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범죄 케이퍼 43화

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감귤 냄새 뒤의 것

로사가 먼저 맡은 것은 감귤향 세제였다. 미화반이 그날 쓴 양을 알고 있었기에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폐쇄 연결로 바깥쪽 벽을 지나자 코끝에 무거운 기름 냄새가 남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파리다에게 카트를 뒤로 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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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가 먼저 맡은 것은 감귤향 세제였다. 미화반이 그날 쓴 양을 알고 있었기에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폐쇄 연결로 바깥쪽 벽을 지나자 코끝에 무거운 기름 냄새가 남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파리다에게 카트를 뒤로 빼라고 했다.

“우리 세제 섞인 거 아니에요?” 파리다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어. 확인 전에는 여기 닦지 마.”

바닥은 말라 보였지만 벽 밑에 검은 선이 얇게 번져 있었다. 로사는 손가락으로 찍지 않았다. 무엇인지 모르는 물질에 장갑을 댔다가 다른 구역으로 옮길 수도 있었다. 바로 옆 화물팀의 통행이 이어졌다. 그녀는 보안담당과 안전팀을 불렀고, 사람을 멀리 돌아가게 하기 전에 대체 통로가 열려 있는지 확인했다.

안전팀 직원이 냄새만 맡고 유압유 같다고 했다. 로사는 그 말에 기대고 싶었다. 전날 정환이 들은 무거운 짐의 진동과 오래된 견인차가 하나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직원은 공기질 측정기를 꺼내자마자 얼굴을 고쳤다. “가능성입니다. 세제 성분과 혼합됐을 수도 있어요. 우선 노출을 줄여야 합니다.”

통행 제한이 시작되자 화물팀 반장이 화를 냈다. 출고가 늦어지면 자기 조원들의 야간가산이 줄 수 있었다. 로사는 그가 수사를 방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반장은 자기 시간표를 들고 있었다. 그녀는 안전팀이 구역 책임자로 결정한 제한 범위를 확인해 주고, 우회에 걸리는 시간을 회사 기록에 남기자고 말했다.

“내가 한 냄새 신고 때문에 당신들 시간 빠지면 내 반도 겪은 일을 또 겪는 거예요.”

반장은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 대신 우회로 미끄러운 데부터 치워 줘요.”

로사는 파리다에게 우회로 청소를 맡기고 자신은 경계선 바깥에서 사람을 안내했다.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고 안전조치를 쥔 척하고 싶지 않았다. 제한선을 관리하는 사람은 안전팀이었다.

태식은 낮 교육을 마치고 안전팀의 공식 문의를 받았다. 벽 뒤에 오래된 유압관이 있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태식은 기억 속 도면만 믿지 않았다. 현재 소방·환기도면과 정비 변경 이력을 열었다. 폐쇄 연결로와 평행한 좁은 공간이 보였지만 용도 칸이 비어 있었다. 거기에 기름이 있다는 뜻도, 차량이 드나들 수 있다는 뜻도 아니었다.

그는 직접 벽을 뜯어 보고 싶었다. 오래된 배관의 숨은 점검구를 알 것 같았다. 제한 중인 현장에 가면 자신의 교육 배치가 또 문제 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벽 안에 공조가 살아 있다면 함부로 열었을 때 공항 다른 구역에 냄새가 퍼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도면의 점검구에 표시만 했다.

“이 구역은 안전팀과 설비 책임자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교육생이 뒤에서 말했다. “선생님도 정비기사인데요.”

“그래. 그래서 내 손이 허가받지 않은 벽에 닿으면 더 책임이 커져.”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에게도. 그래도 그는 공조를 멈추기 전후의 압력차와 화재 구획을 확인해야 한다는 요청을 넣었다.

안전팀은 공기질을 측정했다. 통로 전체를 비울 정도의 수치는 아니었지만 벽 밑의 좁은 범위에서 휘발 성분이 올라갔다. 시료를 채취하고 나서 바닥의 미끄럼 위험을 먼저 처리했다. 지후는 시료 봉투의 채취 시각과 장소를 확인했다. 로사는 그 과정 내내 자신의 발견을 ‘유압유’라고 바꾸지 않았다. 감귤향 뒤에 낯선 기름 냄새가 있었고, 안전팀이 그곳에서 성분을 확인했다는 순서로 말했다.

오후에 비가 몰려왔다. 공항 외벽의 배수구가 막히면서 우회로로 빗물이 흘러들었다. 로사가 파리다와 우회 안내를 하던 중 운반차 한 대가 물을 밟고 미끄러졌다. 팔레트 끝이 안전선 쪽으로 돌아왔다. 로사는 차 앞으로 뛰지 않았다. 운전자에게 손짓과 무전으로 멈추라고 알리고 뒤의 사람들을 물렸다. 파리다는 어린 신입의 팔을 잡아 벽 쪽으로 당겼다.

차가 멈췄을 때 팔레트와 안전선 사이는 한 뼘 남아 있었다. 반장은 한 사람도 다치지 않은 걸 확인하고 화가 난 얼굴로 바닥을 봤다. 우회로를 열어 준 사람과 거기 물이 들게 둔 사람을 함께 탓하고 싶어 했다. 로사는 자신이 확인한 사실을 말했다. 비가 시작된 시각, 배수구 앞에 쌓인 포장재, 차가 멈춘 자리. 누구의 잘못인지는 그 자리에서 정하지 않았다.

신입은 파리다가 팔을 잡아끌 때 장갑 하나를 떨어뜨렸다. 그는 그것을 주우려 안전선 쪽으로 한 발 내밀었다. 로사가 “그대로 둬”라고 외쳤다. 차는 멈췄지만 팔레트가 기울어져 있었다. 반장이 지게차 운전자에게 하중을 낮추라고 지시하고, 안전팀이 고임목을 댔다. 장갑 한 짝은 그 뒤에야 주웠다. 신입은 로사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고 투덜대다가, 팔레트 아래에 눌린 포장재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무서웠죠?” 파리다가 물었다.

“제가 더 빨리 움직였으면 안 맞았을 거예요.”

“더 빨리 움직일 문제가 아니었어요.”

로사는 둘이 말하는 사이 배수구 쪽을 봤다. 포장재를 막은 것은 전날 화물팀이 버린 조각만이 아니었다. 오래된 그물망이 빗물에 밀려 입구를 덮었다. 미화반의 평소 청소 범위 밖이었다. 누군가 자기 팀에 책임을 돌리기 전에 사진을 찍고, 배수 담당에게 위치를 보냈다. 그러나 신입의 장갑을 집어 든 파리다가 자신을 보자 생각을 바꿨다. 지금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 표가 아니라 물 한 컵이었다.

로사는 파리다에게 십 분 쉬라고 하고 신입을 휴게실까지 데려가게 했다. 자신의 교대표에서 그 시간을 빼지 않았다. 사고를 피한 몸도 떨릴 수 있었다. 반장은 처음엔 늦은 출고 때문에 시간을 빼야 한다고 했지만, 팔레트가 안전선 위에 떠 있는 사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운전자에게도 쉬라고 하자 대체 기사가 나왔다. 화물은 결국 늦게 나갔다. 늦음이 사고로 바뀌지는 않았다.

안전팀은 우회로를 다시 닫고 다른 화물 동선을 열었다. 출고는 더 늦어졌다. 로사는 바로 인사팀에 대기시간의 유급 처리 기준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장은 로사를 잠깐 보더니 “아까는 나도 당신을 탓할 뻔했다”고 말했다. 로사는 “저도 당신이 제한선을 밀고 들어올까 봐 겁났어요”라고 답했다. 둘의 마음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고 서로의 일을 다시 말할 수 있었다.

기름 시료의 첫 확인은 유압계 작동유와 비슷한 성분을 보여 줬다. 어느 장비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랐다. 안전팀은 벽 뒤 빈 공간이 환기 점검용으로 남았는지 현행 도면을 요구했다. 오래된 도면에는 작은 사각형만 있었고, 최신 도면에는 그 사각형 자체가 사라져 있었다. 태식은 변경 이력의 날짜를 대조했다. 그 날짜는 화물리프트 3번 적재대의 수리 기간과 겹쳤다.

나경이 “그럼 장물이 그 벽 안에 있나요?”라고 묻자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 기간에 도면이 바뀐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얼굴이 그렇게 돼요?”

“그때 제가 정비창고에 있었거든요. 변경 통지는 못 봤습니다.”

그의 말은 자신이 공범이라는 고백도, 없던 일을 폭로한다는 선언도 아니었다. 정비기사에게 전달돼야 할 도면 변경이 자기 손에는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그는 교육실에 저장된 이전 도면과 현재 파일의 관리번호를 공식 경로로 제출했다.

관리번호를 보내자 설비 책임자가 전화를 걸었다. “그 도면은 오래된 참고본입니다. 현장에 가져오면 안 됩니다.”

“그래서 현재본을 요청한 겁니다.” 태식이 말했다.

“현재본에는 그 공간이 없어요. 더 볼 것도 없죠.”

“없어진 이유가 적힌 변경 승인서가 있을 겁니다. 저는 벽을 열자는 말 안 했어요.”

상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태식은 자신이 서명한 옛 수리표가 그 공간의 마지막 기록일까 봐 화면을 다시 봤다. 아니었다. 다른 업체가 반 년 뒤 환기 점검을 했다는 번호가 있었다.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끊고 그 번호를 지후에게 보냈다. 한참 전 자신이 손댄 것을 누가 바꿨다는 분노가 올라왔지만, 분노만으로 벽 안 물건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교육실에서는 학생들이 다음 실습을 기다렸다. 태식은 도면을 접고 들어갔다. “오늘은 사라진 공간을 찾는 문제가 아닙니다. 변경된 도면을 받았을 때 어떤 작업이 멈춰야 하는지 묻겠습니다.” 학생들은 정답이 기술이 아니라 권한일 때 더 오래 고민했다. 태식 역시 그날 밤 현장에 갈 수 없는 자기 위치를 새삼 느꼈다.

저녁에 로사는 우회구역의 마지막 바닥을 닦았다. 감귤향이 다시 났다. 그 아래의 기름 냄새는 안전팀이 해당 부분을 격리하고 청소한 뒤 줄었다. 그녀는 냄새가 사라졌다고 벽 뒤의 문제가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바닥을 지나는 사람은 미끄러지지 않았다. 파리다가 손바닥으로 난간을 두드렸다.

“오늘은 문소리보다 차 멈춘 소리가 컸어요.”

로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의 수사 질문이 오늘의 몸을 다치게 할 뻔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벽을 여는 일이 아니라 바닥과 사람을 먼저 지키는 일이었다. 태식에게는 도면의 빈 사각형이 남았고, 지후에게는 그것을 안전하게 확인할 권한과 절차를 구해야 할 일이 남았다.

휴게실에서 돌아온 신입은 떨어뜨렸던 장갑을 새 것으로 바꿔 끼고 나왔다. 로사는 그에게 괜찮으냐고 한 번만 물었다. 그는 “다음에는 차가 다 멈춘 걸 보고 움직이겠습니다”라고 했다. 파리다는 오늘 멈춘 차의 번호를 작업안전 기록에 적었다. 셋은 벽 너머를 보지 못했지만 이 길에서 다시 사람을 잃지 않게 할 한 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