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미식 로맨틱 코미디 42화

서리 지난 복숭아밭

봉투 안에 없는 돈

박 여사가 아침 사진을 보내 왔다. 아래쪽 나무의 그림자가 전날 저녁과 반대로 길게 누웠다. 이씨는 자기 카메라로 같은 가지를 찍은 뒤 사진 가장자리에 나무 번호가 보이게 한 장을 더 남겼다. 윤보리는 주방에 도착해 두 사진을 나란히 봤다. 어느 쪽이 더 참인지 가리기보다 선우가 현장에서 어느 나무를 본 것인지 묻는 데 쓸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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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여사가 아침 사진을 보내 왔다. 아래쪽 나무의 그림자가 전날 저녁과 반대로 길게 누웠다. 이씨는 자기 카메라로 같은 가지를 찍은 뒤 사진 가장자리에 나무 번호가 보이게 한 장을 더 남겼다. 윤보리는 주방에 도착해 두 사진을 나란히 봤다. 어느 쪽이 더 참인지 가리기보다 선우가 현장에서 어느 나무를 본 것인지 묻는 데 쓸 사진이었다.

냉장고 안에서는 콩포트 시험분이 어제보다 조용했다. 미정이 냉장 보관 날짜를 확인하고 한 숟가락씩 나눴다. 설탕 향이 먼저 오던 부분은 조금 가라앉고 이씨 과육의 향이 뒤로 길게 남았다. 보리가 “오늘은 이씨네가 이긴 것 같아요”라고 하자 박 여사가 “어제는 내 조각이 이겼는데, 하루 만에 결승 뒤집혔네”라고 했다. 두 사람은 같은 병을 다른 날 먹어도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웃으며 인정했다.

옥순은 웃지 못했다. 손해액 통지서에 적힌 예상 수령액을 조합의 다음 주 지출표에 옮겨 적으려던 참이었다. 선우가 전화를 걸어 각 필지의 실제 예상 지급액을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다. 손해액과 받을 현금은 같지 않다. 계약에 적힌 자기부담 부분과 이미 안내된 항목을 적용해야 했다.

“그걸 어제 말했어야지.” 옥순이 말했다.

“통지서에도 분리돼 있습니다.” 선우가 답했다. “어제는 손해액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했고, 오늘은 지급 예상 내역을 같이 보자고 연락드린 겁니다.”

옥순은 종이를 뒤집었다. 보리는 그녀가 읽는 순서를 따라가지 않았다. 옥순이 얼마를 받을지는 조합장이라는 이유로 모두에게 자동 공개할 수 있는 값이 아니었다. 그러나 공동주방 전기료를 그 돈으로 갚을 거라고 이미 말해 둔 것은 같이 수정해야 했다.

다섯 농가가 다시 모였을 때 박 여사는 자기 부담금 칸을 가리켰다. “내가 낸 보험료랑 또 다른 거야?”

선우는 약관에 쓰인 계산 순서를 해당 필지의 내역에 대입해 보여 줬다. 납부한 보험료와 사고 때 각자가 감당하는 부분을 같은 돈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박 여사는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가 다시 폈다. “그럼 올라간 손해액만 보고 좋아한 건 반쪽만 본 거네.”

“상향된 것도 사실이에요.” 보리가 말했다. “오늘 들어올 현금이 그 숫자 그대로가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씨는 자기 필지의 손해액이 내려간 데 더해 예상 수령액까지 줄자 얼굴이 굳었다. 그가 아래쪽 나무 사진을 꺼내자 선우는 사진을 받았다. 사진이 이의 절차의 현장범위 확인에는 도움이 되지만, 자기부담 계산을 바꾸는 자료인지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그 말을 듣고 종이를 탁자 위에 두 갈래로 나눴다. 왼쪽에는 현장 확인 요청, 오른쪽에는 지급 산식 질문.

“둘 다 물을 겁니다. 하나 때문에 다른 걸 잊지 않을 거예요.”

선우는 답변 가능한 범위와 접수창구를 알려 줬다. 공식 판정을 지금 바꾼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해진은 뒤쪽에서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그 역시 피해농가인 데다 관측기사였다. 보리가 눈으로 무슨 말을 하려 했느냐고 묻자 그는 “내 관측값이 맞았다는 소리”라고 입술만 움직였다. 자신도 급하면 자기 자료를 남의 심사 위에 올려놓고 싶어진다는 걸 아는 얼굴이었다.

이씨는 주방 밖에서 박 여사와 다시 만났다. 박 여사가 오전에 찍은 사진을 그에게 보여 주자 그는 나무 번호가 구석에 잘렸다고 했다. 박 여사는 “아까는 햇살이 중요하다더니 이번엔 번호냐”고 투덜거렸다. 이씨는 웃지 않고 사진을 확대했다. 멀리 울타리의 휘어진 기둥이 보였다. 둘이 그 기둥을 기준으로 서 있던 위치를 기억할 수 있었다.

“내일 다시 찍어야겠네.” 박 여사가 말했다.

“나무가 도망가진 않아.” 이씨가 답했다.

“사람이 바쁘지. 당신은 내일 또 주방에 오잖아.”

보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교대표를 확인했다. 이씨가 오전 교대에 있었다. 사진을 찍으러 갈 시간이 없다면 박 여사가 혼자 가서 위치를 맞추고, 이씨가 저녁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씨는 자기 밭의 설명을 남에게만 맡기기 싫어했다. 그는 교대를 바꾸자는 말을 하기 전에 미정에게 실제 가능한지 물었다.

미정은 곧장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 생산은 원물 냉장 해동 시각에 맞춰 시작해야 했다. 누가 대신 들어올 수 있는지 보고, 바뀐 사람이 표시 검수법을 아는지 확인했다. 장씨가 자신의 교대를 늦추면 오전 두 시간을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장씨는 딸을 데리러 가는 시간에 늦지 않을까. 보리가 묻자 장씨는 이미 딸과 시간을 맞췄다고 답했다.

이씨는 한참 조용히 있다가 “내 일 때문에 남의 집 일정까지 바꾸네”라고 했다.

“지난번엔 내 집 방식 때문에 다들 냄비를 바꿨잖아.” 박 여사가 말했다. “이번엔 당신 밭 사진 한 장쯤 찍자.”

미정은 바뀐 교대표에 세 사람 이름을 적었다. 보험 이의 여부는 이씨가 결정하지만 그가 결정을 내릴 때 볼 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같이 만들 수 있었다. 이씨는 박 여사의 휴대전화를 받아 사진을 자기 전화로 보내 달라고 했다. “내가 다시 찍으면 두 장을 나란히 놓을게.” 박 여사는 “이번엔 번호 크게”라고 대꾸했다.

회의가 끝난 뒤 보리는 해진에게 귤을 하나 내밀었다. “말 안 한 건 잘했네요.”

“무슨 말을 안 했는지는 알죠?”

“알아도 안 들은 걸로 할게요.”

해진은 귤을 받아 껍질을 벗겼다. 오래된 복숭아 향이 작업장에 가득한데, 귤 향이 갑자기 끼어드는 게 우스웠다. 그는 반을 보리에게 건넸다. 보리가 손을 내밀자 두 사람 손끝에 귤즙이 묻었다. 미정이 멀리서 종이타월을 던졌다. 보리는 “보고 있었어요?”라고 했고, 미정은 “주방에서 귤껍질 흘리는 건 다 봅니다”라고 했다.

오후에는 전기요금 고지서와 포장재 외상 청구서가 왔다. 옥순은 보험금 예정액을 흰 칠로 가린 지출표를 다시 폈다. 주방의 수리통장에는 지난 첫 판매 뒤 조금 남긴 돈이 있었지만, 전기·포장·농약 외상을 한꺼번에 막기에는 모자랐다. 농약 외상은 각 농가 밭의 비용이고, 주방 전기와 포장은 공동생산의 비용이었다. 옥순은 빨간 펜으로 줄을 긋다가 보리에게 말했다.

“내 돈이 들어오면 일단 전기부터 막으려고 했어.”

“그럼 개인 돈을 빌려주는 건가요, 출자하는 건가요?”

“그런 이름을 붙일 겨를이 없었지.”

“이름을 나중에 붙이면 돌려받을 때 다툴 것 같아요.”

옥순은 펜을 내려놓았다. 보리가 말하는 동안 미정은 주방의 냉장고 온도를 확인했다. 주방이 멈추면 당장 해동해 둔 원물과 예정된 교대가 영향을 받는다. 전기료를 우선하자는 말은 누구 한 사람의 편을 드는 말이 아니었다. 다만 그 돈을 누구 주머니에서 꺼낼지는 따로 결정해야 했다.

오븐 옆의 작은 전등이 깜박였다. 옥순은 그 불빛을 보고 오래된 가족 작업장의 전기요금을 떠올렸다. 공동주방과 다른 계량기인데도 같은 날 고지서가 오는 바람에 두 돈이 마음속에서 섞였다. 보리는 옥순이 고지서 둘을 포개는 것을 봤다. 옥순이 먼저 펼쳤다. “이쪽은 우리 집 거다. 미안해. 같이 내밀 뻔했어.”

“지금 나누면 됩니다.” 보리가 말했다.

옥순은 고지서 귀퉁이를 손톱으로 눌렀다. “우리 집 빚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네. 없어진다고 쓰지 않을게요.”

그 짧은 말 뒤에 옥순은 공동주방 고지서만 탁자에 남겼다. 언젠가는 가족 작업장의 빚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다른 사람이 서명한 공동생산 규칙 안에 그 빚을 숨기지 않았다.

보리는 공동주방의 현재 현금, 이미 받은 예약금, 아직 판매되지 않은 병, 지출 예정일을 한 장에 적었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보험금은 따로 두었다. 옥순은 숫자가 쪼개지는 걸 싫어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얼마나 되는지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미정은 다음 생산을 세 번으로 약속한 표를 가져왔다. 돈이 부족하다고 교대를 몰아 열두 시간씩 일하면 지난번 표시 오류 같은 일이 다시 날 수 있었다.

“전기 못 내면 만들지도 못하잖아.” 옥순이 말했다.

“그래서 먼저 낼 돈으로 잡은 거예요.” 미정이 답했다. “하지만 포장재는 다음 생산분만 사고, 더 먼 물량은 기다릴 수 있어요.”

박 여사는 자기 집 보험금이 올라갔으니 조합에 미리 보태겠다고 했다. 이씨가 곧바로 “나는 내려갔으니 그럼 덜 보태도 되나?” 하고 물었다. 박 여사는 화를 내지 않았다. 두 돈을 같이 보자는 것부터 잘못이었다. 그는 “내가 보태고 싶은 만큼 보태는 거지, 당신 몫을 대신 계산한 건 아니야”라고 했다. 보리는 자발적 대여와 조합 지출을 분리해 적었다. 보험금 지급일이 아직 남아 있어 실제 돈이 들어오기 전에는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해질 무렵 미정은 오전에 나눠 먹은 콩포트 병을 씻었다. 바닥에 남은 과육 조각 하나를 보리가 먹으려 하자 손등을 탁 쳤다. “시식 기록 이미 끝났어요. 남은 건 조리대 청소 대상.”

“하루 지난 맛이 더 좋아졌다고 적을 수는 있잖아요.”

“그럼 다음 정규 배치에서 냉장조건 맞춰 다시 시험해요. 이 병은 입으로만 기억해.”

보리는 아쉬워하며 병을 놓았다. 오늘 다섯 봉투의 숫자를 다시 읽고도 입안에 남은 것은 아침에 먹은 향이었다. 그 향을 팔아 다음 주를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른다. 전기료를 낼 날짜와 금액은 분명해졌지만, 손에 쥔 현금에는 예약 제품을 만들어야 할 몫이 함께 들어 있었다. 그 돈을 떼어 내면 아직 공백이 남았다. 해진이 문밖에서 비에 젖은 우산을 접었다. 그는 보리에게 귤 향이 아직 손에 남아 있느냐고 물었다. 보리는 손바닥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