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범죄 케이퍼 45화

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일곱 병의 수프

새벽식당 주인은 수프병 일곱 개를 팔았다는 말을 듣고 얼굴부터 굳혔다. 그날 팔린 수프는 스무 병이 넘었다. 일곱 개는 누군가 한 번에 싸 갔다는 수량이었다. 나경은 영수증을 내밀기 전에 식당이 수사받는 곳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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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식당 주인은 수프병 일곱 개를 팔았다는 말을 듣고 얼굴부터 굳혔다. 그날 팔린 수프는 스무 병이 넘었다. 일곱 개는 누군가 한 번에 싸 갔다는 수량이었다. 나경은 영수증을 내밀기 전에 식당이 수사받는 곳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누가 사 갔는지 이름은 모르죠.” 주인이 말했다.

“이름보다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출입문을 보셨는지도요.”

식당은 공항 근무자들이 교대 틈에 들르는 좁은 곳이었다. 주인은 주문과 대기 시간이 남은 영수증을 보여 줬다. 그날 새벽 세 시 십분부터 이십분 사이에 일곱 병이 나갔다. 그러나 계산을 한 사람과 병을 들고 간 사람이 같다는 보장은 없었다. 주인은 창구가 붐비면 먼저 계산하고 동료가 나중에 가져가는 일도 있다고 했다.

지후는 식당 손님 전체의 카드 사용내역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주인이 보관한 해당 주문 영수증과 당시 식당 출입구를 비춘 공용 영상의 보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해당 시간에 일한 두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겠다고 했을 때에만 각자의 작업표와 비교했다. 둘은 잠깐 쉬러 왔지만, 그들 중 누구도 폐쇄 연결로로 갈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나머지 손님이 모두 의심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로사는 일곱 병을 누가 마셨는지보다 병을 들고 간 사람의 손이 기억나는지 물었다. 주인은 종이봉투 손잡이를 두 번 묶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가 쓴 장갑 색은 기억나지 않았다. 식당 앞 화물팀에도 같은 종이봉투를 쓰는 곳이 있었다. 로사는 곧장 카트에 실린 봉투와 연결하지 않았다.

“왜 수프가 단서예요?” 주인이 물었다. “사람들이 밥 먹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그 시간에 본 문 하나가 있는지 확인하려고요.” 지후가 말했다.

주인은 뒷문 쪽을 봤다. 낡은 서비스승강기로 가는 길과 폐쇄 연결로 바깥쪽이 한때 이어졌다고 했다. 지금은 통행금지 문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날 수프를 받은 사람 하나가 음식이 식기 전에 가까운 문으로 가겠다고 농담한 기억이 있었다. 주인은 그가 실제로 그 문을 지났는지는 못 봤다.

점심 장사가 시작돼 식당이 붐비자 지후는 질문을 멈췄다. 주인은 수프를 끓여야 했다. 나경은 영수증 사본을 받는 데 필요한 절차를 마치고 시간을 비용으로 기록했다. 수사팀이 바쁜 식당을 붙잡고 있는 만큼 주인의 노동도 줄어들었다. 로사는 식당을 나오며 주인이 자기 반원들에게 가끔 남은 국을 챙겨 주던 일을 떠올렸다. 고마움 때문에 그의 말을 증거 이상으로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 오후 파리다는 배가 고프다고 했다. 두 사람은 조사실의 차가운 커피가 아니라 식당에서 수프를 먹었다. 주인은 로사에게 새 출입증을 보고 “다시 밤에 왔네요”라고 했다. 로사는 아직 다음 급여일에 야간가산이 입금돼야 비로소 손실이 메워진다고 말했다. 주인은 계산대 아래서 할인권을 꺼내려다 멈췄다. 로사가 돈을 낼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대신 두 사람이 앉을 자리를 비웠다.

수프를 마시던 파리다가 물었다. “일곱 병이면 최소 일곱 사람이 있었다는 거예요?”

“아니. 한 사람이 일곱 병을 들 수도 있어.”

“그럼 수량은 왜 중요하죠?”

로사는 병을 손에 쥐어 봤다. 주인은 그때 일곱 병을 두 봉투에 나눠 담았다고 했다. 두 손이 차고 문은 닫혀 있었다면, 열어 준 손이나 봉투를 내려놓을 바닥이 필요했다. 로사는 그 가능성을 지후에게 전하되 “동행자가 있었다”고 적지 말라고 했다. 파리다가 자기 병을 당기며 말했다.

“지금 마셔요. 또 차가워지겠어요.”

로사는 전화기를 뒤집었다. 사람들 밥 먹은 시간을 캐고 다니면서 자기 반원의 밥을 다시 식히고 있었다. 그녀는 수프를 한 모금 삼켰다. 혀가 뜨거웠다. 파리다는 그제야 숟가락을 들었다.

지후는 식당 쪽 문과 서비스승강기 쪽 문에 남은 출입기록을 비교했다. 식당 문은 누구나 열 수 있어 개인기록이 없었다. 승강기 문은 정식 카드로 열어야 했다. 그 시간에는 설비 점검팀의 공용 승인권한이 사용됐다. 정환이 들은 클릭음과 겹치는 구간이었다. 그러나 식당 손님 중 누구의 카드인지, 승인한 사람이 실제로 문 앞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태식은 교육실에서 낡은 승강기 도면을 받아 봤다. 말소 4번 견인차가 그 크기로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태식은 승강기 바닥 면적을 계산하더니 바로 답하지 않았다. 차체 자체는 들어갈 수 있어도 문턱 높이와 하중 제한을 봐야 했다. 더구나 오래된 로프의 상태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현장 재현을 하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안전검사가 먼저였다.

“이 승강기 아직 쓰나요?” 교육생이 물었다.

“정기 점검 기록은 있어. 운행을 허가받은 범위가 뭔지는 확인 중이야.”

“수프병은 들어가겠네요.”

태식이 웃었다. “수프병만으로 문을 열 사람은 못 찾지.”

그는 승강기 규격을 보내면서 ‘차량 통과 가능’ 대신 ‘치수상 검토 가능, 운행안전 미확인’이라고 썼다. 듣는 사람이 답답해할 걸 알았다. 하지만 사람을 태워 재현하다 로프가 끊어지면 사건은 또 다른 사고가 된다.

식당 주인은 저녁에 지후에게 다시 전화했다. 낮에는 손님들 앞에서 말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수프를 포장하던 때 오래된 연결로 쪽 문이 열린 틈으로 빈 운반대 하나가 보였다는 것이다. 다른 손님의 얼굴을 공개할까 봐 말을 삼켰다. 지후는 주인이 자발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시간을 잡고, 그가 본 것은 문틈의 운반대이지 누가 그 위에 무엇을 실었는지가 아니라고 확인했다.

지후가 도착했을 때 식당에는 청소 중인 직원 둘이 남아 있었다. 주인은 둘에게 먼저 퇴근해도 된다고 했다. 한 직원이 앞치마를 벗다 멈췄다. 그날 일곱 병을 두 봉투에 나눠 담은 사람이 자신이라고 했다. 봉투를 받아 간 사람은 손이 비어 있지 않아 문을 잡아 달라고 했던 것 같다고, 그런데 어느 문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주인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이 본 빈 운반대와 같은 장면으로 붙이려 했다.

“잠깐.” 지후가 말했다. “직원이 본 손과 사장님이 본 문틈은 같은 시각이었습니까?”

둘은 서로를 봤다. 주인은 포장 전인지 뒤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직원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시간을 섞었다고 했다. 지후는 영수증 시간을 다시 열었다. 두 사람이 각자 기억하는 순서를 적게 하고, 맞지 않는 부분은 그대로 뒀다. 하나의 선명한 목격담으로 만들면 편하겠지만 그 선명함은 그들의 기억에 없었다.

직원은 자신이 말한 탓에 다음 교대 배치를 잃을까 걱정했다. 주인은 오히려 “이 가게에서 일하면서 본 걸 말한 게 왜 네 잘못이야”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저녁 마감시간이 늦어진 것에 대해 유급 시간을 적었다. 로사는 옆에서 그 장면을 보며 주인에게 조금 마음이 놓였다. 정보를 건네는 사람의 일을 누가 메워 주는지까지 생각하는 가게였다.

직원은 퇴근하며 사장의 팔을 잡았다. “그 문, 식당 뒷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금속 손잡이가 차가웠어요.” 식당 문은 나무 손잡이였다. 지후는 오래된 연결로 문이라고 곧장 결론 내리지 않았다. 손잡이가 차가운 문은 승강기 옆에도 있었다. 하지만 확인할 문이 둘로 좁혀졌다. 주인은 문틈에서 본 빈 운반대가 그때 움직였는지도 자신 없다고 덧붙였다. 말이 더 많아졌는데 이야기의 중심은 오히려 정확해졌다.

“그 문이 열리면 원래 안 되잖아요.” 주인이 말했다.

“당시 접근 허가와 실제 사용을 각각 확인하겠습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우리 가게 사람들이 또 조사실에 불려갑니까?”

“필요한 사람만, 필요한 범위를 묻겠습니다.”

주인은 쉽게 안심하지 못했다. 지후는 현재 보전된 영상의 범위와 식당 손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룰지 설명했다. 주인은 수프가 식을 때까지 통화를 붙잡고 있었다.

나경은 두 노동자의 다른 위치가 확인된 자료를 정리해 지후에게 건넸다. 그들은 이 사건 때문에 추가로 근무에서 빠지지 않았다. 네 회사의 손실청구도 그대로 유효했다. 나경은 연결로 문이 열렸을 가능성이 있는 시간대와 식당에서 본 빈 운반대에 동그라미를 쳤다. “오늘 확인한 건 여기까지예요. 어느 문이 열렸는지도 아직 모르죠.” 지후는 문 손잡이 두 곳을 다음 현장 확인 목록에 적었다.

로사는 다음 밤 식당을 지날 때 주인에게 빈 병 두 개를 돌려줬다. 주인은 그중 하나에 수프를 더 담아 줄까 물었다. 로사는 내일 돈을 내고 사겠다고 했다. “조사가 끝나면 안 올 것 같아서요?” 주인이 물었다.

그때 출입문 경첩에서 낮은 금속음이 났다. 로사와 주인 모두 동시에 돌아봤다. 배달 기사가 빈 수프병 상자를 밀며 문을 어깨로 연 소리였다. 주인은 웃었지만 로사는 웃지 못했다. 어젯밤 자신이 들은 작은 떨림도 이렇게 평범한 물건의 소리일 수 있었다. 배달 기사는 상자를 안전하게 내려놓고 수령 서명을 받았다. 로사는 그 물건과 사람의 이동이 남는 방식을 보며, 조사 중인 빈 운반대에도 이런 평범한 기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사 끝나도 밤일은 계속해요.”

주인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로사는 식당 문밖에서 파리다와 함께 카트를 잡았다. 뒤의 승강기는 여전히 낡았고, 닫힌 연결로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뜨거운 수프가 이동한 시간과 열린 문틈을 분리해서 말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밥 한 끼를 범행으로 만들지 않고도 길 하나가 조금 보였다.

파리다는 카트 손잡이를 놓기 전 “내일도 여기서 먹어요”라고 했다. 로사는 그러자고 했다. 일곱 병의 주인을 찾아내는 일과 두 사람이 제때 먹는 일은 서로를 막지 않았다. 식당 불이 꺼진 뒤에도 새 출입증은 로사의 목에 있었고, 태식의 밤 배치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