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범죄 케이퍼 39화

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명단에 끼워 넣은 한 사람

재심실 앞에서 로사는 출입증을 꺼내 목에 다시 걸었다. 현재 쓰는 임시카드였다. 원래 카드에는 보호 상태가 남아 있었다. 문 앞에서 그 차이를 설명해야 할 때마다 로사는 자기가 일하러 온 사람인지 조사받으러 온 사람인지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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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실 앞에서 로사는 출입증을 꺼내 목에 다시 걸었다. 현재 쓰는 임시카드였다. 원래 카드에는 보호 상태가 남아 있었다. 문 앞에서 그 차이를 설명해야 할 때마다 로사는 자기가 일하러 온 사람인지 조사받으러 온 사람인지 헷갈렸다.

조세영이 옆으로 왔다. “오늘은 직무제한 해제가 첫 안건입니다. 잃은 야간가산분은 둘째예요.”

“두 번째 안건 끝까지 있을 겁니다.”

“그래야죠.”

태식은 복도 끝에서 손을 들었다. 그는 같은 인사 통지서를 받았지만 오늘 심의의 당사자는 아니었다. 교육실 출근 전 로사에게 물 한 병을 건네고 곧장 돌아섰다. 로사는 그가 남지 않은 게 서운하지 않았다. 자기 입으로 말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자신이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하지후가 자료의 범위를 설명했다. 가짜 카드의 실물 식별 차이, 로사의 카드 사용 위치, 청소카트와 세제병 경로, 교대표의 저장시각. 출입증 생성 요청과 승인 흔적은 징계의 근거가 아니라 조사 중인 경로였다. 수사팀은 카드 제작자와 사용자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지후는 질문을 받을 연락처를 남기고 퇴실했다. 재심 결정은 이 방 사람들이 내릴 일이었다.

인사팀장은 임원실의 시험 요청서를 들었다. “여기 로사 씨 구형 번호가 있습니다. 단체 재발급 때 처리된 건 맞죠?”

윤서진이 참고인 자리에서 대답했다. “정규 재발급 명단에는 미화반 번호가 없습니다. 별도 시험 요청서에 그 번호가 들어 있습니다.”

“누가 넣었습니까?” 로사가 물었다.

서진은 잠시 주저했다. “종이를 받은 사람은 저인데, 누가 그 줄을 작성했는지는 못 봤습니다.”

로사는 서진의 눈을 봤다. 앞선 조사에서 그가 없어진 파란 필름 두 장을 세며 떨던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서진은 자신의 실수와 모르는 것을 다른 칸에 두었다. 로사에게는 그 답이 답답했으나, 그녀를 대신할 범인을 찾으려고 서진을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인사팀장은 승인화면을 넘겼다. 요청 부서는 야간물류 임원실, 검토자 칸에는 장승원 직속 보조자의 전자서명, 최종 승인에는 승원에게 발급된 일회용 코드 사용이 남아 있었다. 발급기에서는 로사의 번호를 넣은 별도 카드가 그 작업 중 등록됐다. 그 카드가 나중에 적재대 문을 연 카드와 식별값이 맞았다.

“그러면 임원 승인으로 만든 거군요.” 세영이 말했다.

“승인권한이 사용됐다는 것까지입니다.” 지후가 답했다. “승원 본인이 입력했는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누가 들고 적재대에 갔는지는 수사 중입니다.”

로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복귀가 장승원의 형사 책임을 확정할 때까지 미뤄질 필요는 없었다. 반대로 복귀한다고 수사가 끝나서도 안 됐다.

회사 측 관리자는 최근 운영지원실 직원이 인사이동을 앞두고 있어 자료가 모두 모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니 직무제한을 하루 더 유지하는 게 안전하다는 주장이었다. 로사는 물병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누가 카드를 만들었는지 모르는 동안 나만 계속 밤일을 못 합니까?”

“다른 부서의 접근도 점검 중입니다.”

“그럼 그 부서의 권한을 점검하세요. 내 새 카드는 어제도 오늘도 내 손에 있었고, 내 교대는 다른 곳에 찍혀 있습니다.”

위원 하나가 물었다. “로사 씨가 카트를 파리다 씨에게 맡긴 순간이 있지 않습니까?”

“세제병을 잠깐 건넸습니다. 카트는 계속 같은 길에 있었어요. 그때 파리다가 어디 있었는지는 본인이 말했고, 문 기록도 있습니다.”

“그 동료 진술을 전부 공개하면 더 빨리 판단할 수 있을 텐데요.”

“필요한 범위는 지후 경위가 제출했어요. 파리다의 손목이 왜 아팠는지까지 여기서 말해야 내 일이 돌아온다면, 다음에 다친 직원은 교대표를 안 바꾸겠죠.”

재심실이 조용해졌다. 위원은 질문을 바꿨다. 세영은 로사의 근무가 빠진 시간과 대체배치가 어떤 식으로 처리됐는지 설명했다. 로사는 자신의 급여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출입기록이 한 분 차로 사람을 의심하게 했듯, 야간수당의 빈칸도 한 교대씩 생활을 흔들었다.

재심이 이어지는 동안 장승원은 다른 층의 조사실에서 지후에게 진술했다. 그는 직원 교체 명단을 보조자가 만들었고 자신은 야간 보안 업무를 위해 일괄 승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후는 그 말을 그대로 남겼다. 그의 계정 코드가 쓰였다는 자료를 보여 준 뒤, 왜 공식 교체 대상이 아닌 로사의 구형 번호가 시험 요청에 들어갔는지 물었다.

“실무자가 호환 시험 대상이라고 했겠죠.” 승원이 말했다.

“그 실무자가 누구였습니까?”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후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도 기록했다. 카드가 생긴 것과 누군가 범행에 쓴 것 사이에는 여전히 여러 손이 있었다. 승원의 코드가 결정적 연결인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열 손가락 중 어느 손이 카드를 문에 댔는지 보이지 않았다.

재심실에서는 오히려 질문이 간단해졌다. 로사가 적재대 문을 열었다고 볼 근거가 있는가. 인사팀이 가진 것은 사용자 번호 하나였다.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확인한 것은 같은 번호의 다른 카드와 로사의 멀리 떨어진 근무 동선이었다. 그 사실을 놓고 직무제한을 더 유지할 사유가 있는지 위원들이 논의했다.

로사는 복도로 나왔다. 서진이 뒤따라 나왔다. 두 사람은 같은 자판기 앞에서 잠깐 멈췄다.

“제가 그날 명단을 더 봤으면…” 서진이 말했다.

로사는 음료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본 사람이 누군지 찾는 데 도와주세요. 그런데 그날 일 전부를 당신 혼자 했다고 말하진 마세요.”

“저를 위로해 주는 건가요?”

“아니요. 내 번호가 어디서 들어왔는지 알려고요.”

서진이 처음으로 아주 조금 웃었다. 두 사람 사이에 갑자기 친밀함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서진이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으려면 오늘 자기 실수 하나 때문에 입을 닫지 않아야 했다.

복도 끝에서 인사팀 직원이 로사에게 급여표 한 장을 건넸다. 야간 네 교대가 빠져 있고 대신 임시 주간 근무시간이 들어 있었다. 합계 옆에는 작은 별표가 있었다. 로사는 별표가 각주를 가리키는 줄 알았으나 '확인 예정'이라는 직원의 수기 표시였다. 그 순간 휴대전화에 집주인의 메시지가 떴다. 월세일을 넘기면 다음 달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말이었다. 로사는 급여표를 접지 않았다. 위원회가 다시 부르면 별표부터 보여 줄 생각이었다. 카드가 풀리면 생활도 자동으로 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빈 날짜가 얼마나 무거운지 말해야 했다.

세영이 그녀의 얼굴을 읽었다. “급여일 전에 줄 수 있는지 따로 확인해 볼게요.”

“그건 약속하지 말아요. 가능한지만 확인해 주세요.”

로사는 대답을 마치고 물병을 한 모금 마셨다. 유리 너머 비행기가 화물기 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짓 하나에 큰 기체가 천천히 움직이는데, 자기 급여의 별표 하나는 여기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급해진다고 남의 대답을 대신 만들 수는 없었다.

위원회가 로사를 다시 불렀다. 위원장은 짧게 말했다. 로사의 야간직무 제한을 해제하고, 임시배치로 빠진 수당을 근무예정표 기준으로 산정하겠다고. 최종 지급액과 날짜는 노무팀 확인을 거쳐 서면으로 보내기로 했다. 사건 초기부터 보호 상태가 된 오래된 카드를 당장 다시 쓰는 문제는 별도였다. 가짜 카드와 같은 번호를 계속 쓰는 것은 안전하지 않았다.

“그럼 나는 내일 무슨 카드로 일합니까?” 로사가 물었다.

보안담당이 새로 발급한 번호의 카드를 보여 줬다. 이미 며칠간 임시로 쓰던 번호를 정식 출입권한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전 카드는 증거로 계속 보전한다. 로사는 그 설명을 들은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목에 걸던 낡은 얼굴사진이 없어져도, 자신이 맡았던 야간 구역과 반원들은 돌아올 수 있다.

로사는 카드 발급 창구에서 곧장 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다만 출입권한 확인을 끝낼 때까지 집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창구 직원이 새 사진을 붙이는 동안, 뒤에 줄 선 작업자들이 한 발씩 움직였다. 로사는 자신 때문에 그들의 쉬는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비켜서려 했다. 그러자 파리다가 퇴근길에 들러 줄 맨 끝에 섰다.

“지금 나가면 내일 첫 문 앞에서 또 멈출 거잖아요.” 파리다가 말했다.

보안담당은 시험용 문 한 곳에서 새 카드 번호와 이름이 맞는지만 확인했다. 모든 구역의 접근을 시험한 것은 아니었다. 로사는 그 한계를 알고도 카드를 받았다. 공항에는 허가받은 일터가 여러 문 뒤에 있었다. 첫 문이 열렸다는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녀는 파리다에게 기다린 시간을 오늘 근무로 적을 수 있는지 물었고, 파리다는 고개를 저었다. 자기가 원해서 남았다고. 로사는 그 말에 더 고맙다는 표정을 짓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면 언제나 그 시간은 누구의 급여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카드 발급절차도 고치세요.” 로사가 말했다. “다른 사람 번호를 시험에 쓰고도 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일이 또 생기면, 다음에는 누가 자기 이름을 증명합니까?”

위원장은 시정요구를 결정문에 붙이겠다고 했다. 시행방식은 보안·노조가 별도 논의해야 했다. 로사는 복귀와 시정의 시계를 한꺼번에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하나를 잊을 생각은 없었다.

복도에서 태식에게 짧은 메시지가 왔다. ‘어떻게 됐습니까?’ 로사는 ‘내일 야간조 복귀. 수당 정산 예정’이라고 썼다. 잠깐 생각하다 하나를 더 보냈다. ‘당신 안건은 아직입니다.’ 태식에게 듣기 싫은 말일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의 누명은 같은 곳에서 왔어도 복귀는 같은 속도로 오지 않았다.

태식은 교육실에서 답했다. ‘알아요. 그래도 축하합니다.’ 로사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내일 첫 교대에서 카트 바퀴가 더는 덜컥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나서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