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두 분 빠른 보안시계
오전 열 시의 관제실에는 시계가 너무 많았다. 벽 위의 긴 초침, 화면 오른쪽의 숫자, 하지후의 손목 위 작은 원. 고태식은 어느 것도 쳐다보지 않으려고 커피컵의 찌그러진 테두리를 눌렀다. 지난밤부터 자기 이름을 창고로 옮긴 것은 카드였고, 조금 전 그를 모터 앞으로 돌려보낸 것은 영상이었다. 이제 둘 중 하나가 두 분쯤 거짓말하고 있었다.
오전 열 시의 관제실에는 시계가 너무 많았다. 벽 위의 긴 초침, 화면 오른쪽의 숫자, 하지후의 손목 위 작은 원. 고태식은 어느 것도 쳐다보지 않으려고 커피컵의 찌그러진 테두리를 눌렀다. 지난밤부터 자기 이름을 창고로 옮긴 것은 카드였고, 조금 전 그를 모터 앞으로 돌려보낸 것은 영상이었다. 이제 둘 중 하나가 두 분쯤 거짓말하고 있었다.
관제담당자는 표준시 서버의 응답을 띄웠다. 벽시계가 먼저 한 바퀴를 돌았다. 화면의 초가 같은 위치에 닿을 때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태식은 자기 숨이 길어진 것을 그 기다림에서 알았다.
“이 분 십팔 초.” 담당자가 말했다. “벽시계가 빠릅니다.”
태식의 손이 컵에서 떨어졌다. 두 분이라는 짐작이 숫자가 되자 곧바로 결백이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다. 지후는 의자를 당겨 담당자 옆에 앉았다.
“출입 서버도 그 시계를 따랐습니까?”
“관제 표시 시각은요. 원래 장치 시각은 따로 있습니다.”
“둘 다 보여 주세요.”
담당자는 마우스를 쥔 채 잠깐 멎었다. 관제실 뒤쪽에서는 근무자가 착륙 예정표를 읽고 있었다. 공항의 아침은 계속 왔다. 태식 하나의 밤만 같은 두 분 안에서 되풀이됐다.
원래 장치 기록과 화면에 올린 시각이 나란히 떴다. 담당자는 동기화 이력을 찾았다. 태식은 모터 로그를 올리려다가 지후가 들여다보는 화면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가장 먼저 맞는 답을 외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장 늦게 결백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이건 관리상 오차입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고 기사님을 의심하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제가 만든 오차도 아니죠.”
태식의 목소리에 모서리가 섰다. 담당자가 그를 돌아봤다. 둘은 얼마 전까지 교대 때 센서 상태를 서로 물어보던 사이였다. 태식은 밤새 의심받은 얼굴로 그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싫었다. 담당자는 자기 실수가 사람의 하루를 붙잡았다는 말을 듣기 싫어했다.
나경이 비어 있는 컵받침을 태식 앞으로 밀었다.
“컵 놓으세요. 종이 젖습니다.”
태식은 컵을 내려놓았다. 자기 위치를 보여 줄 로그가 커피 자국 때문에 못 쓰게 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지후가 동기화 이력의 마지막 정상 확인을 짚었다. 담당자는 해당 날짜와 이후 변경을 설명했다. 화면 시각을 그대로 옮긴 보고서들이 어디에 갔는지도 찾아야 했다. 태식이 처음 의심받았던 출입 기록은 그 빠른 시계의 숫자를 달고 있었다. 원래 시각을 보존한 뒤 표시 오차를 빼자, 자기 카드가 창고를 연 때가 7번 모터 영상의 작업 시각과 겹쳤다.
태식은 무릎을 앞으로 밀었다. 지후가 영상을 틀었다. 노란 테이프가 붙은 안전모와 낡은 초록색 가방이 보였다. 얼굴이 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기다리게 될까 봐 태식은 화면 모서리부터 봤다. 이번에는 카메라 자체의 보정 이력도 옆에 있었다.
“저 사람이 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겠죠.”
“다른 자료를 같이 봅니다.” 지후가 말했다.
모터 전류 그래프가 열렸다. 영상 속 작업자가 차단기를 확인한 뒤 전류가 내려갔다. 공구 단말의 작업 로그인도 그 구간에 이어졌다. 카드 한 줄을 상대로 영상 한 장을 세운 것이 아니라, 모터 앞에서 실제 일이 일어난 순서를 펼치는 일이었다.
태식이 영상에서 몸을 돌리는 순간 단말 입력이 이어졌다. 그는 그 자세를 기억했다. 커버 안쪽 볼트를 풀 때 허리가 당겨 가방 위에 단말을 놓았다. 오래된 몸의 불편함이 자기 위치를 붙들어 주고 있었다. 태식은 그 사실이 고맙기도 싫기도 했다.
담당자가 말했다. “로그인 단말을 다른 사람에게 준 적 있습니까?”
“평소에는 있어요. 그날 그 구간에는 제가 썼습니다.”
지후는 그 답을 진술로 남기고 전류변화와 영상의 연속 구간을 다시 대조했다. 태식은 질문에 화를 내지 않으려 이를 물었다. 어젯밤 로사에게 못 봤다는 말과 손대지 않은 구간을 구별해 적었던 자신이 떠올랐다. 자기 이름이 걸린 뒤부터는 모든 질문이 공격으로 들렸다.
나경이 모터 작업과 창고문 개방을 같은 선에 놓았다. 화면 시각이 아닌 보정된 시각이었다. 겹친 두 구간 사이에 이동할 시간이 없었다. 태식은 빈 종이를 끌어당겨 자기 이름 아래 ‘7번 모터’라고 쓰려 했다. 지후가 종이 대신 원본 확인표를 내밀었다.
“검사 결과에 서명하시면 됩니다.”
“제가 쓴 이름이 또 어디 문을 열까 봐 겁납니다.”
담당자가 고개를 숙였다. 태식은 그를 향해 한 말인지, 봉인된 자기 카드를 향해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나경은 확인표를 돌려 태식이 읽을 수 있게 했다. 보정 전후 숫자와 적용 근거가 함께 있었다. 그가 서명할 것은 결백을 맹세하는 빈 종이가 아니었다.
관제담당자는 지후를 복도 쪽으로 불렀다. 태식도 일어서려다가 나경을 봤다. 그녀는 들으러 가자는 몸짓을 하지 않았다. 둘은 자리에서 열린 문 너머 목소리를 들었다.
“오차를 사건기록에 넣으면 우리 관리책임도 드러납니다. 내부보고로만 두면 안 됩니까?”
그 말을 들은 태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후가 이미 문 안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오차를 숨긴 기록으로 누구를 의심할 수는 없습니다. 보정표와 관리책임을 함께 남기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팀 전체가 시계를 잘못 본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어느 시계가 얼마만큼 달랐는지 쓰자는 겁니다.”
태식은 문 앞까지 갔다가 멈췄다. 전부 무능했다고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신을 가두었던 한 줄보다 큰 글씨로 그들을 묶고 싶었다. 하지만 담당자가 실제로 보전한 원래 장치 시각 덕분에 지금 오차를 되돌릴 수 있었다. 그 사실까지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
“표시가 빠른 걸 저도 처음에는 믿었습니다.” 태식이 말했다. “그것도 쓰세요. 대신 지금 찾은 숫자는 밖으로 빼지 맙시다.”
담당자는 태식을 한참 봤다. 면죄를 받았다는 얼굴은 아니었다. 자기 이름도 기록 안에 들어가게 된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는 자리로 돌아와 원래 파일과 동기화 이력을 담당 절차에 따라 넘겼다. 지후는 인계시각을 확인했다.
관제실을 나올 때 태식의 목에는 카드가 없었다. 즉각적인 의심은 낮아졌지만 구형 카드는 계속 써도 되는 물건이 아니었다. 출입 담당이 새 번호를 가져왔다. 태식은 카드를 뒤집어 보고 자기 이름이 맞는지 읽었다. 지난밤부터 처음 하는 일처럼 천천히 읽었다.
“옛 카드는 사용을 막고 조사용으로 보관합니다.”
“문을 연 번호가 없어진 건 아니죠?”
“기록은 남았습니다.”
태식은 새 카드의 모서리를 눌렀다. 자기 몸은 모터 앞에 있었고, 자기 권한은 창고를 열었다. 첫 사실이 두 번째를 없애지는 않았다. 그 문을 열 수 있던 무엇인가가 아직 공항 안에 있다는 뜻이었다.
새 카드를 확인하는 동안 정비실에서 전화가 왔다. 후배가 태식의 이름으로 남은 인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었다. 태식은 평소처럼 자기 칸에 확인했다고 쓰라는 말을 삼켰다. 어젯밤 그 카드가 문을 열었던 동안 자신은 다른 모터 앞에 있었다. 오늘은 실제로 본 사람이 누구인지 후배의 이름으로 남겨야 했다.
“내가 봤다고 하지 마. 네가 확인한 부분만 먼저 넘겨.”
“그럼 기사님 확인을 기다리는 부품은요?”
“그건 대기로 둬. 내려가서 볼게.”
전화를 끊자 태식은 피곤한 눈을 문질렀다. 카드 한 장을 갈았다고 밀린 손의 일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후배는 대체 공구를 반납할 시간을 놓쳤고 태식은 집에 돌아갈 시간을 또 놓쳤다. 누구를 의심할 숫자를 바로잡는 일이 누군가의 실제 작업까지 끝내 주지는 않았다. 그는 인계 메모에 대기 항목을 하나 적고, 그 아래 자기 복귀 뒤 확인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이 복도에서 그를 불렀다. 태식은 새 카드를 목에 걸지 않은 채 돌아봤다.
“이제 누가 복제했는지 찾으면 되겠네요.”
“무단복제 의심으로 보는 구간이 생겼어요.”
“내가 안 갔으면 다른 누군가 갔겠죠.”
“그래서 어떤 권한으로 어느 문을 열었는지 이어 가야죠. 이름부터 고르지는 말고요.”
태식은 벽에 손을 짚었다. 속에서 끓던 것이 식지 않았다. 자기 이름을 이용해 종이를 가져가고 가방을 놓았다면, 다음에는 어떤 동료 이름을 쓸까. 어젯밤 로사 반원들이 격리줄 앞에서 카트를 붙잡고 서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만 의심선에서 빠졌다고 돌아가 잠들 수는 없었다.
그는 정비실 쪽으로 걷다가 휴대전화에 온 인계 문의를 읽었다. 후배가 19번 제어반 기록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태식은 직접 가져오라고 답하려다가 경찰의 보전 요청을 확인하는 말로 바꿨다. 자기 새 카드가 생겼다고 이전처럼 아무 자료나 주고받을 수는 없었다.
지후가 합동 확인 자리로 그를 다시 불렀다. 19번 설비 로그도 같은 표준시에 맞춰 정렬해야 했다. 태식은 모터별 기록이 어떤 시계를 쓰는지 설명했다. 다른 줄의 정상 통과까지 남겨야 순간적인 오류인지 판단할 수 있었다. 그는 사건 구간만 잘라 내자는 제안을 막고 앞뒤를 함께 요청했다.
화면에 짧은 막대 하나가 떴다. 태식은 의자에 앉지 않고 몸을 숙였다. 정비 모드의 변화가 평소보다 짧았다. 나경은 벨트에서 처음 본 두 중량값의 위치를 옆에 열었다. 지후가 물었다.
“무슨 상태죠?”
“자동으로 가던 걸 잠깐 수동으로 바꾼 표시입니다.”
“이때 정비를 했습니까?”
태식은 작업표를 넘겼다. 대답을 먼저 하면 자기 밤을 또 기억만으로 만들게 됐다. 해당 칸을 찾고 나서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화면의 초를 읽었다. 새벽 한 시 십칠 분 십일 초. 보정된 숫자 아래 수동모드 전환이 남아 있었다.
지후는 카드 복제 의심 구간을 따로 두고 그 승인 단말을 다음 확인에 올렸다. 태식은 새 카드를 목에 걸었다. 결백을 되찾았다는 기분보다 자기 이름으로 열 수 없는 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먼저 왔다. 벨트는 소리를 냈고, 짧은 전환은 소리를 낼 사람을 아직 보여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