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상업 미스터리 48화

의주대로의 붉은 매듭

빌려 쓴 손바닥

아전은 선돌에게 먹을 묻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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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은 선돌에게 먹을 묻히지 않았다.

확인하려면 손을 다시 찍게 해야 한다고 길상은 생각했다. 그러나 선돌 손바닥에 갈라진 상처가 있었다. 먹이 들어가면 몸을 더 아프게 할 일이었다. 아전은 먼저 맑은 물에 적신 베를 주었다. 먼지를 닦은 손을 창밖 빛 아래 놓고, 종이 위의 손도장과 방향부터 비교했다.

선돌은 왼손을 찍었다고 했다. 문서에 찍힌 손의 엄지는 오른쪽이었다. 우석은 오른손이라고 말했다. 그의 문서도 엄지가 오른쪽이었다. 우석이 손을 뒤집으려 하자 아전이 멈추게 했다. 손을 어떤 쪽으로 놓았느냐에 따라 모양은 바뀌므로 방향만으로 사람을 바꾸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그날 무엇을 눌렀습니까?”

아전이 물었다. 선돌은 평평한 판이라고 했다. 천이 깔렸고 먹이 묻었다. 손을 대고 난 뒤 관리인이 판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돈을 받은 종이는 보지 못했다. 우석도 같은 순서를 말했다. 선돌은 광산 도착 직후, 우석은 갱목이 꺾인 사고 뒤에 불려 갔지만 빚문서에 손을 남기는 장면은 너무 비슷했다.

연화는 두 사람이 말한 것을 한 문장으로 합치지 않았다. 그들 앞에 각자의 문서를 두었다. 선돌의 이름은 정자로, 우석의 이름은 서둘러 쓴 글로 적혔다. 본문 숫자도 달랐으나 손도장 아래 모서리의 빈 점 세 개는 같은 삼각을 만들었다.

길상은 그 삼각이 돌 표와 닮았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세모는 어디에나 있었다. 천의 흠이 세 군데 비었다면 세모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형 손수건에서 뜻을 찾느라 익힌 급한 눈을 여기서 다시 쓰지 않기로 했다.

아전은 종이 둘을 완전히 겹치지 않고 가장자리를 맞췄다. 빛에 비추자 손바닥 아래의 곡선이 같은 높이에서 끝났다. 먹이 번진 두께는 달라도 끊어진 자리는 같았다. 그는 새 종이에 그림을 베끼지 않았다. 그림을 옮기면 자기 손이 새로운 같은 점을 만들 수 있었다.

“판을 가져오게 합시다.”

그가 말했다. 관리인에게 빚문서를 작성한 도구를 보여 달라는 요구가 갔다. 한 사람의 손도장을 흉내 냈다는 결론은 아직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다른 날 찍었다는 문서 둘의 동일한 흠은 도구를 물을 충분한 이유였다.

관리인은 오후까지 오지 않았다. 아전이 창고로 직접 가겠다고 하자 선돌이 길상 손목을 잡았다.

“뒤에 있는 판은 버렸을 거요.”

그는 관리인이 이름 없는 종이를 태우던 날을 기억했다. 문서가 하나뿐이면 몸이 갚을 빚만 남는다고 했다. 그 불을 끄려고 갔던 사람은 맞았다. 길상은 선돌의 손을 받았다. 자기 형도 그날 맞았는지 묻지 않았다. 하나의 상처에서 모든 답을 꺼낼 수는 없었다.

관아 사람이 두 명이고 범수까지 함께 가면 농부의 집을 누가 지키느냐는 문제도 남았다. 연화와 길상은 남고 아전과 범수가 창고로 갔다. 아전은 농장 물품 접수표를 들었다. 창고가 관아 곡식을 받아 썼다는 형식을 관리인 스스로 내놓은 이상 그 곡식의 지급 문서를 볼 명분이 있었다. 농장 전체를 빼앗으러 온 행렬은 아니었다.

길상은 그들이 떠나며 일으킨 먼지를 보았다. 자기가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은 끝까지 남았다. 하지만 선돌의 손이 아직 자기 소매를 잡고 있었다. 억지로 손을 떼어 내면 형을 구하러 가는 길에 다른 사람을 버리는 셈이었다. 그는 남아 우석의 붕대를 바꿨다. 복단은 그가 물을 너무 뜨겁게 데우자 식은 물을 섞게 했다.

오후 늦게 노인이 왔다. 그릇을 주고 병자를 밀어 내던 청소꾼이었다. 얼굴 한쪽이 부어 있었다. 그는 문앞에서 쓰러지지 않았고 자기 발로 헛간을 찾아왔다. 손에는 빗자루 대신 얇은 판 한 장이 있었다.

길상은 무릎을 꿇었다. 노인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노인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네가 받아 줘서 저 사람 살아 있지.”

선돌이 누운 자리에서 고개를 들었다. 노인은 그를 보며 입가를 움직였다. 부은 뺨 때문에 웃음이 조금 비틀렸다. 복단은 그에게 앉을 자리를 내주고 판부터 내려놓게 했다. 사람이 물건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노인은 이름이 박노삼이라고 했다. 창고에서 오래 청소했으나 갱 안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아니었다. 아전이 안에서 도구를 묻는 동안 관리인이 뒤쪽 서랍을 비우라고 시켰다. 판 두 개와 헌천을 버릴 짐에 섞었다. 그는 그중 하나를 품에 넣고 나왔다. 그냥 누가 이겼는지 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버렸다면 다시 사람의 손이 빚으로 팔릴 것을 알았다.

“이것도 남의 것이라 할 테지.”

노삼이 말했다. 연화는 어떻게 가져왔는지 그대로 적어야 한다고 답했다. 노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받았다가 자기 것인 척하라는 사람이 아니어서 좋다고 했다.

판 위에는 손바닥 모양의 천이 붙어 있었다. 천의 가장자리가 풀렸고 아래 모서리에 빈 구멍 셋이 있었다. 길상은 그것을 들려다 손을 멈췄다. 헛기침이 목에서 나왔다. 우석은 천을 보고 눈을 감았다.

“저 위에 눌렀소.”

연화는 판과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크기는 대체로 같았다. 아직 판에 종이를 눌러 새 손도장을 만들지는 않았다. 도구가 실제로 문서 둘에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일은 아전이 돌아와 직접 할 수 있었다. 노삼은 가져온 판 하나가 모든 문서의 손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서랍에 하나 더 있었다는 말만 했다.

노삼의 헌옷 소매에서 붉은 점이 번졌다. 복단이 걷어 보니 팔목에 상처가 있었다. 문을 끼워 막던 그릇이 깨져 살을 긁은 것이었다. 노삼은 그날 경비가 자기에게 한 말을 길게 늘어놓지 않았다. 그릇값과 병자값을 같이 물겠다고 했다는 한마디만 했다.

길상은 지난번 가져온 그릇을 내놓았다. 씻어서 약받침으로 쓰던 것이었다. 노삼은 그릇을 보고 비로소 크게 웃었다.

“내 것 맞아. 저 밑줄은 내가 손으로 팠으니까.”

그는 그릇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빚에서 자기 그릇을 빼 달라는 말도 아니었다. 선돌이 물을 마시는 데 쓰면 그것으로 좋다고 했다. 길상은 자기 혼자 그릇에서 형의 뜻을 읽으려 했던 일을 떠올리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노삼의 손에서 나온 물건은 노삼의 삶을 먼저 품고 있었다.

해가 기울 때 아전과 범수가 돌아왔다. 관리인은 판이 없고 모두 제 손으로 도장 찍었다고 했다. 서랍을 보자는 요구에는 자기 거래의 비밀이라며 반대했다. 아전은 거절을 받아 적고 농장 물품의 원장 대조를 관아에서 지시해 달라는 전갈을 보낼 생각이었다.

판을 본 그는 가만히 멈췄다. 노삼에게 취득 경위를 다시 물었다. 연화가 적은 내용을 읽어 주는 대신 노삼의 입에서 듣게 했다. 판이 생긴 뒤의 말을 판이 생기기 전의 진술과 섞지 않았다. 노삼은 두 번 말하는 것이 힘들어도 먼저 물을 마시고 답했다.

아전은 빈 종이를 가져왔다. 판의 천에 남은 먹으로 찍을 수 있는지 봤으나 말라 있었다. 새 먹을 아주 얇게 발랐다. 기존 흠을 메우지 않도록 옆의 베로 남은 먹을 덜었다. 그는 모든 사람 앞에서 판을 종이에 한 번 눌렀다.

손바닥이 나타났다. 아래 모서리 점 셋이 비었다. 우석 문서와 선돌 문서에서 본 흠이었다. 문서를 쓴 손의 다른 길은 아직 남았지만 적어도 그 천판으로 같은 흠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은 눈앞에 있었다. 길상은 종이를 보고 몸을 떨었다. 남의 손이 이토록 쉽게 빚이 되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아전은 판을 다시 찍지 않았다. 한 번의 재현도 도구를 바꾸는 일이었기에 어떻게 먹을 발랐는지까지 적었다. 우석은 자기 손을 새 종이 위에 대려 했다. 아전이 종이를 치웠다.

“당신 몸을 더 누를 일은 없습니다.”

우석은 손을 거뒀다. 길상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 조사라는 이름으로 손을 더 누르지 않는 사람을 만난 날이었다.

저녁에 관리인이 다시 왔다. 노삼이 없어졌다는 말을 들은 뒤였다. 그는 천판을 보고 먼저 노삼에게 달려들었다. 범수가 앞을 막았다. 관리인은 남의 도구를 훔친 일부터 벌해야 한다고 했다.

아전은 도구를 관리인 소유라고 인정하는지 물었다. 관리인은 잠깐 말을 잃었다. 방금 손으로 찍었으며 판이 없다고 말한 사람의 입에서 도구의 주인이 나왔다. 그는 업무용 판이지만 손도장을 대신 찍는 데 쓴 적 없다고 했다. 아전은 그 말도 남겼다.

노삼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가 손을 무릎에 올리고 관리인을 봤다.

“내 손으로 가져왔소. 버리라고 한 건 당신이고.”

관리인은 얼굴을 돌렸다. 그는 선돌과 우석이 원문을 훔쳤으니 빚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전은 빚문서의 도장과 돈 수령이 확인될 때까지 강제 회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우석은 눈을 뜬 채 그 말을 들었다. 모든 빚의 법적 결론이 그 자리에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문서로 사람을 지금 끌어갈 수 없다는 경계는 생겼다.

관리인이 떠난 뒤 노삼은 그릇을 들어 밥을 먹었다. 자기 그릇으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죽을 먹는 일이었지만 한 입마다 눈물이 났다. 복단은 물을 갖다주었다. 노삼은 눈물 때문이 아니라 죽이 뜨거워서라고 했다. 아무도 그 말을 바로잡지 않았다.

길상은 늦게 마당으로 나와 손수건을 폈다. 형이 천에 남긴 세 땀과 판에 남은 빈 점 셋은 모두 작았다. 하나는 사람을 밖으로 부르고 하나는 사람을 안으로 가뒀다. 같은 모양이 같은 뜻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범수가 옆에 앉았다. 길상은 처음으로 자기 형이 남을 줄 세웠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했다. 좋은 사람이면 구하고 나쁜 사람이면 남겨 두느냐는 물음은 하지 않았다. 범수도 그 질문을 만들지 않았다.

“나오면 자기가 한 일을 말하게 해야겠지.”

그가 답했다. 길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림은 이제 형이 아무 잘못도 없다는 증명을 얻으려는 일에서 조금 달라졌다. 살아서 자기 손의 일을 말할 사람을 데려오는 일. 그날 밤 그는 손수건을 곱게 접어 가슴 안쪽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