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야간 왕진
내가 기다린 시간
세현은 조정실 문 앞에서 가방 손잡이를 놓쳤다. 오른손이 떨려 손잡이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그는 떨어지기 전에 왼손으로 받았다. 문 안에서는 피해 가족이 먼저 와 있었다. 세현은 자기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테이블 위에 올렸다. 오늘의 떨림을 설명할 자리는 아니었다.
세현은 조정실 문 앞에서 가방 손잡이를 놓쳤다. 오른손이 떨려 손잡이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그는 떨어지기 전에 왼손으로 받았다. 문 안에서는 피해 가족이 먼저 와 있었다. 세현은 자기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테이블 위에 올렸다. 오늘의 떨림을 설명할 자리는 아니었다.
채영은 가족에게 질문을 직접 해도 되고 조정관을 거쳐도 된다고 말했다. 가족 쪽 한 사람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날은 손이 떨리지 않았습니까?” 세현은 아니라고 답했다. 지금 자신의 몸 때문에 그날 행동을 다르게 봐 달라는 뜻은 없다고 덧붙였다. 가족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조정관은 시간표를 꺼내기 전에 무엇을 먼저 알고 싶은지 물었다. 답은 지난번 보낸 질문과 같았다. 환자의 변화를 알고 왜 기다렸느냐. 세현은 준비한 종이의 첫 줄을 보다가 종이를 뒤집었다. ‘당시 상황이 복잡했다’는 말이 아직 맨 위에 있었다. 가족은 복잡한 상황의 중심에 자기 사람이 있었다.
“변화가 있다는 말을 들었고, 다시 직접 가서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가족은 그 뒤를 기다렸다. 세현은 대기 중이던 다른 판단을 먼저 마무리한 일을 말했다. 곧 다시 확인하겠다는 자기 계획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만큼 빨리 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당시 직접 보지 않은 상태를 안정적이라고 기억한 부분도 뒤에 발견했다. 기록과 기억이 다른 곳은 따로 표시했다.
채영은 질문지가 접힌 모서리를 폈다. 그의 말을 법률 문장으로 다듬지 않았다. 가족에게는 어느 문장이 자기 말인지 중요했다. 세현은 중앙 경보가 전달되지 않은 사실을 말할 차례가 왔을 때 멈췄다. 그것은 다음 의제에서 다루되 지금 자신의 판단을 대신 답하는 문장으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 알고 있었는데 기다린 거네요.”
“네. 다시 봐야 할 변화를 알았고, 제 판단이 늦었습니다.”
가족은 컵을 잡았다. 물을 마시지 않고 컵만 돌렸다. 세현은 자신이 당장 해야 할 사과와 해명 사이에서 흔들렸다. 미안하다는 말을 빨리 하면 질문을 막는 것처럼 들릴까 두려웠다. 그는 먼저 물었다. 지금 설명한 것 가운데 다시 듣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가족은 가방에서 버스 승차권 하나를 꺼냈다. 증거로 낼 종이는 아니었다. 병원을 오가던 날들에 가방 안에 남은 물건이었다. 조정관은 오늘의 교통비 정산 안내가 끝난 뒤 전달된다고 말했다. 가족은 지금 돈을 묻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길을 그렇게 많이 와야 했는지 묻고 있다고 했다.
세현은 그 종이의 흐릿한 글씨를 봤다. 자신은 출근길에 병원으로 왔고 가족은 다른 일상을 멈추고 왔다. 같은 문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비용이 같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자기 출석을 속죄처럼 세었지만 가족의 반복된 방문을 자기보다 먼저 센 적이 없었다.
채영은 가족이 오늘 오기 위해 누구에게 일을 맡겼는지 자세히 묻지 않았다. 필요한 신청은 별도 안내하되, 이 방에서는 가족의 시간 자체를 인정하면 됐다. 가족은 승차권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 종이를 보인 것으로 답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같은 질문을 한 번 더 했다.
“환자에게 가는 걸 왜 다음 일로 미뤘는지요.”
세현은 다른 일이 급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었다. 그 생각이 입 안에서 만들어지는 동안 조정실 시계가 한 번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다른 환자 이름과 병상을 꺼내 누구의 고통이 더 컸는지 비교하지 않았다. 이 가족 앞에서 자기 선택을 그 방식으로 팔 수는 없었다.
조정관은 세현이 직접 확인한 시각과 보고받은 시각을 나눠 종이에 썼다. 세현은 기록으로 확인할 수 없는 기억에 따로 표시했다. 가족은 그 표시 옆에 질문을 적었다. 왜 그렇게 기억했느냐. 세현은 자신의 잘못된 진술이 먼저 굳어졌고, 다른 기록을 본 뒤에도 한동안 같은 말로 자신을 설명했다고 답했다.
채영은 그 부분의 기존 정정 내용을 가족에게 다시 건넸다. 경보를 자신이 껐다는 기억은 사실과 달랐다. 가족은 종이를 읽고 경보를 끄지 않은 것과 늦게 간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세현은 그렇다고 답했다. 가족의 말을 자기 변명에 유리한 절반만으로 줄이지 않았다.
회의는 잠깐 멈췄다. 가족은 복도에 나가 전화했다. 세현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컵이 떨려 테이블에 닿았고 작은 소리가 났다. 그는 컵을 내려놓은 뒤 더듬거리며 하진에게 문자를 보내려 했다. 오늘 잘 설명했다고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화기를 뒤집었다. 가족은 아직 질문을 끝내지 않았다.
복도 끝에서 채영은 어머니에게서 온 문자를 읽었다. 담요를 세탁했고 아직 말리는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채영은 답장을 짧게 보냈다. 그 뒤 자기 사건 가방을 다시 닫았다. 집의 따뜻한 천을 이 방의 차가운 질문을 덮는 데 쓰고 싶지 않았다. 들어오기 전 영숙과 약속한 연락 시각도 아직 남아 있었다.
가족이 돌아와 묻는 질문은 준비한 질문지에 없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우리는 그동안 뭘 덜 했을까요?” 세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기 잘못된 기억을 중심으로 기록을 찾느라 가족이 들인 시간까지 정확히 셀 수는 없었다. 그는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설명을 바꾸는 동안 가족이 다시 물어야 했던 일은 자신이 만든 부담이라고 했다.
가족은 처음 보는 듯 세현의 얼굴을 오래 봤다. 용서한다는 말은 없었다. 대신 다음 회의에서 간호 인력과 위험보고를 직접 듣고 싶다고 했다. 병원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채영은 이미란의 참석 가능한 시간과 서정오에게 전달할 요구를 조정관이 공식으로 정리하도록 요청했다.
세현은 오늘 한 말을 기록에 넣기 전에 소리 내 읽었다. 준비한 종이보다 짧고 거칠었다. 자기 입에서 실제로 나온 문장을 듣는 동안 문장 끝마다 가족의 질문이 보였다. 조정관이 수정할 곳을 묻자 가족은 ‘부담’이라는 말 옆에 ‘병원을 여러 번 찾아온 시간’이라고 써 달라고 했다.
세현은 그 말을 넣었다. 자신에게는 기록의 진척이었으나 가족에게는 다녀온 길이었다. 채영은 서명한 사본을 가족에게 건넸다. 가족은 세현의 서명보다 수정 문장이 들어갔는지 먼저 봤다. 그 순서가 당연했다. 세현은 복도로 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지 않았다.
회의 뒤 하진과 만났을 때 세현은 사과를 충분히 못 했다고 말했다. 하진은 충분한 사과가 몇 문장인지 묻지 않았다. 오늘 가족이 질문을 끝낼 수 있었는지 물었다. 세현은 자기에게 할 질문 하나가 남아 있다고 했다. 왜 다시 찾아오기 전까지 이 설명을 먼저 보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이었다.
하진은 그 질문을 가방에 넣고 다니되 환자 앞에서 몸을 벌주지 말라고 했다. 세현은 피곤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느꼈다. 자기 고통을 피해 가족에게 해결해 달라고 가져갈 수는 없었다. 그는 예정 진료 시간이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오늘 침습 처치는 다른 담당자가 맡기로 돼 있었다.
오후의 영숙은 젖은 담요를 걱정하고 있었다. 손녀가 올 때까지 마르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창가로 옮겨 달라고 했다. 하진과 세현이 방문했을 때 영숙은 먼저 딸의 얼굴을 살폈다. 채영이 멀리서도 지친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세현은 오늘의 조정 내용을 집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영숙은 그가 손을 펴고 접는 모습을 봤다. “오늘 누가 어려운 말을 했어요?”
“네. 제가 답해야 할 말을요.”
영숙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젖은 담요 끝을 가리켰다. 세현은 가벼운 의자 이동을 하진과 함께 도왔다. 자기 손이 못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나누는 것은 벌이 아니었다. 창가의 남편 사진은 다른 쪽으로 옮기지 않았다. 담요 한쪽만 의자 등받이에 걸쳐 햇빛을 받았다.
영숙은 소파에 누워 손녀가 자기 옆에 누울지 바닥에 앉을지 골랐다. 몸이 불편하면 낮 방문을 짧게 하겠다고 했다. 세현은 영숙이 원하는 것과 현재 상태를 듣고 하진에게 확인했다. 오늘의 환자에게는 오늘의 대답이 필요했다. 과거 가족의 눈빛 때문에 결정을 늦추거나 빨리 밀어붙일 수 없었다.
진료가 끝난 뒤 영숙이 차를 권했다. 세현은 다음 약속이 있어 사양했다. 영숙은 대답을 듣고 바로 컵을 치웠다. 돌봄을 받는 사람도 온 사람의 시간을 붙들지 않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채영은 세현이 나가는 문을 보다가 자기 손의 질문지를 접었다. 집 안으로 가져오지 않은 질문이었다.
저녁에 조정관에게서 다음 날짜가 왔다. 이미란이 근무 동선을 직접 설명하고 병원은 당시 결원자료를 내기로 했다. 가족도 참석하겠다고 했다. 세현은 일정표에 그 시각을 적었다. 단순히 병원에 다녀오는 시간으로 쓰지 않았다. 누군가가 또 그 길을 와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오늘 받은 사본을 침대 곁에 두지 않았다. 업무 가방의 정해 둔 칸에 넣었다. 잠을 못 자는 것으로 가족에게 갚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대신 다음 날 기록을 대조할 시간을 따로 만들고 하진에게 진료 분담을 확인했다. 자신의 늦은 판단을 인정한 뒤에도 할 일은 구체적으로 남았다.
피해 가족은 같은 밤 사본에서 수정 문장을 다시 읽었다. 여러 번 병원을 찾아온 시간. 종이 위에 처음으로 그 길이 들어가 있었다. 가족은 다음 질문을 여백에 적었다. 비어 있던 두 자리에는 누가 있어야 했는지. 종이를 접을 때 이번에는 세현의 잘못된 기억을 다시 찾을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