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주대로의 붉은 매듭
빈 도장 한 칸
매화는 연화가 돌아오자 먼저 밥을 데웠다.
매화는 연화가 돌아오자 먼저 밥을 데웠다.
무엇을 알아냈느냐는 말은 그릇을 놓은 뒤에야 나왔다. 연화는 이틀 넘게 걸어 부은 발을 문턱에 올리고 우석과 선돌의 상태를 말했다. 형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었지만 매화는 선돌이 그릇을 들었다는 말부터 들었다. 그 사람 이름이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이제는 방 한쪽을 맡아야 할 얼굴처럼 느껴졌다.
“노삼이라는 분도 옵니까?”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자기 발로 나온 분입니다.”
매화는 방을 더 내는 대신 마당의 볏짚을 다시 갈았다. 두 방으로 다 받을 수 없으면 누가 어느 시간에 씻고 누울지 나누어야 했다. 병자가 아닌 사람이 쉬어 갈 자리를 약방처럼 만들 필요는 없었다. 만복은 담장 바깥의 작은 창고를 치우겠다고 했다. 값과 소유가 다르니 그 창고를 계궤에서 산 것처럼 쓰지 않았다.
두칠은 소환받은 다음 날부터 짐을 매는 일을 다시 하고 있었다. 약짐 끈에서 종이를 떼어 온 일의 반환은 아직 남았으나 은고변으로 아이를 묶는 일은 끝났다. 연화가 현상표를 내놓자 두칠은 이미 같은 표를 붙였던 가게에서 주문자 수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가게 주인이 직접 관아로 오기로 했다.
“어른이 종이를 가져오면 제가 안 뜯어도 돼요.”
아이의 말에 만복이 웃었다. 웃음이 끝난 뒤 객주 앞에서 고함이 났다. 식솔 몇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 누가 은을 받는다는 소식을 장에서 전해 들었고 서필주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쌀도 헌옷도 내놓았으니 이제 남의 집 문을 때려도 될 것 같았다.
연화는 신발을 신었다. 매화가 그녀의 발을 보며 먼저 문밖으로 나갔다. 몽둥이를 든 사내에게 자기가 빌려준 베를 돌려달라고 했다.
“그건 사람 눕히는 데 쓰려던 거예요. 싸우러 갈 때 머리 싸라고 준 게 아니에요.”
사내는 붕대를 풀었다. 대꾸하려다가 매화의 손을 보았다. 장작을 옮기느라 새긴 상처가 있었다.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래도 몽둥이는 놓지 않았다.
연화는 그들에게 우석이 한 말을 전했다. 나가는 길을 속이지 말라는 말이었다. 서필주 집을 부수면 관아가 그것을 먼저 다룰 것이고 북쪽의 사람은 또 기다려야 했다. 그렇다고 분노를 없애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북쪽으로 보내는 물과 곡식, 관아에 함께 낼 진술에 이름을 달자고 했다.
“내 이름을 쓴다고 문이 열립니까?”
사내가 물었다. 연화는 원문이 담긴 보자기를 열었다. 천판을 직접 가져온 노삼의 취득진술, 환전소 장부, 곡물상 표, 선돌의 빚문서였다. 우석의 원문은 관아가 가지고 있었다.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놓치지 않도록 하나씩 꺼냈다.
“이제는 관아가 본 적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같이 들고 들어갑시다.”
사내는 몽둥이를 만복에게 내주었다. 대신 보자기를 들었다. 만복이 무거울 거라 하자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때릴 팔이 문서를 나를 팔로 바뀌었다. 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갈 곳이 생겼다.
관아 앞에서 서필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전이 북쪽으로 나갔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다. 연화가 문턱에 올라서자 그는 사적인 빚을 관아 사건으로 키우는 이유를 물었다. 뒤에 식솔들이 서 있었고 매화도 있었다. 연화는 그 앞에서 가짜 유족의 선금부터 길게 늘어놓지 않았다.
“농장 창고의 물품번호와 관아 쌀이 실제 어디로 갔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서필주는 접수방 쪽을 보았다. 거기에는 우석의 빚문서가 이미 있었다. 은 월별 지급표가 더해지자 그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그는 심부름꾼이 제 이름을 팔았을 수 있다고 했다. 연화는 그 가능성을 없애려 하지 않고 실제 받은 손과 수결을 대조해 달라고 했다.
“그렇다면 선생도 확인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서필주는 답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청원을 반려한 종이를 뒤집어 두려 했다. 매화가 보자기에서 반려장을 꺼내 아전이 없는 접수책상 위에 놓았다. 반려장도 같은 창고 번호가 있었다. 오늘 들어온 물건만 보아서는 며칠 전 닫은 문을 잊을 수 있었다.
조생원이 처마 아래에서 걸어왔다. 이전 문서 보전에 손을 보탰던 그는 북쪽의 추가 진술이 접수된다는 말을 듣고 나왔다. 몽둥이 대신 보자기를 들고 선 식솔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필주에게 전날까지 남아 있던 접수기록을 함께 보자고 했다.
서필주는 자신이 반려했어도 물품 확인이 끝나면 그만이라고 했다. 조생원은 은 지급과 도장 도구, 사람 몸에 붙은 빚문서가 추가됐으니 현감에게 올릴 항목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화는 조생원이 모든 권한을 가진 사람인 것처럼 기다리지 않았다. 그 역시 문서를 지키고 올릴 수 있는 범위가 있었다.
한낮에 현감이 접수방에 사람을 들였다. 사람 전체를 마루에 올리지는 못했고 식솔 둘과 연화, 매화가 대표로 들어갔다. 현감은 북쪽에서 나온 환자 둘을 먼저 물었다. 치료가 끝났느냐, 돌아올 수 있느냐. 선돌이 아직 멀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답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현장에 가야 하는군.”
연화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창고가 농장이라는 이유로 밀렸던 확인을 직접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현감은 농장 전체를 조사하겠다고 즉시 말하지 않았다. 관아에서 내려준 쌀의 지급과 창고 물품의 실제 사용, 환자들의 신병 상태를 확인하라고 했다. 현장에 있는 아전이 수행하고 사람을 추가로 붙일 터였다.
서필주가 그 일은 자기가 내려가 보겠다고 말했다. 연화는 우석과 선돌의 진술에 그 이름의 은 지급표가 붙어 있다고 밝혔다. 그 사람 혼자 확인하고 돌아오면 자기 일에 자기 답을 달게 된다. 현감이 잠시 그녀를 보았다. 목소리가 거슬린다는 눈이었지만 이미 들어온 종이를 없는 것으로 할 수는 없었다.
“서필주는 여기 남아 물품 지급에 답하시오.”
그 말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 현감의 다른 책임이 없다는 확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필주가 북쪽 환자들을 먼저 만나 진술을 바꾸게 할 길은 닫혔다. 매화는 손에 쥔 베를 풀었다. 새 약포를 묶던 천이었다. 사람과 종이를 같이 보내는 길이 하나 열렸다.
관아는 현장 확인 인원과 수레를 정했다. 약을 동행시킬 때 그것을 관아의 지급으로 빼앗지 않도록 복단에게 직접 인계한다는 말도 넣었다. 연화는 창고 안의 모든 사람을 오늘 밤 풀어낸다고 말하지 않았다. 출입을 확인할 권한, 빚문서와 배급의 도구를 보전할 명, 병자를 밖으로 데려와 치료할 길이 생겼다. 그 범위면 어제보다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
매화는 객주로 돌아와 물을 끓였다. 이틀넘는 길을 갈 사람들이 작은 통마다 물을 채웠다. 먼 곳에서 곧 돌아올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아니었지만 준비한 방이 헛된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두칠은 물을 붓다 넘쳐 젖은 신발을 털었다. 만복이 혼내려 하자 매화가 그에게 빈 통을 주었다.
“말보다 통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만복은 군말 없이 물을 길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식솔들이 웃었다. 방 한가운데서는 박만수의 아내가 베를 자르고 있었다. 남편 저고리는 곱게 접힌 채 옆에 있었다. 자기 물건을 먼저 망가뜨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붕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이가 안 오면 이 방은 어떻게 합니까?”
그가 물었다. 매화는 병자가 먼저 쓰게 하겠다고 답했다. 박만수의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는 자리가 매번 남편 얼굴만을 요구하면 다른 사람이 문앞에서 멈출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기다림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저고리 위에 올려 둔 매듭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연화는 관아로 돌아가 도장을 기다렸다. 파수군이 문을 닫기 전에 출발명에 찍어야 했다. 서필주는 지급원장을 찾으러 갔다고 했지만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조생원이 도장대장을 가져왔고 연화는 책상 옆에 섰다. 책의 끈이 느슨했다.
“원래 이렇게 묶였습니까?”
조생원은 고개를 저었다. 가운데 장을 넘길 때 하얀 부분이 넓게 보였다. 한 장이 뜯긴 것이 아니라, 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얇은 빈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그 앞장은 농장 물품 지급, 뒤장은 세곡 운송의 인장이었다. 장마다 이어진 번호가 빈자리에서 하나 건너뛰었다.
연화는 북쪽으로 보낼 출발명을 먼저 찍게 했다. 빈 도장을 밝히느라 환자를 또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조생원이 다른 날의 인장과 도장문양을 대조한 뒤 명에 찍었다. 그 출발명은 빈칸에 해당하는 날짜의 도장이 아니었다. 빈 한 장을 찾는 일과 오늘 길을 여는 일이 같은 물건을 두고 다투지 않도록 했다.
문밖에서 수레가 움직였다. 연화는 출발명을 맡은 사람에게 약포와 전갈의 인계 이름을 다시 말하고 보내었다. 북쪽으로 가는 바퀴가 자갈을 밟았다. 길이 열렸다는 보상은 종이를 품에 넣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짐과 사람이 관아 문을 나갔다.
그 뒤에야 그녀는 도장대장으로 돌아섰다. 서필주가 접수방에 나타났다. 그는 비어 있는 장을 보자 다른 책에 이기했을 것이라 말했다. 조생원이 그 책이 어디 있냐고 묻자 서필주는 대답을 늦췄다.
“세곡 운송 날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연화가 빈 종이 아래 끝을 들었다. 남은 먹 자국에 곡식의 양 한 글자가 있었다. 아홉. 앞뒤의 세곡 장과 같은 붓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종이를 떼어 내지 않았다.
서필주의 손이 책상 모서리를 잡았다. 연화가 책을 조금 돌리자 그 손의 마디가 희어졌다. 거짓 빚에 찍힌 자국을 찾던 손끝이 관아 장부의 빈곳에서 멎었다. 서필주는 빈 종이 아래를 더 보여 주지 않으려 책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연화는 창밖의 수레 소리를 들었다. 오늘 길이 열린 북쪽에서는 범수가 문을 받칠 것이다. 한양에서는 자신이 이 책의 빈자리를 받쳐야 했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하지 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