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 5의 유언
푸른 불꽃의 값
세 번째 고정구를 끊자 배가 창밖으로 조금 떠올랐다. 실제로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나머지 고정구 두 개가 하중을 받아 미세하게 늘어났고, 그만큼 통로의 경사가 달라졌다. 아리는 바닥에 굴러간 볼펜을 발로 막았다. 사람 몸이 느끼는 기울기보다 볼펜은 더 빨리 대답했다.
세 번째 고정구를 끊자 배가 창밖으로 조금 떠올랐다. 실제로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나머지 고정구 두 개가 하중을 받아 미세하게 늘어났고, 그만큼 통로의 경사가 달라졌다. 아리는 바닥에 굴러간 볼펜을 발로 막았다. 사람 몸이 느끼는 기울기보다 볼펜은 더 빨리 대답했다.
“지금 출항하면 되지 않습니까?” 리오가 물었다.
운항기사가 유리 너머의 배를 보았다. “두 개로 받는 동안 연결통로를 접으면 떨립니다. 먼저 임시 고정을 걸어야 해요.”
고정구 끝에는 푸른 불꽃이 사라진 자국이 남았다. 카메라가 원본보다 밝게 보여 준 부분을 아리는 다시 낮췄다. 그제야 검은 단열재 사이로 가느다란 균열이 보였다. 마테오가 봤던 섬광과 시각은 다르지만, 그날 촬영에서도 같은 위치의 짧은 전위 상승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헛것을 본 것이 아니었다.
리오가 마테오를 부르려 하자 아리는 그의 현재 교대표를 봤다. 검진 뒤 숙소에서 쉬는 시간이었다. 리오는 단말을 내렸다. 대신 목격 때 본 방향을 묻는 메시지를 남겼다. 세 시간 뒤에 답해도 이 고정구의 전기를 끊은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임시 고정틀은 창고에 있었다. 사람 두 명이 좁은 바깥 통로를 지나야 했다. 정비팀은 니마가 가장 빨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니마는 이미 보호복 바지를 잡고 있었다. 아리는 단축교대 제한을 가리켰다. 오늘 그녀가 외벽으로 다시 나갈 수는 없었다. 니마는 보호복을 내려놓았으나 표정이 단단해졌다.
“그럼 내가 아는 위치까지 누가 가요?”
리오가 자기 장갑을 들었다. 그도 오전에 환기구 안에서 오래 일했고 의료팀의 재평가가 필요했다. 니마는 웃지도 않았다. 숙련된 사람들을 쉬게 하는 표를 만드는 동안, 정작 비상 작업이 생기면 그 사람들부터 찾는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았다.
사나가 바깥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그녀는 검진과 휴식 뒤 가능한 짧은 작업이 남아 있었다. 대체 기사와 함께 나가되 고정틀의 위치를 니마가 안에서 안내하기로 했다. 사나는 손목띠를 조이면서 물었다. “내가 나가는 건 어디에 써?”
아리는 이번 작업을 이전 교대의 연장으로 숨기지 않고 새로 적었다. 의료팀은 시간과 중단 기준을 확인했다. 사나가 의무실 문을 닫는 순간 니마는 창가로 갔다. 눈앞의 외벽에서 다른 사람 손이 자기 공구자리에 들어가는 장면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밖에서는 소리가 없었다. 사나의 마이크에 들어오는 호흡과 통신의 짧은 잡음이 전부였다. 대체 기사는 고정틀을 오른쪽으로 가져가다가 멈췄다. 사진에 보인 빈틈이 실제로는 산소 배관을 감싼 덮개였다. 니마가 “그 위에는 놓지 마요”라고 말했다.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사나가 고개를 돌렸다. 카메라에 배관 덮개의 작은 손상표식이 잡혔다. 대체 기사는 틀을 뒤로 뺐다. 부끄러워서인지 서둘러 다른 곳에 놓으려 했고 이번에는 안전줄이 모서리를 돌아갔다. 사나가 그의 손목을 잡고 멈춰 세웠다.
“틀을 먼저 놓지 마. 네 몸부터 돌아올 길을 놔.”
그는 안전줄을 곧게 펴고 발을 고정했다. 니마는 통신을 잠시 끊었다. 안에서 내리는 지시가 밖의 손보다 빨라지면, 작업자는 어디를 봐야 하는지 몰라진다. 아리가 그녀 옆에서 손가락 세 개를 접었다 폈다. 세 단계씩, 답을 듣고 다음을 말하자는 신호였다.
고정틀의 첫 볼트가 들어갔다. 둘째는 구멍이 맞지 않았다. 대체 기사는 배가 틀어졌다며 나머지 고정구를 조절하자고 했다. 운항팀은 원래 고정구를 움직이지 않았다. 사나가 틀 아래에 손을 넣어 이물질을 찾았다. 오래된 절연띠 한 조각이었다. 그것을 빼내자 두 번째 볼트가 제자리로 들어갔다.
작업 제한까지 사 분이 남았다. 마지막 잠금턱을 거는 데는 이 분이 필요했다. 사나의 호흡이 길어졌다. 니마는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리는 사나에게 값을 읽게 했다. 사나는 현재값을 말한 다음, 이상하게 흐린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가 빛을 너무 오래 보고 있었네.”
아리는 작업을 멈췄다. 마지막 턱은 안쪽 제어로 잠글 수 있는 위치까지 이미 들어왔다. 두 사람이 돌아온 뒤 운항기사가 고정틀을 조일 수 있었다. 사나가 돌아서자 대체 기사가 미완성 작업에 손을 다시 뻗었다. 사나는 그 장갑을 자기 쪽으로 당겼다.
“남은 이 분이 아니라 돌아갈 이 분이야.”
에어록 문이 닫혔다. 내부 압력이 올라오는 동안 니마는 눈을 감지 않았다. 사나가 헬멧을 벗자 이마에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의료팀이 손을 내밀었고 사나는 고집부리지 않았다. 니마는 그녀가 앉을 의자를 당겼다. 의자 다리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났다. 밖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한꺼번에 돌아왔다.
대체 기사는 자기 헬멧을 바닥에 내려놓다가 발로 차 버렸다.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사나는 그를 앉히고 장갑의 손가락을 하나씩 풀게 했다. 안쪽에서는 쉽게 눌렀던 잠금 장치가 밖에서 얼마나 무거웠는지 그는 그제야 말했다. 니마는 통신에서 급하게 지시한 대목을 사과했다. 그는 처음 듣는 공구 이름을 놓칠까 봐 모든 말에 대답하려 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다음번에는 보지 못한 위치를 보았다고 답하지 않기로 정했다. 사나는 물컵을 들고 그들을 보다가 웃었다. 헬멧은 아직 바닥에 있었으나, 니마가 주워서 작업대 아래 안전한 자리에 걸었다.
“마지막 턱은?” 사나가 물었다.
“안에서 잠갔어요.” 니마가 말했다. “이제 당신 없이도 그 값 봐요.”
사나는 웃으려다 물을 마셨다. 임시 고정틀은 하중을 안정적으로 받았다. 고장 난 세 번째 고정구를 떼어 내는 동안 배는 연결통로에 힘을 싣지 않았다. 운항기사가 표시판의 두 줄을 나란히 보여 주었다. 안전한 임시 상태였고, 출항을 위한 최종 정비는 아직 남았다.
고정구를 열자 절연재 아래 눌린 접점이 드러났다. 충전한 외장 표면과 안쪽 금속 사이에서 전기가 짧은 틈을 뛰어넘었다. 오래전의 섬광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태울 경보가 아니었다. 같은 부품에서 작은 흔적을 남기며 반복된 고장이었다. 마테오가 먼저 그것을 보았고 카메라는 너무 밝아서 흔적을 지웠다.
그가 오후에 답장을 보냈다. ‘내가 본 방향은 세 번째 끝이 맞아. 그때는 화물선 불빛인 줄 알았어.’ 아리는 현재 분해 사진을 보내 주었다. 이름을 붙여 칭찬하는 공지를 올리기 전에 그의 허락을 물었다. 마테오는 사진을 숙소 벽에 붙여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기 얼굴이 없는 사진이니 그가 고르면 된다고 했다.
저녁이 오기 전에 담보권자의 회신도 도착했다. 독립 관측과 작업 제한 중단 자료를 받았고, 조건부 봉인 해제안을 내놓겠다는 내용이었다. 발표 예정시각은 다음 날 오전. 리오는 더 기다릴 수 없다고 했지만 도한은 연락선을 열어 실제 담당자와 통화했다. 예고만 받은 것이 아니라 검토자가 누구이며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확인했다.
“사용자 부담금이 붙으면요?” 리오가 물었다.
“그걸 지금 먼저 물었어요.” 도한이 말했다. “부담을 주민 개인에게 넘기는 조건은 받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리오는 그 말이 최종 협상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담당자와 통화한 녹음의 핵심 부분을 같이 들었다. 사람 얼굴을 보지 못한 협상에서도 상대방이 대답하지 않은 질문이 있었다. 도한은 담보 가치가 떨어질 경우의 손실을 안전지출로 계산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상대는 검토 후 답하겠다고 했다.
작업실 문밖에서 니마가 손짓했다. 식사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대체 기사에게 고정구의 두 번째 경로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아까 잘못 놓으려 했던 배관 덮개를 종이 도면에 그렸다. 니마는 그 그림을 지우지 않았다. 실수한 자리도 길을 찾는 기준이 될 수 있었다.
그가 “이제 당신은 안 나가도 되겠네요”라고 하자 니마의 얼굴이 잠깐 굳었다. 안 나갈 수 있는 날이 생긴 것과 돌아갈 일을 잃는 것은 달랐다. 그녀는 도면에 다음 정기점검 날짜를 쓰고 자기 이름 옆에 ‘상태 재평가 후’라고 적었다. 대체 기사는 그 차이를 알아듣고 자기 교대도 새로 썼다.
아리는 배 안에서 임시 고정틀 값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새 흡착통은 정상이고, 배의 전력·도킹 검증 상한은 삼백육십팔이었다. 이 고장 수리로 그 숫자를 올리지 않았다. 부품이 바뀌면 실제 출항 시험은 다시 해야 했다. 리오는 한때 고장이 생길 때마다 안전 상한도 새로 깎일까 두려웠다고 했다.
“고장이 생겼다고 사람 수부터 줄이지는 않아요. 작동하는지 보고 결정해요.”
리오는 창을 보았다. 밤과 낮의 경계는 거주지 조명이 만들었다. 별은 같은 자리였는데 유리의 푸른 선은 사라져 있었다. 그 사라짐을 위해 누가 밖으로 나갔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날 총회 공지에는 마테오의 허락을 받아 그의 목격이 수리에 도움이 됐다는 한 줄을 넣었다.
마테오는 공지를 읽고 자신이 대피 우선순위를 얻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고정구 사진을 들고 사나의 침대 옆에 갔다. 사나는 의무실에서 귀가했고 다음 교대는 쉬기로 했다. 두 사람이 사진을 서로 돌려 보았다. 마테오는 그날 본 작은 빛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사나는 오늘 볼트를 뺀 쪽을 짚었다. 같은 부품이 서로 다른 날 두 사람을 만났다.
니마가 문간에서 그들을 보고 말했다. “다음에는 제가 보는 동안 아무 빛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나는 사진을 접었다. “그럼 별을 봐. 그건 고장신고 안 해도 돼.” 세 사람은 웃었다. 창밖에는 별이 남아 있었고, 배는 더 이상 푸른 불꽃으로 사람을 부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