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야간 왕진
사과 뒤의 영수증
첫 지원 정산 안내에는 정례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채영은 화면을 확대했다. 밤 여덟 시부터 열 시까지, 낯익은 이름 옆에 찍힌 두 시간은 선미가 집에 왔던 시간이었다. 정례는 그때 이미 퇴근했다. 채영은 어머니의 차 잔을 치우다가 손을 멈췄다. 지원이 시작된 뒤에도 자기 눈이 숫자에 붙들렸다.
첫 지원 정산 안내에는 정례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채영은 화면을 확대했다. 밤 여덟 시부터 열 시까지, 낯익은 이름 옆에 찍힌 두 시간은 선미가 집에 왔던 시간이었다. 정례는 그때 이미 퇴근했다. 채영은 어머니의 차 잔을 치우다가 손을 멈췄다. 지원이 시작된 뒤에도 자기 눈이 숫자에 붙들렸다.
영숙이 전화기를 받아 봤다. “정례 씨가 여기 밤에도 있었대?”
“아니. 이름이 잘못 들어간 것 같아.”
“그럼 돈은 누구한테 가는 거야?”
채영은 그 질문부터 지수에게 보냈다. 정례가 무급으로 남은 것처럼 정정하거나 선미가 일하지 않은 것처럼 삭제하면 안 됐다. 기관 담당자는 정산 전 미리 보낸 안내라며 확인하겠다고 했다. 채영은 선미의 첫 근무와 두 번째 근무의 실제 시간, 정례가 마지막 십 분 인계하고 퇴근한 기록을 나눠 보냈다.
정례에게도 잘못된 안내를 알렸다. 정례는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지난달 다른 집에서 자기 이름으로 배정표가 넘어와 근무하지 않은 시간을 설명하느라 쉬는 날을 보낸 적이 있었다. 채영은 정례가 기관까지 가서 해명하도록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례는 대신 자기 계약 종료 시각을 문자로 확인해 주었다.
선미는 근무가 없는 날이라 먼저 답하지 않았다. 채영은 답장을 재촉하지 않았다. 안내를 받은 시각과 기관에 문의한 시각을 남긴 뒤 기다렸다. 영숙은 그사이 정례가 이름 때문에 곤란해질까 걱정했다. 채영은 어머니에게 정례가 실제로 했던 일부터 적어 보자고 했다. 저녁, 마지막 인계, 퇴근. 영숙은 가장 분명하게 퇴근을 기억했다.
“귤 챙겨 갔어요. 내가 현관에서 인사했어.”
그 기억이 서류의 틀린 두 시간을 밀어냈다. 지수는 기관 담당자와 함께 오후에 전화를 걸어 왔다. 후보 명단을 복사하면서 기존 계약자 칸이 지원 근무자 칸으로 넘어간 오류였다. 담당자는 이름만 바꾸고 끝내려고 했으나 채영은 두 사람의 인계 시간이 어떤 항목으로 처리됐는지도 물었다.
기관은 선미의 사전 십 분을 기관 교육시간으로 처리했고, 정례의 십 분은 기존 계약의 마지막 유급시간 안에 있었다. 집에 이중으로 청구될 시간은 없었다. 담당자가 수정 안내를 보내는 동안 채영은 영숙에게 방금 들은 말을 읽어 주었다. 영숙은 정례와 선미에게 그 말을 각각 보냈는지 물었다.
“우리만 맞으면 되는 게 아니잖아.”
영숙은 이름 두 개를 직접 짚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집을 다녀간 사람이었다.
지수가 두 사람에게도 수정본을 보내기로 했다. 선미의 답장이 오후 늦게 왔다. 실제 근무시간은 맞았고, 자기 이름으로 바로잡힌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정례도 같은 시각 문자를 보냈다. 자기 저녁 계약에는 손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채영은 그제야 전화기를 식탁에 놓았다.
그날 오후에는 기기 업체의 전화도 왔다. 기존 농축기 월요일 비용을 다시 검토한 결과를 알려 주는 전화였다. 채영은 그동안 확인한 회수차량 적재시각과 대체기 설치시각을 다시 들었다. 화요일과 수요일의 중복 이틀분은 이미 감액돼 있었고, 오늘은 월요일에 겹친 시간의 비용이 별도로 조정됐다.
담당자는 통상 하루 단위 요금을 적용하려 했지만 원래 기기 고장과 대체 설치 경위가 업체 기록에 함께 있었다. 월요일 비용 중 중복된 사용 불가 구간을 감액하고 수정 청구서를 보내겠다고 했다. 채영은 정확한 항목명이 들어간 파일을 받았다. 오늘 배송료가 아니라 지난 고장 기기 청구의 남은 항목이었다.
영숙은 긴 통화를 들으며 점점 눈을 감았다. 채영은 부엌으로 옮겨 문을 조금 닫았다. 담당자는 사과를 세 번 했고 채영은 세 번 모두 들었다. 마지막에 고객 인계서의 ‘주민 부재’ 문구도 물었다. 창고 확인 코드를 고객 서류에 잘못 인쇄하던 양식은 수정돼 다음 발행부터 쓰고 있으며, 영숙의 기존 인계서도 정확한 회수 내용으로 재발행했다고 했다.
메일에는 서류가 두 개 들어 있었다. 하나는 수정 청구서, 하나는 실제 회수한 날과 차량 인수 내용을 적은 인계서였다. 채영은 처음 받은 종이를 버리지 않고 뒤에 붙였다. 지수가 비용 상담을 위해 달라고 했던 자료에는 바뀐 것만 보내고, 누가 잘못했는지 쓸 긴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저녁에 정례가 오자 영숙은 수정된 지원 안내부터 보여 주었다. 정례는 자기 이름이 사라진 칸을 보고 고맙다고 했다. 영숙은 그 말이 이상하다고 답했다. 잘못 들어간 이름을 바로잡았을 뿐인데 고맙다고 해야 하는 상황이 속상했다. 정례는 영숙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직접 봐 주신 건 고마워요.”
채영은 기기 청구서를 꺼냈다. 정례는 금액이 줄었다는 것을 보고도 먼저 밥을 묻었다. 채영은 점심을 안 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영숙이 웃었다. 오늘은 딸이 두 시간 지원 정산과 기기 청구를 붙들다가 자기 밥을 지웠다. 정례는 계약 안에서 준비해 둔 저녁을 내오며 두 사람을 함께 앉혔다.
영숙은 식탁에서 수정 금액을 소리 내 읽었다. 채영이 내용을 설명하려 하자 손을 들었다. 돈을 어떻게 쓸지 자기에게 먼저 물으라고 했다. 채영은 의료비 통장에 남겨 두자고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영숙은 손녀가 올 때 쓸 작은 담요를 하나 사고, 나머지는 다음 기기 청구에 남기겠다고 했다.
“새 담요는 필요 없어. 집에 있잖아.” 채영이 말했다가 바로 멈췄다.
“그러면 내가 네가 쉬는 두 시간을 필요 없다고 하면 되니?”
정례가 밥그릇을 내려놓으며 웃음을 참았다. 채영도 웃었다. 어머니는 돈을 돌려받은 환자가 아니라 손녀가 오기를 기다리는 할머니였다. 채영은 담요 색을 물었다. 영숙은 강아지 털이 묻어도 안 보이는 색이 좋겠다고 했다. 손녀 집에는 아직 강아지가 없었다.
식사가 끝나자 지수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공공 야간지원 첫 회차의 기관 정산 입력이 선미의 실제 근무로 처리됐고, 가족 부담 항목에는 중복 인계가 없다고 했다. 수정 안내만 보낸 것이 아니라 내부 정산도 고쳤다는 결과였다. 채영은 확인을 받은 다음 첫 안내와 나란히 저장했다.
영숙은 달력에 숫자를 쓰려다가 ‘선미 씨 첫날’이라고 적었다. 사람이 들어온 날에 비용부터 적고 싶지 않았다. 채영은 그 옆에 ‘정산 고침’을 작은 글씨로 썼다. 정례는 자기가 틀린 이름으로 두 시간 더 일한 사람처럼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식탁을 닦았다.
기기 업체가 약속한 조정금은 다음 날 오후에 들어왔다. 채영은 거래내역을 보고 업체에 마지막 수령 확인을 보냈다. 영숙에게 보여 주자 영숙은 통장을 자기 손으로 받았다. 두 사람은 이틀 감액과 월요일 조정을 합친 입금이 청구서와 맞는지 함께 보았다. 배송 추가요금은 이미 0원이었기에 오늘 입금에 다시 넣지 않았다.
영숙은 통장 겉면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남편이 생전에 매달 수도요금을 적던 통장이었다. 채영이 새 통장으로 바꾸자고 했을 때도 싫다고 했던 물건이었다. 오늘은 그 안에 자기 집으로 들여온 장비의 잘못된 비용이 돌아왔다. 영숙은 사과 전화보다 잉크로 찍힌 한 줄을 오래 봤다.
입금 확인 뒤 채영은 이전 자동결제 안내를 열었다. 수정 금액이 다음 결제에도 반영되는지 보려고 했다. 업체가 보낸 다음 달 예정 청구에는 이미 정정된 기기 항목이 들어 있었다. 채영은 이번에 돌아온 금액을 다음 달에도 또 받을 돈으로 적지 않았다. 잘못 받은 돈을 되돌리는 일에는 끝이 필요했다.
영숙은 딸이 파일을 닫는 소리를 기다렸다. 통장과 청구서를 봉투에 넣자 식탁 가운데가 비었다. 그 자리에 손녀가 보내 온 사진을 펼쳤다. 아이가 집에서 찍은 사진 속에는 할머니의 편지가 냉장고에 붙어 있었다. 채영은 딸이 보낸 사진을 확대해 여섯 개 신발 그림을 보았다. 자신이 확인해야 할 다른 숫자였다.
“받은 걸로 담요 사자.”
채영은 휴대전화로 색을 보여 주었다. 영숙은 화면을 넘기다 손녀 그림처럼 발이 많은 동물 무늬를 찾았다. 찾을 수 없자 그냥 노란색을 골랐다. 채영은 배송주소를 집으로 입력했다. 지수에게 비용 해결을 알리는 메시지는 그 뒤에 보냈다. 환급으로 가족의 생활이 움직인 순서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정례가 오기 전 두 사람은 낮잠을 잤다. 채영은 서랍에서 무급휴직원을 꺼냈다가 식탁에 놓았다. 아직 제출하지 않은 서류였다. 영숙은 그것을 보고도 찢으라고 하지 않았다. 두 시간의 지원, 동료와 바꾼 회의, 목요일 낮의 음식 자리. 조각들이 붙었어도 다음 주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채영은 회사의 인사 담당자에게 상담 시간을 잡았다. 휴직 대신 현재 일정 조정을 어느 기간까지 쓸 수 있는지 자기 책임으로 물을 생각이었다. 영숙은 그 전화 옆에서 담요 배송일을 달력에 썼다. 딸의 직장과 어머니의 집이 같은 서류 한 장에 묶이지 않도록 두 사람이 각자의 날짜를 적었다.
밤에 선미가 보내 온 짧은 문자를 영숙이 먼저 읽었다. 자기 이름이 제대로 올라갔고 첫 근무 수당도 오늘 지급됐다는 내용이었다. 영숙은 ‘잘 돌아갔어요?’라고 답하려다가 ‘수고했어요. 목요일에 봐요’라고 썼다. 그 사람의 귀가를 돌봄 시간 밖에서도 계속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채영은 식탁 위 영수증들을 봉투에 넣었다. 봉투 겉에 ‘틀린 돈’이라고 쓰려다가 ‘기기 청구 정정 완료’로 바꿨다. 어머니가 앞으로도 같은 말을 반복하며 돈을 찾으러 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영숙은 작은 배 모양 귤껍질을 버리고 새 담요를 놓을 자리를 골랐다. 돌려받은 것은 금액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