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상업 미스터리 46화

의주대로의 붉은 매듭

자루 속의 돌

두칠은 관아에 들어갈 때 돌을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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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칠은 관아에 들어갈 때 돌을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

자루집 주인이 천에 싼 돌을 들고 뒤따랐다. 돌은 하나뿐이었지만 사내의 손이 더 무거워 보였다. 주문을 받아 남의 말을 그대로 한 뒤 이제 와서 그것이 무슨 일에 쓰였는지 묻는 날이었다. 두칠은 앞서 걸으며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주인이 달아날까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장보가 골목에서 기다릴까 두려웠다.

연화는 밤새 북쪽에서 가져온 표들을 만복에게 보여 주었다. 만복은 오늘 바로 수레를 보내자고 했으나 범수와 복단이 있는 헛간까지 짐을 나르는 사람이 먼저 필요했다. 매화가 식량을 꾸리는 동안 연화는 두칠을 따라 관아로 갔다. 두 사람의 등 뒤로 수레 축에 기름 바르는 소리가 들렸다. 구출의 소식이 식솔들의 손을 잠시 가볍게 했지만 아직 그들의 사람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장보는 먼저 와 있었다. 새 저울이 마루 한가운데 놓였다. 이전 저울이 휘어 무게를 믿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뒤 구해 온 것이었다. 반짝이는 저울 앞에서 장보는 예전 숫자가 맞다고 했다. 아전은 자루집 주인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주문표를 준 분이군.”

주인은 고개를 숙였다. 장보가 종이를 빼앗으려 했을 때보다 더 깊이 숙였다. 아전이 그에게 돌을 올려놓으라고 하자 장보가 웃었다.

“은 도둑을 잡는 자리에 돌 장사까지 부르셨소?”

“자루가 주문된 일을 묻습니다.”

주인은 천을 풀었다. 검은 돌의 한 면이 반들반들했다. 은가루를 묻힌 듯 빛났지만 가장자리에는 검은 속이 드러났다. 장보가 신발로 돌을 밀어 저울에서 떨어뜨리려 했다. 두칠이 몸을 앞으로 던졌다. 아전이 막대를 내려치자 아이는 손을 멈췄다. 돌을 지키다가 자기가 다칠 필요는 없었다.

“새 자루에 무엇을 넣었습니까?”

아전이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은 잘 만들어졌는지 보려고 돌을 넣었다고 했다. 장보가 무게까지 맞춰 달라고 요구했다고도 했다. 주문받은 크기의 자루가 그 무게를 견디는지 확인하는 일인 줄 알았다. 잃어버린 자루 대신 살펴본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왜 이 돌만 남겼습니까?”

“무게가 넘어서 하나 뺐습니다. 그걸 아이가 본 거고요.”

두칠은 바로 말을 보태지 않았다. 자신이 본 것은 주인이 가게 옆에서 돌을 빼 두는 장면이었다. 장보가 은을 대신 돌로 꾸몄다는 결론까지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아전은 그 장면의 시각을 물었고 두칠은 자기가 새 소환장을 받으러 가기 전이라고 답했다.

장보는 새 자루에 돌을 넣었다고 인정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 했다. 옛 자루에 은이 있었는지를 묻자 다시 두칠에게 말이 돌아왔다.

“저놈이 가져갔으니 내 손에 없는 것 아니오?”

“아이에게 맡긴 사람이 누구입니까?”

“내가 맡겼소.”

“맡길 때 달아 본 무게가 있습니까?”

장보는 휘어진 저울을 말했다. 아전이 그 저울은 더 쓰지 않아 버렸다고 하지 않았느냐 묻자 장보의 목소리가 커졌다. 관아가 도둑의 말을 듣느라 장사의 은을 잃게 했다고 했다. 마루 바깥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국수집 할머니도 있었다. 오늘은 그릇이 아니라 손바닥만 들고 왔다. 이 아이를 포박하지 않고 끝내는 것을 보겠다고 말했다.

연화는 새 저울 위에 자루를 놓자고 했다. 주인이 가져온 것은 새 자루의 같은 천으로 만든 작은 견본이었다. 그것을 옛 자루라 내놓지 않도록 먼저 밝혔다. 새 자루는 장보가 가져왔다. 저울에 올리자 돌을 빼지 않은 무게가 장보 고변서의 숫자와 맞았다. 우연히 같은 무게일 수도 있었다. 결정해야 할 것은 자루가 옛 물건인지 아닌지였다.

아전은 장보에게 새 자루를 언제 만들었는지 다시 물었다. 장보는 말하지 않았다. 주문표의 날짜를 인정하면 두칠이 도망쳤다는 시각과 맞지 않았다. 장보는 주인이 날짜를 틀리게 적었다고 했다. 주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가게 장부를 내밀었다. 같은 날 다른 손님에게 받은 값과 주문한 바늘이 그 앞뒤에 이어졌다.

“내 날짜가 틀렸으면 당신은 값을 안 낸 셈이 됩니다.”

주인이 말했다. 장보가 팔을 뻗었다. 주인은 물러서지 않고 자기 손등을 가렸다. 오래 장사를 해 온 사람이 처음으로 손님 앞에서 자기 장부를 지켰다.

아전은 새 자루의 무게를 옛 자루의 무게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은을 달아 본 독립 목격도, 두칠이 은을 들고 떠났다는 목격도 없었다. 두칠이 뜯어 온 종이는 약짐의 끈에 있었고 그 잘못과 은 절도는 다른 일이었다. 장보는 입술만 움직였다.

“고변한 죄를 지으라는 겁니까?”

“추가 증거 없이 아이를 묶지는 않겠소. 새 자루를 잃은 자루인 듯 내민 일은 당신이 답해야 합니다.”

두칠은 말을 다 알아듣기 전에 무릎이 풀렸다. 연화가 어깨를 잡았다. 아이는 그 손을 붙들고 다시 섰다. 밖에서 할머니가 큰소리로 숨을 내쉬었다. 국수값도 못 받을 만큼 마음을 졸였던 숨이었다.

장보가 마루를 내려갈 때 두칠에게 소리쳤다.

“네가 남의 종이를 뜯은 건 끝난 줄 아느냐?”

두칠은 대꾸하려다가 아전을 보았다. 아전은 종이 취득 경위는 이미 기록돼 있으며 누구의 종이인지 확인하고 반환을 정할 일이라고 했다. 장보의 은고변을 대신해 아무 죄나 붙일 수는 없었다. 장보는 마당을 가로질러 나갔다. 새 저울은 놓고 갔다. 은보다 무거운 물건이 되어 있었다.

두칠은 자루집 주인에게 고맙다고 했다.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나한테 겁을 줬지. 주문받은 일만 말하라고.”

“겁 준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해 달라고 했어요.”

“어린 게 눈은 왜 그렇게 매서운가.”

주인이 웃었다. 돌을 다시 천에 싸려고 하자 아전이 남겨 두라고 했다. 주인은 돌값을 물었다. 마루에 긴장 끝의 작은 웃음이 났다. 아전은 물건을 맡는 표를 써 주었다. 주인은 표와 빈 천을 가지고 나왔다.

국수집에서 두칠은 젓가락을 들다가 손을 멈췄다. 돌아올 수 있는 일이 매번 끝난 일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발로 나왔고 은도둑이라는 말로 잡히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를 보며 고명을 더 올렸다.

“뭘 봐? 오늘 국수는 내 셈이다.”

“그럼 다음번엔 제가 낼게요.”

“다음번은 지금 정하지 말고 먹어.”

연화는 자기 그릇을 받아 들었다. 북쪽의 선돌이 물그릇을 붙들던 손과 아이가 젓가락을 잡은 손이 겹쳐 보였다. 다른 싸움이었지만 남이 붙여 놓은 이름을 자기 손으로 밀어낸 날이었다.

객주로 돌아왔을 때 매화가 쌀보자기를 묶고 있었다. 큰 자루를 구하면 값이 더 들어 작은 보자기 네 개에 나눴다. 연화가 들으려 하자 매화가 막았다. 자기 오라비에게 닿을 수도 있는 곡식인데 손 하나 보태지 못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두칠이 옆에서 매듭을 도왔다. 붉은 끈이 아니라 평범한 삼끈이었다.

“이걸 보면 누가 보낸 줄 알아요?”

아이가 물었다. 매화가 보자기마다 객주 이름과 쌀의 양을 적었다. 사람이 읽고 받을 수 있게 하려는 글이었다. 암호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두칠은 마지막에 작은 국수그릇 그림을 그렸다. 할머니에게 얻어 온 말린 국수가 들어 있었다.

만복은 장터의 품꾼 둘을 불렀다. 짐삯을 줄 테니 축대 농부의 집에 식량과 베를 놓고 오라고 했다. 그 둘은 늦은 수레꾼과 다른 사람이었다. 짐을 맡을 이름을 적었고 목적지와 돌아올 날짜를 서로 확인했다. 매화는 중간에 짐을 빼앗기면 싸우지 말고 관아 전갈을 보여 주라고 말했다.

그 밤 연화는 장우석 빚문서의 사본을 펼쳤다. 원문은 관아에 있었고 사본은 자기가 직접 보고 옮긴 것이었다. 글을 옮긴 손이 틀릴 수 있기에 아전의 확인표도 붙었다. 원문을 보았을 때 먹 끝에서 겹치던 얼룩이 생각났다. 그때 본 손도장 자국은 우석의 손바닥과 정확히 맞지 않는 듯했지만 사본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흠은 아니었다. 연화는 기억이 틀릴 자리도 남겨 두었다.

만복은 잉크가 번졌을 거라고 했다. 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가능한 설명이었다. 선돌 문서까지 오면 나란히 볼 일이었다. 그런데 두칠이 문밖에서 그녀를 불렀다.

“장에 우석이라는 사람 그림을 붙였어요.”

아이 뒤에는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우석의 이름, 도망한 빚쟁이라는 말, 돌려주면 쌀과 돈을 준다는 액수. 얼굴 그림은 거칠었지만 발을 다쳤다는 설명은 정확했다. 누가 헛간에 있는 몸을 보았는지 연화는 알 수 없었다. 창고 경비가 물러간 것으로 그 길이 안전해진 것은 아니었다.

연화는 붙여 둔 종이를 찢으라고 하지 않았다. 두칠에게 어디서 가져왔느냐 물었다. 인쇄를 맡은 가게에서 남은 한 장을 얻었다는 답이었다. 이번에는 아이가 남의 담에 붙은 것을 뜯지 않았다. 자기 잘못으로 생긴 틈을 스스로 배우고 있었다.

“언제 찍었는지 물었어요. 오늘 아침이래요.”

장보가 새 저울 앞에 있던 시각이었다. 연화는 현상표를 물품표 옆에 놓았다. 창고에서 우석의 빚을 가져가겠다고 한 손이 이제 쌀과 돈을 내걸고 장터의 손을 불렀다. 그녀는 종이에 적힌 날짜를 손끝으로 짚었다.

그녀는 출발하기로 한 품꾼을 곧장 다시 불렀다. 현상표가 붙었다는 사실을 전하되 우석의 이름을 장거리 내내 외치지 말라고 했다. 그들에게 숨겨진 위험을 맡길 수 없었다. 한 사람이 짐을 두고 가겠다고 했다. 만복은 화내지 않고 삯을 되돌려 받았다.

두칠이 보자기 하나를 들었다. 자기가 가겠다는 얼굴이었다. 연화가 보기 전에 아이가 내려놓았다.

“이번엔 길을 아는 어른부터 찾을게요.”

그는 밤이 늦기 전 순갑의 나루로 뛰었다. 연화는 말릴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이가 오늘 얻은 것은 단지 혐의에서 벗어난 자리가 아니었다. 자기 몸을 다시 덫에 넣지 않고도 누군가에게 닿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