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비어 있는 야간수당 칸
인사팀 통지서는 오전 여덟 시 오십이 분에 왔다. 로사가 그 시각에 한 일은 쓰레기 압축기 앞 바닥을 닦는 것이었다. 젖은 장갑을 벗고 휴대전화를 열자 ‘조사 중 임시 야간배치 제외’라는 말이 먼저 보였다. 그 아래에는 사유가 두 줄이었다. 동일 번호 출입증의 적재대 사용, 허위 정비요청서에 남은 고태식의 서명.
인사팀 통지서는 오전 여덟 시 오십이 분에 왔다. 로사가 그 시각에 한 일은 쓰레기 압축기 앞 바닥을 닦는 것이었다. 젖은 장갑을 벗고 휴대전화를 열자 ‘조사 중 임시 야간배치 제외’라는 말이 먼저 보였다. 그 아래에는 사유가 두 줄이었다. 동일 번호 출입증의 적재대 사용, 허위 정비요청서에 남은 고태식의 서명.
두 사람의 이름이 한 문장에 있었다. 설명은 없었다.
로사는 압축기를 멈춘 뒤 뚜껑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태식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는 야간 정비반의 새 교대표를 보느라 휴대전화가 진동하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열아홉 번 옆 그의 이름은 지워져 있고, 빈 칸에는 ‘대체기사 배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장 정직은 아닙니다.” 유만호가 말했다. “오늘은 교육실로 출근하래요.”
“그러면 야간수당은요?”
만호가 답을 못 했다. 태식은 교대표보다 그 빈칸을 오래 봤다. 열아홉 번 벨트 앞에서 일하지 못하는 것도 불안했지만, 지난달 어머니 병원비를 나눠 낸 날짜가 더 먼저 떠올랐다. 급여가 줄어드는 일은 달력에서 곧장 보였다.
인사팀 면담실에는 로사와 태식이 차례로 들어갔다. 조세영이 노조 참관인으로 두 사람 곁에 앉았다. 인사팀장은 미리 써 온 설명을 읽었다. “범죄 혐의 확정과 무관한 보안상 임시 조치입니다. 수사 협조 의무는 유지됩니다.”
“보안상 조치라면 누가 어떤 문을 못 여는지부터 말해 주세요.” 로사가 물었다. “저는 어제 새 출입증을 받고 일했고, 오늘 아침도 일했습니다. 갑자기 밤일만 못 한다는 이유가 뭡니까?”
인사팀장은 ‘야간 접근 위험’을 말했다. 로사는 그 말이 넓어서 오히려 아무 문도 가리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낮에도 같은 문을 청소했다. 위험한 것이 출입증이라면 카드의 사용권을 조정하면 된다. 사람의 야간수당을 통째로 멈추는 이유는 아니었다.
태식은 서명 아래 새로 인쇄된 시각줄의 잠정 감식 내용을 꺼냈다. 인사팀장은 정식 감정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고보고서는 정식도 아니면서 저희 근무표는 바꿨네요.”
“운항을 위한 예방입니다.”
“그럼 예방의 비용을 왜 내 급여에서 냅니까?”
조세영이 태식의 팔꿈치에 손을 얹었다. 언성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라, 기록될 말을 고르라는 신호였다. 태식은 의자를 한 뼘 당겼다. 그가 방금 한 말은 옳았지만, 이제는 숫자로도 남겨야 했다.
세영은 두 장의 표를 펼쳤다. 로사가 빠진 교대 네 번, 태식이 빠진 교대 세 번. 기본급과 통상 수당, 빠진 야간가산분을 각각 적어 두었다. 두 사람이 실제로 일을 하면 받을 금액과 회사가 지금 제안한 교육·주간대체업무 급여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이건 징계인지 근무변경인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세영이 말했다. “어느 쪽이든 서면 사유와 적용기간, 재심 날짜를 주세요. 어제 수사팀이 보낸 잠정 결과도 같이 놓고요.”
인사팀장은 서류철을 넘겼다. 하지후가 보낸 확인서가 맨 뒤에 끼워져 있었다. ‘동일 사용자 번호, 상이한 실물 카드’라는 문구에 형광펜이 그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옆에는 ‘로사의 적재대 출입 미확인’이라는 문장도 있었다. 인사팀은 앞 문장을 위험으로, 뒤 문장을 아직 면책 불가로 읽었다.
로사는 서류를 손끝으로 눌렀다.
“이렇게 읽으면 결백해도 계속 기다려야 하잖아요.”
“수사 종료까지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 끝을 날짜로 써 주세요.”
인사팀장은 처음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회의실 밖에서는 교대하는 직원들이 복도를 지나갔다. 자기 일로 멈출 수 없는 공항의 소리가 문틈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틀 뒤 재심을 열겠다고 말했다. 세영은 ‘예정’이라는 말 대신 시각과 참석자를 적게 했다.
그날 오후 로사는 주간 구역으로 옮겨졌다. 카트는 그대로였으나 지하 남쪽 통로가 아닌 출국장 사무실을 닦게 됐다. 첫 방의 유리벽 너머로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파리다가 메시지를 보냈다. ‘반장님 없으니 물통을 누가 몇 시에 바꾸는지 또 싸워요.’ 로사는 곧장 작업순서를 보낼까 하다가 멈췄다. 밤일에서 빼놓고 그녀에게 야간반 일을 계속 시키는 것은 다른 이름의 공짜 노동이었다.
그녀는 파리다에게 답했다. ‘당번표는 준비실 벽에 있어. 문제가 생기면 교대책임자에게 말해. 내가 오전에 같이 확인할게.’ 파리다에게 일을 떠넘긴 것은 아니었다. 로사가 원래 하던 결정을 회사가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권한도 줘야 했다.
태식은 정비교육실에서 신입 기사 셋 앞에 섰다. 교육용 벨트는 멀쩡했다. 실제 19번이 멈춰 있는 것과는 달리, 작은 모형에서는 가방이 고분고분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이상 소리를 들으면?” 태식이 물었다.
“고장코드 확인합니다.” 막내가 대답했다.
“코드 없으면?”
“계속 돌립니다.”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첫날 검은 가방에도 오류코드는 없었다. 그는 모형의 전원을 끄고 실제 작업사진 대신 빈 도식판을 꺼냈다. 사건 자료를 교육에 끌어올 수는 없었으나, 의심이 생겼을 때 좁은 구역만 안전하게 멈추고 운항을 이어 가는 기본은 가르칠 수 있었다.
“코드가 없으면 보고할 말을 찾는 겁니다. 들린 소리와 시각, 멈춘 범위. 그리고 누가 재개를 승인하는지.”
막내가 필기를 했다. 태식은 갑자기 자신이 이곳에 배치된 일을 전부 벌로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좋은 교육을 했다고 잃은 야간수당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는 세영이 만든 표의 태식 칸에 그날 교육시간을 따로 적었다. 노동이 다른 모양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기록이었다.
저녁에 나경이 교육실 문 앞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보험사 보관자료의 인계 확인과 문서감정서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어제 잠정으로 들었던 추가 인쇄 흔적이 정식 결과에도 담겼다. 태식이 금방 웃지 않자 나경은 서류를 건네지 않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이걸 인사팀에는 언제 보냅니까?”
“오늘 도착한 결과를 수사팀이 송부했습니다. 세영 씨에게도 접수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어요.”
“재심보다 급여명세서가 먼저 나오면요?”
나경은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은 보험 지급을 보전하는 사람이었지, 태식 급여를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세영에게 어떤 시각의 원본이 제공되는지 확인해 주겠다고 했다. 태식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끄덕였다.
조세영은 두 사람의 이의서를 접수했다. 요구는 세 가지였다. 조사협조를 계속할 수 있는 대체업무, 빠진 야간 교대의 평균임금에 준한 잠정 지급, 이틀 뒤 재심에서 원상복귀 여부를 각각 결정할 것. 회사는 첫째를 받아들였고, 둘째는 임시 보전금으로 처리하되 최종 야간가산분 정산은 재심 뒤로 미뤘다. 월급 전체가 끊기지는 않았지만, 빈칸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일단 집세는 낼 수 있겠네요.” 로사가 말했다.
태식은 그녀가 집세 이야기를 처음 꺼낸 것을 기억했다. 로사가 지금껏 피해를 사람답게 말하기보다 정확한 시각과 동선으로 설명해 온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생활이 걸리면, 모든 숫자는 갑자기 무거워졌다.
세영은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에 인사팀에서 보내온 수정 교대표를 확인했다. 주간 대체근무를 받은 사람의 이름은 있었지만, 로사가 원래 맡던 야간 구역은 ‘현장 자율 배분’으로 비어 있었다. 그녀가 화면을 로사에게 보여 주자 로사는 즉시 파리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남문은 누가 맡았어?”
“한 사람씩 돌아가래요. 물통 교환은 제가 하고요.”
“그럼 네 구역은?”
“끝나고 가죠, 뭐.”
로사는 전화를 끊기 전에 누구에게 그 결정을 들었는지 확인했다. 파리다는 교대책임자의 이름을 말했다. 로사는 그 사람에게 연락해 추가 작업시간을 교대표에 올리게 했다. 누구의 이름이 빠진 자리를 다른 사람의 무료 시간으로 채울 수는 없었다. 세영은 로사의 요청을 이의서의 별도 항목으로 적었다. 대체근무가 생기면 남은 사람의 업무량도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신 임금 문제만 해도 바쁜데.” 태식이 말했다.
“내 반원 근무가 늘면 내일 더 큰 문제가 돼요. 그리고 나는 아직 반장이에요. 야간배치에서 빼도 그 직책까지 지운 건 아니잖아요.”
인사팀장이 추가 교대시간을 승인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금액은 크지 않았다. 로사는 그 한 줄이 자기에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명을 씌운 문장은 아직 서류에 남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야간수당이 조용히 사라지는 일은 오늘 막았으니까.
그날 밤 두 사람은 각자의 새 근무지에서 나왔다. 로사의 카트 바퀴는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 태식이 바퀴를 보자 그녀가 먼저 말했다.
“감식은 끝났대요. 내일은 수리할 수 있어요.”
“내일 첫 작업으로 올려 놨습니다.”
“그러면 자격 있는 사람이 와서 고쳐요. 당신이 계속 교육실에 있으면 신입들에게 시키세요.”
태식은 그 말에 웃었다. 둘 다 원래의 구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원래 하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남기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세영에게서 재심 일정이 도착했다. 이틀 뒤 오전 아홉 시. 로사는 시간을 확인하고 화면을 잠갔다. 카드를 만든 사람과 서명을 덧씌운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일 해야 할 일은 있었다. 자신의 시간과 임금을 빈칸에 두지 않는 것, 그리고 밤의 통로를 걸었던 사람들의 말을 자료로 남기는 것. 로사는 파리다에게 내일 낮 잠깐 함께 물통 동선을 걸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파리다는 ‘밥은 사 주나요?’라고 답했다. 로사는 ‘근무시간으로 잡을게’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