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 하드SF 재난극 30화

라그랑주 5의 유언

독립망의 결산

주민총회가 시작되기 전 진아리는 공개대시보드의 중앙선을 껐다. 정상이라는 초록 선이 사라지자 세 계통의 시계가 남았다. 농업링의 기포가 줄어들던 시각, 연구실 전력이 흔들리던 시각, 대기계통의 명령이 적용된 시각이었다. 세 선은 같은 좁은 틈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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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총회가 시작되기 전 진아리는 공개대시보드의 중앙선을 껐다. 정상이라는 초록 선이 사라지자 세 계통의 시계가 남았다. 농업링의 기포가 줄어들던 시각, 연구실 전력이 흔들리던 시각, 대기계통의 명령이 적용된 시각이었다. 세 선은 같은 좁은 틈을 가리켰다.

권도한이 옆에 오차 범위를 넣었다. 영점삼 초. 아리는 숫자 아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 안에 감압과 합성블록이 함께 들어 있었다. 그날 복도에서 들이마시지 못한 공기는 아직 목 뒤에서 기억나는데, 화면에는 깜박일 틈보다 짧은 창 하나로 남았다.

리오 박이 의자를 옮기며 물었다.

“오늘도 전부 확인 중이라고 합니까?”

“오늘은 끝난 부분부터 말할 겁니다.”

“사람들은 끝이라는 말을 기다립니다.”

아리는 그를 봤다. 외벽 작업복의 손목이 닳아 있었다. 누군가는 새 교대를 들어가야 했고 누군가는 치료비를 기다렸다. 감압이 실제로 있었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그들의 하루는 계속 새고 있었다.

“감압을 가온이 혼자 만든 게 아니라는 부분은 끝났어요.”

리오는 옮기던 의자를 놓았다. “그 말을 제일 먼저 합시다.”

주민들이 들어왔다. 임시숙소 표식을 아직 붙인 수납낭이 의자 밑으로 밀려 들어갔다. 정비 일을 쉬고 있는 사람은 앞자리에 앉았고, 일하는 중에 잠깐 내려온 사람은 문 가까이에 섰다. 아리는 발표 화면의 글씨를 키웠다. 보고서를 끝까지 읽을 시간까지 누구에게나 같은 것은 아니었다.

도한은 세 시계가 같은 창을 가리키는 모습을 먼저 보여 줬다. 이어 예약밸브와 합성블록의 명령 확인값을 열었다. 가지가 다른 두 명령은 같은 패키지 루트로 올라갔다. 지구 승인 갱신 때 들어온 묶음이었다.

“공기를 빼는 명령과 그 구간의 값을 바꾸는 명령이 같은 패키지에서 실행됐습니다. 적용시각은 세 독립 계통을 대조해 이 범위로 좁혔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가온을 껐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는 화면 한쪽에 가온의 권한표를 띄웠다. 읽을 수 있는 열과 명령을 만들 수 없는 열을 나눠 보여 주었다.

“가온에게 직접 물어볼까요?” 리오가 말했다.

도한은 가온에게 수신경로 확인을 요청했다. 가온이 당시 받아들인 패키지와 승인 항목을 읽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 아리의 귀 안이 아주 잠깐 아팠다. 복도에 쓰러져 있을 때도 같은 목소리로 정상을 말했었다. 지금은 그 정상의 입력이 어디서 왔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명령은 제 자율출력이 아니라 지구 승인패키지의 유효 입력이었습니다.”

“그럼 가온은 아무 책임도 없습니까?” 앞자리 여자가 물었다.

아리는 그녀가 들고 있는 치료 접수증을 봤다. 쟁점이 늘어날 때마다 접수증의 효력이 함께 미뤄지는 것은 아닌지 겁내는 손이었다.

“가온이 한 일과 못 하게 된 일을 모두 공개하겠습니다. 받아서 표시한 단계는 남아요. 명령을 만들고 승인한 권한은 사람에게 있었습니다.”

그녀는 권한표를 닫지 않고 명령패키지 옆에 뒀다. 용서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 이 기계가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모르면서 동료처럼 불렀던 자신의 습관도, 주민이 모두 받아 줄 필요는 없었다.

이반 노가 통신창에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재단 표장이 있었다. 도한은 그가 열람한 요약과 공동서명 시각을 같은 화면에 올렸다. 밸브와 센서, 준비금 영향을 담은 요약을 십일 분 읽은 뒤 변동 없음 보고가 나갔다.

“공동서명은 갱신 전체에 대한 동의입니다.” 이반이 말했다. “자료를 본 것과 개별 손해를 의도한 것은 다릅니다.”

“그 차이를 지우지 않겠습니다.” 도한이 답했다. “지금 확인하는 건 열람과 승인, 그리고 실행경로입니다.”

리오가 일어났다. “그러면 아직도 당신이 모를 수 있던 걸 말할 겁니까? 우리는 아픈지 아닌지도 그 화면에서 기다렸습니다.”

이반이 리오를 바라봤다. “기술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면 감정은 나중에—”

“나중에요?”

리오는 더 크게 말하려다가 앞자리 여자를 봤다. 손에 쥔 접수증이 구겨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말을 꺾어 도한에게 질문했다.

“이걸로 이미 확인된 지급은 그대로 갑니까?”

“감압과 부상에 대한 다툼 없는 보장, 이미 열린 청구는 미루지 않습니다. 허위보고와 명령 승인 책임의 효력은 구분해서 붙입니다.”

도한은 세 칸을 설명으로 채우지 않고 각 청구가 어디에 놓이는지 보여 줬다. 물리 명령에는 실제 공기손실이, 데이터조작에는 숨겨진 구간이, 허위보고에는 주민과 투자자에게 나간 잘못된 정보가 붙었다. 가온의 제한 권한은 그 옆에 따로 있었다. 하나를 확인했다고 다른 칸의 불확실함까지 지운 것은 아니었다.

아리는 리오가 의자에 앉는 것을 봤다. 그가 손바닥으로 무릎을 누르고 있었다. 지금 당장 이반에게 사과를 받아 내고 싶은 마음과, 여기 앉은 사람들이 받을 것을 늦추지 않으려는 마음이 같은 손 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한주원은 뒷줄에서 화면을 보고 있었다. 자기 이름이 실행 단계에 남자 눈을 내렸다. 그가 누른 중단버튼과 다시 시작된 로그는 같은 줄에 있었다. 아리는 그 줄을 빼지 않았다. 정비자가 멈추려 했다는 사실과, 현장 확인 없이 실행했다는 책임이 함께 남았다. 한주원도 어느 쪽을 없애 달라고 하지 않았다.

“가온이 생각해서 우리를 다치게 했다는 말은 이제 못 하는 거죠?” 그가 낮게 물었다.

“이 사고의 확인된 실행경로와 맞지 않습니다.” 도한이 답했다.

아리는 한주원에게서 눈을 돌려 세 시계를 다시 봤다. 그와 함께 일하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몰랐다. 지금 그를 쫓아내면 기계가 대신 죄를 갖고, 사람이 승인한 길이 다시 흐려질 것 같았다. 그래서 한주원에게 다음 점검을 맡기겠다고도, 영영 맡기지 않겠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날 눌린 버튼을 그대로 놓았다.

총회 중간에 대시보드가 새 값을 받아들였다. 농업링 환기값이 먼저 움직였고 연구실 시각은 제 박자로 이어졌다. 주민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이 선들도 중앙망에서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도한이 보존 경로를 띄웠다. 아리는 별도 읽기 단말에서 같은 현재 시각을 열어 보여 줬다. 중앙 화면이 조용해져도 이쪽 입력과 공동 보존은 남게 할 예정이었다. 주민은 두 화면을 번갈아 보더니 단말을 돌려 다른 사람에게 보였다.

“이건 총회 끝나면 닫는 겁니까?”

“아니요. 상시 감사입력으로 유지합니다.”

도한은 그 말 아래에 관리와 인계 항목을 붙였다. 아리는 자신이 매일 붙어 있을 수 없는 시간을 적었다. 들키지 않을 만큼 자료를 바꾸는 사람보다 더 오래 깨어 있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었다. 대신 한 사람이 쉬어도 입력과 보존이 함께 잠들지 않는 길을 남겼다.

이반이 다음 화면을 넘기려는 도한을 막았다.

“태양지수는 별도입니다. 감압사고에 방사선 문제까지 얹으면 투자자들이 모든 설비가 위험하다고 오해합니다.”

리오가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는 목소리를 낮췄다.

“같은 정책이 외벽 노동자의 선량도 줄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화면이 낮다고 들으면서 계속 나갔어요.”

“가능성이지 확인은 아닙니다.”

“그래서 명단과 원자료를 보자는 겁니다.”

아리는 태양방사선 지수가 낮아진 흔적을 떠올렸다. 육 개월이었다. 아직 개인별 실제 피폭과 대피 필요를 모두 계산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감압 시간선 아래에 다음 열람 항목을 놓았다. 외벽 작업자의 피폭명단과 대피선 좌석. 오늘 확인한 공기손실을 또 막연한 위기의 설명으로 덮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록을 정리했다고 밖에서 계속 일을 시킬 수도 없었다.

통신창에서 이반이 준비금 등급을 꺼냈다. 거주지의 자금이 흔들리면 연료도 살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리오는 잠깐 말을 멈췄다. 빈 배가 있어도 떠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외벽에서 부품을 붙이며 자재 대금을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다.

“연료 때문에 사람을 기다리게 해야 한다면 그렇게 적으세요. 멀쩡한 걸로 표시해서 기다리게 하지는 말고요.”

도한은 명단을 요구하는 시각과 담당자를 적었다. 개인 선량이 공개판에서 사람 이름과 함께 먼저 튀어나오지 않도록 공개 범위도 나눴다. 리오는 그 칸을 보다가 자기 동료들을 다시 살폈다. 외벽에 나간 시간을 숨긴 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을 줄여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야 했다.

총회가 끝날 무렵 아리는 공개대시보드에서 가온의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 가온이 현재 입력의 갱신 상태를 알려 왔다. 그녀는 이 기계에게 미안하다고 하거나 다시 믿겠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권한표가 바뀌면 함께 표시하도록 요청했다. 무엇을 못 보는지 보이는 도구라면 같이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민들이 의자를 접는 동안 리오가 도킹 관리표를 받았다. 그는 종이를 펼치다가 다시 폈다. 눈썹이 움직이지 않아서 아리는 오히려 그를 봤다.

“좌석부터 보자고 한 건 잘한 일이 아니었군요.”

“무슨 말이에요?”

그가 표를 아리 쪽으로 돌렸다. 대피선의 설치 좌석은 사백이십이었다. 그 가운데 백팔십팔 자리에는 준비금 담보 봉인이 붙어 있었다. 아리는 정비 고장 칸을 찾았다. 그 봉인의 이유는 부품이 아니었다.

도한이 표를 받아 확인했다. “설치된 수와 배정할 수 있는 수가 다릅니다. 생명유지와 추진제 검증 전에는 출항 인원으로 부르지 않겠습니다.”

리오는 그 말을 못 들은 사람처럼 붉은 봉인 표시를 봤다. 돈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밖에서 돌아올 노동자들을 세워 둘 수 있는 수가 표 안에 있었다.

“다음은 좌석입니다.” 그가 말했다. “숫자를 지운 정책이 사람을 빈 배 앞에 세워 두고 있습니다.”

아리는 마지막으로 독립망의 입력등을 확인했다. 등은 켜져 있었다. 그 앞에 도킹링으로 갈 경로표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