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카트가 지나간 일곱 자리
청소카트의 오른쪽 바퀴는 새벽마다 남문턱에서 한 번씩 울었다. 덜컥. 로사는 그 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태식에게 고쳐 달라고 세 번이나 말했으니까. 그런데 장비를 검사대로 밀고 가는 동안, 그는 그 소리를 누구보다 기다렸다.
청소카트의 오른쪽 바퀴는 새벽마다 남문턱에서 한 번씩 울었다. 덜컥. 로사는 그 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태식에게 고쳐 달라고 세 번이나 말했으니까. 그런데 장비를 검사대로 밀고 가는 동안, 그는 그 소리를 누구보다 기다렸다.
“아직 기뻐하지 마세요.” 로사가 말했다. “고장이 무죄를 증명해 주는 건 아니니까.”
“압니다. 그래도 제 수리 지연이 처음으로 쓸모 있을 수 있어서요.”
“농담할 때가 아닌 건 알죠?”
“네. 그래서 작게 했습니다.”
태식은 카트에 손대기 전에 바퀴와 물통, 장비 손잡이의 상태를 촬영했다. 이 기록은 카트를 사건 당일 모습으로 돌려놓지는 못한다. 다만 지금 무엇을 시험하는지 경계를 만든다. 하지후와 보안담당, 로사가 한 걸음씩 떨어져 지켜봤다. 로사는 경찰이 부탁한 참고인이 아니라 카트의 책임자로 그 자리에 섰다. 물통을 비우고 다시 채울 권한도 그녀에게 있었다.
일곱 곳의 센서가 남긴 자료가 벽에 떴다. 청소구역 남문, 좁은 회전문, 물통 교환대 앞 바닥판, 긴 복도 두 곳, 계단 앞 자동문, 북측 준비실. 모든 자료에 로사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카트의 번호와 바퀴가 문턱을 넘을 때 생긴 짧은 충격, 물통 하중의 변화가 서로 다른 장치에 찍혔다.
“이걸 한 줄로 이으면 그날 카트가 어디 있었는지는 나옵니다.” 태식이 말했다.
“사람은요?” 보안팀장 구민재가 물었다.
“사람은 따로 확인해야죠.”
민재는 팔짱을 꼈다. “그럼 알리바이가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이 카트 밀었으면 끝인데.”
그 말에 로사가 화면 앞을 가로질렀다.
“그럴 수 있어요. 내 동료를 부르세요. 오늘도 어제도 나와 같은 구역에서 일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에게 기억을 맞추라고 시키지 마세요.”
지후는 파리다와 다른 미화원 두 사람의 진술을 서로 다른 시간에 받겠다고 했다. 카트 자료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의 경로로 먼저 보전했다. 나경은 이미 네 피해회사의 손실 청구를 별도 번호로 처리하듯, 여기서도 ‘장비’와 ‘노동자’를 다른 칸에 놓았다. 그 작은 구분이 로사에게는 컸다. 누군가 장비를 밀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미화원을 한꺼번에 의심할 수 없으니까.
시험통로에 같은 무게의 물통을 실었다. 태식이 준비실에서 장비 상태를 확인하고, 로사가 손잡이를 잡았다. 그녀는 맨 처음 카트를 천천히 밀었다. 바퀴가 남문턱에 닿자 예상대로 한 번 울었다. 그러나 기록된 충격은 사건 당일보다 낮았다.
“물 더 채워야겠네요.” 태식이 말했다.
로사는 물통 뚜껑을 열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날 물은 반쯤 썼어요. 물을 더 넣으면 무게는 맞아도 흔들림이 달라요.”
태식이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자신의 계산표에는 ‘동일 하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같은 무게라도 액체가 흔들리는 물통과 고정된 추는 바퀴에 다른 충격을 준다. 그는 종이에 줄을 그어 ‘동일’ 앞에 ‘총’이라고 썼다.
“그럼 당일 작업을 말해 주세요.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기억으로 양을 만들지는 않을래요. 세제 불출량과 남은 병을 가져오세요.”
로사는 평소 같으면 태식의 꼼꼼함에 웃었을 것이다. 오늘은 그의 계산이 자기 급여를 지킬 수도, 망칠 수도 있었다. 틀린 실험을 잘된 실험인 척 넘어갈 여유가 없었다.
세제는 그날 빈 병과 새 병이 함께 불출됐다. 준비실 담당자가 무게를 기록해 둔 까닭은 절도 대비가 아니라, 희석비율을 놓고 직원들이 매번 다투었기 때문이었다. 로사는 그 시시한 말다툼이 남긴 숫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직장의 모든 귀찮은 기록이 한순간에 자신을 위해 놓여 있었다.
두 번째 주행은 물통을 반쯤 채운 채 시작했다. 로사가 남문을 지나자 덜컥, 예상보다 가까운 파형이 떴다. 긴 복도 두 곳에서는 바퀴가 빠르게 돌다가 물통 교환대 앞에서 잠깐 멎었다. 문제는 여섯 번째 지점이었다. 북측 자동문 기록이 사건 당일보다 열두 초 늦었다.
“길이 다르네요.” 민재가 말했다.
“오늘은 비어 있습니다.” 로사가 말했다. “그날은 밤 항공편 청소물품이 여기 쌓였어요. 두 사람이 옮기는 걸 기다렸죠.”
“그 두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름은 말하겠습니다. 저들 근무표와 먼저 맞춰 주세요. 내 말만 듣고 부르면 기억이 내 쪽으로 기울 수 있어요.”
지후는 그 순서에 동의했다. 로사는 자기 결백을 위해 동료의 답을 미리 정해 주고 싶지 않았다. 태식은 카트를 다시 밀기 전에 문 앞 바닥의 좁은 홈을 보았다. 오랜 세제 자국이 굳은 곳이었다. 로사는 그 홈을 피해 왼쪽으로 틀었다. 카트가 하루아침에 다른 길을 배운 것처럼 움직였다.
“로그에는 그 회전도 남습니까?” 태식이 물었다.
“남는지 보고 말해요. 내가 말했다고 있는 걸로 만들지 말고.”
그의 노트에 ‘로사 진술: 왼쪽 회피’가 적혔다. 그 옆에 자동문 기록 원본을 놓았을 때, 문이 열리기 전 바닥판은 왼쪽으로 짧은 하중 변화를 남겼다. 그 변화는 당일과 오늘 모두 있었다. 하지만 바닥판을 밟은 것이 로사인지 다른 사람인지는 여전히 자료 밖이었다. 지후는 오히려 그 제한을 크게 적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민재는 다시 한 번 물었다.
“실물 카드는 그녀에게 있었고, 카트도 남문에서 북측으로 갔습니다. 그래도 그 사이에 카트를 넘길 수는 있지 않습니까?”
“가능하죠.” 지후가 말했다. “그러니 사람의 이동을 다른 자료로 확인합니다. 그런데 적재대까지 뛰어갈 시간은 더 짧아졌어요.”
민재가 마침내 계산표를 들여다봤다. 두 문의 차이는 일 분 이십삼 초. 카트가 북측 자동문에서 한 차례 기다린 시간만 열두 초였다. 로사가 남문에서 적재대까지 가려면 카트를 넘기고, 임시 출입증이 없는 문을 통과하고, 운반구역 끝까지 달려야 한다. 그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지울 자료가 아직 없더라도, 기존의 ‘로사가 카드를 썼다’는 문장은 이제 버틸 수 없었다.
시험을 끝내고 카트를 제자리로 돌리려는데 바퀴가 통로 모서리에 걸렸다. 태식이 무심코 공구함을 열었다. 로사가 그의 손을 막았다.
“오늘 고치지 마세요. 원본 상태로 찍을 게 남았잖아요.”
“수리 신청은 올렸는데.”
“검사 끝나면 고쳐요. 그 뒤엔 또 누군가 내 바퀴 소리를 증거로 삼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태식은 공구함을 닫았다. 현장에서는 고장난 것을 즉시 고치는 게 미덕이었다. 지금은 그 고장을 유지하는 편이 로사에게 필요했다. 그는 처음 19번 벨트 앞에서 가방을 다시 얹지 않았던 날을 떠올렸다.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행동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 때가 있었다.
오후에 파리다의 근무표와 독립 진술이 들어왔다. 로사가 물통을 바꾸는 동안 파리다는 옆에서 젖은 걸레를 갈았다. 두 사람이 헤어진 때와 카트가 일곱 번째 센서를 지난 때가 맞았다. 북측 문을 기다리게 한 청소물품 운반도 다른 작업자의 출고표에 있었다. 지후는 로사의 실물 카드, 카트 이동, 작업자의 시각을 각각 분리해 붙였다.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을 대신하지는 않았다. 셋이 겹치자 적재대의 두 번째 카드는 로사가 들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졌다.
파리다는 진술을 마친 뒤 로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경찰 앞에서 물통 이야기를 두 번이나 해야 했다고 투덜거렸다.
“첫 번째는 무슨 색 통이었냐고, 두 번째는 왜 같이 들었냐고요.”
“기억나는 대로 했어?”
“색은 몰라서 모른다고 했죠. 같이 든 건 반장님 손목 아플 때라서요. 그건 기억나요.”
로사는 자기 손목을 내려다봤다. 지난겨울 문턱에 걸린 카트를 들어 올리다 삐끗한 뒤, 무거운 물통을 들 때는 파리다가 다른 쪽 손잡이를 잡아 주었다. 교대일지에는 그 사정이 없었다. 진술은 사람의 생활이 들어 있어 유용했지만, 그만큼 수사팀이 함부로 캐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했다.
“고마워. 오늘 일찍 들어가.”
“아직 근무 두 시간 남았어요. 반장님부터 들어가요.”
전화를 끊은 로사는 장비실 앞에 잠시 섰다. 누군가 자신의 출입증 번호를 써서 문을 열었고, 그것을 반박하는 데 파리다의 손목과 바퀴 고장과 세제 불출 같은 사소한 것들이 동원됐다. 몸으로 남긴 하루가 일곱 센서의 줄보다 훨씬 길었다.
나경은 그 결과를 보고서에 옮기며 ‘완벽한 알리바이’라는 표현을 지웠다. 사람에게 완벽한 하루는 없었다. 그러나 로사에게 불리하게 쓰인 첫 문장이 틀렸다는 사실은 충분히 기록할 수 있었다.
“이제 집에 가셔도 됩니다.” 지후가 말했다.
로사는 카트 손잡이를 잡은 채 물었다. “제 반원들도요?”
“오늘 조사는 끝났습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면 각자에게 사유를 알려 드릴 겁니다.”
로사가 밖으로 나가려 할 때 나경이 사흘 전 청소카트에서 확보한 가짜 출입증 사진을 다시 열었다. 그동안 로사의 번호만 크게 확대돼 있었다. 오늘은 카트가 발견된 위치를 확인하려고 사진 전체를 띄웠다. 카드 모서리에 파란 보호필름이 반쯤 붙어 있었다. 닳은 카드 사진을 흉내 낸 인쇄면과 달리, 그 필름에는 새 물건 특유의 각진 끝이 남아 있었다.
“로사 씨 카드에는 이런 게 없었죠?”
“세 달 전에 재발급도 못 받았는데요.”
태식이 화면을 봤다. 카드의 이름보다 필름이 처음으로 낯설었다. 누군가 로사의 오래된 번호를 사용하면서, 막 나온 물건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필름이 붙은 날짜와 발급 창고가 다음 질문이 됐다. 로사는 그 질문의 답을 들으려고 카트를 멈추지 않았다. 내일 새벽에도 바닥은 더러워질 것이고, 그 바닥을 닦는 일은 그녀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