만 물길에 떨어진 자루를 들고 왔다. 자루 입구가 풀려 보리가 젖었다. 그는 얼굴에 흙을 묻힌 채 헐떡였다. 연화는 먼저 넘어져 다친 무릎을 보았다. 돌쇠는 그릇 한 되라도 건진 기분이라며 웃다가 무릎을 꺾었다.
관아 사람이 젖은 자루를 달았다. 안에 들었던 양을 짐작으로 아홉 섬에서 빼지 않았다. 흘린 곡식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자루에는 원래 세곡창고의 표시가 있었다. 그 표시 하나가 본창고에서 나온 곡식이 중간 창고에 남았다는 증거로 살아 있었다.
늦은 오후 서필주가 왔다. 열쇠를 들고 있었으나 자기 집의 임시 물품을 보관한 창고라 했다. 세곡은 이미 북쪽으로 모두 보냈다고 말했다. 조생원이 자루의 표시를 보이자 서필주는 빈 자루를 다시 썼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럼 안의 곡식 주인은 누구입니까?”
조생원이 물었다. 서필주는 문을 열었다. 안에는 자루가 여러 개 놓였고 두 사람이 구석에 서 있었다. 곡식을 뒤집던 사람은 품꾼이라고 했다. 그들은 시킨 대로 자루를 옮겼으며 오늘 뒤문으로 내보내라고 한 사람도 서필주 집의 심부름꾼이라 말했다.
서필주는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둘을 꾸짖었다. 조생원이 사이로 나섰다. 앞으로 그들에게 같은 질문을 따로 해야 했다. 연화는 뒤문을 받치던 장대를 내려놓았다. 나무에 손바닥의 피가 묻었다. 그것을 보고서야 자신의 상처가 보였다.
창고의 자루를 전부 세었다. 개수가 아홉 섬은 아니었다. 첫 운송의 절반인지 뒤의 절반인지, 다른 날 남긴 곡식까지 섞였는지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수량을 확보하고 원래 표시를 남긴 채 묶어 두는 일이 먼저였다. 조생원은 자물쇠를 새로 채우지 않고 관아 동행자가 지키게 했다. 문을 막은 뒤 그 안의 사람이 굶지 않도록 밥을 가져오게 했다.
품꾼 하나는 밥그릇을 받아도 문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서필주가 자기 얼굴을 기억할 거라고 했다. 연화는 다른 이름을 만들거나 숨어 있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가 오늘 시킨 일을 설명할 때 집안의 자식 수까지 적을 필요는 없었다. 관아 동행자는 품꾼의 진술을 다른 한 사람과 떨어진 자리에서 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같은 답을 시키지 못했고 자신이 못 본 운송은 못 봤다고 말했다. 품꾼은 마지막에 오늘 품삯을 누가 주느냐고 물었다. 조생원은 서필주에게 그 일까지 답할 것을 요구했다. 붙잡아 세운 사람의 하루가 공짜가 될 수는 없었다.
돌쇠는 자기 아내를 불렀다. 기다리던 그녀가 와서 남편 무릎을 보자 또 화를 냈다. 이번에는 관아 때문이 아니라 남의 곡식을 쫓느라 자기 몸을 다쳤다는 이유였다. 돌쇠는 주운 자루를 가리키며 자기가 나른 물건이라 놓칠 수 없었다고 했다. 아내는 말없이 그의 무릎에 헝겊을 묶었다.
연화는 그들에게 떡을 사겠다고 말했다. 오늘 하루도 장을 돌지 못한 값이었다. 그들의 도움을 부조계의 의로운 희생이라고만 부르면 집의 빈 쌀독이 다시 남았다. 아내는 값을 다 받았다. 돌쇠는 부끄러워했지만 그녀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일하고 받은 돈입니다.”
그 말에 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식솔 모임의 저녁에는 돌쇠 아내가 만든 떡이 놓였다. 마당 사람들은 아홉 섬을 되찾았느냐고 물었고 연화는 일부 곡식의 이동을 실제 확인했으며 전체량은 대조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답을 듣고도 떡을 먹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오늘의 작은 보상은 내일의 확정 숫자를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밤이 깊어졌을 때 조생원이 객주로 왔다. 서필주의 심부름꾼은 종이를 씻은 사람과 세곡 수레를 바꾼 사람이 같았다. 그는 북쪽 창고의 관리인이 아니라 한양에서 계속 같은 문을 오갔다. 묶음 하나를 우물벽에 남기라 명한 손까지 이어졌다.
“새벽에 벽의 묶음을 꺼냅시다.”
조생원이 말했다. 연화는 다친 손을 보았다. 손가락을 펴면 살이 당겼다. 그래도 이번에는 장대를 혼자 잡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있었다. 자기 몸 하나로 모든 문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주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조생원의 한쪽 소매를 접어 고정하는 일을 도왔다. 그가 혼자 매듭을 지으려 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상처가, 서로의 팔을 받쳐 주자 어디까지 아픈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