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범죄 케이퍼 40화

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다시 열린 첫 문

재심 다음 날 밤, 로사는 새 출입증으로 남문을 열었다. 오래된 카드는 돌아오지 않았다. 같은 번호의 다른 카드가 이미 사건기록 안에 있었고, 이전 것은 보전 중이었다. 얼굴사진은 새것으로 찍었다. 사진 속 자신은 피곤했고 웃지 않았다. 그래도 카드가 문을 열자 그녀는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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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다음 날 밤, 로사는 새 출입증으로 남문을 열었다. 오래된 카드는 돌아오지 않았다. 같은 번호의 다른 카드가 이미 사건기록 안에 있었고, 이전 것은 보전 중이었다. 얼굴사진은 새것으로 찍었다. 사진 속 자신은 피곤했고 웃지 않았다. 그래도 카드가 문을 열자 그녀는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갔다.

파리다가 청소카트를 밀고 기다리고 있었다.

“바퀴 고쳤어요.”

로사는 카트를 손으로 흔들어 봤다. 오른쪽 바퀴가 문턱에서 걸리던 작은 떨림이 없었다. 다른 정비기사가 감식 종료 확인 뒤 부품을 바꿨다. 고태식이 아니어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로사는 좋아했다. 태식은 아직 야간 정비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빈자리를 능력 없음으로 부르면 그에게도, 오늘 카트를 고친 기사에게도 무례했다.

“이제 내 알리바이 하나가 없어졌네.” 로사가 말했다.

“안 쓸래요. 진작 고쳤어야 했는데.” 파리다가 답했다.

카트 손잡이에는 누군가 작은 종이를 붙여 뒀다. ‘바퀴 수리 완료, 첫 교대 확인 필요.’ 로사는 바로 완료 칸에 서명하지 않았다. 빈 카트를 한 바퀴 밀고, 물통을 실은 채 다시 문턱을 넘었다. 소리가 사라졌다고 손잡이가 덜 무거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카트가 한쪽으로 끌리지 않았다. 그제야 파리다와 함께 확인을 적었다.

첫 구역은 19번 벨트 근처가 아니었다. 재심 결정 뒤에도 보안팀은 증거보전 구역을 계속 통제했다. 로사는 자기 업무 동선을 되찾았지만 모든 문을 마음대로 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 경계를 기꺼이 지켰다. 예전에는 자신만 유독 제한받는다고 느꼈다. 지금은 같은 안전선을 통과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도록 확인할 수 있었다.

미화반원들이 세제와 장갑을 나눠 가졌다. 한 직원이 로사를 보자 크게 손뼉을 쳤다가 멈췄다. 주변 화물팀 사람들이 돌아봤기 때문이다. 로사는 손뼉을 다시 쳐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근무판의 밤 배분을 살폈다.

“내가 빠진 동안 추가로 한 시간씩 맡은 구역이 있네.”

“세영 씨가 유급으로 잡게 했어요.” 파리다가 말했다.

“그럼 내가 돌아왔다고 그 시간이 지워지지는 않지.”

로사는 지난 교대표를 내려놓고 오늘의 구역을 정했다. 자기 때문에 밤일을 더 한 동료에게 무조건 고맙다고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노동이 기록과 급여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새 출입증은 셋째 문에서 한 번 멈칫했다. 로사의 몸도 따라서 멈췄다. 지난번 임시카드를 받고 첫 창고문에서 거절된 아침이 떠올랐다. 잠깐 뒤 인식등이 켜지고 문이 열렸다. 파리다가 뒤에서 말했다.

“그만 쳐다봐요. 문이 사람이 아니잖아요.”

“사람보다 말을 오래 남겨서 그래.”

둘은 통로를 지나갔다. 문은 닫혔고 기록에는 이번에는 새 번호가 남았다. 로사는 그 기록이 나중에 어떤 사람이 자신을 대신할 틈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낮에 조세영이 보낸 임금 정산표가 도착했다. 임시 주간 배치로 지급된 금액과 원래 예정된 네 번의 야간 교대수당 사이의 차이가 한 칸에 적혔다. 인사팀은 금액을 확인했고 다음 급여일에 지급하겠다고 했다. 로사는 아직 입금되지 않은 돈을 받은 것처럼 말하지 않았다. 세영에게 확인 답장을 보냈다. ‘날짜까지 기록해 주세요. 파리다 추가 교대도 같은 날 확인할게요.’

인사팀장의 답장은 짧았다. 두 금액을 함께 정산한다고 했다. 로사는 휴대전화를 넣었다. 종이에 쓴 날짜가 월세 납부일보다 늦을 경우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세영에게 앞당길 방법을 물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손에 걸레를 쥐고 다른 손으로 카트를 밀어야 했다. 첫날부터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날 저녁 태식은 교육실에서 신입 기사들과 고장 소리 찾기 실습을 하고 있었다. 막내가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고 하자 그는 장비를 멈추고 귀를 가까이 대라고 하지 않았다. 진동값을 먼저 확인하게 했다. 자신이 잘 듣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몸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던 옛 습관을 고치고 싶었다.

쉬는 시간에 로사에게서 사진이 왔다. 새 카드가 아니라 수리된 카트 바퀴였다. 아래에 한 줄이 있었다. ‘덜컥이 안 나요.’ 태식은 답장을 쓰다 지웠다. 사진은 자기 손이 아닌 동료의 수리 결과였다. 그는 동료에게 직접 감사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로사는 웃는 얼굴 그림 하나를 보냈다.

그 첫 교대에서 로사는 카트만 시험한 것이 아니었다. 북쪽 화물통로에 젖은 포장지가 널려 있었다. 급하게 팔레트를 옮기던 인부 둘이 비닐을 찢어 놓고 치우지 못한 채 다음 화물을 받으러 갔다. 파리다는 걸레를 들고 뒤를 따랐지만, 로사는 먼저 손을 들었다. 돌아온 인부 한 사람이 그녀를 알아보고 발길을 늦췄다. 가짜 출입증 사건 뒤로 그가 로사에게 먼저 말을 건 적은 없었다.

“오늘은 여기 계시네요.”

“여기 있어야 해서요. 저쪽 바퀴가 비닐 밟기 전에 일 분만 기다려 주세요.”

인부가 시계를 봤다. 비행기 싣는 시간이 당겨졌다고 했다. 앞 화물차의 경적이 울렸다. 로사는 젖은 비닐을 한꺼번에 끌어당기지 않았다. 끝이 팔레트 아래 끼어 있어 차가 움직이면 손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인부에게 차를 세우게 한 뒤 파리다와 바깥쪽 조각부터 모았다. 재촉하는 소리가 등 뒤에서 커졌다. 로사는 자기가 빠진 동안 미화반이 이런 일을 몇 번이나 혼자 감당했을지 생각했다.

차가 다시 출발했을 때 두 사람은 숨이 찼다. 인부는 약속했던 한 분이 지났다며 불평하지 않았다. 대신 팔레트 밑에 낀 마지막 조각을 자기 손으로 집어 올렸다. 로사는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도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한 사람이 멈춰 줘야 위험을 치울 수 있는 밤이었다. 자신이 돌아온 걸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어도, 같은 바닥을 쓰는 사람과 다시 말을 할 수 있었다.

파리다가 말했다. “예전이면 내가 먼저 뛰어들었을 거예요.”

“나도 그랬어. 오늘은 차를 세웠고.”

그 작은 차이는 보고서 칸에 쓰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포장지는 누구의 발에도 감기지 않았다. 로사는 그제야 새 출입증의 끈이 목에서 덜 낯설게 느껴졌다.

밤 두 시가 넘자 공항이 잠깐 숨을 고르는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로사는 그 시간을 ‘사각지대’라고 부르지 않았다. 일하는 사람들은 계속 움직였고, 조명은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켜져 있었다. 그녀는 19번에서 조금 떨어진 화물통로의 폐쇄문 앞을 지났다. 평소에는 청소 구역 끝을 표시하는 문이었다.

바닥에 작은 황동빛 나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떨어뜨린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뻗다가 멈췄다. 나사 옆에는 통로 철망에 쌓인 묵은 먼지와 다른, 밝은 파란 페인트 부스러기가 붙어 있었다. 어디서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문 앞에 물건이 있다는 사실부터 보고해야 했다.

“파리다, 여기 바닥 피해 가.”

“밟으면 안 돼요?”

“작아서 미끄러질 수 있어. 나중에 누가 찾을 물건일 수도 있고.”

로사는 카트를 세우고 청소작업 구역 표시를 잠시 옮겼다. 출입을 막는 권한은 자신에게 없었다. 대신 사람들이 나사를 밟거나 걸레로 쓸어 버리지 않게 눈에 보이게 표시했다. 파리다는 그 사이 다른 쪽 바닥을 닦았다. 두 사람은 누구의 일이 멈추고 누구의 일이 계속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로사가 휴대전화로 위치만 찍자 세척제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자기 반이 쓰는 감귤향 세제는 아니었다. 더 묵직한 냄새가 그 뒤에 남았다. 공항에는 청소제도 윤활유도 많았다. 냄새만으로 어느 통로 안에서 왔다고 말할 수 없었다. 로사는 장갑을 벗고 새 것을 꼈다. 자기 손의 세제 냄새가 관찰을 섞지 않게 하려는 정도였다.

보안담당에게 알리자 처음에는 “또 증거입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로사는 얼굴을 굳혔다.

“작은 나사가 작업선에 있습니다. 미끄럼 위험이라 치워야 하는데 출처 확인이 먼저 필요할 수도 있어서요. 판단은 담당자가 하세요. 저는 위치와 시간을 알려드립니다.”

담당자는 잠시 뒤 현장에 왔다. 나사를 집기 전에 방화문 안전과 통로 바닥을 살폈다. 그 사이 지나가려던 화물작업자는 로사의 표식을 보고 발을 멈췄다. 불만을 말하려는 얼굴이었지만 나사를 보더니 다른 길로 돌았다. 로사는 그가 돌아간 길이 더 위험하지 않은지 확인했다. 수사 때문에 현장 노동자가 막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일은 원하지 않았다.

하지후가 왔을 때 로사는 이미 미화반 작업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는 사진 속 황동나사가 예전에 썼던 소형 견인차 부품일 수 있다고 했지만 바로 확정하지 않았다. 파란 페인트도 다른 장비에 쓰일 수 있었다. 로사는 그가 처음 자신에게 “봤을 거라는 말과 기록은 다르다”고 했던 날을 떠올렸다.

“이건 나사가 있었던 자리예요. 어디에서 왔는지는 제 일이 아닙니다.”

“자리도 중요합니다.” 지후가 말했다.

로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트 손잡이를 다시 잡았다. 첫 야간 교대의 끝은 아직 멀었다. 복직은 축하받을 일이었지만, 공항의 길들이 갑자기 안전해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19번 벨트는 여전히 증거로 멈춰 있었고 태식의 정비 배치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경의 보험 추적표에도 실제 장물이 어디로 갔는지 빈칸이 남았다.

새 바퀴는 폐쇄문을 지나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래서 로사는 뒤에서 들린 작은 금속의 떨림을 더 잘 들었다. 닫힌 문 안쪽인지, 먼 화물차 쪽인지 알 수 없는 소리였다. 그녀는 시간과 위치를 보안담당에게 한 줄 더 알렸다. 누군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 권한 있는 사람이 할 것이다. 다음 교대에 같은 소리가 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먼저 사람들의 발아래를 깨끗하게 만들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