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 하드SF 재난극 45화

라그랑주 5의 유언

열네 번의 숨

시험실의 불이 한 번 꺼졌다 켜졌다. 새 흡착통의 경보가 아니었다. 조명 전원을 예비 버스로 넘기는 예정된 동작이었다. 아리는 알고 있었는데도 몸을 굳혔다. 리오가 옆에서 자기 손전등을 켰다. 노란 빛이 두 사람의 무릎 사이에서 시작해 시험대의 투명 관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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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실의 불이 한 번 꺼졌다 켜졌다. 새 흡착통의 경보가 아니었다. 조명 전원을 예비 버스로 넘기는 예정된 동작이었다. 아리는 알고 있었는데도 몸을 굳혔다. 리오가 옆에서 자기 손전등을 켰다. 노란 빛이 두 사람의 무릎 사이에서 시작해 시험대의 투명 관까지 올라갔다.

“안 꺼졌어.” 리오가 말했다. “공기는 계속 돌아.”

그녀는 관 아래의 유량계를 보았다. 낮은 소음이 이어졌다. 지속시험 종료시각이 지났고 보조 센서도 같은 값을 읽었다. 열 연결부를 바꾼 뒤 다시 시작한 시험이었다. 지난번의 불안정한 열두 시간을 합쳐 오래 버틴 것처럼 세지 않았다. 정비기사는 마지막 시료를 밀봉하고 뚜껑에 시각을 썼다.

“이번에는 통과입니다.”

누구도 곧바로 박수치지 않았다. 아리는 실제 장착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시험실의 공기와 배의 공기는 같은 관으로 돌지 않았다. 리오는 수레를 가져왔고 니마가 묶음끈을 골랐다. 열네 명분짜리 통은 사람의 이름을 담지 않은 둥근 금속이었다. 그래도 수레 바퀴 하나가 걸릴 때 세 사람은 동시에 숨을 멈췄다.

배까지 가는 통로에는 배식 수레가 남아 있었다. 아리는 통을 기다리게 하고 배식 담당자를 불렀다. 한 사람이 식판을 들고 뛰쳐나왔다. 그는 여덟 사람의 식사가 아직 남았다며 길을 비우라는 말에 화를 냈다. 니마가 배식 수레의 옆 손잡이를 잡았다.

“우리 것부터 통과하면 저 통은 올라가요. 당신 수레는 여기서 못 돌아요. 먼저 나가요.”

배식 수레가 먼저 지나갔다. 니마의 식판도 그 안에 있었다. 그녀는 담당자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통의 묶음끈을 놓지 못했다. 리오가 나중에 먹자고 하자 니마는 “이번에도 식은 걸 먹겠네요”라고 했다. 농담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리오는 대꾸하지 않고 표식 없는 바닥 턱을 밟아 수레를 한쪽으로 들었다. 금속통이 기울자 아리는 손바닥으로 눌렀다. 니마는 끈이 조임턱에 걸리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도킹창 너머에는 별이 움직이지 않았다. 거주지의 회전이 천천히 변하면서 창틀이 별을 옆으로 밀었다. 새 통을 고정하려고 몸을 구부린 아리는 속이 뒤집히는 것을 느꼈다. 상처 난 입술에 땀이 닿았다. 리오가 작업등을 높여 그녀의 그림자가 연결부를 가리지 않게 했다.

“오른쪽을 먼저 끼워요?” 니마가 물었다.

아리는 도면 대신 눈앞의 표시를 짚었다. 왼쪽 차단밸브를 닫고 잔압을 뺀 뒤, 같은 색의 연결부를 맞췄다. 니마는 시키는 대로만 하다가 손을 멈췄다. 색이 같아도 너트의 길이가 달랐다. 시험실에서 사용한 어댑터가 상자에 남아 있었다.

“이거 없이 조이면 끝이 안 닿아요.”

리오가 어댑터를 가져오는 동안 아리는 잘못 들어간 나사산을 검사했다. 손으로 처음 두 바퀴를 돌렸으므로 파손은 없었다. 그녀는 니마를 보며 고맙다고 했다. 니마는 “밖에 못 나가는 날도 눈은 써요”라고 대답했다. 빈약한 농담에 세 사람이 웃었다. 니마는 자기 웃음이 의무실 밖에서 나왔다는 것이 낯설었다.

연결이 끝난 뒤 아리는 시험 부하를 배의 실제 배관으로 넘겼다. 통 하나가 낮게 떨렸다. 리오는 연결부를 꽉 조이자고 했지만 아리는 흔들리는 곳을 먼저 찾았다. 고정틀 아래 패드가 빠져 있었다. 무리해서 연결부를 조이면 떨림이 관으로 옮겨간다. 니마가 여분 패드를 밀어 넣자 소리가 잦아들었다.

장착 후 시험은 더 짧았으나 쉽지는 않았다. 시험실에서는 움직이지 않던 배가 도킹 자세를 바꾸었고, 그때마다 수레가 바닥에 남긴 그림자가 변했다. 아리는 압력 두 줄과 이산화탄소 제거값을 보았다. 같은 시간 동안 세 사람은 교대로 물을 마셨다. 리오는 물을 넘기다가 목이 메었다. 웃는 척했지만 아리는 그의 손에 작은 떨림이 남아 있는 것을 봤다.

“환기구 안에 오래 있었잖아요. 검진실 다녀와요.”

“곧 끝나.”

“그래서 니마가 있어요.”

리오는 반박하려다가 니마를 보았다. 그녀는 이미 그의 작업등을 잡고 있었다.

“손 떨리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요?”

그는 장갑을 벗었다. 아프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자기 공구를 드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래도 작업등은 니마의 손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리오는 의무실로 갔다.

도한은 검진실 앞에서 리오를 만났다. 그는 흡착통 통과 소식을 듣고 주민에게 발표하러 가는 길이었다. 리오가 팔을 내밀어 멈췄다. “장착 후 시험까지요. 아리가 전화하기 전엔 숫자 바꾸지 마세요.” 도한은 발을 돌렸다. 그가 손에 든 발표문에는 이미 삼백칠십이 적혀 있었다. 리오는 그 숫자 위에 손을 대지 않고, 발표시각 칸이 비어 있음을 가리켰다.

아리는 마지막 장착값을 받아 의료·운항 담당자에게 돌렸다. 시험실과 장착 후 두 묶음이 모두 통과했다. 정비기사가 장착표의 삼백오십육을 줄 긋고 삼백칠십으로 고쳤다. 열네 명분이 실제로 늘었다. 그것은 폭풍을 약하게 만들지도, 잠긴 좌석을 열지도 않았으나 숨을 거를 수 있는 통이 배 안에 있었다.

니마는 금속통에 손바닥을 얹었다. “저걸 만든 사람한테도 사진 보내요.”

아리는 원하는 작업자들에게 보내겠다고 했다. 니마는 자기가 통 옆에 서 있는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눌러 보다가 그만두고 맨손으로 엄지손가락만 들었다. 배식 담당자에게 늦은 식판을 찾으러 갈 얼굴과 같은 얼굴이었다. 그래도 이 사진에서는 무엇을 붙잡았는지 보일 것이었다.

총회장의 숫자판이 바뀔 때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왔다. 흡착통 장착 삼백칠십. 바로 아래 전력·도킹 검증 삼백육십팔은 그대로였다. 절차 가능한 이백삼십이, 금융봉인 백팔십팔도 남았다. 누군가 “두 명은 또 못 가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도한은 물리적 최대값이 서로 다르다고 설명하다가 문장을 멈췄다.

“오늘 늘어난 것은 공기를 거를 장비입니다. 지금 태울 사람 둘을 골라 놓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배의 최종 운항 정원은 아직 삼백육십팔을 넘지 않습니다.”

마테오는 그 문장을 듣고 손을 들었다. “그래도 열네 명분은 진짜지요?”

“네. 배 안에 있습니다.”

그는 옆 사람 어깨를 한 번 쳤다. 작은 박수가 시작됐다. 첫 소리에 리오가 눈을 감았다. 틀린 숫자를 정정한 날과 맞는 숫자를 올린 날의 박수가 같은 손에서 나왔다. 그들은 모든 불안을 멈추려고 박수치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손으로 옮긴 것을 인정하는 소리였다.

아리는 총회가 끝나기 전에 작업실로 돌아갔다. 이반의 입력 제외 승인과 새 장착표가 같은 탁자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둘을 다른 서랍에 넣었다. 누군가의 책임과 오늘의 성과가 서로의 종이를 덮어서는 안 됐다. 가온은 독립 재계산 검증의 첫 응답을 전했다. 낮은 상한을 만드는 과정에서 빠진 방향값의 영향은 재현됐고, 도달 범위는 아직 일곱 날에서 열 날이었다.

이반은 아리에게 자신을 운항 의사결정에서 빼겠다고 말했다. 잠금 협상을 위한 기존 권한은 도한에게 넘길 수 있지만 재단의 별도 승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아리는 그에게 필요한 서명 목록을 작성하라고 했다. 그의 결심이 무엇을 바꾸는지 물건과 권한으로 남겨야 했다.

“당신이 저를 믿어야 작동하는 목록은 만들지 않겠습니다.”

이반의 말에 아리는 펜을 멈췄다. 아버지의 수첩에 적힌 이중보관 약속이 떠올랐다. 믿는 사람만 있어야 작동하는 장치는 그 사람이 쓰러지는 날 함께 멈췄다. 가온은 원격잠금 권한의 이동 경로를 표시했다. 도한은 각 경로에서 현재 가능한 조작만 확인했다.

밤이 깊자 니마가 사진을 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마테오는 벽에 붙인 가족사진 옆에 빈자리를 내주었다. 니마는 자기 방에 붙일 거라고 했고 마테오는 장난처럼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함께 선택하지 않은 채 같은 복도를 걸었다.

리오는 검진실에서 나온 뒤 시험실을 찾았다. 작업대는 비어 있었다. 하루 종일 중요하게 여겼던 금속통이 보이지 않자 기분이 허전했다. 아리는 그를 배 안으로 데려갔다. 관을 따라 낮은 공기소리가 났다. 리오는 통의 고정틀을 바라보다가 “사진에서는 작네”라고 말했다.

“그럼 사람을 옆에 세워요.”

“사람이 옆에 서도 작을 거야.”

아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리오는 새 통 아래 앉았다. 자신이 숨을 내쉬는 시간과 시험 유량의 표시가 엇갈렸다. 통은 아직 사람을 태운 채 먼 우주로 나가지 않았다. 그 검증은 앞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 누군가 새 장비가 있다고 말할 때는 같은 방에서 그것을 만질 수 있었다.

리오가 일어나려는 순간 외부 카메라가 희게 번쩍였다. 별빛과 다른 얇은 섬광이었다. 마테오가 본 것과 같은 현상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리는 배의 외장 전위를 보았다. 값이 짧게 솟았다가 내려왔다. 통신실에서 가온이 불렀다. 도킹 고정구 하나의 누설 전류가 늘었다.

아리는 관을 한 번 돌아보고 작업등을 다시 집었다. 열네 명분을 확보한 일은 끝났다. 다음 고장은 그 성공을 취소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삼백칠십이 조용히 숨을 걸러 내는 동안, 배를 붙잡은 금속의 다른 끝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오가 먼저 문턱을 넘었다. 의무실에서 붙인 밴드가 장갑 속에서 접혀 손등을 당겼다. 그는 이번에는 맨손으로 금속에 닿지 않았다. 작업등을 배 바깥쪽 창에 비추자 가는 푸른 선이 고정구 모서리에서 끊겼다 이어졌다.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빛이었다. 아리가 그의 어깨를 잡고 한 걸음 물렸다. 빛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도 손을 뻗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둘은 창 아래에서 전위를 다시 읽었다. 고정구 담당 기사가 반대쪽 차단기를 끊자 푸른 선이 사라졌다. 대신 배의 무게를 받는 나머지 두 고정구 값이 올라갔다. 리오는 더 밝아진 별을 보며 작업등을 껐다. 이제 필요한 것은 빛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금속이 다음 힘을 받는지 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