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 5의 유언
세 개의 하늘
첫 번째 관측소가 보낸 것은 숫자보다 사과문에 가까웠다. 안테나가 한 교대 늦게 돌아서 원본을 다시 묶어 보내겠다는 설명이었다. 아리는 답장 화면에 ‘괜찮습니다’라고 적었다가 지웠다. 늦은 것이 괜찮은지 아직 몰랐다. 대신 받은 시각과 비어 있는 구간을 확인했다고 보냈다.
첫 번째 관측소가 보낸 것은 숫자보다 사과문에 가까웠다. 안테나가 한 교대 늦게 돌아서 원본을 다시 묶어 보내겠다는 설명이었다. 아리는 답장 화면에 ‘괜찮습니다’라고 적었다가 지웠다. 늦은 것이 괜찮은지 아직 몰랐다. 대신 받은 시각과 비어 있는 구간을 확인했다고 보냈다.
두 번째 관측소는 곧바로 값을 보냈다. 같은 방향에서 증가가 보였지만 측정 간격이 달랐다. 세 번째는 보안 승인을 요구했다. 거주지가 사용하는 재단 통신망으로는 원시 패킷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도한은 재단의 승인 창을 열었다. 회신 예정 시간은 열여덟 시간 뒤였다.
“열여덟 시간 동안 게시판에는 뭐라고 씁니까?” 리오가 물었다.
“우리가 실제로 가진 두 개의 원본과 하나의 대기 상태요.” 아리가 말했다.
가온이 화면에 세 줄을 띄웠다. 첫 관측소 수신 확인, 값 지연. 둘째 관측소 값 수신, 단위 보정 중. 셋째 관측소 원시 패킷 전송 승인 대기. 그 아래 재단 전망은 여전히 녹색이었다. 주민들은 녹색과 노란 대기표시를 번갈아 보았다. 어떤 사람은 불안해서 게시판을 떠나지 못했고, 어떤 사람은 보급창으로 가 줄을 섰다.
아리는 세 곳의 시계를 먼저 맞췄다. 둘째 관측소의 숫자를 크게 읽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관측 방향이 바뀌는 구간을 같은 시간에 맞춰야 했다. 도한은 준비금과 대피선 점검을 병행하자고 했다. 이미 필요한 일이었으므로 새 위험을 확정한 양 떠들지 않아도 할 수 있었다.
작업표에 새로 들어간 것은 여섯 시간 교대의 검토였다. 외벽팀은 아직 그 방식으로 일해 본 적이 없었다. 니마는 현재 교대표에서 자기 이름이 두 번 연속 붙은 것을 발견했다. 첫 근무 뒤 식사를 하고 바로 다시 나가는 일정이었다. 회계는 시간 합계가 규정 안이라고 했다. 니마는 식판을 손으로 눌렀다.
“이 식사를 제가 숨 쉬면서 할 수 있나요? 옷 갈아입고 검사실 다녀오면 삼십 분입니다.”
리오는 표의 시작과 끝을 다시 계산했다. 두 교대 사이의 시계 숫자는 충분했지만, 보호복을 벗고 검진실까지 가는 몸의 시간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어제 겨우 확보한 휴식이 다음 표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도한은 다른 작업을 이틀 미루고 대체 인력을 그 칸에 넣었다. 탱크 정비 완료 예상일도 이틀 뒤로 밀렸다. 그 지연을 모른 척하면 오늘의 선택을 내일의 사람에게 떠넘기는 셈이었다.
이반 노는 통신실 문 앞에서 아리를 기다렸다. 그는 재단 전망값을 만든 부서에 자신이 예전에 서명한 승인패키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예측을 낮추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당신이 서명하지 않은 자료도 이 시스템에는 올라올 수 있어요.” 아리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제 서명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는 접근기록 일부를 넘겼다. 다른 사람의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리오는 자료를 받자마자 이반의 책임을 발표하자고 했다. 이반이 거주지 사고지수를 정상으로 보이게 한 과거의 승인자는 맞았다. 하지만 새 예측의 원시값이 어느 단계에서 줄었는지는 아직 자료 안에 없었다. 아리는 리오에게 전날 자신이 공개한 잘못된 삼백칠십의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한 번 틀린 사람이 다시 틀렸을 가능성은 큽니다. 그래도 그 문장을 증거로 쓰면 안 돼요.”
리오는 입을 다물었다. 이반 앞이라 더 어려웠다. 이반이 자신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오래된 분노는 사실의 빈칸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의료팀에서는 외벽팀의 첫 재검진 결과를 본인에게 돌려주기 시작했다. 마테오는 결과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리오를 지나쳤다. 리오는 묻지 않았다. 니마는 자신이 당분간 작업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당장 누가 자기 일당을 메우는지 물었다. 의료팀은 임금에 답할 권한이 없었다. 도한은 휴업 손실 보전 안건을 준비금 지급표에 올렸다. 금융담당은 다시 하한을 가리켰다. 치료와 검사 비용만 지출로 보고, 검사를 받으려면 포기해야 하는 임금은 계산하지 않은 표였다.
“우리가 아직 표에 없는 비용을 계속 발견하는군요.” 도한이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먼저 넣으세요.” 니마가 대답했다.
점심 무렵 첫 관측소의 보정 전 값이 도착했다. 가온은 서로 다른 단위를 나란히 표시하고 계산된 비교값은 별도 열로 두었다. 둘째 관측소와 상승 방향은 맞았다. 그러나 어느 규모의 폭풍이 언제 올지 정하려면 세 번째 방향 값이 필요했다. 아리는 화면에 ‘위험 증가 확인, 도달시각 미확정’이라는 임시 문구를 제안했다. 도한은 ‘위험’이 주민에게 너무 확정적으로 들릴 수 있다고 했다.
마테오가 그때 들어왔다. 그는 자기 결과지를 꺼내지 않고 공개판만 보았다. “우리가 외벽에 나갈 때 그 말은 무엇을 바꿉니까?”
아리는 임시 작업 제한과 차폐 위치를 가리켰다. 이미 시작한 조치이고, 세 번째 값을 기다리는 동안 더 자주 다시 볼 수 있다고 했다. 마테오는 그제야 문구 옆에 서 있었다. 도한은 ‘관측된 증가’라고 고쳤다. 사람에게 적용되는 조치를 설명하지 않는 위험 단어보다 정확했다.
오후에는 보급창 앞에서 작은 다툼이 났다. 누군가 식수통을 두 개씩 가져가자 뒤의 가족이 항의했다. 당장은 공급 부족이 없었다. 다만 다음 배송일을 아무도 보장할 수 없었다. 리오는 배급을 강제로 되돌리기보다 창고 관리자와 함께 현재 재고, 다음 배송이 지연될 경우 쓸 수 있는 양, 병원과 외벽의 필수분을 공개했다. 두 통을 들었던 남자는 하나를 내려놓았다. 가족 앞에서 사과하지는 않았다. 뒤의 여자는 통 하나를 받으면서도 남자를 계속 경계했다. 숫자가 나오면 신뢰가 즉시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뒤에 있던 소년이 작은 약통을 흔들었다. 물이 있어야 삼킬 수 있는 약이었다. 그는 오늘 몫을 이미 받았지만 누나가 의무실에 있어 한 병을 더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창고 관리자는 의료용 배분표에 이름이 없다고 했다. 리오는 소년의 말만 듣고 병을 빼 주고 싶었다. 그러나 누나의 이름을 줄 전체에 외치게 하는 것도, 확인 없이 다른 환자의 몫을 빼는 것도 싫었다. 의무실에 통신을 연결해 물의 필요량만 확인했다. 당직 간호사는 환자 정보를 말하지 않고 의료용 봉인병 하나를 직접 전달하겠다고 했다.
소년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눈가가 벌게졌다. 리오는 의무실 직원이 올 때까지 그와 함께 기다렸다. 직원은 병을 소년 손에 쥐여 주면서도 “이건 누나에게 줄 몫”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줄 앞의 남자가 자기 물 한 통을 내려놓은 것은 그 장면을 보고 나서였다. 리오는 그 통을 다른 사람에게 바로 넘기지 않고 재고표를 고쳤다. 선의로 양을 바꾸면 다음 교대의 사람에게는 이유 없는 결손이 된다.
그날 배급판에는 의료용 별도 전달과 일반 배분 수량을 나누어 붙였다. 소년은 줄을 떠나기 전에 물었다. “제가 이름을 말했으면 더 빨랐을까요?” 리오는 잠시 생각했다. “빨랐을 수 있어. 그렇지만 다음에 네 누나가 여기 와서 줄 설 때 모두가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싫을 수도 있잖아.” 소년은 약통을 주머니 깊이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개인의 비밀을 지킨 시간이 준비를 늦추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내일부터 의무실과 창고 사이 전달시각을 정하기로 했다.
아리가 저녁 교대에 통신실로 돌아왔을 때 세 번째 관측소의 승인 창에는 여전히 회신이 없었다. 그녀는 대기시간을 크게 화면에 띄웠다. 재단 직원이 “내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지만 무엇을 확인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아리는 직원 개인에게 화를 내지 않고, 승인요청 번호와 담당 부서를 공개기록에 남겼다.
“이걸 보고 주민들이 재단이 숨긴다고 하겠죠.” 직원이 말했다.
“제가 안 적어도 기다리는 사람들은 압니다. 왜 기다리는지만 모르는 거죠.”
밤 늦게 승인 창이 바뀌었다. ‘원시 패킷 직접 전송 불가. 요약 통계 제공 가능.’ 아리는 요약값을 거부하지 않았다. 우선 받아 비교하고, 동시에 원시 패킷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적었다. 재단이 막았다는 한 문장으로 모든 값을 버리면 주민의 준비시간도 줄어들었다.
둘째 관측소와 첫째 관측소의 상승 구간을 겹친 화면에서 거주지에 닿을 수 있는 띠가 얇게 나타났다. 아직 도달범위가 아니었다. 아리는 화면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내일 셋째 관측소의 값이 오면 그 띠는 넓어지거나 사라질 수 있었다.
리오는 옆에서 게시판 문구를 읽었다. 두 관측에서 증가 확인, 세 번째 원시자료 재요청, 외벽 단축 교대와 의료 재검진 지속. 그는 마지막에 니마의 휴업손실 보전 심사시각도 붙였다. 우주에서 오는 것을 기다리며 사람의 임금이 먼저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작은 선택이었다.
교대가 바뀌자 사나가 압력계에서 돌아왔다. 대체 인력이 첫 눈금을 제대로 읽었다고 했다. 사나는 오늘은 예정대로 쉴 수 있었다. 그녀가 문밖으로 나간 뒤 아리는 통신실의 세 화면을 다시 봤다. 하늘은 하나였지만 보이는 방향은 셋이었다. 누가 한 화면을 골라 나머지를 지웠는지 알아내는 일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아리는 사나의 퇴근 시각을 작업표에 확인했다. 어제 훈련의 결과가 오늘의 쉼으로 이어졌다는 증거였다. 통신실 앞에는 니마가 자신의 새 근무표를 찾으러 와 있었다. 두 번째 교대 대신 검진 뒤 휴식 시간이 붙어 있었다. 니마는 그것을 사진으로 남긴 뒤에야 외벽 작업복의 지퍼를 올렸다. 멀리 보이지 않는 위험 앞에서도, 오늘 약속한 시간은 지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