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완화의료 휴먼극 31화

열세 번째 야간 왕진

다섯 번째 밤

밤 아홉 시 이십 분, 노영숙은 반쯤 열린 창문을 직접 닫았다. 겨울 공기가 멎자 침상 옆 여행가방의 지퍼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윤채영은 얇은 환자복을 안으로 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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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아홉 시 이십 분, 노영숙은 반쯤 열린 창문을 직접 닫았다. 겨울 공기가 멎자 침상 옆 여행가방의 지퍼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윤채영은 얇은 환자복을 안으로 넣고 있었다.

“창문 닫는 힘은 남았어. 그러니까 가방부터 닫아.”

“엄마, 숨이 차잖아.”

“알아. 내 숨인데.”

초인종이 울렸다. 문하진과 오세현이 들어왔다. 세현의 가방 안에는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조정원에서 받은 봉인 통지서가 있었다. 그는 가방을 벽에 놓았다. 피해가족에게 참여 의사를 물을 수 있게 됐다는 문장을 현관 안으로 가져와 영숙에게 들려줄 이유는 없었다.

영숙은 손가락 두 개를 폈다. 둘 다 왔으니 물부터 마시라고 했다. 대신 자신을 시험 보려 하지 말라는 말도 붙었다. 하진은 물을 기다리는 대신 언제부터 숨이 달라졌는지 물었다. 영숙은 저녁 아홉 시 전이라고 했다. 채영이 계란말이를 만들 때 냄새가 좋아 부엌까지 갔다. 네 걸음쯤. 돌아와 앉아도 숨이 길어지지 않았다.

“두 점 드셨어요. 그 뒤에도 괜찮다고 했는데 말이 짧아져서 제가 전화했어요.”

채영이 덧붙였다. 영숙이 손을 내밀었다.

“잘했어. 나도 무서웠으니까.”

채영의 입술이 잠깐 풀렸다. 가방은 그대로 열려 있었다. 하진은 평소 베개와 지금 자세, 처방대로 쓰는 산소 장치의 연결을 확인했다. 세현은 가슴 통증과 어지러움, 어디서 숨이 걸리는지를 물었다. 영숙은 질문 사이에 쉬었다. 가슴이 아프거나 어지럽지는 않고 숨이 목에 걸린다고 했다.

세현이 시계를 보자 채영이 알아차렸다.

“이번에도 기다리자는 거예요?”

조정원의 시간표에는 자신이 판단을 늦춘 여덟 분이 표시돼 있었다. 그는 그 색을 떠올렸다가 영숙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필요한 관찰과 그날의 지연이 같은 이유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유를 말하지 않고 조용해지면 채영은 그 차이를 알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더 빨리 확인하고 처치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돼 있습니다. 확인하는 동안에도 더 나빠지면 바로 다른 도움을 연결하겠습니다.”

채영이 가방 손잡이를 잡았다. “그럼 가요. 엄마, 일어나.”

“채영아. 나 아직 말하잖니.”

“말하다가 못 말하게 되면?”

영숙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동안 채영의 손이 가방에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딸 혼자 겁먹지 말라고 사람을 불렀다고 말했다. 하진에게 베개 하나를 더 받쳐 달라고 했다. 몸이 세워지자 목에 걸리던 숨이 한 번 길게 나왔다.

하진은 편한지 물었고 세현은 이전 기록과 현재 호흡, 말 길이를 같이 봤다. 창문이 닫히고 기계 연결을 확인한 뒤에도 호흡은 평소보다 빨랐다. 채영이 그대로 아니냐고 했다. 세현은 그렇다고 답했다. 베개를 받쳐 주었다고 나아졌다는 말을 먼저 붙이지 않았다.

“그럼 내가 정할 시간은 있어?”

영숙이 물었다. 세현은 그녀가 선택 이유를 설명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언제까지 집에 머물 수 있는지는 상태 변화에 달려 있었다. 영숙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고 안 되면 가겠다고 했다.

채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 골목에 차가 못 들어오면?”

하진이 창가로 갔다. 밤이면 오토바이가 막는 골목은 지금 열려 있었다. 작년 겨울 제설차가 큰길에서 돌아간 일도 채영은 기억했다. 하진은 현재 접근로를 기록하고 돌아왔다.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영숙의 호흡이 괜찮다는 답으로 쓰지는 않았다.

세현과 하진은 즉시 이동해야 할 변화가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냉장고의 계획과 오늘 기록이 나란히 놓였다. 현장에 머물 수 있는 당직 시간도 맞췄다. 영숙이 원하는 짧은 관찰은 그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나라도 달라지면 정한 시간이 남아 있어도 멈춰야 했다.

영숙이 연필을 달라고 했다. 손녀가 쓰던 별 지우개 연필이었다. 채영이 건네자 영숙이 종이를 무릎 위에 놓았다.

“서른 분. 숨이 더 짧아지거나 말을 못 잇거나, 정신이 흐려지거나, 새로 아픈 데가 생기면 바로 가. 그전에도 내가 가자고 하면 가고.”

그녀는 쉰 뒤 다시 말했다. 채영은 연필이 움직이는 것을 봤다. 세현이 서른 분 뒤에도 같은 상태면 어떻게 할지 묻자 영숙은 본 것을 말해 달라고 했다. 자신이 다시 답하겠다고, 대답할 힘이 없으면 냉장고 계획을 보라고 했다.

“내가 먼저 전화하자고 하면?”

채영이 물었다. 영숙은 연필을 놓고 딸을 봤다.

“전화는 해. 연결 준비는 막지 않을게. 그래도 내가 말할 수 있을 때 나를 들것에 눕힐지는 나한테 물어.”

세현이 시각을 적었다. 하진은 현장에 남는 사람과 악화 시 번호를 확인했다. 채영은 자기 이름 옆에 골목 확인과 가방 준비를 썼다. 손잡이를 놓았지만 가방을 치우지는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아무 일도 못 하는 사람으로 앉아 있지는 않아도 됐다.

처음 십 분, 영숙은 계란말이를 품평했다. 소금을 한 번만 더 넣으면 시장 반찬가게가 망할 것이라고 했다. 채영이 웃다가 시계로 돌아갔다. 세현은 웃음 자체를 좋아진 증거로 적지 않았다. 영숙이 어디서 쉬고 어느 말까지 잇는지 들었다.

“선생님도 먹고 가면 좋은데, 다 먹었어.”

“오늘 평가만 듣겠습니다.”

“계란말이 평가? 나보다 깐깐할 자신 있어?”

영숙이 짧게 웃었다. 그 웃음 뒤에 숨을 고르는 시간도 있었다. 세현은 그 시간을 기다렸다. 채영이 빈 접시를 부엌으로 가져가려다 멈췄다. 그가 상태를 보고 있는 동안에 자리를 떠나도 되는지 눈으로 물었다. 하진이 여기 있겠다고 하자 그녀는 접시만 씻고 돌아왔다.

열다섯 분쯤 지나 영숙이 눈을 감았다. 채영의 손이 다시 가방으로 갔다. 하진이 이름을 불렀다. 영숙은 바로 눈을 떴다.

“사람 둘이 숨 세는 걸 보고 있으면 눈 둘 데가 없어서.”

하진은 괜찮다는 말 말고 지금 느낌을 부탁했다. 영숙은 처음보다 덜 걸리지만 아직 편하지 않다고 했다. 세현은 그 문장을 적었다. 호전이라고 짧게 줄이기 전에 영숙이 쓴 단어가 남았다.

채영이 가까이 앉았다. 영숙이 손을 뻗자 이번에는 가방이 아니라 그 손을 잡았다. 손바닥이 따뜻했다. 채영은 엄마를 병원에 밀어 넣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영숙은 잃기 싫어서 그렇다는 것을 안다고 답했다.

“둘 다야. 엄마를 잃기 싫고, 내가 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도 하기 싫어.”

채영이 처음으로 끝까지 말했다. 영숙이 딸의 손등을 토닥였다.

“그래서 내가 내 몫을 말하는 거야.”

세현은 기록지를 내려다봤다. 딸의 두려움을 부정하면 환자의 선택이 더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두려움은 이 집에서 밤을 보낼 사람이 가진 것이었다. 그는 종이를 채영 쪽으로도 돌렸다. 지금까지 본 것과 중단할 변화가 그녀에게도 읽혀야 했다.

서른 분이 됐을 때 하진은 처음과 같은 순서로 확인했다. 영숙은 앞보다 긴 문장으로 불편한 곳을 설명했다. 반복해서 확인한 값도 두 사람이 정한 경계 안으로 돌아왔다. 하진은 오늘 밤의 안전을 보증하지 않았다. 영숙은 자신도 다 괜찮아진 것은 안다고 했다.

주전자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 채영이 가스 불을 낮추려다 손을 멈췄다. 영숙이 그냥 끄라고, 차는 내일 마시자고 했다. 채영은 물을 버리는 대신 보온병에 담았다. 어머니가 밤중에 깨 따뜻한 물을 찾을 수 있었다. 주방에서 돌아와 보온병을 침상 옆에 두자 여행가방과 두 물건이 나란히 남았다.

“아까 가자고 한 건 취소할게.”

“취소는 아니지.” 영숙이 말했다. “네가 무서웠던 건 남아 있고 내가 힘든 것도 남았어. 오늘 답만 정한 거야.”

세현은 그 말을 기록지 여백에 넣으려다가 펜을 멈췄다. 모녀의 말 모두를 자신의 임상 결론으로 가져올 필요는 없었다. 대신 밤중에 다시 전화할 변화를 읽었다. 채영은 한 번 더 부탁했다. 영숙은 눈을 감은 채 그 순서를 듣고, 자기가 먼저 가자고 할 때도 빠뜨리지 말라고 했다.

“지금은 여기 있을래. 내일 아침까지라고 약속하는 건 아니고, 다시 불러야 할 때까지.”

채영은 환자복을 가방에서 꺼내 옷장에 넣었다. 슬리퍼는 침상 아래에 뒀다. 가방은 손닿는 곳에 남겼다. 집에 머무는 오늘의 답이 나갈 준비를 없애 버리지는 않았다. 세현은 그 두 자리를 함께 봤다.

하진이 현재 계획을 인계할 내용을 확인했다. 세현은 남길 기록과 아직 묻지 않은 칸을 갈랐다. 하지 않을 처치 칸이 비어 있었다. 영숙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들었지만 병원에 가게 될 때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을지는 아직 묶여 있었다. 오늘 힘든 숨 사이에 모두 대답받으려 하지 않았다.

“내일 이 부분을 같이 읽어도 되겠습니까?”

영숙은 별 지우개 연필을 돌려받았다. “읽는 건 좋아. 글씨 작으면 또 시험 떨어뜨려.” 하진이 웃었다. 채영도 웃었고 이번에는 시계를 먼저 보지 않았다. 세현은 글자를 크게 쓸 빈 종이를 가방 앞칸에 넣었다.

문을 나서기 전 그는 기다린 서른 분 동안 무엇을 확인했는지 영숙에게 다시 말해 주었다. 그녀는 알아들었다고 답했다. 세현은 앞으로도 늘 집에서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지금의 선택과 악화 시 연결을 인계하고 가방을 들었다. 통지서 봉투가 안쪽에서 손에 닿았다.

채영이 현관까지 나왔다. 세현은 문턱 앞 산소줄이 고리에 걸린 것을 보고 문을 열었다. 뒤에서 영숙이 보온병 뚜껑을 천천히 돌리는 소리가 났다. 아직 평소처럼 힘 있게 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채영이 돌아가 뚜껑을 풀어 주자 영숙은 고맙다고 했다. 세현은 그 작은 부탁이 끝나는 것을 듣고 현관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