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완화의료 휴먼극 47화

열세 번째 야간 왕진

두 시간의 사람

월요일 오후, 정례는 현관문을 두 번 열었다 닫았다. 예비 산소통이 문에 닿지 않는 것을 확인하려는 게 아니었다. 처음 야간 근무를 오는 사람이 문 앞에서 기다리게 될까 봐 초인종 소리를 영숙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영숙은 세 번째에는 그만하라고 했다. 초인종보다 새 사람이 더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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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정례는 현관문을 두 번 열었다 닫았다. 예비 산소통이 문에 닿지 않는 것을 확인하려는 게 아니었다. 처음 야간 근무를 오는 사람이 문 앞에서 기다리게 될까 봐 초인종 소리를 영숙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영숙은 세 번째에는 그만하라고 했다. 초인종보다 새 사람이 더 걱정됐다.

배정된 사람은 첫 면담에 왔던 이선미였다. 지수의 연락에는 그 이름과 밤 여덟 시부터 열 시까지가 적혀 있었다. 기관의 인계 교육은 일곱 시 오십 분부터였다. 정례는 자기 유급 계약의 마지막 십 분에 인계하기로 했고, 저녁 여덟 시에는 퇴근했다. 채영은 냉장고 옆에 붙였던 겹친 칸을 새 종이에서 지웠다.

선미는 일곱 시 사십구 분에 도착했다. 서둘러 들어오지 않고 초인종을 누른 뒤 기다렸다. 영숙이 들어오라고 했을 때 문을 열었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둘 곳을 먼저 물었다. 영숙은 현관 가방 옆이 아니라 식탁의 빈 의자를 가리켰다. 그 의자는 아직 누구의 자리가 아니었다.

정례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서랍이었다. “여기는 영숙 씨가 직접 여세요. 찾으라고 하시면 어느 칸인지 먼저 물어봐요.”

선미는 메모를 꺼냈다. 영숙이 손으로 눌렀다. “나도 듣고 있는데 나 없는 집 이야기처럼 하지 말아요.” 정례가 고개를 숙여 웃었다. 지난번 면담 때 기다려 달라는 부탁이 메모의 첫 줄이었다. 선미는 영숙에게 먼저 저녁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었다.

그 사이 채영은 출근 가방을 다시 꾸렸다. 오늘의 마지막 한 시간에는 동료와 바꾼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어머니가 두 시간만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밤 전체가 처음으로 다른 빛을 얻은 것 같았다. 선미는 열 시에 나가는 버스 시간을 휴대전화로 확인했다. 채영은 그 화면을 보고 자기가 열 시에 늦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선명하게 알았다.

일곱 시 오십 분, 정례와 선미가 연락표를 함께 읽었다. 약을 정하는 사람, 산소기기 문제를 맡는 사람, 갑자기 상태가 달라질 때의 연락이 서로 달랐다. 선미는 자신이 의료 처치를 하는 인력이 아니라는 것을 영숙에게도 설명했다. 영숙은 이미 알고 있다고 답한 뒤 손녀의 강아지 엽서를 보여 주었다.

“이건 의료 처치가 아니겠죠? 다리가 너무 많아서.”

선미가 웃었다. 웃음이 끝날 때까지 정례는 자신의 마지막 메모를 읽지 않았다. 여덟 시가 되자 정례는 영숙의 손을 잠깐 잡고 나갔다. 채영은 인계가 더 필요하면 정례가 남아 줄까 생각했다가 그 생각을 입으로 꺼내지 않았다. 선미는 메모를 닫고 의자를 영숙 가까이 끌었다.

첫 십 분 동안 할 일은 없었다. 선미는 서둘러 빨래를 개거나 서랍을 정리하지 않았다. 영숙은 낯선 사람에게 자기 집의 조용함을 내줘도 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텔레비전을 켰다. 소리가 커서 선미가 줄여도 되냐고 묻자 영숙이 직접 줄였다. 그 작은 차이로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채영이 나간 뒤 영숙은 그릇 하나를 일부러 식탁에 남겨 놓았다. 선미가 치우러 일어나자 그것은 딸의 그릇이라고 말했다. 채영은 사무실에서 늦게 먹겠다고 했지만 집에 오면 뭔가 먹을 사람이었다. 선미는 그릇을 덮어 두었다. 자기가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과 이 집의 저녁을 지키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닐 수 있었다.

영숙은 소파에서 몸을 고쳐 앉다 얼굴을 찡그렸다. 선미는 곧장 팔을 잡지 않고 어디를 도우면 되는지 물었다. 영숙이 쿠션을 가리켰다. 쿠션을 받쳐 주자 숨을 고르는 시간이 생겼다. 잠시 뒤 영숙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선미는 이미 정한 도움 범위 안에서 곁에 섰다. 둘은 말없이 서두르지 않았다.

돌아온 영숙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선미는 계획표에 적힌 변화를 확인하고 하진에게 연락했다. 영숙은 통화가 길어지는 걸 싫어했다. 자기 말을 대신 설명하는 선미의 옆에서 손을 내밀었다. 선미가 전화기를 건넸다. 영숙은 평소와 다른 느낌을 직접 말하고, 하진이 묻는 것을 천천히 답했다.

하진은 현재 관찰과 이후 연락 기준을 확인했다. 집으로 새 사람이 오거나 처방을 바로 바꾸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영숙이 지금은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하자 하진은 그것을 들은 뒤 선미와 필요한 관찰을 다시 맞췄다. 선미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물었다. “지금 조용히 있을까요, 말을 할까요?”

“딸한테도 그걸 좀 물어보라고 해 줘요.”

영숙은 웃었다가 기침을 했다. 웃음 끝에 기침이 붙는 게 억울한 얼굴이었다. 선미는 웃음을 끊으라고 하지 않았다. 영숙이 편해질 때까지 옆에 앉았다. 시계는 여덟 시 사십 분을 가리켰다. 선미의 첫 근무에서 벌써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시간은 겨우 사십 분 지났다.

사무실의 채영에게 메시지가 왔다. 선미는 영숙이 요청한 내용만 간단히 보냈다. 채영은 전화를 걸려다가 어머니가 쉬고 있다는 문장을 다시 읽었다. 밀린 문서 두 장을 끝낸 뒤 정례가 처음 집에 왔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에도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말보다 자기 손으로 모든 것을 붙드는 게 쉬웠다.

아홉 시에 채영의 동료가 커피를 갖다 놓았다. 채영은 괜찮다고 사양했으나 동료는 자기 커피도 들고 있었다. 약속했던 전화회의 대체를 마친 뒤 처음 함께 앉는 시간이었다. 동료는 그녀가 계속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영은 고맙다는 말을 미안하다는 말 앞에 놓으려고 했다.

집에서 영숙은 선미에게 따뜻한 차를 마실지 물었다. 선미는 자신이 준비해도 되는지 되물었다. 영숙은 컵 위치를 알려 주었다. 두 사람은 차를 하나씩 앞에 놓았다. 선미가 손녀 엽서의 날짜를 읽다가 자기 딸도 엉뚱한 동물을 그렸다고 말했다. 영숙은 선미에게 아이가 몇 살인지 처음 물었다.

선미는 아홉 살이라고 답했다. 오늘 아이는 아버지와 있었고 자기는 근무 뒤 집에 돌아간다고 했다. 영숙은 시계를 봤다. 자기 딸이 집에 돌아오는 시각이 누군가의 엄마가 집에 돌아가는 시각이기도 했다. 선미가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을 보아도 더는 서운하지 않았다.

아홉 시 삼십오 분, 채영은 사무실을 나왔다. 버스가 지나간 뒤라 다음 차를 기다려야 했다. 길 건너 택시가 한 대 보였지만 이번에는 시간 안에 올 계산이 맞았다. 채영은 출발했다고 선미에게 보냈다. 영숙에게도 같은 문자를 보냈다. 둘 사이의 시간을 자기 조급함으로 길게 만들지 않았다.

선미는 아홉 시 오십 분부터 다음 근무에 필요한 것을 짧게 정리했다. 영숙은 낮잠 뒤 첫 물을 어디에 놓아 달라고 했는지 직접 적었다. 글씨가 비뚤어져도 선미는 덧씌우지 않았다. 채영이 아홉 시 오십팔 분에 문을 열었다. 영숙은 딸 얼굴보다 시계를 먼저 보고 만족한 듯 웃었다.

“오늘은 네가 지각 안 했네.”

채영은 신발을 가지런히 놓았다. 바쁘게 뛰어 들어오지 않아서 어머니의 첫 농담을 놓치지 않았다. 선미도 그 말에 웃었다.

선미는 열 시에 근무를 마쳤다. 채영이 계단까지 배웅하려고 하자 선미는 어머니 옆에 있어도 된다고 했다. 버스는 골목 밖에서 탈 수 있었다. 현관문이 닫힌 뒤 채영은 선미가 남겨 둔 메모를 읽었다. 어머니가 직접 고른 말 옆에는 질문을 기다린 흔적처럼 빈 줄이 있었다.

채영은 덮어 둔 자기 그릇을 열었다. 밥은 차가웠지만 먹을 수 있었다. 영숙은 딸이 첫 숟가락을 삼킬 때까지 보고 있었다. 채영은 오늘 일을 끝냈다는 말부터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차를 누구와 마셨는지 물었다. 영숙은 선미에게 아홉 살 딸이 있다는 것을 말했다.

영숙은 선미가 앉았던 의자를 보았다. 집에 낯선 사람이 오면 그 사람이 떠난 자리까지 낯설었다. 오늘은 의자에 자기 차 잔이 남아 있었다. 선미가 컵을 치우려 하자 더 마시겠다고 해서 남겨 둔 잔이었다. 사람은 나갔고 자기 말대로 남은 물건은 그대로 있었다.

채영은 싱크대 위의 수건을 보다가 선미가 설거지를 덜 했다고 생각할 뻔했다. 영숙이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딸은 그 행동을 보고 다시 자기 밥을 먹었다. 필요한 일을 전부 대신하는 것보다, 어머니가 하겠다고 남긴 일을 건드리지 않는 사람이 온 첫날이었다.

영숙은 선미의 딸 이야기를 더 했다. 학교에서 장갑을 잃어버려서 겨울에도 서로 다른 색의 장갑을 끼고 다닌다고 했다. 채영은 자기 딸도 그렇게 다닐 수 있겠다고 웃었다. 선미의 자기 집 이야기가 영숙의 집에서 금지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두 시간 동안 자기와 관계없는 아이가 웃긴 사람으로 들어왔다.

채영은 뒤늦게 정례에게 오늘 인계가 잘 끝났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정례의 답은 짧았다. ‘내일 저녁에 뵐게요.’ 내일 자기 계약에 돌아온다는 말이었다. 채영은 오늘 밤의 일을 더 묻지 않았다. 이제 그 일을 실제로 한 사람의 메모가 식탁에 있었다.

“우리 집에서 사람이 두 시간 일하고 자기 집으로 갔어.”

채영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지원이라는 말에 가려졌던 사람이 어머니의 문장으로 보였다. 그 사람이 오늘 와서 앉았고, 전화기를 건넸고, 차를 마시고 제때 돌아갔다. 채영은 오늘 밤 혼자 버텨야 했던 두 시간을 달력에서 지웠다.

영숙은 열 시부터의 한 시간에 딸을 앉혀 놓고 일을 더 시키지 않았다. 불을 조금 낮추고 답장 이야기를 꺼냈다. 손녀는 아직 편지를 받지 못했다. 영숙은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채영은 어머니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첫 공식 야간지원의 밤에는 그것도 인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