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랑주 5의 유언
밖에서 돌아온 열두 사람
외벽 작업자 열두 명은 총회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리오는 문 옆에 그들을 위해 접어 둔 의자를 보고도 처음에는 배식 시간이 맞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러나 작업반장이 보낸 짧은 통신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우리 몸을 근거로 세운 우선순위는 우리가 보고 나서 게시하십시오.’
외벽 작업자 열두 명은 총회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리오는 문 옆에 그들을 위해 접어 둔 의자를 보고도 처음에는 배식 시간이 맞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러나 작업반장이 보낸 짧은 통신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우리 몸을 근거로 세운 우선순위는 우리가 보고 나서 게시하십시오.’
전날 리오는 이름 없는 표를 끝까지 불 켜 둔 채 나왔다. 아침에 돌아와 보니 누군가 열두 개의 신청번호에 붉은 동그라미를 쳐 놓았다. 개인 의료정보는 없었다. 그래도 외벽팀의 작업 교대표를 아는 사람에게는 번호가 곧 이름이었다. 그는 종이를 떼려다가 손을 멈췄다. 자신도 같은 팀이었다. 어느 번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내리면 숨긴다고 하겠죠.” 안내 담당자가 말했다.
“그대로 두면 저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전에 얼굴이 붙습니다.”
리오는 동그라미만 가리는 얇은 종이를 붙이고, 가린 시각과 이유를 옆에 썼다. 원본 게시표는 보관하되 열람 기준을 정하기 전까지 사람들 눈앞에 두지 않았다. 그러고 외벽 정비창으로 갔다. 그가 숫자를 가지고 가는 것을 본 도한이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리오는 혼자 먼저 듣겠다고 했다.
정비창 안에는 벗어 둔 장갑에서 마른 먼지가 떨어졌다. 열두 명은 모두 있었지만, 열두 명이 한마음은 아니었다. 절반은 선량 재검진을 서두르자고 했고 나머지는 당장 일을 멈추면 누가 외벽 누수를 볼지 물었다. 리오와 오래 함께 일한 마테오는 자신의 번호가 우선군에 없다는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물었다.
“너는 우리 작업일을 확인해 준다더니, 왜 게시판에 먼저 올라왔어?”
“심사 순서를 바꾸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어.”
“그건 나도 알아. 내 말은 네가 말한 대로 확인할 기회가 있었느냐는 거야.”
리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제 그가 제출한 공동 작업일 확인서는 의료팀 접수함에 있었지만, 동료들에게는 접수 시각도 알려 주지 않았다. 친분으로 앞줄에 세우지 않겠다는 결심이 동료의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가는 아니었다.
그는 접수증을 꺼내 보였다. 마테오는 종이를 받지 않았다.
“내 손보다 네 손에 오래 있었네.”
열두 명 가운데 가장 어린 니마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외벽 균열을 막은 날의 교대번호를 손등에 적고 있었다. 세척하면 사라질 글씨였다. “나는 검사받고 싶어요. 그렇지만 검사받은 뒤에 작업장을 잃는 건 싫어요. 우리 중 한 사람이라도 우선군에 들어가면 다들 우리를 떠날 사람처럼 볼 테니까.”
누군가 “그게 더 낫지”라고 했다. 니마는 돌아보았다. “당신은 갈 수 있으면 가요. 내 몫까지 결정하지는 말아요.”
리오는 그 말이 총회의 명단 논쟁보다 날카롭게 들렸다. 사람들이 탈출할 권리를 다투는 동안, 남기로 한 사람의 작업과 먹을 물을 누가 맡을지는 아무도 표로 만들지 않았다. 그는 외벽팀 앞에서 의료 접수, 일시 작업중지, 잔류 작업대체를 세 갈래로 나눠 적었다. 위험심사 우선권을 받는다고 즉시 출항하는 것이 아니며, 작업을 이어 가겠다는 의사도 재검진 포기와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 말을 서류에 써요.” 니마가 말했다.
“지금 써도 운영자 서명이 필요해.”
“그러면 운영자를 불러요. 우리 앞에서.”
권도한이 왔을 때 정비창의 보조등이 두 번 깜박였다. 도한은 아리가 점검 중인 흡착통 장착대를 보며 말했다. 새로운 통 열네 명분은 아직 장착과 지속시험이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열두 명에게 곧 태울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장착흡착통 기준 삼백오십육, 검증된 전력·도킹 상한 삼백육십팔, 후보목표 삼백칠십, 절차 가능한 좌석 이백삼십이, 금융봉인 백팔십팔을 각각 읽었다.
마테오는 웃지 않고 물었다. “그럼 내 번호가 올라가도 나갈 문은 아직 안 열렸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반대로 잔류하겠다고 적으면 여기 남을 문은 보장됩니까?”
도한이 대답을 고르는 사이 니마가 장갑을 털었다. “그 질문도 적으세요.”
아리는 오후에 외벽팀의 실제 작업 구역을 확인했다. 개인 선량계만으로는 태양입자 유입 각도가 달랐던 두 교대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외벽 구조물 뒤쪽의 차폐와 작업 시간을 함께 봐야 했다. 마테오는 아리가 자기 팔의 흉터를 보려 할까 봐 소매를 내렸다. 아리는 손을 뻗지 않았다.
“검사실에서 필요한 범위만 보겠습니다. 오늘은 그날 어느 면에 있었는지만요.”
“리오가 말하면 믿어요?”
“리오의 기록과 당신의 기록은 따로 받습니다.”
그 대답에 마테오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리오는 밖으로 나와 두 사람을 기다렸다. 현장의 증인이 되는 일과 누군가의 몸을 대신 증거로 내는 일을 그제야 구별했다.
의료팀은 재검진 시간을 세 교대로 나눴다. 열두 명 모두가 한꺼번에 외벽에서 빠지면 미세 누출 감시가 끊겼다. 지수표가 아닌 실제 작업의 빈자리가 생겼다. 도한은 정비 예산에서 임시 감시 인력을 붙이고 그들의 기존 업무를 빼겠다고 했다. 회계 담당은 준비금이 이미 하한 아래라고 반대했다. 리오는 “하루만 버티는 인력”이라는 문구를 지웠다. 하루 뒤에도 위험하면 교대가 다시 필요했다.
결국 도한은 비용 항목을 승인하되 작업 중단으로 줄어드는 생산량도 함께 공개했다. 누군가의 검사 시간을 공짜로 만든 척하지 않았다. 마테오는 검사를 받겠다고 적었다. 니마는 검사와 별도로 잔류 작업 논의에 참가하겠다고 썼다. 몇 사람은 아직 선택을 비워 뒀다. 서명하지 않은 칸에 리오는 ‘거부’라고 적지 않았다.
빈칸을 남긴 사람 중에는 외벽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나가 있었다. 그녀는 낡은 압력계 눈금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자기밖에 없다고 했다. 도한은 원격감시로 대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나는 지난달 원격화면이 서리 때문에 한 시간 늦게 변한 일을 기억했다. 도한이 유지보수 기록을 찾자 그 한 시간은 실제로 있었다.
“내가 검사받으러 가는 동안 저 기계가 또 그러면 누가 나가요?”
“그래서 대체 인력을 붙인 겁니다.”
“대체 인력이 눈금을 못 읽으면 내 몸만 빠지는 거예요.”
도한은 사나의 이름을 종이에 적으려 했다. 사나가 그 손을 막았다. 사람을 묶어 두는 이름표가 아니라 읽는 법을 넘길 시간이 필요했다. 아리가 저녁 교대의 첫 이십 분을 훈련에 쓰자고 제안했다. 정비 일정은 늦어지고, 아리 자신도 흡착통 지속시험을 끝낼 시간이 줄었다. 그녀는 그 손실을 일정판에 표시했다. 대체 인력은 압력계의 붉은 바늘이 허용선 안에 있다고 읽었다. 사나는 장갑을 벗은 손으로 눈금 아래 작은 검은 점을 가리켰다. “그건 지난달 최대치 표시야. 지금 값은 옆의 가는 바늘.” 둘을 바꿔 읽으면 누수의 첫 징후를 놓친다. 기사는 다시 읽고 수치를 불렀다. 아리는 통신실 화면값과 대조했다. 이번에는 일치했다. 사나는 시험용으로 압력을 조금 낮춘 두 번째 눈금도 그가 알아채는 것을 보고서야 장갑을 내려놓았다. 다음 날 검진 칸에 서명했다.
리오는 그녀가 문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사나는 “네가 내 자리를 지켜 준다고 적지 마”라고 했다. “내가 돌아와서 다시 맡을 수 있도록, 누가 무엇을 배웠는지 적어.” 그는 훈련받은 사람의 이름과 아직 시험하지 않은 조건을 따로 적었다. 한 사람의 희생을 칭찬하는 문장보다 오래 걸렸지만, 종이에는 비로소 사나가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총회장으로 돌아오자 붉은 동그라미를 그린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기 가족이 외벽에 있는지 알고 싶어서 표시했다고 말했다. 열두 명 가운데 한 명의 아버지였다. 리오는 종이를 덮은 이유를 설명했다. 노인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가족에게 아무 말도 듣지 못하는 게 더 무섭다고도 했다.
리오는 니마에게 가족 통지 방식을 묻도록 안내했다. 자기 판단으로 아버지에게 검진 결과를 건네지 않았다. 노인은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화를 냈고, 그러면서도 동그라미를 그렸던 펜을 돌려 달라고 했다. 리오는 펜을 건넸다. 어느 쪽 두려움도 간단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저녁 공용판에는 열두 명의 이름 대신 세 줄이 추가됐다. 의료 재검진 신청 열두 건, 교대별 작업 대체 확보, 잔류·대피 선택은 각자 유보 가능. 마테오가 와서 마지막 줄을 읽었다.
“이건 우리가 나중에 마음 바꿀 수 있다는 뜻이죠?”
“네. 남겠다고 쓴 사람도 위험이 바뀌면 다시 말할 수 있어요.”
마테오는 게시판 아래 작은 의자에 앉았다. 어제는 리오에게 등을 보이며 나갔던 사람이다. 리오는 그 옆에 앉지 않고 한 칸 띄웠다. 마테오가 먼저 말했다. “우리 둘이 마지막으로 외벽에서 밥 먹었을 때, 넌 식수통을 남겨 둔 사람을 욕했지.”
“내가 마시려고 했으니까.”
“오늘은 내 물을 대신 마시지 않았네.”
리오는 그 말에 웃었다가 금방 입을 다물었다. 그가 지켜 준 것은 동료의 선택을 적을 빈칸뿐이었다. 그러나 그 빈칸 덕분에 열두 사람은 검사실 문으로 들어가면서도 정비창의 자기 자리를 완전히 빼앗기지 않았다.
작업 종료 직전 아리가 연락했다. 외벽팀의 오래된 작업사진에서 물탱크가 지금과 다른 방향에 붙어 있었다. 사진의 시각은 확인됐지만, 누가 옮겼는지는 아직 몰랐다. 그 물탱크가 당시 선량을 얼마나 막았는지도 계산 전이었다. 리오는 내일 사진을 들고 누군가를 몰아세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럼 뭘 해요?” 아리가 물었다.
“탱크를 실제로 본 사람을 찾죠. 그리고 지금 그 뒤에 누가 서 있는지도.”
공용판의 녹색 전망과 상승 표지가 붙은 원시관측은 여전히 나란히 켜져 있었다. 리오는 열두 개의 빈 의자를 더 이상 한 줄로 밀어 넣지 않았다. 남을 사람과 떠날 사람의 길은 아직 둘 다 열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먼저 지나갈 자리는 생겼다.
그는 접수증 뒷면에 내일 사나의 첫 교대 눈금 확인 시간을 적었다. 오늘의 훈련과 내일의 실제 확인은 다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