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두 곳에 찍힌 이름
로사 마르티네스는 자기 이름이 한밤중에 두 군데를 다녀온 것을 아침에 알았다.
로사 마르티네스는 자기 이름이 한밤중에 두 군데를 다녀온 것을 아침에 알았다.
공항경찰 합동분석실의 모니터 왼쪽에는 청소구역 남문, 오른쪽에는 화물 3번 적재대가 떠 있었다. 두 문이 열렸다는 시각 차이는 일 분 이십삼 초. 사람이 뛰면 될 거리인지 로사는 묻지 않았다. 매일 그 길을 닦는 사람에게는 물을 필요가 없었다. 계단과 자동문을 거쳐 걸어서 아홉 분, 빈 카트를 밀어도 일곱 분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때 저는 남문 안에 있었어요.”
로사가 출입증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사진 모서리의 코팅이 벗겨져 있었다. 하지후는 손을 대지 않고 보안담당에게 투명 증거받침을 가져오게 했다. 로사가 입을 다물었다. 카드 하나를 내밀면 의혹이 끝날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 카드가 자기 손에서도 멀어지는 모양이었다.
태식은 지난밤 마지막으로 본 숫자가 떠올랐다. 취소된 반출 예약의 차량번호와 로사 구형 출입증 사본의 뒷자리. 일치하는 네 자리 때문에 지후가 이 자료를 가져온 것은 맞았다. 그렇지만 차량번호 네 자리와 출입증 네 자리가 같다는 사실로 로사를 차량에 태울 수는 없었다.
“예약 차량은 실제 게이트를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경이 말했다. “번호가 붙어 있다고 차주도, 탑승자도 되는 건 아니에요.”
보안팀장 구민재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럼 두 번째 기록은 뭐라고 부릅니까? 사흘 전에도 로사 반 카트에서 같은 번호로 만든 가짜 카드 사진이 나왔어요.”
“사진은 물건의 존재를 보여 줍니다.” 지후가 대답했다. “누가 카트에 넣었는지는 아직 못 보여 줍니다.”
민재는 경찰이 늘 한 박자 늦게 말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늘 오전 보안회의에는 화물 손실 네 건의 내부 연결이 보고될 예정이었다. 보안팀에서는 회의 전에 로사의 출입을 막고, 그녀의 반원 열한 명에게 소지품 검사를 시키자는 의견이 돌고 있었다. 로사가 그 소문을 들은 것은 분석실에 들어오기 직전이었다.
“내 반원은 왜요?”
“카트에 있었으니까요.”
“카트는 내 반원만 지나가는 물건이 아닙니다. 세제 바꿀 때, 바퀴 수리할 때, 보관실 문이 열릴 때마다 다른 손이 닿아요. 누가 언제 만졌는지부터 봐야죠.”
태식은 로사의 손이 출입증을 떠나 빈 테이블을 더듬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흔들리는 손을 테이블 아래로 감추지 않았다. 첫 검은 가방을 발견했을 때 태식이 ‘미화반 통과’부터 기록했던 일도 기억났다. 그때는 자신이 공정하게 했다고 믿었지만, 지금 그 기록은 로사를 가장 먼저 부르는 데 쓰이고 있었다.
보안담당이 원본 기록을 띄웠다. 지후는 시계 보정표부터 요구했다. 태식의 카드가 정비창고를 열었다던 날 관제실 벽시계는 표준시보다 이 분 십팔 초 빨랐다. 그 오차를 바로잡지 않고 사람의 위치를 그리면, 사건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담당자는 같은 서버에서 나온 출입 시각과 두 문 자체의 작동기록을 따로 표시했다.
“남문은 열린 뒤 닫혔고, 적재대 문도 열린 뒤 닫혔습니다.” 담당자가 말했다. “표시만 뜬 허수 기록은 아닙니다.”
로사의 얼굴이 굳었다. 정말 두 문이 열렸다는 사실은 카드가 두 곳에 찍힌 것보다 무거웠다.
“제 카드는 남문에서 썼어요. 그때 물통을 갈았습니다. 파리다가 봤고요.”
“동료 진술은 받겠습니다. 먼저 카드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을 부르죠.”
지후가 부른 사람은 태식이 아니라 출입증 관리담당이었다. 태식은 잠깐 섭섭했다. 기계 앞에만 서면 자신이 제일 빨리 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또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벨트의 움직임과 설비 상태였다. 출입증 원본의 판별은 담당자의 일이었다.
“나중에 벨트 로그는 제가 대조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게 필요합니다.” 지후는 태식을 보지 않고 기록을 넘겼다. “지금은 카드 두 장의 성격부터요.”
관리담당은 로사의 실물 출입증을 보호 케이스에 넣고 남문 기록과 대조했다. 다른 팀원이 적재대 문 장치의 원본 응답을 가져왔다. 화면에는 같은 사용자 번호가 표시됐지만, 장치가 남긴 카드 자체의 식별값은 달랐다. 담당자는 값을 종이에 베끼지 않고 검사 결과만 사건기록에 옮겼다.
“같은 카드가 두 문을 통과한 것은 아닙니다.”
로사가 처음으로 등을 의자에 붙였다.
민재가 곧바로 말했다. “본인에게 카드가 두 장일 수도 있죠.”
“그 가능성을 배제한 건 아닙니다.” 지후가 답했다. “그러니 사람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카드가 둘이라는 사실과 로사가 두 장을 썼다는 주장은 다릅니다.”
민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오 회의에 들고 갈 답 하나가 필요했다. 로사는 오늘 반원들의 교대표를 펴서 그의 서류 위에 놓았다. 열한 사람의 이름이 자기 시간에 있었다.
“회의 전에 검사하면 편하겠죠. 이 사람들 오늘 바닥은 누가 닦습니까?”
“필요한 조치일 수 있습니다.”
“그 필요부터 보여 주세요. 우리 시간을 빈 시간으로 쓰지 말고요.”
태식은 자기 모터 자료를 내려놓았다. 로사 대신 목소리를 높이려던 손이 멎었다. 그녀는 카드가 아니라 오늘 일할 사람들의 표를 내밀고 있었다.
남문 안쪽 카메라는 하필 물통 교환대가 기둥에 가려 얼굴이 선명하지 않았다. 태식이 화면에 몸을 기울이다가 로사에게 물었다.
“그 시간에 카트 바퀴가 문턱에서 덜컥했습니까?”
“늘 그래요. 오른쪽 바퀴가 걸려요. 몇 번이나 고쳐 달랬는데.”
“내가 고친다고 했다가 19번 때문에 미뤘죠.”
“네. 그래서 오늘은 그 고장이 도움이 되네요.”
로사가 웃었지만 웃음은 짧았다. 태식은 카트 자체의 보관 위치가 기록되는지 물었다. 관리담당은 청소장비의 센서 자료가 별도 서버에 남는다고 했다. 로사가 물통을 갈 때 카트가 기울어진 중량과 바퀴가 문턱을 넘은 진동이 다른 시각자료에 묶일 수 있었다. 적재대 출입과 연결해 사람을 단정할 수는 없어도, 남문에서 이어진 이동을 확인할 길은 생겼다.
“장비를 지금 가져와도 됩니까?” 태식이 물었다.
“근무가 끝나야 해요.” 로사가 먼저 대답했다. “그 카트 오늘도 쓰고 있습니다. 교대 중간에 가져가면 파리다한테 맨손으로 여덟 문을 닦으라는 말이 돼요.”
지후는 장비를 회수하지 않고 원본 기록만 보전하도록 요청했다. 오후 교대 뒤 카트 상태를 입회 검사하기로 했다. 로사는 그제야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파리다는 남문 물통 교환 시각을 기억했고, 자기 작업을 멈추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로사는 웃으며 “내가 막고 있어”라고 답했다.
보안팀장은 새 회의자료에 ‘로사 카드 복제 의심’이라는 제목을 썼다. 로사가 그 말을 보고 펜을 빼앗듯 받아 들었다.
“의심은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 제 이름만 있네요. 적재대에 찍힌 건 별도 카드라는 말도 같이 쓰세요.”
“원본 로그는 붙입니다.”
“맨 아래 첨부하지 말고 첫 장에요. 제 반원들 얼굴보다 먼저 보여야 합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지후가 문장을 고쳐 적었다. ‘동일 사용자 번호의 서로 다른 실물 카드 확인. 로사 본인의 적재대 출입 미확인.’ 민재는 영 못마땅해했으나 반박할 수 없었다.
출입증 관리담당이 로사에게 임시 출입증을 건넸다. 기존 카드는 조사 기간 동안 추가 사용을 막아야 했다. 그녀가 카드를 받기 전에 물었다.
“임시 카드 때문에 내 교대표가 바뀝니까?”
“동선 제한 없이 근무하도록 요청합니다.” 지후가 말했다. “인사 쪽 결정은 따로 올 수 있습니다. 그때 이 확인결과를 함께 보내겠습니다.”
로사는 인사 담당에게 같은 결과를 보내 달라고 했다. 요청이 사라지는 동안 다시 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새 번호를 목에 걸었지만 손은 한동안 줄을 놓지 않았다. 태식은 빈 증거받침을 거두는 담당자에게 로사의 교대표도 함께 인계됐는지 물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새 카드가 첫 창고문에서 거절됐다. 로사의 뒤에는 쓰레기봉투를 실은 카트 두 대가 줄을 섰다. 파리다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물었다.
“반장님, 이번엔 우리가 어디로 돌아가요?”
로사는 카드가 아직 모든 문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보안실의 설명을 듣고, 열린 채 대기 중인 다른 통로를 쓰자는 제안을 거절했다. 그 문은 화물작업자가 움직이는 길이었다. 시간에 쫓기는 미화원에게 빈 통로처럼 보여도, 운반차가 모퉁이를 돌면 피할 자리가 없었다.
“이 문을 정상적으로 열어 주세요. 기다린 시간도 근무시간입니다.”
담당자가 내려오는 동안 로사는 카트 사이를 걸었다. 파리다의 왼쪽 손목 보호대가 젖어 있었다. 물통을 혼자 들어 바꿨기 때문이었다. 로사는 자기 때문에 동료가 일을 떠안은 것이 미안했지만, 파리다에게 먼저 사과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것은 그녀의 이름이 찍힌 카드 때문이 아니라, 새 카드를 주면서 일할 문을 확인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이었다.
문이 열린 뒤 두 사람은 물통을 나눠 들었다. 파리다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지만, 로사가 무거운 쪽 손잡이를 잡자 아무 말 없이 다른 쪽을 들었다. 복도 끝에서 태식의 전화가 왔다. 그는 카드 상태를 묻다가 목소리만으로 현장이 밀렸다는 것을 알아챘다.
“내가 내려가서 바퀴부터 볼까요?”
“오늘은 그 바퀴가 우리 편이라면서요. 일이 끝난 다음에요.”
“그럼 고치는 건 내일 첫 작업으로 올리겠습니다.”
로사는 확인하겠다고만 답했다. 내일이라는 말은 야간조에게 늘 조금 불확실했다. 그래도 태식이 무엇을 손대야 하는지는 이제 분명했다.
그날 오후, 출입증 관리담당은 별도 카드의 최초 등록일을 찾아냈다. 세 달 전, 전 직원 단체 재발급이 있던 주였다. 발급 신청자는 아직 열람하지 못했다. 날짜만으로 장승원이나 로사의 동료 누구도 지목할 수 없었다.
그러나 로사는 그 주를 기억했다. 새 출입증을 받으라는 안내가 왔는데, 미화반은 명단에서 빠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낡은 카드를 계속 썼다. 오늘 적재대 문을 연 다른 카드가 바로 그 주에 만들어졌다면, 빠진 사람의 번호가 누군가의 손으로 다시 명단에 올라간 셈이었다.
“그날 신청서도 있겠죠?” 로사가 물었다.
지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사는 임시 카드로 첫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닫히는 문 너머로 자기 이름은 아직 두 곳에 찍혀 있었다. 적어도 이제 한 줄의 설명이 그 두 기록 사이에 들어갔다.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카드가 있었다는 설명. 누가 그것을 만들었는지는, 그녀의 카트가 달려온 길보다 훨씬 먼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