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 5의 유언
빠진 관측소의 이름
셋째 관측소의 공개 열람 경로는 열렸다. 아리는 화면에 뜬 이용 조건을 끝까지 읽었다. 주민에게 위험을 알리는 데 쓸 수 있지만 원본을 재단 통신망으로 다시 배포하려면 출처를 함께 남겨야 했다. 그녀는 자료를 내려받기 전에 그 조건을 주민 기록서버의 보존표에 적었다.
셋째 관측소의 공개 열람 경로는 열렸다. 아리는 화면에 뜬 이용 조건을 끝까지 읽었다. 주민에게 위험을 알리는 데 쓸 수 있지만 원본을 재단 통신망으로 다시 배포하려면 출처를 함께 남겨야 했다. 그녀는 자료를 내려받기 전에 그 조건을 주민 기록서버의 보존표에 적었다.
원시값은 요약 통계보다 복잡했다. 일정한 상승선이 아니라 한 번 크게 솟았다가 낮아졌고 다시 올랐다. 첫째와 둘째 관측소의 방향값과 겹치는 시간대에만 세 곳이 같은 현상을 가리켰다. 아리는 얇은 세 줄이 만나는 부분에 손가락을 댔다. 전날 계산한 도달시각 창은 유지됐다. 오늘부터 남은 시간으로 말하면 여덟 날에서 열하루였다. 이보다 정확한 하루를 발표할 수는 없었다.
가온이 재단 전망값의 입력 목록을 비교했다. 세 관측소 가운데 셋째 이름이 없었다. 빠진 이유는 자료의 신뢰등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당시 그 관측소는 정상 가동 중이었다. 누군가 승인된 목록에서 제외했고, 별도 검토기록이 있어야 했다.
“누가 뺐습니까?” 리오가 물었다.
“현재 목록에는 최종 승인자의 직위와 시각만 있습니다.” 가온이 말했다. “실제 변경 요청자와 사유 원문은 다른 기록에 있어요.”
직위는 이반의 것이었다. 리오는 종이를 붙잡고 바로 총회장으로 나가려 했다. 아리가 문을 막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이반이 그 목록을 승인한 것과 직접 값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은 다른 주장입니다. 둘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다음 자료가 나왔을 때 주민도 당신도 다시 고쳐야 해요.”
리오는 멈췄다. 하루 전 마테오에게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남의 선택을 먼저 읽지 말라는 것. 이제는 책임도 자신이 바라는 이름으로 먼저 읽고 있었다.
이반은 주민 보존실에 왔다. 회의실로 부르지 않은 것은 아리가 자료를 그 자리에서 함께 볼 수 있게 하려는 선택이었다. 이반은 자기 직위와 시각을 확인했다. 당시 셋째 관측소를 제외한 사유는 ‘방향 보정의 재현 불가’로 보고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보고서 원문은 받아 보지 못했다. 그는 최종 승인 버튼을 눌렀다.
“그 사실은 적겠습니다.” 도한이 말했다.
“그렇게 해야죠.” 이반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제가 원시값을 읽고 숨겼다고 적지는 마세요. 저는 그날 요약만 봤습니다.”
“요약만 보고 승인할 수 있게 만든 절차도 당신 책임 안에 있습니까?” 리오가 물었다.
이반은 곧바로 부인하지 않았다. 거주지가 처음 세워질 때 관측 입력은 전문위원 한 명의 검토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고 뒤 자신이 그 규칙을 다시 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서명이 너무 많아 기억나지 않는다고 변명하지 않았다. 대신 승인 시점에 화면에 보였던 항목을 복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어할 권리와 자료를 보존할 의무가 같은 방에 있었다.
아리는 이반에게 개인 단말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승인패키지의 변경 이력, 검토의견, 입력 제외 요청서만 보존했다. 이반은 자신에게 불리한 문서를 한 장 더 내놓았다. 그가 승인 전날 받은 일정 경고였다. 셋째 관측소가 빠지면 도달 범위 예측 오차가 커질 수 있다는 메모였다. 메모에는 ‘상한값 재검토 필요’라는 줄이 있었다.
리오는 숨을 들이켰다. 이반은 그 경고를 읽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토를 끝낸 위원회가 상한을 조정했다고 믿었다고 했다. 누가 실제로 조정했고, 최종 전망에 무엇이 반영됐는지는 여전히 확인해야 했다. 도한은 메모를 원본과 함께 봉인했다. 복사본에는 개인 연락처를 가리고 주민에게 공개할 절차를 열었다.
그사이 흡착통 시험실에서는 새 통의 센서 흔들림 원인을 찾았다. 열 연결부의 접촉이 일정하지 않았다. 정비팀은 연결부를 바로잡고 지속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리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남은 날이 줄어드는 동안 열네 명분을 숫자표에 올릴 수 없었다. 그래도 실패 지점을 찾아 고친 것은 시험의 성과였다. 리오가 “이제 흡착통 용량이 370명분이야?”라고 묻자 아리는 고개를 저었다.
“현재 장착 기준은 356명분입니다. 새 통 열네 명분이 시험을 통과해 흡착통 기준 370명분이 되어도 전력·도킹 검증은 368명분에 머물러요. 후보 370명분도 아직 목표일 뿐입니다.”
리오는 수첩에 다섯 줄을 다시 썼다. 맨 아래에는 절차 가능한 이백삼십이와 금융봉인 백팔십팔을 다른 색으로 나누었다. 수치를 외우는 일보다 서로 대신할 수 없음을 기억하는 일이 중요했다.
오후 총회에서는 셋째 관측소 제외 사실을 공개했다. 리오는 마이크를 잡고 이반의 승인 직위와 경고 메모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누군가 “그러면 이반이 폭풍을 숨긴 거군요”라고 소리쳤다. 리오는 그 말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사실 자신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아리가 대신 나서지 않았다. 그는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지금 확인된 건 제외 목록과 이반의 최종 승인, 그리고 상한값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메모입니다. 그가 누구의 어떤 요청을 보고 승인했는지, 전망 상한을 실제로 어떻게 계산했는지는 확인 중입니다.”
뒤쪽의 여자가 손을 들었다. 할머니 휠체어를 밀고 왔던 사람이었다. “그 사이에 우리는 뭘 합니까? 계속 추첨표만 봐요?”
리오는 그녀를 기억했다. 보호자 연결 오류를 바로잡고도 실제 좌석은 받지 못했던 사람. 그는 관측값이 확정되지 않아도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말했다. 외벽 노출 단축, 물탱크 옆 차폐판, 대피선 장비 시험, 담보권자의 회신 기한. 여자는 그 목록을 듣고 물었다. “제 어머니가 있는 구역에는 언제 오죠?”
아리는 배치도를 열었다. 해당 구역까지 임시 차폐재를 옮기려면 식수 통로를 일시 통제해야 했다. 그날 바로 간다고 약속할 수 없었다. 여자는 다시 표정이 굳었다. 아리는 대신 함께 현장을 걷자고 했다. 여자는 아이에게 할머니 담요를 맡기고 따라갔다. 아이가 모든 보호 일을 떠맡지 않도록 안내자가 곁에 남았다.
현장에서는 예상 못 한 문제가 나왔다. 차폐재를 놓으려던 벽 뒤에 산소 공급관이 지나갔다. 조립식 판을 붙이면 점검문을 가렸다. 아리는 설치 위치를 바꿨다. 여자는 할머니가 앉아 쉬는 작은 손잡이를 떼지 말라고 했다. 아리는 도면을 고쳐 손잡이를 남겼다. 넓게 가리는 대신 두 개의 좁은 판을 나눠 배치했고, 의료팀이 통로 폭을 확인했다. 완벽한 차폐는 아니었지만 그 구역에서 가능한 보호가 구체적인 물건이 됐다.
여자는 측정값이 조금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이게 좌석은 아니죠?”
“아니에요.” 아리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 여기 앉아 계실 때의 값은 바뀝니다.”
여자는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녀에게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불안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었다. 리오가 둘을 만나러 왔을 때 그녀는 “당신은 숫자를 또 고칠 수 있어요. 고쳤으면 여기까지 와서 말해 주세요”라고 했다. 리오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밤에 재단 법무팀에서 회신이 왔다. 셋째 관측소 제외 요청서의 열람은 허용하되 담당 검토자의 이름은 가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도한은 직위와 결재 경로가 보이도록 다시 요청했다. 아리는 이름만으로 범인을 찾는 것보다 어떤 검토가 빠졌는지 확인하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원본 보존 명령을 요구했다. 오늘 보이는 문서가 내일 바뀌면 경로를 따질 수도 없었다.
이반은 보존 명령 요청에 자신의 서명을 더했다. 리오는 그 행동을 용서의 표지로 읽지 않았다. 한 번의 협조가 이전 승인 책임을 지우지는 않았다. 그래도 자료를 지키는 데 필요한 서명이라면 받아야 했다.
가온은 밤새 비교표를 만들었다. 원시 관측 세 줄과 재단 전망 한 줄을 함께 놓되 어느 것도 ‘진실’ 한 단어로 칠하지 않았다. 전날 발표한 도달시각 범위는 유지됐다. 아리는 다음 교대 작업표에 적었다. ‘셋째 관측소 제외 요청 원문 확인. 재계산은 독립 검증 뒤 공표.’
비교표를 인쇄하자 마테오가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는 셋째 관측소의 솟은 선이 외벽에서 본 작은 섬광과 같은 날이냐고 물었다. 아리는 시각을 맞춰 봤다. 섬광을 본 날과 관측 급등 사이에는 하루가 넘는 간격이 있었다. 마테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 눈이 틀렸나 보죠.”
“아니요. 다른 현상을 보셨을 수 있어요. 그날 작업표와 카메라 기록을 지우지 않을게요.”
마테오는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오래전 사고 이후, 사람이 본 것을 틀렸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자료가 사라졌다는 기억이 있었다. 아리는 관측 급등과 섬광을 같은 원인이라고 쓰지 않았다. 서로 다른 칸에 보존했다. 마테오는 자기 기억이 설명으로 쓰이지 못해 아쉬우면서도, 억지로 맞춘 설명의 무게를 지지 않아도 되어 안도했다.
리오는 그 장면을 보며 총회 문답 기록에서 지워야 할 문장 하나를 찾았다. ‘외벽팀이 폭풍 전조를 목격했다.’ 누군가의 감각을 정치적 확신으로 키운 문장이었다. 그는 ‘당일 섬광을 봤다는 진술이 있으며 관측 급등과의 관련은 미확인’으로 바꿨다. 삭제 전 문장과 수정 시각도 함께 남겼다. 게시판을 닫고 몰래 고치는 일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마테오는 교정 문장을 읽고 “내가 본 걸 없앤 건 아니네”라고 했다.
리오는 총회장 불을 끄기 전에 여자의 어머니가 앉은 구역을 화면에서 찾았다. 두 개의 좁은 판이 새로 표시돼 있었다. 오늘 그들이 얻은 것은 폭풍의 완전한 설명도, 잠긴 좌석의 열쇠도 아니었다. 그러나 빠진 관측소의 이름을 다시 지도에 넣었고, 한 가족이 기다리는 자리에는 실제 판이 섰다. 내일은 제외한 손의 결재 경로를 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