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미식 로맨틱 코미디 41화

서리 지난 복숭아밭

다섯 봉투의 다른 무게

김밥의 마지막 한 조각은 이씨가 먹었다. 전날 서명한 종이가 아직 작업장 선반에 있었고, 오늘 도착한 흰 봉투 다섯 개는 테이블 가운데 놓였다. 윤보리는 손을 닦은 뒤 봉투를 각 농가 앞에 밀었다. 한꺼번에 펼쳐 보자는 말이 입안에 있었지만 삼켰다. 최옥순도 조합장 도장을 손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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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의 마지막 한 조각은 이씨가 먹었다. 전날 서명한 종이가 아직 작업장 선반에 있었고, 오늘 도착한 흰 봉투 다섯 개는 테이블 가운데 놓였다. 윤보리는 손을 닦은 뒤 봉투를 각 농가 앞에 밀었다. 한꺼번에 펼쳐 보자는 말이 입안에 있었지만 삼켰다. 최옥순도 조합장 도장을 손에 들지 않았다.

“각자 자기 것부터 보죠.”

박 여사는 봉투를 가장 먼저 열었다. 소리가 크게 났다. 장씨는 숫자를 한 번 읽고 얼굴을 가렸다. 이씨는 안경을 고쳐 쓰고 두 줄 아래 지급예정일을 찾았다. 다섯 사람이 같은 냉해를 겪어도 종이에 적힌 결과는 같지 않았다.

네 필지는 현장 재조사 뒤 손해액이 앞선 안내보다 올라갔다. 이씨의 한 필지는 내려갔다. 이씨가 종이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내 밭 꽃이 안 피었는데, 숫자만 피었나 봐.”

옥순은 그의 종이를 자기 앞으로 당기려다 멈췄다. 이씨가 읽어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옆에 앉아 “어디가 달라졌는지 같이 볼까요”라고 물었다. 이씨는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심사 담당 선우가 약속한 시각에 왔다. 손에는 공통 설명자료와 필지별 내역이 있었다. 해진은 문밖에 서 있다가 미정이 내준 작은 접시에 김밥을 받았다. 그는 관측기사이자 피해농가였다. 선우의 자리에 앉아 보험판정을 대신할 수 없었다. 보리가 한 번 그를 보자 해진은 접시를 들어 보이며 “점심 증인만 할게요”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선우는 먼저 바뀐 값이 무엇인지 나눴다. 한 필지는 조사 때 누락됐던 꽃눈 표본 위치가 반영됐고, 두 필지는 착과 재확인 결과가 올라왔다. 다른 한 필지는 면적 대조에서 숫자 옮김 오류가 고쳐졌다. 이씨 필지는 밭 일부에서 살아남은 착과가 앞선 추정보다 많게 확인돼 손해액이 낮아졌다. 선우는 ‘많다’고만 말하지 않고 어떤 표본과 날짜를 썼는지 보여 줬다.

“사진은 그쪽 줄만 찍었잖아요.” 이씨가 물었다. “아래쪽 나무는 지금도 휑해요.”

“그 사진만으로 필지 전체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재조사 위치와 현장기록이 여기 있어요.”

선우는 지도에 표시된 점을 짚었다. 이씨는 손가락으로 아래쪽 경사를 가리켰다. “여긴 안 갔네.”

잠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산식의 숫자가 틀렸는지, 현장조사의 범위가 부족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였다. 보리는 그 차이를 적어 주고 싶었지만 먼저 이씨를 봤다. 이씨가 말했다. “내가 이의 넣을지 정할게. 우선 밭에 같이 가서 어느 나무를 봤는지부터 확인합시다.”

선우는 이의 절차의 기한과 필요한 기록을 알려 줬다. 재조사가 곧 상향을 뜻하지 않으며, 지금 내역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이라는 말도 분명히 했다. 이씨는 그 말을 듣고도 요청서를 받았다. 다른 네 사람이 돈을 더 받는다고 자기 필지의 질문을 접을 이유는 없었다.

박 여사는 손해액이 올라간 자신의 종이를 내밀었다. “그럼 나는 그냥 사인하면 되나?”

“설명부터 들으셔야죠.” 보리가 말했다.

“돈 늘어난 건 읽기 쉬운데.”

박 여사가 웃자 미정도 짧게 웃었다. 이씨는 웃지 않았다. 박 여사가 그를 힐끗 보고 종이를 다시 접었다. “나중에 당신 밭 갈 때 나도 가. 내가 제일 먼저 서리 맞은 나무 봤잖아.”

“그때 본 거랑 지금 남은 열매는 달라.” 이씨가 말했다.

“그러니까 둘 다 보자는 거지.”

보리는 둘 사이에 다시 말이 오가는 것을 보며 김밥 접시를 밀었다. 이씨가 마지막 한 조각을 먹고도 박 여사의 종이를 들여다보지 않은 게 좋았다. 각자 봉투의 무게를 비교하는 대신 밭에 갈 날짜를 정하기 시작했다.

설명이 끝난 뒤 선우는 지급예정일을 읽었다. 열흘 뒤였다. 이씨의 이의 여부와 다른 필지의 현재 지급 절차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따로 설명했다. 보리는 아침에 전기를 쓴 공동주방의 계량기를 떠올렸다. 숫자가 통지서에 적힌 날부터 현금이 서랍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열흘은 길어요.” 옥순이 말했다.

“저도 줄일 수 있다는 약속은 못 드립니다.” 선우가 답했다.

해진은 선우가 떠난 뒤에야 안으로 들어왔다. 김밥 접시가 비었다. 그는 이씨에게 밭 위치도를 보여 달라고 하지 않았다. 관측소 기록으로 그 필지의 보험 손해를 대신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보리가 손을 씻으러 가는 동안 깨끗한 종이컵을 다섯 개 꺼냈다.

“김밥 먹은 자리에서 보험 얘기까지 한 게 미안해요.” 보리가 말했다.

“김밥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다섯 분 모두 앉아 계셨잖아요.”

보리는 웃었다. 해진은 컵 하나에 물을 너무 많이 따랐다. 넘치기 전에 보리가 컵을 잡았다. 두 사람이 같은 컵을 붙든 채 잠깐 멈췄다. 미정이 멀리서 “물은 계약서에 안 적힙니다”라고 소리쳤다. 해진이 먼저 손을 놓고 컵을 보리 앞에 뒀다.

오후에는 미정이 냉장 콩포트 시험분을 꺼냈다. 오늘 생산한 병이 아니었다. 지난해 수확해 냉동 보관한 과육을 냉장 해동해 앞서 가공한 배치의 남은 시식분이었다. 뚜껑을 열자 설탕의 첫 향 뒤에 과육 냄새가 올라왔다. 박 여사는 자기 집 큰 조각을 찾았고, 이씨는 향이 긴 부분을 골랐다. 보리는 숟가락으로 두 사람의 맛을 겹쳐 먹었다. 숫자 다섯 개가 테이블을 갈라 놓은 날에도 같은 냄비의 맛을 찾는 손은 여기에 있었다.

“팔 수 있겠지?” 옥순이 물었다.

“생산표대로 세 번만요. 원물 상태랑 주방 교대를 확인한 주에.” 미정이 말했다. “이번에 더 받았다고 오늘 당장 병을 늘리면 또 실수해요.”

옥순은 통지서를 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빠른 현금을 원했지만, 지난번 우유 표시를 놓친 소포장과 폐기한 열두 병을 기억했다. 시험분은 맛있었다. 맛있는 것이 반복 가능한 생산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이씨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보리에게 물었다. “우리 밭 갈 때 해진 씨도 옵니까?”

해진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보리가 대신 대답할 일이 아니었다. “관측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제 자료의 범위 안에서 말씀드릴게요. 선우 씨의 재조사와는 구분하고요.”

“그럼 나무 보는 눈 하나는 더 있겠네.” 이씨가 말했다.

이씨는 결국 그날 해가 지기 전에 밭 입구까지 가자고 했다. 이의신청서를 쓰기 전, 어느 길로 들어가야 아래쪽 나무를 볼 수 있는지 박 여사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보리는 선우에게서 받은 조사위치도만 들고 갔다. 통지서를 밭에 펴 놓으면 숫자가 나무보다 먼저 보일 것 같았다.

밭의 위쪽은 겨울 끝에 지나온 서리 흔적이 얇게 남아 있었다. 새 잎이 자란 자리와 비어 있는 자리가 한 가지에 섞였다.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바람이 달랐다. 나무 사이의 낮은 홈에 찬 공기가 오래 머물렀던 기억을 이씨가 짚었다. 보리는 꽃이 진 자리의 작은 열매를 손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지금 살아 있는 것과 수확 때 남을 것을 같은 숫자로 세기에는 아직 이른 때였다.

“여기를 안 찍었다고 했죠?” 박 여사가 물었다.

“조사 지도에 점이 안 보여.” 이씨가 말했다. “안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그래도 물어야지.”

이씨가 그렇게 말하자 보리는 그를 돌아봤다. 아침에는 모든 숫자가 자기를 속인 것처럼 화를 냈던 사람이었다. 밭에 서자 묻고 싶은 것이 구체적이 됐다. 그는 빈 가지 하나, 열매가 남은 가지 하나를 나란히 가리켰다. 박 여사는 지난해 이 자리에 빛이 더 들도록 가지를 쳤다고 기억했다. 두 사람의 기억도 완전히 같지 않았다.

해진은 관측소 메모를 펼치지 않았다. 대신 어느 나무를 어느 각도에서 봤는지 표시할 작은 종이를 건넸다. 보리는 그에게 “이럴 땐 통계보다 종이가 낫네요”라고 말했다. 해진은 “제가 늘 숫자만 보는 줄 알았습니까?” 하고 웃었다.

“가끔요.”

“그러면 오늘은 다른 쪽 눈으로 본 걸로 해 두죠.”

보리는 대답을 찾다가 박 여사가 앞으로 가는 바람에 걸음을 옮겼다. 해진은 따라붙지 않고 이씨의 속도에 맞춰 뒤에서 걸었다. 그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과 그에게 사건의 답을 맡기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밭 끝에서 이씨는 선우와 다시 만날 날짜를 정했다. 오늘 찍은 것은 위치를 설명하는 사진 몇 장뿐이었다. 보험 결론을 바꿀 사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박 여사는 사진을 보며 “이 나무는 내가 알지” 하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으로 웃었다. 누가 자기 밭의 한 줄을 기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깨가 조금 내려간 모양이었다.

돌아오는 차에서 보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미정이 내일 주방 교대 인원 확인을 부탁했다. 보리는 밭에서 묻은 흙을 손톱 아래서 털며 “예정대로 세 번만”이라고 답했다. 해진은 운전대를 잡은 채 웃었다. “그 말, 이제 옥순 씨보다 먼저 하네요.” 보리는 창밖을 보다가 그를 흘겨봤다. “누가 옆에서 계속 숫자를 나눠 말하니까 배웠죠.”

주방에 돌아오니 다섯 봉투가 각자의 자리에서 기다렸다. 네 장에는 올라간 숫자, 한 장에는 내려간 숫자가 있었다. 누구도 오늘 돈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씨가 낮은 경사의 나무를 짚은 손길은 봉투보다 선명했다. 박 여사가 내일 아침 햇살 아래서 사진을 한 번 더 찍자고 하자 이씨는 “내 카메라로”라고 했다. 보리는 손톱 아래 흙을 씻고도 그 대답을 오래 기억했다. 해진이 돌아오는 길에 새로 사 온 김밥 한 줄을 나눠 먹으며, 두 사람은 오늘 맛본 콩포트에서 어느 집 향이 먼저 났는지를 두고 한참 다퉜다.

미정은 그들의 빈 접시를 보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