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야간 왕진
기록으로 열린 사고
예비심사실의 시간표에는 네 색이 있었다. 오세현은 붉은 줄부터 봤다. 자신의 판단이 늦어진 구간이었다. 그 옆에서 경보와 중앙 전달, 두 사람의 빈자리가 다른 색으로 이어졌다. 한 색을 손으로 가리면 다른 색이 더 선명해졌다. 그는 손을 내렸다.
예비심사실의 시간표에는 네 색이 있었다. 오세현은 붉은 줄부터 봤다. 자신의 판단이 늦어진 구간이었다. 그 옆에서 경보와 중앙 전달, 두 사람의 빈자리가 다른 색으로 이어졌다. 한 색을 손으로 가리면 다른 색이 더 선명해졌다. 그는 손을 내렸다.
고미라가 복제 자료를 테이블 끝에 놓았다. 원시 로그와 품질관리 서버, 당직배치표와 삭제 이벤트가 서로 다른 묶음이었다. 조정관 배현주는 위원들 앞에 자료 목록을 펴고 출처를 하나씩 읽었다. 윤채영이 준비한 시간표도 목록에 따라 넘겨졌다.
위원 한 사람이 마취기 원시 로그가 처음 확보된 경위를 물었다. 고미라는 저장매체의 확인과 쓰기방지 복제, 남긴 검증값과 접근 기록을 설명했다. 세현은 기억나는 소리부터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오늘은 자신이 얼마나 생생하게 기억하느냐로 자료의 순서를 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두 시 십일 분부터 십칠 분까지, 원시 로그의 경보 이벤트 열은 비어 있었다. 활력값은 이어졌다. 품질관리 서버의 요약에는 같은 여섯 분 동안 세 차례 경보가 있었다. 고미라는 한쪽 종이를 다른 쪽 위에 덮지 않았다. 중앙으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표시를 그 옆에 놓았다.
“두 기록 가운데 어느 쪽을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까?”
위원이 묻자 그녀는 현재 확보한 자료의 차이를 먼저 설명했다. 한 파일의 부재가 모든 장소의 부재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인 뒤, 각각의 생성과 보존 과정이 다르다고 했다. 세현은 세 경보가 있었다는 줄을 봤다. 그 환자가 겪은 시간은 자신이 없어져도 그곳에 있었다.
병원 측 대리인이 오래된 장비의 자료라는 점을 말했다. 고미라는 오래됐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직접 확인했고 무엇을 확정하지 않았는지 감정 범위에 적었다고 답했다. 박건이 같은 기종 시연과 문서를 대조한 부분은 별도였다. 봉인 사고 장비를 다시 켜 얻은 결과처럼 기록되지 않았다.
채영이 배치표를 꺼냈다. 필요한 네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은 병가와 타 병동 지원으로 빠져 있었다. 대체 서명은 없었다. 당시 이미란이 두 수술방을 오갔다는 기록도 그 옆에 놓였다. 세현은 그 이름을 오래 봤다가 자기 판단 시각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부분이 제 지연을 줄여 주지는 않습니다.”
그가 말했다. 배현주는 어떤 사실이 지연을 상쇄한다는 서류는 아니라고 확인했다. 채영은 붉은 줄을 짧게 지우지 않았다. 인력표의 빈 두 칸도 그 줄 때문에 삭제하지 않았다. 종이에 사람이 두 명 부족했던 밤과 늦어진 의사의 판단이 동시에 남았다.
병원 측은 현장 판단이 가장 직접적인 문제였다고 말했다. 세현이 익숙하게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 채영이 시간표를 앞으로 돌렸다.
“개인 판단을 인정하는 문장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장이 경보 전달이나 보조 인력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아닙니다.”
방 안의 누군가 펜으로 줄을 그었다. 세현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책임을 덜기 위해 말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두려웠지만, 이제 침묵하면 다른 빈칸도 자신의 이름 아래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늦게 판단한 사실을 유지한 채 어떤 도움을 받지 못했는지 물을 수 있어야 했다.
다음 묶음은 삭제 이벤트였다. 사고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사십이 분, 원장실 단말과 전용 승인 계정이 확인됐다. 네 번째 인력 위험 보고서의 본문은 돌아오지 않았다. 색인과 접근 기록이 그 문서가 있었다는 흔적을 남겼다. 같은 시각 경보 관련 파일도 보존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위원이 삭제 의도를 확정했느냐고 물었다. 고미라는 아니라고 했다. 계정과 승인, 시각과 대상, 정상 보존 규칙과 다른 점을 확인한 것이었다. 서정오의 회의수첩에는 그보다 앞선 다섯 시 삼십 분 사고대응 회의와 로그 정리라는 문구가 있었다. 두 시각이 가까웠지만, 그 간격만으로 사람의 머릿속을 적어 넣지는 않았다.
세현은 여전히 본문이 없는 네 번째 보고서의 제목을 봤다. 그 종이에 무엇을 더 경고했는지 지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처리되면, 피해가족이 되물을 길도 사라졌다. 그가 병원을 떠난 뒤 질문지가 상자 안에 남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자료가 빠져 있던 동안 가족에게는 제 설명만 갔습니다.”
세현이 말했다. “그 설명도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경보 음소거 진술을 정정한 사실과 판단 지연을 계속 인정한다는 말을 함께 했다. 병원 측 대리인이 책임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세현은 손을 펼쳤다. 손끝이 조금 떨렸지만 답을 마치기 전 주머니로 보내지 않았다.
“제 잘못을 다른 것으로 바꾸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답할 수 없는 질문까지 제 잘못이라는 말로 닫아 두지 않겠다는 겁니다.”
채영이 말을 보태지 않았다. 세현은 자기 문장을 끝까지 들었다. 서정오가 써 준 표현을 따라 읽던 때와는 달랐다. 그렇다고 그 말이 아직 가족에게 받아들여진 사과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방 안에는 가족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출처와 복제 절차를 다시 확인했다. 고미라가 자료 묶음의 번호를 읽으면 배현주가 목록을 넘겼다. 채영은 미확정인 삭제 의도와 결재가 비어 있는 품질관리 책임자의 후속 조치를 따로 남겼다. 오늘의 심사로 알게 된 것이 늘어도 빈칸이 전부 닫히지는 않았다.
잠시 쉬는 동안 세현은 복도에서 물을 마셨다. 종이컵이 오른손에서 흔들려 왼손으로 받쳤다. 채영은 문 옆에서 연락 문안의 첫 줄을 읽고 있었다. 피해가족에게 다시 참여 의사를 묻는 문장이었다. 세현이 가까이 가자 그녀가 종이를 내려놓았다.
“또 시간을 달라고 해야 하는군요.”
그가 말했다. 채영은 그렇다고 했다. 단어를 더 좋게 고쳐 주지 않았다.
“제가 나가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분들은 그 뒤에도 여기서 끝나지 않았겠죠.”
채영은 문안의 답변 칸을 봤다. 참여와 불참 둘 다 있었다. 세현은 불참이라는 글자를 덜 크게 인쇄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잠깐 스쳤다. 이번에는 설명할 기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 마음 때문에 가족에게 다시 올 의무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채영이 그의 시선을 따라 보고 말했다. “여기는 그대로 둡니다.”
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분들이 고를 칸입니다.”
예비심사실로 돌아오자 병원 측은 재개에 드는 시간과 오래된 사건의 부담을 말했다. 배현주는 그 부담 때문에 새로 확인된 기록을 목록에서 빼지는 않는다고 했다. 위원들은 개인과 조직의 공동 책임 가능성을 정식 의제로 채택했다. 그것은 공동 책임의 비율이나 지급액을 오늘 결정했다는 말이 아니었다.
세현은 의제라는 말을 듣고도 바로 안도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자기 기억 안에 닫혀 있던 사건이 장비와 인력, 기록의 질문으로 다시 열렸다. 그 문을 통과할 사람이 가족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위원들이 말을 마치자 배현주는 참여 여부를 가족에게 먼저 묻는 절차를 확인했다.
채영이 통지서를 한 번 더 읽었다. 새 자료와 재개 가능성을 알리는 문장 옆에 참여를 원하지 않을 권리도 남아 있었다. 그녀는 승리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세현은 서류 모서리를 잡고 있다가 손을 뗐다. 통지서가 자신의 설명을 빨리 듣도록 재촉하는 편지가 되지 않아야 했다.
세현은 발송하기 전 문안의 마지막 줄을 다시 읽어 달라고 했다. 채영이 불참해도 그것을 용서나 청구 포기라는 답으로 읽지 않겠다는 취지를 확인했다. 그는 그 줄 앞에서 잠시 앉아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명할 기회보다 가족이 다시 이 시간을 쓰지 않을 선택을 먼저 놓는 일은, 서류를 더 받는 것보다 어려웠다. 채영은 그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보고 문안을 원래 순서대로 묶었다.
봉투를 닫는 소리가 작게 났다. 채영은 봉인할 자리만 눌렀다. 세현은 그 봉투를 가방 안쪽에 넣었다. 수술실을 나온 뒤 서류를 손에 들 때마다 재판을 받는 듯했는데, 오늘 서류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돌려보낼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 질문에 자신이 원하는 답이 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고미라는 복제 자료를 챙겼고 배현주는 다음 연락 절차를 정리했다. 세현은 자기 가방을 닫다가 잠시 멈췄다. 안쪽 봉투가 앞으로 기울어 왕진 확인표를 가렸다. 그는 두 종이를 다른 칸으로 옮겼다. 한 집의 과거와 다른 집의 오늘을 함께 들고 다닌다고 둘을 같은 사건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채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녀가 받는 동안 세현은 가방을 들었다. 처음에는 엄마라는 평범한 말이었다. 곧 채영이 몸을 세우고 시계를 봤다. 영숙의 숨이 평소보다 짧아졌다는 연락이었다. 집에 있는 상태에서 다시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하진과 연결한 뒤 채영은 영숙에게 들은 말을 세현에게 전했다. 병원과 집 사이의 선을 다시 정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세현은 곧 간다고만 약속하지 않고 현재 반응과 증상, 바로 응급 도움을 연결해야 할 변화가 있는지 확인할 연락에 함께했다. 하진이 방문을 준비했고 악화하면 기다리지 않고 연결할 기준도 확인했다.
세현은 심사실의 시간표를 돌아봤다. 오늘 그곳에서 지연을 인정했다고 다음 환자를 모두 서둘러 밖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반대로 집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말로 현재 위험을 감추어서도 안 됐다. 그는 가방을 들고 복도를 걸었다. 손 안에 봉인 통지서의 무게가 남아 있었지만 현관 앞에서 펼쳐야 할 종이는 영숙의 현재 기록이었다.
채영은 먼저 집으로 향했다. 세현은 하진과 방문 준비를 맞추며 영숙이 지금 말할 수 있는 상태인지 다시 물었다. 환자가 답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는 그 답을 들으러 갔다. 시계는 이미 저녁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통지서를 넣은 가방을 닫은 지 한 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그 가방은 다른 현관 앞에서 다시 열릴 참이었다.