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미식 로맨틱 코미디 45화

서리 지난 복숭아밭

먼저 갚아야 하는 밤

오븐에서 나온 크럼블은 가장자리부터 소리를 냈다. 류미정이 판을 식힘망에 올리자 작은 균열이 연달아 났다. 윤보리는 손을 대려다 뜨거운 김에 물러났다. 오늘은 장터에서 콩포트 병과 크럼블 소포장을 함께 시식하기로 했다. 시식분은 주문 수량과 섞지 않았다. 저녁 손님들에게 맛을 보여 주고, 실제로 살 사람은 냉장 보관 표시를 읽고 고르게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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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서 나온 크럼블은 가장자리부터 소리를 냈다. 류미정이 판을 식힘망에 올리자 작은 균열이 연달아 났다. 윤보리는 손을 대려다 뜨거운 김에 물러났다. 오늘은 장터에서 콩포트 병과 크럼블 소포장을 함께 시식하기로 했다. 시식분은 주문 수량과 섞지 않았다. 저녁 손님들에게 맛을 보여 주고, 실제로 살 사람은 냉장 보관 표시를 읽고 고르게 할 생각이었다.

최옥순은 시식대 아래서 고지서 세 장을 꺼냈다. 공동주방의 전기료, 다음 생산을 위한 기본 포장재, 가족 작업장에 남은 오래된 자재대금. 여기에 각 농가의 농약 외상까지 떠올리니 모두 오늘 밤 빚 같았다. 보리는 장터가 열리기 전에 셋을 한 줄로 세우지 말자고 했다.

“왜? 먼저 내야 할 순서를 정하려는 거잖아.”

“그래서 돈 주인부터 나눠야죠. 조합 전기와 포장은 공동비용, 작업장 자재는 옥순 씨 개인 사업 비용이에요. 농약 외상은 각 집에서 확인해야 하고요.”

옥순은 답을 알고 있었다. 어제 자기 통장에서 자재상에게 일부를 보냈다. 그런데 주방 문 앞에 서니 그 빚도 이 부엌을 살리느라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 옥순은 고지서 세 장을 다시 잡아 포개지 않았다.

장터가 시작되자 첫 손님은 지난번 우유 표시 누락으로 주문을 취소했던 사람이었다. 미정은 그를 알아봤지만 먼저 사건을 꺼내지 않았다. 손님이 크럼블 소포장을 집어 들고 표시 글씨를 읽었다.

“이제 앞에 있네요.”

“지난번엔 부족했습니다.” 미정이 말했다. “취소하신 주문은 환불됐고, 이건 표시를 고친 뒤 만든 새 배치예요.”

손님은 한참 망설이다 콩포트 단품을 샀다. 보리는 크럼블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실패로 적지 않았다. 미정이 그 사람에게 선택할 정보를 제때 준 게 먼저였다. 장터 앞에서 과일 향이 바람을 타고 나갔다. 어떤 손님은 박 여사의 큰 조각을 좋아했고, 다른 손님은 이씨네 향이 남는다고 했다. 둘이 뒤에서 서로를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장씨가 현금통을 맡았다. 병값이 들어올 때마다 종소리가 났다. 옥순은 그 소리를 들을수록 자재상에게 더 보내고 싶어졌다. 보리가 다음 생산표를 놓자 옥순은 받을 사람 이름부터 읽었다. 원물대와 노동비였다. 자재상에게 답할 문자를 썼다가 지우고 휴대전화를 엎었다. 오늘은 종소리를 듣고도 바로 송금할 수 없었다.

장터 끝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손님이 시식대를 살폈다. 아이는 박 여사의 큰 과육조각을 좋아했고, 어른은 덜 단 것을 찾았다. 보리는 두 맛을 한 병에 넣으면서도 조각을 씹을 때 먼저 달고 삼킨 뒤 이씨네 향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손님은 작은 컵을 아이에게 주고 자기도 한 숟가락 먹었다.

“정말 끝맛이 다르네요. 그런데 아이가 먹을 건 며칠이나 둬요?”

미정이 냉장보관 조건과 표시된 기한을 읽어 줬다. 손님이 장터에서 다른 일을 보고 늦게 돌아갈 거라고 하자 보리는 보냉 포장 선택을 안내했다. 손님은 포장 비용을 듣고 한 병만 사겠다고 했다. 아이가 둘을 사고 싶다고 조르자 미정이 “다음번에 또 와요. 오늘은 한 병 맛있게 먹는 게 낫죠”라고 했다. 보리는 두 병 값을 놓친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집에서 상한 병을 발견하는 손님은 다시 오지 않는다.

아이의 손에는 시식컵이 남아 있었다. 박 여사가 휴지통을 알려 주려 다가갔더니 아이가 컵 바닥에 붙은 조각을 다 먹고 버렸다. 박 여사는 돌아오며 “내 조각이 저렇게까지 대접받는 날이 있네”라고 했다. 이씨가 곧 “향은 바닥에 남지 않아”라고 받았다. 보리는 계산하는 장씨가 웃느라 잔돈을 한 번 더 세는 것을 봤다. 이 작은 소란이 병값보다 오래 남았다.

한쪽에서는 예전 회사의 제품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여 주는 손님이 있었다. “이거랑 같은 분이 만든 거라던데요?” 보리의 손이 멈췄다. 표절 논란이 장터까지 따라온 날이었다. 그는 손님의 화면을 빼앗지 않았다.

“제가 전에 일하던 곳의 제품 이야기라면 아직 자료를 확인 중입니다. 여기 병은 다섯 농가 원물과 이 주방의 배합으로 만든 거예요. 원물 출처와 표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손님은 사진과 병을 번갈아 봤다. “그럼 예전 것은 누가 먼저 만든 거예요?”

“그건 지금 단정할 수 없어요.”

손님은 병을 사지 않았다. 대신 뒤에 있던 다른 손님이 “그럼 여기서 만든 맛부터 볼게요”라며 시식컵을 받았다. 보리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다. 팔고 싶은 마음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 권리관계를 이 자리에서 이긴 싸움처럼 말하고 싶었다. 그 말을 삼키는 동안 손이 떨렸다. 미정이 종이컵을 더 가져다 놓았다. “손부터 쉬어요. 제가 잠깐 받을게요.”

보리는 시식대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물을 마셨다. 맛을 보여 주는 장소에 과거 회사의 그림자가 드리웠어도, 지금 냄비를 젓고 라벨을 붙인 손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박 여사가 오더니 남은 큰 조각 하나를 보리의 컵에 얹었다. “내 건 내가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어. 당신 것도 그렇게 말할 날 오겠지.” 보리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이 판결이나 증거는 아니지만, 자기 손을 다시 시식대 앞으로 내밀 힘은 되었다.

“그럼 남는 돈만 보고 결정하자.” 옥순이 말했다.

“네. 남는 돈도 준비금을 뺀 뒤요.”

옥순은 “또 뺄 게 있네” 하며 한숨을 쉬었다. 보리는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다. 지난번 작은 수리통장을 만든 이유가 바로 이런 날이었다. 오븐의 문이 다시 헐거워졌는데 수리비를 모두 빚 갚는 데 보내면 식품을 만들 수 없어진다.

손님이 뜸해진 사이 해진이 나타났다. 그는 콩포트 병을 사기보다 시식대 뒤에서 물통을 나르겠다고 했다. 미정이 “손 씻은 사람만”이라고 하자 해진은 순순히 손을 씻었다. 보리는 그가 자꾸 돕는 것이 고맙고 조금 부담스러웠다. 자기와 가까워지려고 조합 일을 무료로 떠안는 것이라면, 언젠가 둘 사이의 말이 장부보다 어려워질 것 같았다.

“오늘 물통은 제가 옮길게요.” 보리가 말했다.

“무거운데.”

“제가 못 들 것 같으면 먼저 부탁할게요. 지금은 할 수 있어요.”

해진은 손을 뺐다. “그러면 저는 손님 할게요.”

“또 사요?”

“오늘은 시식만. 손님도 시식은 해도 되잖아요.”

그는 크럼블 한 조각을 집어 먹고 눈썹을 올렸다. “이게 더 따뜻하네요.”

“차갑게 파는 콩포트랑 비교하면 당연하죠.”

“그 얘기가 아닌데.”

보리는 얼굴이 달아올라 다음 손님에게 종이컵을 건넸다. 해진은 더 말하지 않았다. 미정도 이번엔 웃지 않았다. 보리는 물통을 혼자 들었다가 잠깐 내려놓았다. 무겁다고 부탁하면 해진은 해줄 것이다. 도움을 거절한 자리에 남은 것은 자기 팔이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옮기고 시식대로 돌아왔다. 해진은 손님 쪽에 그대로 서 있었다.

장터를 닫을 무렵 미정에게 전화가 왔다. 다음 생산에 쓰는 기본 포장재 공급처였다. 일부 대금이 오늘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모레 배송이 늦을 수 있다고 했다. 장씨가 받은 현금을 세어 보니 그 금액은 마련할 수 있었다. 다만 공동주방 전기료도 오늘 밤 납부해야 했다. 두 돈을 다 내면 준비금이 거의 비었다.

보리는 냉장 구역과 다음 포장재 주문표를 번갈아 봤다. 전기가 끊기면 보관 중인 제품과 원물부터 흔들렸다. 단기차입이 들어온 조합 계좌와 오늘 판매 현금을 나눠 전기료와 기본 포장재 납부 날짜를 맞췄다. 연체조건도 확인했다. 옥순은 가족 작업장 외상을 그 돈에 넣지 않았다. 대신 자재상에게 정한 다음 연락일을 확인해 보냈다. 그쪽 답이 늦는 동안 휴대전화를 들고 서 있었다.

“안전비용은 안 깎는 거죠?” 미정이 물었다.

“네. 기본 포장을 빼고 병만 싸게 보내자는 말은 안 할게요.” 옥순이 답했다.

미정은 판매대에 남은 병의 보관 상태를 확인했다. 해진은 마지막 손님으로 남아 의자를 접었다. 보리가 그에게 “이번엔 봉사시간도 적어야 하나요?”라고 장난치자 해진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손님으로 앉아 있던 시간은 못 적죠.”

“의자는 접었잖아요.”

“그럼 한 개 값은?”

보리는 크럼블 작은 조각을 종이에 싸서 내밀었다. 미정이 즉시 “판매 시식분과 구분해 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해진은 받아 들고 웃었다. 밤길에서 바삭한 소리가 났다.

옥순은 공동계좌에서 전기료 납부가 완료된 화면을 확인했다. 포장재 업체에도 약속한 대금을 보냈다. 남은 준비금은 얇았다. 자재상에게는 내일 전화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오늘 더 갚을 수 없다는 말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해진이 길 건너에서 손을 흔들었다. 보리는 아직 장터를 정리하는 중이라 곧바로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크럼블을 조금씩 깨 먹고 있었다. 한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자 주워 버리고, 남은 봉투를 꼭 접었다. 보리는 그가 값비싼 선물 대신 자기가 만든 것을 이렇게 먹는 모습이 좋았다. 그 마음을 말하면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아 오늘은 손만 흔들었다. 해진은 그걸로 알아들은 사람처럼 웃었다.

박 여사가 빈 시식접시를 들고 왔다. “내 과육 들어간 건 다 나갔어?”

“당연히요.” 이씨가 옆에서 말했다. “내 향 덕분에.”

“당신 향이 내 조각에 붙어 나간 거지.”

두 사람이 웃으며 접시를 씻으러 갔다. 보리는 현금통의 바닥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많이 남아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먼저 내야 할 두 돈을 냈고 내일 만들 병을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옥순이 그 바닥을 보고 한참 말이 없었다. 자재상에게 더 갚지 못한 문자는 화면에 남아 있었다. 그는 자기 장부와 조합 장부를 다른 가방에 넣었다. 문을 잠글 때도 휴대전화는 켜 두었다. 내일 연락하겠다는 말을 오늘은 피하지 않은 채 가지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