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 5의 유언
물을 등에 지는 사람
다음 날 재배실의 잎은 모두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태양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순환팬 하나가 멈춰 잎 뒷면에 고인 물방울이 무게를 더했다. 니마는 식물보다 바닥의 낮은 바람을 먼저 느꼈다. 냉각수가 돌아가는 관이 평소보다 차가웠다.
다음 날 재배실의 잎은 모두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태양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순환팬 하나가 멈춰 잎 뒷면에 고인 물방울이 무게를 더했다. 니마는 식물보다 바닥의 낮은 바람을 먼저 느꼈다. 냉각수가 돌아가는 관이 평소보다 차가웠다.
아리는 도착하자 외부 관측부터 확인했다. 본체 폭풍의 도달 창은 다섯 날에서 여덟 날. 약한 선행 입자 흐름 때문에 외벽 작업 제한이 강화됐다. 재배실 고장은 그 흐름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었지만, 밖으로 나가 쉽게 우회관을 달던 방법은 오늘 쓸 수 없었다.
“이 물을 옮겨야 합니다.” 재배 담당자가 말했다. “팬 고치려면 탱크 연결을 끊어요.”
탱크는 식물만 먹이는 물건이 아니었다. 안쪽 대기구역 뒤에서 차폐질량 일부로도 쓰였다. 옛 사진에서 옮겨진 자리 때문에 작업자의 노출이 달라졌는지 조사한 뒤로 아리는 그 물을 단순한 재고로 읽지 않았다. 물을 빼면 식물의 젖은 뿌리와 뒤쪽 벤치의 차폐가 함께 달라졌다.
도한은 비축 용기에 담아 배에 싣자고 했다. 다음 항해에 물이 필요했다. 재배 담당자는 남는 사람에게도 물이 필요하다며 탱크 벽을 쳤다. 니마가 두 사람 사이에 들어갔다. 손으로 친 자리에 낮은 울림이 생겼다. 안의 물은 거의 가득했다.
“반으로 나누면 둘 다 되나요?”
니마는 물 위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았다. 나누는 말은 쉬웠지만, 손에 닿는 물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았다.
탱크 바닥의 배출구를 열기 전에 재배 담당자가 손을 들었다. 오래된 밸브는 끝까지 돌리면 열린 위치에서 멈추지 못할 때가 있었다. 마테오는 손잡이를 잡고 중간 위치에 머물렀다. 니마가 용기 무게를 재며 그 속도를 맞췄다. 첫 용기에서는 물이 튀어 그녀의 소매가 젖었다. 뒤에서 도한이 빈 용기를 빨리 바꿔 주려다 밸브 아래에 두 용기를 한꺼번에 놓았다. 물줄기가 두 가장자리 사이로 샜다. 재배 담당자가 물을 잠그고 셋에게 순서를 다시 정했다. 채우는 사람, 바꾸는 사람, 받은 용기를 가져가는 사람이 각각 있었다. 한 사람이 세 손을 갖겠다고 달려들 때보다 정한 손 하나씩 움직이니 바닥에 물이 떨어지지 않았다. 니마는 젖은 소매를 갈아입으러 갔다. 돌아와 보니 자기 자리에 대체 기사가 있었고, 아직 용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옆에서 무게표를 받았다. 빠진 사람 때문에 멈추지 않는 운반줄이 재배실 끝까지 이어졌다.
아리는 용량만 반으로 나눈 그림을 지웠다. 배에 실을 물과 남길 물의 용도가 달랐고, 차폐는 사람을 기다리게 할 위치에 있어야 했다. 그녀는 소형 용기를 안쪽 벽 따라 놓고 탱크의 필수 순환분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문제는 그 용기를 누가 옮기느냐였다.
창고에서 꺼낸 용기는 빈 상태에서도 손잡이가 작았다. 니마는 어깨에 걸면 빠르다고 했다. 의료팀이 들 수 있는 하중을 확인했고 그녀는 실제로 반쯤 채운 용기 하나를 들어 보았다. 두 걸음 만에 손목이 꺾였다. 오래 외벽에서 썼던 힘과 안쪽에서 물을 옮기는 힘은 같은 몸에서 나와도 달랐다.
“등에 지면 되겠지.” 마테오가 말했다.
그는 공구 운반끈을 가져와 용기 바닥을 받쳤다. 끈이 물 밸브를 누르지 않도록 돌리고, 벽에 기대 내려놓을 수 있는 고리를 붙였다. 니마는 손 대신 등으로 무게를 받았다. 처음에는 덜 아팠으나 한참 걷자 호흡이 가빠졌다. 그녀는 스스로 멈췄다. 뒤의 사람이 빨리 가라고 하지 않았다.
사나는 작은 운반대를 찾았다. 창고 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큰 수레 대신 접이식 바퀴틀을 썼다. 용기가 두 개씩 실렸고 바퀴가 벽의 좁은 틈에 걸리지 않았다. 니마는 끈을 내려놓고 운반대를 밀었다. 마테오가 물을 너무 많이 채운 용기 하나를 빼서 무게를 맞췄다. 몸을 아끼는 것이 오늘의 속도를 오히려 높였다.
한 줄로 옮기는 동안 재배실의 팬이 조용히 멎었다. 잎이 떨지 않았다. 아이들이 재배실 바깥에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채소는 식판에 항상 조금씩 남아 있던 물건이었다. 뿌리가 물 밖에 드러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한 아이는 자기 물병을 들고 들어오려 했다.
재배 담당자는 병을 받지 않았다. 개인 물을 부으면 농도와 오염 조건을 바꿀 수 있었다. 그는 아이에게 얕은 뿌리판을 들어 달라고 했다. 바닥에 내려놓으면 뿌리가 눌리는 판이었다. 아이 둘이 함께 양쪽을 잡았다. 기다릴 시간이 길어지자 한 아이가 팔을 떨었다. 니마가 와서 가운데를 받쳤다.
“너희가 놓아도 내가 안 떨어뜨릴게.”
아이들은 판을 내려놓고 자기 팔을 주물렀다. 니마는 누가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길 때 물건이 실제로 어떻게 받쳐지는지 봤다. 어제 외벽의 자기 공구를 대신 잡던 손과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판을 새 물관이 연결된 작업대까지 옮겼다.
팬 고장은 베어링의 마모였다. 정비기사는 같은 규격이 없다며 작은 예비팬 두 개를 쓰자고 했다. 아리는 두 팬의 합계 바람량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뿌리판 아래와 잎 높이의 흐름이 달랐다. 재배 담당자는 바람이 강하면 어린 잎이 마른다고 했다.
그들은 팬 하나를 아래 순환에, 하나를 위쪽 완만한 흐름에 맞췄다. 임시 연결선을 바닥에 늘어뜨리면 용기를 옮기는 사람이 밟을 수 있어 선반 안쪽으로 고정했다. 첫 작동에서 아랫줄 팬이 심하게 떨렸다. 받침이 얇은 식물판과 붙어 공명한 것이었다. 마테오가 별도 받침을 달자 소리가 줄었다.
재배 담당자는 죽어 가는 잎부터 자르자고 했다. 도한은 남는 사람들의 식량이 줄어든다고 걱정했다. 담당자는 잘라야 다른 잎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래 키운 잎 하나를 놓는 선택은 배에서 공구 두 개를 남기는 선택과 달랐다. 다시 자라려면 시간과 물이 있어야 했다.
니마는 잘린 잎을 모았다. 버릴 것과 오늘 먹을 수 있는 것을 나눴다. 어린 잎에서는 익숙한 냄새가 났다. 배식 담당자가 와서 그 잎으로 저녁 국을 끓이겠다고 했다. 차폐용 물을 옮긴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 사이로, 아직 먹을 수 있는 잎이 다른 수레에 실렸다.
안쪽 대기구역에는 소형 용기들이 벽 따라 놓였다. 아리는 앞선 실측을 다시 했다. 용기를 낮게 놓아 휠체어 뒤쪽 높이를 막는 구간이 약했다. 그대로 두면 걷는 사람보다 앉은 사람이 더 노출될 수 있었다. 니마는 선반을 올리자고 했다. 선반이 넘어지는 위험이 생겼다.
그들은 벽 고정대를 이용해 두 높이로 배치하고, 넘어질 때 통로를 막지 않도록 각 용기를 따로 묶었다. 물은 필요하면 배식에 꺼낼 수 있었으나 차폐 수량이 바뀌면 반드시 현재판에 남겨야 했다. 아리는 물을 빼는 담당자와 실측 갱신자를 함께 지정했다. 이름만 적고 끝내지 않고 용기를 실제로 꺼냈다 넣어 보게 했다.
할머니가 벽에 기대어 앉자 물통 표면이 뒤에서 차갑게 닿았다. 그녀는 담요가 젖을까 걱정했다. 안쪽 단열띠를 넣고 표면의 물방울을 닦았다. 실측값은 기존 임시판과 용기의 조합으로 내려갔다. 완전한 피난처는 아니었지만 남는 사람들의 한밤중 기다릴 자리가 나아졌다.
“이 물도 배로 가져갈 거죠?” 할머니가 물었다.
“이 줄은 여기 남깁니다.” 니마가 말했다.
“그걸 네가 결정했어?”
“제가 혼자 정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남겨야 한다고 말했어요.”
할머니는 그녀 손등을 토닥였다. 니마는 낯설게 웃었다. 떠나지 않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남기는 일은, 자신을 그곳에 영원히 남겨 두는 서약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곧 배에 탈 수도 있었고 니마도 훗날 떠날 수 있었다. 오늘 이 벽의 물은 지금 앉은 몸을 지키기 위해 남았다.
오후에는 배에 실을 별도 물과 재배실의 필수 물을 나눠 봉인했다. 도한은 물통에 차폐라고 크게 써 놓자는 제안을 받았다. 배식 때 꺼낼 수 있는 물이므로 고정된 용도 하나로 오해하게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는 현재 위치, 양, 이동할 때 연락할 곳을 단순한 그림으로 표시했다.
리오는 사람들이 이해할 그림을 그렸다. 자신은 그림에 서툴렀다. 소년이 와서 그 물통이 폭탄 같다고 말했다. 리오는 펜을 건네 주었다. 소년은 손잡이와 바퀴를 그렸고, 그림은 사람들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용기가 됐다. 현재판의 딱딱한 칸 하나가 사람 손으로 고쳐졌다.
저녁 국에는 어린 잎이 떠 있었다. 재배 담당자는 국을 먹다가 고개를 숙였다. 멀쩡했을 잎을 고장 때문에 빨리 잘랐다는 것이 속상했다. 니마는 살아남은 뿌리판을 찍어 보여 주었다. 새 팬 아래에서 잎 끝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화면을 보고서야 두 번째 숟가락을 떴다.
아리는 국그릇을 내려놓기 전에 손목을 주물렀다. 물통을 들 때 무리한 곳이었다. 리오는 서로 쉬라고 말하다가 다같이 앉은 꼴이라며 웃었다. 식당 바깥에는 배로 갈 수레와 남는 벽을 위한 수레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포기해서 생긴 물건은 아니었다.
그들이 식사를 끝낼 무렵 바닥이 짧게 떨렸다. 숟가락이 그릇 가장자리에서 떨어졌다. 회전 제어가 예정한 보정은 아니었다. 리오는 천장 환기구를 보았고 아리는 단말의 압력값을 열었다. C-12와 연결된 보조통로에서 값이 내려가고 있었다.
아리는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이번에는 공구만 집지 않았다. 의료팀과 격리 담당을 동시에 불렀다. 오늘 낮에 자기 등에 진 물의 무게가 아직 어깨에 남아 있었다. 그 무게가 만든 벽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그녀가 달려가야 할 것은 그 벽 반대쪽에서 빠져나가는 공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