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나사가 떨어진 자리
로사는 첫 야간 교대의 끝에서 나사를 다시 보지 못했다. 보안담당이 증거봉투에 넣고 바닥을 확인한 뒤 통행을 열었기 때문이다. 폐쇄문 앞의 파란 페인트 부스러기도 사진과 위치표에 남았다. 아침에 돌아가는 사람들은 그 위를 지나면서 더는 발을 피하지 않았다. 로사는 그게 좋았다. 위험을 발견한 사람이 끝없이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면, 다음 위험은 아무도 보고하지 않을 것이다.
로사는 첫 야간 교대의 끝에서 나사를 다시 보지 못했다. 보안담당이 증거봉투에 넣고 바닥을 확인한 뒤 통행을 열었기 때문이다. 폐쇄문 앞의 파란 페인트 부스러기도 사진과 위치표에 남았다. 아침에 돌아가는 사람들은 그 위를 지나면서 더는 발을 피하지 않았다. 로사는 그게 좋았다. 위험을 발견한 사람이 끝없이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면, 다음 위험은 아무도 보고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후는 보전기록을 펼쳐 놓고 그녀를 다시 불렀다. ‘나사를 어디서 봤는지’라는 질문이 세 번 나왔다. 로사는 매번 같은 말을 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첫눈에 본 위치와 표시를 옮기며 다시 본 위치가 조금 달랐다. 카트 바퀴가 지나가면 작은 물건은 움직일 수 있었다. 지후는 둘 중 더 확실한 한 점을 고르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발견 시각, 로사가 손을 뻗었다 멈춘 일, 파리다의 우회, 보안담당 도착 순서를 따로 적었다.
“제가 찍은 사진에는 나사가 문 가까이에 있습니다.” 로사가 말했다.
“처음 눈으로 본 자리도 거기였습니까?”
“문에서 두 걸음쯤. 사진 찍을 때는 제가 뒤로 물러났어요. 물건이 움직였는지는 못 봤고요.”
지후는 사진을 크게 띄웠다. 그림자 때문에 문턱까지 거리가 짧아 보였다. 그는 바닥 줄눈을 기준으로 대략 범위를 그렸다. 로사는 그 원 안에 자신이 먼저 세웠던 카트도 있었다고 말했다. 보전기록은 더 복잡해졌지만, 그만큼 다음 사람이 사진 한 장을 확실한 발자국으로 오해할 가능성은 줄었다.
태식은 교육실에서 점심시간을 쪼개 견인차 부품 목록을 봤다. 그는 밤 정비로 돌아오지 못했고, 로사의 복귀가 자기 처분을 자동으로 풀어 주지도 않았다. 교육생들에게 내줄 실습 문제를 만들다가 지후가 보낸 공식 문의가 온 것이다. 사진 속 황동빛 나사가 예전 4번 소형 견인차에 쓰이던 규격과 비슷해 보였다.
태식은 바로 ‘4번 차’라고 답하지 않았다. 같은 머리 모양의 나사는 폐쇄문 경첩과 오래된 보급 카트에도 있었다. 그는 장비기록에서 말소된 4번 소형 견인차의 정비부품 규격, 마지막 재고 반출, 폐차 확인 날짜를 찾아 적었다. 말소된 것은 운행 허가이지 물건이 지구에서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었다. 부품이 남았는지, 차가 그대로 있는지, 번호만 다른 장비에 붙었는지는 각각 확인해야 했다.
교육생 하나가 사진을 보고 말했다. “그 차였으면 차고에 가 보면 되잖아요.”
“차고는 지금 수사 구역일 수도 있어. 우리는 목록을 대조할 권한으로 일하는 중이야.”
“선생님이면 예전엔 직접 보셨을 것 같은데요.”
태식은 대답을 고르다 실습판을 닫았다. 자신도 그러고 싶었다. 야간 정비에서 빠진 뒤부터 무언가를 직접 고치고 확인하는 손이 허공에 남았다. 하지만 자신이 제한선을 넘어 발견한 물건은 나중에 로사와 파리다가 정직하게 지킨 절차까지 흔들 수 있었다.
그는 문의에 후보 규격 셋과 구별할 치수를 적어 보냈다. 실물 측정은 지후가 감식 담당과 한다고 답했다. 태식에게 온 것은 확인된 규격이 아니라 다음 질문이었다. 말소 4번 차의 부품 창고를 마지막으로 점검한 기록이 비어 있었다.
로사는 잠을 자고 일어나 오후 회의에 들어갔다. 첫 복귀 야간조가 끝난 다음 날이었다. 인사팀에서는 다음 급여일에 야간가산분을 지급하겠다는 답을 다시 보냈다. 입금 내역은 아직 없었다. 조세영은 이미 확인된 평균임금 보전과 예정된 가산분을 다른 칸에 적었다. 파리다가 대신 선 교대의 추가 시간도 같은 표에 있었다.
“이 회의가 유급인가요?” 로사가 물었다.
보안담당이 당황했다. 수사 확인이라고만 알고 불렀다. 세영은 회사에 시간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로사는 일단 앉았다.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노동시간을 공짜로 만들게 두지 않기로 했다.
지후는 나사와 페인트를 한 주머니의 단서처럼 다루지 않았다. 나사는 바닥에서, 파란 부스러기는 철망 옆에서 각각 발견됐다. 로사는 처음엔 둘이 붙어 있었다고 기억했지만 사진을 보니 사이에 작은 간격이 있었다. 그녀는 “붙었다”는 말을 취소했다. 파리다는 그때 자기 카트가 어떤 방향으로 지나갔는지 확인했다. 두 사람의 진술은 같은 장면을 봤어도 쓰는 눈높이가 달랐다.
나경은 보험 손실 자료와 부품을 곧장 연결하지 않았다. 네 피해회사의 청구 중량과 금속블록 흔적은 이미 다른 원본으로 보전돼 있었다. 작은 나사 하나가 장물의 반출 경로를 가리킬 수는 있어도 청구의 진위를 새로 심사할 이유는 아니었다. 그녀는 손실 지급 담당에게 이 문의 때문에 네 건 지급을 멈추지 말라고 확인했다.
“우리가 찾는 사람과 보상받아야 하는 사람은 같은 표에 있지 않아요.” 나경이 말했다.
로사는 그 말을 들으며 자기 이름이 수사표에 들어간 뒤 급여표에서 빠졌던 날을 떠올렸다. 지후도 기억하는지 잠깐 시선을 내렸다. 그는 로사의 발견위치 진술을 사건번호에 붙이되 인사 평가자료로 보내지 않는 범위를 설명했다. 서류 하나가 다른 방으로 건너갈 때 사람이 겪는 일을 이 팀은 어렵게 배웠다.
오후 늦게 감식 담당이 나사의 치수를 보냈다. 태식이 적은 세 후보 중 말소 4번 차의 정비부품과 치수가 맞았다. 머리 안쪽의 마모는 비교할 원본이 없어 동일물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페인트 성분도 공항 장비 여러 곳에서 쓰는 도료 계열이었다. 지후는 수사판에 ‘4번 차와 규격 일치, 출처 미확정’이라고 썼다.
태식은 문구를 읽고 불편했다. 맞는 규격 하나를 찾았는데도 아무도 차고로 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로사에게 메시지를 쓰려다 멈췄다. 그녀는 자기가 발견한 물건을 담당자에게 넘겼고 지금은 자기 구역으로 돌아갔다. 또다시 그녀의 밤을 자기 조급함에 쓰게 할 이유가 없었다.
교육실 뒤쪽에는 해체용 차축 하나가 놓여 있었다. 태식은 학생들에게 실제 견인차로 접근하지 않고 그 차축의 나사산을 재게 했다. 두 사람은 눈대중으로 같은 규격이라고 적었고 한 사람은 한 치수 작은 공구를 집었다. 태식은 힘으로 돌리지 말라고 했다. 잘못 맞는 공구가 금속을 뭉개면 나중에는 처음 어떤 나사였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학생들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게이지를 다시 꺼냈다.
수업을 지켜보던 정비반장이 태식을 불렀다. “경찰 문의가 너한테 계속 오면 교육도 흐트러져. 내가 대신 답할까?”
“제가 아는 옛 차량 기록은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수업 시간 밖으로 잡아 주세요.”
“밤으로 돌려 달라는 얘기는 아니지?”
태식은 반장의 얼굴을 보았다. 야간 정비 복귀를 구걸하는 말로 들릴까 봐 조심하는 자신이 싫었다. “아닙니다. 교육 배치가 정해진 동안에는 이 시간의 일을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답한 기술 내용은 제 이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반장은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담당 이름을 지우지 않는 일은 정비반에도 필요했다.
학생들이 다시 잰 치수는 서로 달랐다. 마모된 차축은 한쪽 나사산만 찌그러져 있었다. 태식은 기준이 되는 반대쪽을 보여 주고, 마모된 쪽은 사진과 함께 따로 기록하게 했다. “같다는 답보다 왜 다르게 나왔는지가 오늘의 문제야.” 학생 하나가 그제야 작은 공구를 내려놓았다. 태식은 이 수업이 자신의 처분을 되돌리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사람 하나가 기계를 억지로 돌리지 않게 됐다는 결과가 손에 남았다.
대신 그는 오래된 차량 말소표를 읽었다. 4번 차는 완전 폐차가 아니라 부품 회수 대상이었다. 차대의 마지막 위치는 외주 수리장의 임시칸이었다. 그 칸을 담당했던 사람의 이름은 현재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오래돼서 그럴 수 있었다. 태식은 이름을 추측하지 않고 위치와 날짜만 지후에게 보냈다.
그날 밤 로사는 두 번째 교대에 들어갔다. 새 카드가 첫 문을 열었다. 한 화물작업자가 폐쇄문 쪽을 가리키며 “그 나사가 4번 차 것이래요?”라고 물었다. 로사는 젖은 바닥 표시를 세웠다.
“같은 규격이래요. 차가 거기 있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럼 어제 본 건 뭔데요?”
“제가 본 건 나사예요. 바닥에 있어서 누가 밟을까 봐 신고했어요.”
작업자는 웃지 않았다. 대신 카트가 지나갈 길을 비켜 줬다. 로사는 그가 다시 묻지 않은 것을 고맙게 여겼다. 자신은 보고할 만큼 보고했고,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었다.
파리다는 카트의 새 바퀴를 살폈다. 첫밤에는 말끔했지만 둘째 밤에는 바퀴 축에 얇은 포장끈이 감겼다. 로사는 폐쇄문 소리를 떠올리며 고개를 들다가 곧 다시 바퀴를 봤다. 눈앞의 작은 끈을 놓치면 다음 사람은 카트를 밀다 손목을 다칠 수 있었다. 둘은 작업허가가 난 바깥 통로에서만 카트를 멈추고 끈을 풀었다. 정비팀에 바퀴가 재차 걸린 시각을 보냈다.
“또 수사 단서일까요?” 파리다가 물었다.
“여긴 포장끈이 매일 나와. 먼저 우리 일이지.”
로사는 작동 확인란에 두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파리다가 며칠 전 밤 교대표에서 대신 선 시간이 아직 지급 예정이라는 사실도 다시 확인했다. 자신이 돌아와 같이 일하는 밤이 생겼지만 그전에 혼자 맡은 밤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후는 말소 차량의 마지막 위치를 확인할 정식 요청을 냈다. 그 전까지 연결로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보안담당에게 못 박았다. 나사는 차의 주인을 알려 주지 않았지만 오래된 장비 목록에 구멍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태식은 교육생에게 실습판을 다시 열었다. 오늘 배운 것은 나사를 바로 고르는 법만이 아니었다. 비슷하다는 말 뒤에 필요한 치수를 묻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