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미식 로맨틱 코미디 39화

서리 지난 복숭아밭

누가 얼마를 저었나

최옥순이 남은 돈을 계산하려는데 폐기 비용이 먼저 들어왔다. 류미정이 전날 버린 열두 병의 폐기영수증을 탁자 위에 놓은 것이다. 옥순은 그것을 수익표와 겹치지 않고 오른쪽에 뒀다.

글자 크기

최옥순이 남은 돈을 계산하려는데 폐기 비용이 먼저 들어왔다. 류미정이 전날 버린 열두 병의 폐기영수증을 탁자 위에 놓은 것이다. 옥순은 그것을 수익표와 겹치지 않고 오른쪽에 뒀다.

“이번 달 팔아서 남은 돈을 나누는 날에 이런 게 먼저 오네.”

“그게 오늘 돈을 다 가져가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미정이 말했다.

윤보리는 첫 장터부터 이어진 판매표를 펼쳤다. 27병의 첫 정산, 예약 이행과 환불, 표시 오류로 늦어진 쉰여덟 병, 씨 조각 의심 때문에 버린 열두 병. 팔린 병과 버린 병을 같은 매출 열에 넣지 않았다. 원물대와 일한 사람의 임금, 장터수수료, 세금으로 남겨 둘 돈도 먼저 뺐다. 회의 탁자 가운데 놓인 것은 그 뒤에야 남는 작은 잔여이익이었다.

박 여사가 금액을 보더니 말했다. “이걸 나누겠다고 우리 다섯이 낮 일을 놓고 왔어?”

“작아서 더 정확해야 합니다.” 보리가 대답했다. “앞으로 커질 때를 지금 방식이 따라가거든요.”

이씨는 주머니에서 접은 종이를 꺼냈다. 자기 집이 낸 원물 무게와 냉동보관료가 적혀 있었다. “원물 많은 집이 많이 가져가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장씨가 반박했다. “지난주 병 라벨 다시 붙인 건 누가 했는데? 우리 집 사람이 둘이나 와서 손목이 아팠어.”

“그 노동시간은 임금으로 지급됐습니다.” 미정이 말했다.

“그럼 장터 홍보한 시간은? 내 딸이 판매사진 찍은 건 영수증이 없잖아.”

옥순은 말을 잇지 못했다. 본인이 이씨와 박 여사를 설득하러 다닌 시간도 있었다. 스스로 그 시간을 비용으로 넣으면 조합장이 자기 몫을 늘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안 넣으면 다음 조합장도 공짜로 일하라는 뜻이 됐다. 보리는 모두의 종이를 받아 세 무더기로 나눴다. 원물대, 지급한 노동비, 아직 값을 정하지 않은 공동업무.

“같은 일을 두 번 세지 않는 게 먼저예요. 병을 저은 시간은 이미 시급을 받았죠. 원물도 기본값을 받았고요. 남은 이익은 출자위험, 원물기여, 공동판매와 기록 같은 일을 각각 어떻게 인정할지 정해야 합니다.”

“출자 많은 사람이 돈을 더 잃을 수도 있으니 몫도 더 받아야지.” 박 여사가 말했다.

“그건 맞아요. 하지만 출자금이 크다고 표도 커지지는 않아요.”

옥순이 반색했다. “나도 한 표라는 거지?”

“조합장님도요. 오히려 본인 비용을 정할 때는 빠지셔야 할 때가 있고요.”

미정이 두 칸짜리 시계를 가져왔다. 오늘 회의는 숫자로만 끝나지 않았다. 장씨 딸이 찍은 사진이 실제로 판매페이지에 올라갔는지, 올라갔다면 누가 허락했고 얼마나 걸렸는지 확인해야 했다. 장씨는 휴대전화의 사진함을 보여 줬다. 같은 병을 다섯 각도에서 찍은 것 중 사용한 사진은 두 장이었다. 나머지 세 장을 찍는 시간도 노동일 수는 있지만, 조합이 요청한 일과 집에서 연습한 일을 구분해야 했다.

“내 딸이 연습한 시간은 왜 빼?”

“빼겠다는 게 아니라 누가 의뢰했고 어떤 결과를 썼는지 먼저 묻는 거예요.” 보리가 말했다. “이걸 지금 자격 없는 일처럼 말하면 다음번엔 사진을 찍을 사람이 없어집니다. 반대로 사용하지도 않은 개인 실험을 전부 공동업무로 계산하면 다른 집이 납득 못 해요.”

장씨는 화면을 내려놓았다. “본인한테 전화해 봐요.”

딸은 연락을 받고 자신이 처음부터 대가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사진을 계속 쓸 거라면 다음부터 일로 맡기거나 사용 범위를 정해 달라고 했다. 보리는 그 말을 회의록에 그대로 남겼다. 이미 게시한 두 장은 이번 달 공동업무 기여로 시간을 확인하되, 다음부터는 촬영을 의뢰할 때 시간과 사용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해진은 농가대표가 아니어서 표결 자리에 앉지 않았다. 벽 옆에서 관측소 문서 가방을 들고 기다렸다. 보리가 이유를 묻자 대답했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요.”

“누구랑요?”

“당신이 끝나면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의 말에 보리는 순간 웃음을 숨겼다. 미정이 종이 뭉치를 들고 “그 약속이 내 회의 시간을 줄여 주면 감사하겠는데요”라고 했다. 해진은 먼저 탁자에서 물러났다. 이 회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분위기를 가볍게 하는 정도였다.

옥순은 칠판에 제안 숫자를 썼다. 잔여이익 중 출자 40, 원물 30, 공동업무 30. 보리는 각 숫자 아래 이익을 나누기 전에 지급해야 하는 돈을 다시 적었다. “이건 원물대 40퍼센트가 아닙니다. 노동임금 30퍼센트도 아니고요. 이미 지급한 뒤 남은 돈의 배분 기준입니다.”

이씨가 고개를 끄덕이다 멈췄다. “올해 냉해가 심한 밭은 원물량이 적을 텐데, 그래도 30 안에서 또 적게 받네.”

“기본단가는 지키고 있어요. 남은 이익에서는 실제 원물기여만큼 차이가 납니다. 냉해 지원이나 보험금으로 그걸 가짜로 메우지는 않겠습니다.” 보리가 말했다. “대신 조합 공동업무에 참여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어 둡시다.”

박 여사는 자기 집은 사람이 없어 교대에 못 나오는데 불리하다고 했다. 미정이 병 라벨 검수, 장터 주문 전화, 운반표 대조 같은 일을 열거했다. 모두 주방 칼을 다룰 수 있어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보리는 글을 읽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전화로 확인하는 짝을 붙이자고 했다. 옥순은 젊은 사람만 앱에서 시간을 쌓는 구조로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원물량이 많은 집은 출자도 큰 편이었다. 그 집 대표는 자기 이름이 적힌 줄을 보고 입술을 다물었다. 보리는 그의 이름보다 계산식을 먼저 내밀었다. “이번 달 남은 이익이 작으니 실제 차이는 이만큼입니다. 누구 주장대로 전부 원물량에 나누면 이씨네가 이만큼 적게 받습니다. 전부 교대시간으로 나누면 이번엔 박 여사네가 빠집니다.”

“당신 안이면 다들 조금씩 불만인 거네.” 옥순이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조합을 해 본 사람 같아.”

보리는 처음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시산표를 다섯 집에 나눠 주고 계산기를 직접 두드리게 했다. 장씨는 자기 딸 촬영시간이 공동업무로 어디에 들어가는지 찾아냈다. 이씨는 원물량 30퍼센트가 중량만이 아니라 매입된 가용중량 기준인지 물었다. 미정은 매입 시 확정한 중량을 쓰자고 했다. 폐기된 열두 병의 원물은 이미 정당하게 매입됐고, 그 뒤 주방 도구 문제를 농가량에서 다시 빼지 않았다.

그제야 장씨가 어깨를 폈다. “우리 과일도 그 열두 병에 있었어. 버린 돈을 우리 몫에서 뺄까 봐 걱정했어.”

“그것까지 분리하려고 기록한 겁니다.” 보리가 말했다.

그날 계산이 멈춘 것은 숫자 때문만이 아니었다. 미정이 공동업무 칸에 자기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고 의자를 밀었다. “나는 주방에 있었으니 임금만 받고, 장터에서 밤마다 전화 받은 건 봉사였나요?” 옥순이 미정의 교대시간은 이미 지급됐다며 표를 가리켰다. 미정은 전화기 통화목록을 보였다. 퇴근 뒤 냉장보관을 묻는 손님에게 설명한 통화였다. 어떤 것은 마을 공지였고 어떤 것은 제품 반품 문의였다. 보리는 전부 일괄 업무시간으로 더하지 않고, 조합이 접수하도록 정한 전화와 개인적으로 받은 연락을 가려 보자고 했다. 미정은 그제야 다시 앉았다. 지급받은 시급이 밤 열 시의 모든 전화를 덮지는 않았다.

보리는 옥순에게 주방 연락번호를 조합 명의로 따로 두자고 제안했다. 전화받는 시간을 교대로 정하면 미정이 혼자 밤을 붙들고 있지 않아도 된다. 옥순은 당장은 번호를 새로 만드는 비용이 아깝다고 했다. 장씨는 그럼 다음 주 주문 전화를 자기가 두 시간 받아 보겠다고 했다. 박 여사는 전화로 잘못 안내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물었다. 미정이 보관 조건과 환불절차를 한 장에 적어 주고, 모르는 질문은 곧장 답하지 말고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공동업무가 단순히 시간을 적는 칸이 아니라 서로 배워서 나누는 일이 됐다.

해가 기울자 이씨는 자기가 하루 종일 탁자에 앉아 있었다며 그 시간도 공동업무냐고 물었다. 보리는 웃지 않았다. “오늘은 배분 기준을 정하러 온 조합원입니다. 조합 일을 하러 온 시간이 맞지만, 모든 회의 참석을 똑같이 점수로 넣으면 참석할 수 없는 집이 계속 불리해져요.” 옥순은 다음 회의부터 종이 의견서와 전화 참여를 같이 받자고 했다. 이씨는 자기 글씨가 못생겨서 전화가 낫다고 했고, 박 여사는 그 글씨가 자기 것보다 훨씬 낫다고 놀렸다. 가장 험해질 뻔한 순간에 다섯 사람은 잠깐 웃었다.

시산 결과는 다섯 사람 앞에 놓였다. 출자 40·원물 30·공동업무 30. 이번 달에만 쓰는 임시 배분이 아니라 다음 달에도 같은 원칙으로 계산하되, 실제 돈을 나누기 전 적자분담 상한과 준비금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옥순은 표결을 서두르지 않았다. 한 사람에게 불리한 표를 읽을 시간을 주었다.

잠시 뒤 보리는 해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회의 늦어져요. 약속은?’ 답은 금방 왔다. ‘기다리는 것도 제가 정한 일입니다. 저녁은 식지 않는 걸로 샀어요.’ 보리는 화면을 뒤집고 회의에 집중했다. 붙잡지 않는 사람이 기다리겠다고 하는 말은 이상하게 든든했다.

서명을 받을 때 한 농가가 펜을 내려놓았다. 박 여사였다. “장씨 딸 사진시간은 확인했다 치자. 다음 달에는 공동업무 시간을 마음대로 부풀릴 수도 있잖아. 그걸 누가 확인해?”

아무도 즉시 답하지 못했다. 옥순은 칠판에 쓴 비율을 지우지 않았다. 보리도 박 여사의 서명칸을 비워 뒀다. 오늘 나눌 돈보다, 다음 달에 서로 믿을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정해야 했다.

회의실 불을 끄고 나오자 해진이 보온통 두 개를 들고 있었다. 하나에는 김치볶음밥, 다른 하나에는 아직 김이 나는 계란국이 담겨 있었다. “식지 않는다는 말, 시간을 멈춘다는 뜻은 아니었네요.” 보리가 숟가락을 받으며 말했다. “늦을 줄 알고 한 번 더 데웠습니다. 기다리겠다고 한 건 제 선택이고요.” 해진은 빈 서명칸을 묻지 않았다. 보리는 국을 한 입 먹고서야 어깨를 내렸다. “내일도 풀리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럼 내일은 다른 걸 먹죠.” 그는 답을 재촉하지 않고 보온통 뚜껑을 닫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