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 5의 유언
물탱크 뒤의 그림자
사진 속 물탱크는 지금보다 한 칸 왼쪽에 있었다. 아리는 투명 화면 위에 현재 배치도를 올렸다. 두 윤곽이 겹치지 않는 사이로 외벽 작업자의 통로가 보였다. 누군가는 그 틈을 증거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오래된 사진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속 물탱크는 지금보다 한 칸 왼쪽에 있었다. 아리는 투명 화면 위에 현재 배치도를 올렸다. 두 윤곽이 겹치지 않는 사이로 외벽 작업자의 통로가 보였다. 누군가는 그 틈을 증거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오래된 사진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리는 둘 다 아직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진에 찍힌 작업일은 확인됐지만 탱크의 이동 날짜는 몰랐다. 옮긴 까닭이 누수 수리였을 수도 있고, 한때는 그 자리가 정상 배치였을 수도 있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같은 방향에서 오는 입자를 탱크가 얼마나 막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때 선량이 네 배였다는 값이랑 합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리오가 물었다.
“같은 하루, 같은 지점을 가리키는지부터 봐야 해요.”
아리는 리오에게 두 자료의 시간표를 보여 주었다. 오래된 사진에는 시작 시각이 남았지만 종료 시각은 없었다. 방향성 응답이 약 네 배였던 미판독 대조 결정은 다른 교대의 보관 상자에서 나왔다.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다. 곧바로 하나의 사건으로 묶을 근거는 아직 없었다.
그날 오전 물탱크 구역에 들어간 사람은 사나와 운항팀 기사, 의료 관찰자였다. 사나는 전날 배운 대체 인력이 압력계 눈금을 직접 읽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작업 장갑을 벗었다. 사람을 교체하는 연습이 몸을 무리하게 쓰지 않아도 된다는 약속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대체 인력은 탱크의 구형 배관을 몰랐다. 사나가 다시 장갑을 끼려 하자 아리가 말했다.
“오늘은 설명만 하세요. 손은 제가 넣겠습니다.”
“내 배관을 당신이 더 잘 알아요?”
“아뇨. 그래서 보는 데 서 달라는 겁니다.”
사나는 투덜대면서도 도면을 펴 들었다. 탱크는 한때 이동식 차폐용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식수 계통과 맞물려 있었다. 당장 떼어 옮기면 물의 압력과 질량 균형이 함께 달라졌다. 위급하다는 말 하나로 레버를 돌릴 수 없는 물건이었다.
현장 측정은 예상과 달랐다. 현재 탱크 뒤쪽 한 곳에서만 응답이 낮았고 두 걸음 옆으로 벗어나면 거의 같아졌다. 마테오는 사진에 보이는 옛 통로가 바로 그 두 걸음 바깥이었다고 말했다. 아리는 그의 기억을 작업표 옆에 따로 기록했다. 어제는 같은 작업일을 증언해도 심사 순서를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던 리오가, 오늘은 마테오가 가리킨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도 되느냐고 먼저 물었다.
“붙여요.” 마테오가 말했다. “다만 내 발이 있던 곳이라고 쓰지는 마. 내가 기억하는 선이라고 써.”
테이프에는 그렇게 적혔다. 아리는 실측값과 기억의 선을 다른 색으로 남겼다. 리오는 그 조심스러운 구별이 사람을 믿지 않는 태도처럼 보일까 걱정했다. 마테오는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기억이 틀릴 수 있다는 말과 그의 몸에 일어난 일을 지우겠다는 말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도한은 저녁 총회 전에 차폐판을 하나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주민들 사이에는 태양선량의 원시관측과 재단 전망이 다른 화면으로 떠 있었다. 누군가는 차폐판을 붙이는 것이 위험을 인정하는 선언이라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그렇게 늦기 전에 해야 한다고 했다. 도한은 문장보다 구조 검토가 먼저라고 했다. 탱크를 옮기지 않아도 이동식 판 한 장은 세울 수 있었다. 대신 통로 폭이 줄어 휠체어와 운반차가 마주 지나가지 못했다.
리오는 전날 총회장의 잘못 놓인 의자를 기억했다. “판을 세울 곳을 제가 고르겠습니다”라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통로를 쓰는 사람과 같이 걸어야 했다. 그는 휠체어를 쓰는 노인과 식수 운반 기사, 외벽팀을 불렀다. 노인은 판이 서면 자신은 매번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운반 기사는 먼 길로 가면 식수통의 진동이 늘어난다고 했다. 사나는 이곳을 막으면 압력계 앞에 설 사람이 줄어든다고 했다.
“그러면 어디에도 못 세우겠네요.” 리오가 말했다.
“그 말을 듣자고 부른 거야?” 노인이 물었다. “못 세우는 자리 셋을 찾았으면 네 번째를 봐.”
네 번째 위치는 출입구 안쪽이었다. 물탱크처럼 넓게 막지는 못해도 사람이 기다리는 벤치 한쪽을 가릴 수 있었다. 문제는 벤치를 옮길 공간이었다. 리오는 그 자리의 게시판을 떼자고 했다. 거기에는 지난달 사고 접수번호와 약품 공급시간이 붙어 있었다. 노인은 그것을 떼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리오는 판 설치를 서두르지 않고 게시판을 복제했다. 한 장은 판 바깥쪽에, 한 장은 원래 자리 옆에 두었다. 가온은 화면에 새 위치를 알리는 안내를 띄웠다. 게시판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배식대에서도 안내했다. 판 한 장을 세우는 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차폐판은 시험 설치됐다. 마테오가 벤치에 앉아 값을 읽었다. 아리가 반대편에서 측정했다. 한쪽 응답은 낮아졌지만 입구의 특정 모서리에서 반사 성분이 높게 나타났다. ‘더 안전해졌다’고 전부를 덮을 수 없었다. 아리는 그 모서리에 접근 표시를 붙이고 판 각도를 다시 맞췄다. 두 번째 측정에서 모서리 값이 내려왔다. 그렇다고 오래된 네 배 응답의 원인이 이 배치로 설명된 것도 아니었다.
판을 고정하던 기술자가 볼트 상자 하나가 비어 있다고 알렸다. 보급표에는 여섯 개가 출고됐는데 현장에는 다섯 개였다. 리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굳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작은 빈칸마다 숨은 손을 의심하게 됐다. 도한은 작업을 멈추고 출고 때 함께 있었던 두 사람에게 물었다. 마지막 볼트는 탱크 쪽 압력계 받침을 고치는 데 썼고, 그 사용 기록이 다른 작업번호에 들어 있었다. 사나가 자신이 서명한 쪽을 찾아왔다.
“제가 가져갔어요. 이걸로 사람 찾겠다고 밤을 쓰지 마세요.”
“그럼 왜 여기선 비었습니까?” 리오가 물었다.
“작업표가 두 장인데 재고표는 한 장이라서요.”
아리는 재고 담당자에게 연결했다. 기술자는 부족한 볼트 대신 다른 규격을 끼워 넣지 않았다. 같은 규격을 정식으로 받는 동안 판은 임시 지지대에 세워 두고 접근을 막았다. 보호를 서두르다 떨어지는 판을 만들 수는 없었다. 재고표를 합치는 일에 삼십 분이 걸렸다. 그동안 리오는 판 앞에서 기다리는 노인에게 다른 통로를 안내했다. 노인은 “비밀이 없으면 늦는 이유도 말해 주면 되잖아”라고 했다. 리오는 그 말을 다음 공지의 첫 줄로 적었다.
볼트가 도착한 뒤 사나는 손으로 고정 부위를 한번 흔들었다. 부러질 만큼 세게가 아니라 매일 그 길을 지나는 사람이 기대는 힘만큼이었다. 판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리는 그 확인을 측정값과 나란히 기록했다. 한쪽 숫자가 좋아져도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설치라면 소용없었다. 사나는 압력계 앞에 다녀와서 판을 다시 쳐다봤다. “이 정도면 내일 새 기사도 길을 찾겠네요.” 그 말은 그녀가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허락처럼 들렸다.
사나가 서 있던 자리에서 손을 흔들었다. “이제 나는 압력계까지 갈 수 있어요. 저분도 지나갈 수 있나?”
휠체어를 쓰는 노인이 직접 벤치와 통로 사이를 지나갔다. 한 번은 팔꿈치가 판 끝에 닿았다. 정비팀은 모서리 보호대를 덧대고 폭을 다시 쟀다. 노인은 다시 지나간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그 고개 하나가 도면의 녹색 표시보다 확실한 승인이라고 느꼈다.
오후 늦게 아리에게 관측 패킷을 보낸 사람이 연락했다. 같은 번호로 들어온 원시 관측과 보정 전망의 차이는 표시 화면의 단위 변환 오류가 아니었다. 하지만 독립 수신기가 하나뿐이라 전체 폭풍의 크기와 방향을 말할 수 없었다. 재단 원본에는 보정에 사용한 구간 일부가 빠져 있었다. 아리는 이를 ‘축소 조작’이라고 즉시 적지 않았다. 누가 어느 입력을 제외했는지 확인해야 했다.
“외부 관측소에도 묻죠.” 도한이 말했다.
“동시에 세 곳에. 응답이 늦으면 늦었다고 공개해요.”
리오는 다시 총회장의 화면 앞에 섰다. 오전부터 기다린 사람들은 차폐판 설치 소식을 이미 들었다. 누군가 “결국 위험하다는 뜻이네요”라고 외쳤다. 리오는 그 말을 피하지 않았다.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차례로 말했다. 한 지점의 실측, 좁은 보호 범위, 옛 사진의 불완전한 시각, 두 관측 표시의 차이, 외부 확인 요청. 어떤 문장도 그날 밤의 출항 명령으로 바뀌지 않았다.
뒤쪽에서 니마가 손을 들었다. “우리가 외벽에서 일하면 어떻게 됩니까?”
아리는 마이크를 받았다. 현재의 작업 제한과 재검진이 이미 적용 중이며 새 관측 확인 전에도 외벽 장시간 노출을 줄이는 임시 교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도한은 그 교대로 늦어질 수리 작업을 공개표에 썼다. 니마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근무와 할 수 없는 근무를 다시 확인했다. 떠날지 남을지는 아직 묻지 않았다.
총회 뒤 리오는 차폐판 아래 붙은 작은 작업표를 읽었다. 사나가 가르친 대체 인력의 첫 단독 눈금 확인이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사나가 실제로 쉰 스무 분이 있었다. 당장 누구도 구한 숫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쉰 시간이 기록에 남자 사나는 내일도 검사실에 갈 수 있었다.
밤이 되어 세 곳 중 첫 외부 관측소에서 수신 확인만 왔다. 값은 다음 교대에 제공한다는 답이었다. 아리는 화면에서 기다림의 시각을 지우지 않았다. 그 사이 차폐판 옆 벤치에는 노인과 마테오가 함께 앉았다. 둘 다 아직 자기 좌석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은 같은 방향을 보며 숨을 고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